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SF와 인류학이 함께 그리는 전복적 세계 | 반양장)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SF와 인류학이 함께 그리는 전복적 세계 | 반양장)

$18.00
Description
“SF가 미래에 관한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다.”
두 인류학자가 읽고 쓴 미래의 이야기
인류학과 SF. 낯선 조합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인류학의 영향 아래 SF를 창작한 작가들이 이를 증언한다. 아버지가 인류학자였던 어슐러 K. 르 귄은 어린 시절 다른 문화권의 ‘타자’들과 함께 머물곤 했던 인류학적 경험이 ‘선물’이었다고 한다. SF 시리즈 ‘머더봇 다이어리’의 작가 마샤 웰스는 실제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의 문화를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인류학이 실제 세상의 도시와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려준다고 말한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이런 접점에 착안해 ‘인류학의 렌즈로 SF 읽고 다시 쓰기’를 시도한 책이다. SF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을 담아내는 장르이며, 인류학은 낯선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익숙한 자문화를 성찰할 수 있게 돕는 분야다. 그럼으로써 SF와 인류학은 당연시해온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류학자 정헌목과 황의진은 『어둠의 왼손』, 『시녀 이야기』, 『솔라리스』 등 고전 SF뿐 아니라 김초엽과 배명훈 같은 오늘날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까지, 열한 편의 SF를 다양한 인류학 논의와 연결 지어 읽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도 긴밀하게 잇는다. 이처럼 인류학과 SF를 접목한 곳에서 피어난 사유들은 미래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돌이 된다. 정복하고 개척하기 위한 미래가 아닌, 가장 변두리에 귀 기울이며 나와 타자를 세심하게 보살피고 ‘우리’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미래 말이다.
이 책은 당대의 주요한 인류학 논의를 포괄하는 잘 쓰인 입문서이기도 하다. 책은 인류학의 전통적 주제인 차별과 불평등, 의례, 젠더 등을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생식·출산 연구와 생태·환경이라는 주제까지 다룬다. 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마거릿 미드, 피에르 클라스트르 등 인류학의 고전을 쓴 학자뿐만 아니라 인류세 논의가 활발해지며 주목받고 있는 도나 해러웨이, 애나 칭 같은 학자까지도 두루 다룬다. 여기에 더해 ‘가상 민족지’라는 독특한 글쓰기는 독자들을 ‘인류학자의 관점’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보도록 이끈다. 민족지는 인류학자가 자신이 연구할 문화권에 직접 머물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황의진은 SF 속 세계가 실재한다고 가정하며 인류학 민족지의 관점과 형식으로 그 세계와 인물들을 기록한다. 단순히 인류학 논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학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인류학자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저자

정헌목,황의진

도시공간과주거,공동체를연구하는인류학자.어린시절‘주니어공상과학명작선’으로처음SF를접한이래그매력에빠졌다.지은책으로『가치있는아파트만들기』와『마르크오제,비장소』가있고,옮긴책으로『나이없는시간』과『도시인류학』(공역)이있다.한국학중앙연구원인류학전공교수로재직하며현대한국의사회적변동을배경으로전개되는문화현상을연구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인류학과SF를함께읽기

[인식]우리는타자를어디까지이해할수있는가
-『솔라리스』와타자에관한인류학

[의문]돌아와야할순례자가돌아오지않는다면
-「순례자들은왜돌아오지않는가」와통과의례

[전환]남자도아이를낳게된다면
-「블러드차일드」와생물학적재생산의인류학

가상민족지①인류학민족지로다시써보는『시녀이야기』
2010년대중반이후길리어드‘시녀’들의일상적대응:몸을매개로발현되는출산이데올로기의폭력

[인지]당신이익힌언어가세상을보는방식을형성한다면
-「네인생의이야기」와사피어-워프가설

[상상]성별을제거한사고실험에서우리가알게되는것
-『어둠의왼손』과젠더인류학

가상민족지②『어둠의왼손』의이야기,그후5년뒤다시방문한게센
21.다시,성(性)에관한의문

[연대]차가운마천루속의따뜻한시선과날카로운현실풍자
-『타워』와도시인류학

가상민족지③『킨』의주인공이민족지를쓴다면
와일린가(家)의여자들에대한인물노트

[모색]사변적아나키즘실험과현실의국가없는사회
-『빼앗긴자들』과아나키스트인류학

[공생]불확실성의세계에서괴물이자유령으로살아가기
-『파견자들』과‘인간너머’의인류학

에필로그:세상은더많은‘착한이야기’를필요로한다


참고문헌
인용출처

출판사 서평

조한혜정·천선란추천!

“다양한비인간,AI와소통하며살아갈신인류를위한가이드북”-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SF를인류학적으로읽고쓴다는건세상의빈틈을꿰매
완벽한,혹은그럴듯한행성을만드는일련의과정아닐까”-천선란(소설가)

