과일: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과일: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12.00
Description
시원하고 달콤한 과일로부터 도착한
다정한 초대장, 수락하시겠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계속되어온 띵 시리즈의 스물여덟 번째 주제는 ‘과일’이다. 우리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만화 에세이 『땅콩일기』의 쩡찌 작가.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는 그가 펴내는 첫 산문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된 『땅콩일기』는 분명 만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아름다운 문장과 깊고 넓은 사유는 이미 숱한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문학적 입지를 증명했다.
음식은 때로 추억이고, 위로이며, 삶을 끌고 가는 작은 힘이 된다. 이 책은 ‘과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과일’에 국한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글 사이사이에는 웃음이 터지는 솔직한 고백도, 불쑥 찾아오는 슬픔도, 조용한 위로도 있다.
쩡찌는 역시 쩡찌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넬 뿐이다. 귀하디귀한 겨울 복숭아 두 알을 구해 기꺼이 친구의 집으로 달려가고, “올해 첫 수박 먹었어?”라는 말로 안부를 묻고, 백화점 청과 코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아빠의 낡은 구두를 새로 사 드리고, 까치와 나눠 먹을 잘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삶의 순간순간, 과일처럼 작은 기쁨을 품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저자

쩡찌

저자:쩡찌
일러스트레이터.오랑우탄.
돈과명예,품위와건강이가지고싶다.
만화에세이『땅콩일기』를쓰고그렸다.

인스타그램jjungjji_art
메일jjungjjiart@gmail.com

목차

프롤로그과일이맛있어지려나봐

탄생,오랑우탄
여름의홀케이크
엄마가나와서사과먹으래
태양의카르텔
불합격의맛
나도상처받아
참외꼭지의냄새
조린사과샌드위치
맛있으면바나나
과일의아이
수박특집
메로나와멜론의상관관계
키위공포증
아낌없이주는과일가게
감떨어지기를기다리기
슬픔과과일의단맛은수용성
최고의딸기맛
한알먹는다고했다가두알먹는다고해버렸다
눈위를걷기
과일의위로
토마토는채소일까과일일까
백화점청과코너에서아르바이트를한이야기
과일인사

출판사 서평

“8월에크리스마스가있다면이런느낌일거야.”
손끝에서목구멍으로,마음에서마음으로,
선명하게전해지는여름의감각

기다랗게썬수박을하모니카처럼양손에들고와사삭한입크게깨어물고만싶은초여름,매년이맘쯤이면어김없이기록적폭염이찾아올거라는소식이들려온다.이런여름이유독힘든사람들에게유일한위로는‘과일’이아닐까.마치한여름에크리스마스가있다면자연이우리에게건네는최고의선물이기도한것이다.
이책은과일에몹시진심인작가쩡찌가들려주는과일에얽힌인생그자체다.매일아침눈을뜨면입에넣는사과부터바나나,수박,복숭아,감,키위,귤까지.단순한먹을거리를넘어,과일은사랑이고성장이고기억이고희망이된다.쩡찌는자신을‘오랑우탄’이라고표현할만큼과일에대한사랑을드러내면서도,그너머에담긴정서적,사회적,관계적풍경들을세심한언어로풀어낸다.과일로쓴성장에세이라고해도무방할것이다.
과일,그것은곧가족의사랑이었다.오직맛있어서식구들의과일을챙긴엄마의용기,키위공포증이생길정도로한박스가득챙겨보낸아빠의마음,한겨울에소쿠리가득받아든딸기태몽,수박하나를온전히혼자먹는작은사치에대한이야기까지,과일에얽힌기억과감정을하나하나꺼내보여준다.이책은과일이라는매개체를통해한사람의삶이어떻게깊어지고넓어지는지를증명한다.특히<엄마가나와서사과먹으래>같은제목의에피소드는우리의웃음과공감,눈물샘을동시에자극한다.
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과일이지만제각기기억하는방식은다르다.쩡찌는과일을먹는일에서시작해가족과의추억을떠올리고,마음의상처를스스로보듬고,서툰사랑과우정에울고웃으며,시시각각변하는계절의감각과도시의장면까지사유를확장한다.자신의내면은물론가족과친구,주변사람들의마음을헤아리며이웃과주변의풍경까지관찰하고삶의놀라운순간을발견한다.

