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싶은 동네

나이 들고 싶은 동네

$20.00
Description
“누군들 나이 들고 아플 미래가 두렵지 않을까.”
텅 빈 돌봄의 자리를 메꿀 새로운 돌봄의 문법
기대 수명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나이 듦은 달갑지 않다.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의지할 데 없이 쓸쓸하게 노년을 맞지 않으려면, 젊은 나이부터 노후 자금이라도 착실히 마련해야 한다고들 한다. 국민연금은 이내 고갈될 거라는 기사가 수시로 뜨고, 갖가지 연금 상품과 부동산, 재테크 등 늙어서도 풍족하게 살기 위한 묘책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은 마당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말로 돈을 모으는 것만이 잘 나이 들기 위한 유일한 대책일까?
여기 나답게 나이 들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타인과 관계 맺고 서로를 잘 돌보며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 살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돈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말이다. 나이 듦과 취약함, 혼자 됨을 긍정하며 살아가기 위한 대안이 담긴 책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출간되었다. 안심하고 나이 들기 위한 안전망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이라는 현실로 구축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살림은 비혼 여성주의자인 두 저자의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를 비롯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은 했지만 당장 몸이 아플 때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텅 빈 돌봄의 자리를 목도하고” 만 것이다. 혈연가족 중심으로 돌봄이 구성되어 있다는 현실과 맞닥뜨린 이들은 새로운 돌봄의 관계와 문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여성주의 활동가 유여원과 여성주의 의료를 꿈꿔온 의사 추혜인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 살림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다.
2012년 창립한 살림은 어느새 조합원 수 5000명을 넘기며 서울시 은평구에 자리 잡았다.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세운 의료기관(살림의원, 살림치과, 살림한의원)을 운영하고,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한다. 조합원들은 함께 여성주의를 공부하기도 하고, 돌봄장과 유언장을 쓰며 내가 바라는 돌봄과 죽음의 상을 그려본다. 등산, 풋볼, 달리기, 뜨개질 등 다양한 소모임을 꾸린다.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손을 뻗어줄 사람들이 있고, (……) 언제든 무엇이든 작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권김현영) 살림에는 있다.
저자

유여원,추혜인

저자:유여원
별명어라.무영의꼬임에넘어가2008년부터이일을하고있다.감탄·감동·감사‘3감’의과한인생을살고있다.적당히좀하고싶은데그게잘안된다.살림의전무이사.

저자:추혜인
별명무영.동네작은의원의의사가꿈이었는데,어라를만난덕에함께하는사람이점점늘어나부담이크다.압박감을흥으로승화시키고있는살림의첫번째주치의.가정의학과의사.

목차

추천의글
들어가며

1장이대로나이들어도괜찮을까
어쩌다여기까지왔을까
우리의노후준비
연결되고싶어서
이상한환자들:멀리살아도탈퇴하지않는조합원

2장돌보는힘을키우는마을
일주일동안의미니호스피스병동
서로가있어나다운,돌봄장같이쓰기
살림의함께돌봄어벤저스
질병만이아니라사람을
삶을바꾸는공부,여성주의학교
기계가아니라관계로건강해집니다
근육부자가찐부자야!
산소같은모임,오투
맑은눈의광인들,살림FC
불광천을달리는사람들
두번의결혼식과한번의장례식
임종을준비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제대로쓰이려면
돌봄에대한공적·사적·인간적대화,돌봄살롱
살림이꿈꾸는돌봄의미래

3장병이아닌사람을돌보는의원
한글을배우니혈당수치가좋아졌다
차별과혐오가없어야건강하다,여성주의의료
질적으로다른사이
약은먹고다니냐
숫자가보여주지못하는것들
왕진가방을들고찾아가는진료실
주민1024명의주치의가알려준것
주민과함께하는약제심의
골다공증약하나를도입하기까지
HIV감염인치과진료세팅기
성소수자친화적클리닉
모두를위한화장실만들기

4장돌봄과의료사이에서
건강한나,건강한이웃,건강한마을
중간집,케어B&B라는실험
토요일엔서로돌봄카페
신기한처방
진료실에서이뤄지는제안들
팀주치의로함께하는돌봄
돌보는사람을돌보기
의사의수가늘어난다면

5장이제우리가만들어간다
PPT의시작은넘어지는사람
우리는3을좋아해
애벌레가나비가되면
불법의료생협들과의악연
이름을정하던날
이름을정한후의걱정들
명물간호사의입사면접
조직도의변천