손상된행성의우리에게가장시급한인류학의독법
불확실성의세계에서살아가는신인류를위한가이드북

문화인류학자조한혜정은이책을“다양한비인간,AI와소통하며살아갈신인류를위한가이드북”이라부른다.권력과계급격차는커지고,소수자를향한혐오는극심해져간다.전쟁은끊이지않으며,기후위기로인해지구라는손상된행성에서인간은비인간존재와공생할방도를모색해야한다.팬데믹이후인류에게위협적인요소임을다시금증명한바이러스,과학발전이불러온AI등인류에게새로운‘타자’는끊임없이출현한다.그런데도자본주의와식민주의,성장주의는서로결탁하여연결보다는고립을택하기를,현실을냉소하고절망하기를강요한다.위기에직면한인류에게『낯선이야기는우리곁에있다』는시의적절하게도착한,현실을냉소하지않고살아가기위한안내서다.
그어느때보다도미래를예측할수없기에,인류는미래에대한상상력이부족한지금을살아가고있다.이책은인류학의앎과SF의대안적허구를함께고찰함으로써,미래에대한상상을자극한다.이를테면어슐러K.르귄의『빼앗긴자들』에는사적소유와계급이존재하지않는아나키즘사회가등장한다.저자는이책을인류학자피에르클라스트르의남아메리카선주민공동체연구사례와함께읽으며,‘국가없는사회’가소설에만존재하는허구가아님을방증한다.“단순히독특하고이국적인사례소개에그치지않고우리가살아가는세상이다를수있음”(261쪽)을보여주는인류학의독법이지금시대에꼭필요한이유다.또한인류학과SF읽기는당연시되어온인식과통념을깨는‘낯설게보기’의통로가된다.‘남성임신’을다룬옥타비아버틀러의「블러드차일드」와임신·출산에관한인류학의논의들을함께읽음으로써,새로운과학적발견에도여성의몸을둘러싼사회적·문화적인식이얼마나선입견에얽혀있는지를이야기한다.SF적상상력과인류학의‘실천적지식’을접목시키는읽기를통해우리는현실을뒤틀어보며또다른세계로향하기위한대안을모색할수있다.
팬데믹과전쟁,기후위기등을동시에맞닥뜨린인류에게기존과는완전히다른질서를세울필요가대두되고있다.이책에서인류학과SF가만나자아내는통찰들은우리를“진보를전제하며미래형으로만제시된유토피아”가아니라,어슐러K.르귄의말처럼“애매하고의심스럽고신뢰가가지않으며최대한모호한방식”의유토피아로이끄는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262~263쪽)


어슐러K.르귄,마거릿애트우드,옥타비아버틀러,테드창……
두명의인류학자가읽고쓴SF

인류학이‘타자’를탐구하는데에서출발하였듯이,‘타자’와의마주침은SF에서도오래도록다뤄온고전적인주제였다.그렇다면SF속‘타자’와의마주침을인류학적관점으로더깊이통찰할수있을까.책의저자정헌목은불가해한타자인‘바다’와인간과의만남을다루는스타니스와프렘의『솔라리스』로부터출발해,인류학에서타자를다뤄온흐름을소개한다.더나아가한국사회가타자를다뤄온방식을성찰한다.또한김초엽의「순례자들은왜돌아오지않는가」와인류학의통과의례논의를연결함으로써,장애를지닌사람들과진정으로연대하기위해한국사회에필요한‘의례’에대해고찰한다.
픽션과논픽션을연결하고,현실과상상을엮어나가는읽기는인류학의고전적주제인‘타자’에그치지않는다.배명훈의『타워』를도시인류학의관점에서읽으며차별과불평등에대해논하고,어슐러K.르귄의대표작『어둠의왼손』을젠더인류학과결부시키며,‘남성성’과전쟁에대해이야기한다.뿐만아니라최근주목받고있는생식과출산에관한인류학의연구사례를옥타비아버틀러의「블러드차일드」와,생태와환경에관한인류학적논의를김초엽의『파견자들』과연결한다.이렇게여덟편의SF를인류학의논의와연결시킴으로써,정헌목은지금까지당연시해온세계에문제를근본적인의문을제기하며,“우리가살아가는세상이지금과다를수도있”다는가능성을읽어낸다.‘읽기’라는행위를통해우리의공상이현실을어디까지뒤집을수있는지고찰하는사고실험인셈이다.
반면황의진은페미니즘의시각을견지하고있는세편의SF를‘가상민족지’라는형식으로다시쓴다.『시녀이야기』,『어둠의왼손』,『킨』의설정과줄거리를마치인류학자의연구사례인것처럼가정해세편의SF를인류학보고서로새롭게쓴것이다.
『시녀이야기』속배경인‘길리어드’로잠입해‘시녀’의삶을그들의목소리로재구성하고,1969년발표된『어둠의왼손』을2020년대의시각에서다시쓴다.전세계적으로페미니즘에대한백래시가가중되는지금가상민족지에실린시녀들의증언은우리곁에서생생하게길어올린목소리가되어현실과의공명을자아내고,어슐러K.르귄자신도인정했던『어둠의왼손』의시대적한계를보완한다.이러한다시-쓰기는SF를동시대한국여성의삶과긴밀하게연결하며,낯설게만느껴질수있는이야기를지금우리의경험으로읽히게끔하는흥미로운작업이다.또한황의진은옥타비아버틀러의『킨』을특정개인의삶을깊이파고들어쓰는‘생애사연구'의형태로쓴다.작품에등장하는네여성의생애를써내려간이글은한여성의삶,특히나‘흑인노예여성’의삶이얼마나교차적으로구성되어있는지를밝힌다.더나아가어느개인을재현하고그리는윤리에대해서도고찰한다.
두인류학자는인류학의관점으로SF를읽고다시씀으로써,‘타자’의삶에어떻게다가갈것인지,그리고이를통해수많은‘타자’로이루어진세계를어떻게바라볼것인지를이야기한다.이는세계에서누락된존재들을마주하는독법인동시에,우리가살아가는세계를새로운윤리로재구성하는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