“나는오랑우탄이에요.과일을너무좋아해요.”
사과,바나나,수박,복숭아,감,키위,귤까지
‘만지면만져지는동그라미’에대한이야기

모든과일은어떤말보다선명한감정을품고있다.때로는사소하고일상적이지만울컥하게되기도하고,우리모두가한번쯤겪어본어떤순간의감정을‘과일’이라는감각적인언어로말하기도한다.우리가평소고마운사람에게,기운이필요한사람에게,기쁜날을맞은사람에게,과일을선물하는사회적관습과도맞닿아있을것이다.
과일을나누어먹는사람들사이엔이해와배려가있다.엄마는나에게언제나빠짐없이붉은수박조각을건넸고,과일판매원은손님에게색이예쁘고표면이고르게둥근것을골라주었으며,집에온친구에게는작고알이꽉차면서도너무단단하지않은귤만골라쥐여보내고,맛이덜하고딱딱한가장자리과일은재빨리자신의입에넣어버리는,다정한태도역시그렇다.껍질너머의달콤한속살처럼마음깊은곳의이야기들이수박씨처럼이책의곳곳에박혀있다.
과일을좋아하는사람들의마음에는삶을좋아하는마음이숨어있다.최선을다해도어쩔수없이생기는상처와흠집이고달프고매일매일쉽지않은인생이지만삶을수박처럼둥글게끌어안고견디다보면분명제법달콤하고괜찮은일들이일어난다는것.쩡찌의글을읽고있노라면철석같이그렇게믿고싶어진다.

화제의만화에세이『땅콩일기』시리즈
일러스트레이터쩡찌의첫산문집

본문곳곳에는쩡찌의감각적인일러스트를수록했다.그간『땅콩일기』를통해짧은만화컷에깊은감정을담아전해온내공이이번책에도고스란히담긴것인데,이미지가텍스트의흐름을해치지않으면서독서의묘를배가시키는조화가인상적이다.사과를베어무는순간입안에가득차는향기롭고달콤한과즙,특별한날축하를위한홀케이크처럼넉넉한수박한통,맛보기참외조각을건네는과일트럭주인의목소리,그야말로‘오랑우탄’으로서살아가는삶의단편이그려진다.띵시리즈에서글과그림을함께선보이는것은이수희작가의‘멕시칸푸드’편『난슬플때타코를먹어』이후두번째시도다.
표지역시이책을쓴쩡찌작가의작품인데,귀청터져라울어대는매미울음소리를배경음악삼은채시원한대나무돗자리에앉아엄마가썰어주는수박을기다리던어린시절로우리를데려간다.우로좌로고개를끊임없이돌려대는회전모드선풍기앞에서입을한껏크게벌리고“아아아~”목소리의진동이만들어내는떨림을즐기던우리모두의추억.이장면은이내머릿속에서자동재생될만큼우리가보내온숱한여름들을생생하게소환해낸다.그곁에는늘수박이있었다.수박이아니면참외나복숭아,포도그런것들이.소박하고평범한하루의끝에시원하고달콤한과일을입에물면오늘하루잘보낸것같은안도감이있었다.
그런여름이쌓여지금의우리가되었다.여름은우리를지치게하기도하지만우리를한뼘더자라게도한다.뜨거운햇살을받고힘껏영글어수박과복숭아와참외의당도가최상위에도달했을때,우리도기분좋게기지개를펴고무엇이든잘해볼수있다는의지를다진다.
『파과』를쓴소설가구병모가먼저읽고보내온추천사의마지막문장“이책을읽다가,냉장고를열고잊히기직전의과일을꺼내어씻은다음꼭지를땄다.”에서처럼과연어떤과일이라도지금당장한입베어물고싶어진다.어느새마지막책장을덮고과일을손질하며누군가를생각하게될지도모를일이다.

추천사

우리는한존재의당도를측정할수없으며,관계의신선기간을알지못한다.그러나때론싱겁더라도,혹은너무무르거나상처입었더라도적절한과정을거치고수고를들여서베어물고삼켜야만하는일상을살며,그일상의씨앗이모이면일생이된다는것만은안다.오늘치비타민을잊지말라고상기시키는책.그래서냉장고를열고잊히기직전의과일을꺼내어씻은다음꼭지를땄다.
구병모/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