6장협동으로지속가능해지는우리
협동조합을하는사람들
이름만파티?
선거투표권을갖기까지
협동조합이돈을모으는방법
사회적가치와재무적가치의조화
노동의협동으로해석하는속담
자기방어자경단
직원들의자기방어훈련
아가씨라불리기싫다
명랑하게안녕
직원들도명랑하게안녕
접으려고해도힘이필요해

나가며

출판사 서평

건강한개인을넘어건강한사회를향해
진료실에만머물지않는살림의의료

환자로서의료기관에방문해본누구나경험한적있을것이다.북적이는대기실에서오랜시간을기다렸다가겨우진료실에들어가도“나의통증이나불편함이잘전달되지않는다는답답함”을느낀다.관료화된의료시스템안에서환자로서주체가되기는무척이나어렵다.하지만살림의의료기관에내원한환자들은이곳에선다른경험을했다고말한다.나의증상과상태를의사에게더적극적으로설명하고,의료진의말에더귀기울이게된다고.그게어떻게가능할까?

살림은의사와환자사이에존재하는권력관계를더욱평등하게개선하려고노력한다.평등할수록건강하다는건강관을바탕으로의료의수혜자와공급자를이분법적으로나누지않는다.비의료인인조합원들이약의도입여부를판단한다.조합원들이살림으로실습을나온예비의료인들에게사전연명의료의향서교육을하기도한다.의료인과비의료인사이의지식위계를줄여나가며모두에게필요한민주적인의료를함께모색한다.

그렇기에살림의의료는진료실안에만머물지않는다.더낮은곳으로,더취약한곳으로향한다.환자가스스로거동할수없다면의료진이직접환자의거처를방문해진료한다.생활환경이열악하지는않은지파악한다.한글을읽지못하는당뇨환자는한글교실에등록하도록돕는다.의료진이환자에게맞춤해짠식단표를스스로읽을수있도록하며,한글교실의다른학생들과사회적으로교유하며몸뿐만아니라마음까지챙기게끔한다.누구든의료기관에편히올수있도록성중립화장실을설치한다.단순히환자의질병을치료하는데그치지않고그사람이살아가는생활환경,더나아가그사람이속한사회를건강하게만들기위한의료다.


나혼자가아니라함께건강해지기위해서
한사람한사람이모여이뤄낸돌봄의생태계

돌봄은의료와별개이거나의료의하위개념인것처럼여겨진다.하지만살림에서의료와돌봄은상보적이다.상급병원에서수술을마치고퇴원했지만스스로생활하기엔어려운이들은어디로가야할까?병동은치료가시급한환자들로가득하고,집으로돌아가기에는아무런준비가되어있지않다.무엇보다돌봐줄사람이없다.살림은이런이들이돌봄받으며사회에복귀할수있도록돕는,병원과집중간에위치한시설‘케어B&B’를시범운영하기도했다.의료와돌봄을연결하는정거장이었던셈이다.

하지만돌봄은신체와질병의문제만은아니다.돌봄은인간답게더불어살아가기위한행위다.그렇기에살림의조합원들은자신을돌보는데서그치지않고함께건강해질수있는길,안심할수있는공동체를가꾸기위한방법을도모한다.노쇠해져집에만머무는어르신의집에주기적으로찾아가함께간단한운동을한다.나뿐만아니라이웃의건강까지도책임지는‘건강이웃’이된다.인지증당사자와그보호자가차한잔마시며쉬어갈수있는‘서로돌봄카페’를자원활동으로운영한다.치매가있는이웃을지역사회차원에서잘보살피자는의도로‘치매안심마을건강이웃’강좌를연다.돌봄이나혼자의문제가아님을,공동체차원에서실천해야하는일임을살림의조합원들은절실히안다.

누군가는이건살림이라는조직안에서만가능한이상적인사례라고여길지도모르겠다.하지만조직에속해있지않거나속할수없는이들에게도『나이들고싶은동네』를권하고싶다.생존이급급했던비혼여성주의자들은“끝까지나답게살다가아는얼굴들사이에서죽고싶다.”라는개인적인바람으로부터출발해돌봄이흐르는커뮤니티를실현해냈다.“의료와돌봄으로서로를겹겹이에워싸고보호하는”(김희경)이러한구조는,누구보다평범한한사람한사람이모여일궈냈다.협동하면못이룰것이없다는것을여실히증명하는커뮤니티의미래가이미우리곁에자리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