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루치의 낙담

그저 하루치의 낙담

$18.80
Description
인간은 잘 살고 싶어서 비관한다.
낙담한다는 것은 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대의 욕망과 윤리를 향해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은 저널리스트
믿고 읽는 바이라인 박선영 기자의 첫 에세이
예리한 질문으로 시대의 욕망과 윤리를 관통해온 목소리
-오랜 침묵 끝에 세상에 다시 건네는 말들

시대의 욕망과 윤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날카롭고 단단한 질문을 던져온 기자 박선영. 「도라에몽은 울지 않는다」, 「약자가 약자를 혐오할 때」, 「따뜻한 개천으로 내려오든가」 등, 시민이기에 지켜야 하는 최저선을 끈질기게 상기시키면서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마음들을 사려 깊게 돌아보며 힘 있게 직진하는 그의 칼럼들은 공개될 때마다 빠르게 공유되며 ‘박선영’이라는 이름을 신뢰의 바이라인으로 각인시켰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뜨겁게 타오르는 결기로 치열하게 세상을 향해 발신하던 그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한국일보》를 떠날 때 수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이유다. 그로부터 7년, 어디에도 글을 쓰지 않은 침묵의 끝에서 그가 다시 세상을 향해 말을 건넨다.

박선영의 첫 에세이 『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전직 기자로서의 회한, 인간으로서의 비애, 시민으로서의 윤리가 교차하는 내면의 기록이다. 언론이라는 현장을 떠나 삶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간 그는 속보도 마감도 독촉도 없는 무용한 시간 속에서 낙담과 희망, 욕망과 윤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끝내 떨치지 못한 화두들을 마주한다. 우리가 품었던 꿈과 저지른 실패에 대하여, 우리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 세계의 비참과 슬픔에 대하여, 필연적인 패배 앞에서 아름답게 몰락하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그리고 다만 인간으로서 조금은 숭고하길 바라는 마음에 대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자리에서 시작된 고백이되 자기연민에 그치지 않는 이 글들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세계에 대한 예민한 감각, 그리고 언제나 뜨거운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의 것이었던 그의 문장에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며,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반응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에 더더욱 빛을 발하는 느리고 단단한 사유의 힘을 새롭게 확인시킨다.
저자

박선영

1990년대대학을다니며X세대로불렸다.호황에나불황에나돈은안되는국어국문학과를졸업한걸로도모자라석사학위까지받았다.어린시절신문을폐품으로가져오는아이들의‘있어빌리티’를부러워하며신문에대한흠모의정을키웠던때문일까.글쓰는직장인으로가장흔한기자가되어《한국일보》에서근무했다.아이둘을키우면서주로문화부와사회부,기획취재부에서일하며빠르게돌아가는세상을헉헉대며쫓아다니다“세상을나의속도로작지만깊게,천천히오래들여다보면서살고싶다”는바람으로17년만에회사를그만두었다.마감도독촉도없는무용한시간속에서세상에아무소음도보태지않고기타와철학,꽃꽂이를배우면서도늘쓰는사람으로지내왔다.쓴책으로칼럼집『1밀리미터의희망이라도』와『소녀,설치고말하고생각하라』(공저)가있으며『나의사랑스러운방해자』를공동으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도망치기,숨기,낙담하기

1부|기자라서좋았고,기자여서슬펐다
찰리스키너국장을기리며
우리가우직했던순간들
하지않은일들,하지않은말들
언니들의어깨
우리가멀어져갈때

2부|내슬픔의레퍼런스
슬픔수집가
내가가여울땐「엘리제를위하여」
용기의장르들
기타교습소에서배운것
투머치러브

3부|타인에대한예의
고통의속지주의
올드머니와위대한유산
타인의불행에대한예의
클로저
웃을일이아니다

4부|숭고를향하는인간들
늘여기가아닌곳에서는
추락하는모든것은날개가있다
헤밍웨이의트렁크
지긋지긋한것은힘이세다
목욕하는인간

에필로그|최초의혀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나의슬픔이세계와만날때
-한사람의낙담이보편의질문이되기까지

기자라는직업을내려놓고한인간으로돌아온저자는분초를다투는저널리즘의현안들에밀려제쳐놓았던감정들을하나씩꺼내들여다본다.이제는어떤입장도대변할필요없는자리에서낙담과회한,상실과연민의이야기들을찬찬히살피는시선은점차타인과사회,세계로확장되고,낙담은침잠의시작이아니라세계와연결되는움직임의첫걸음이된다.내면깊숙한곳에서길어올린이야기로부터시작해보편의질문으로나아가는이책의궤적은,그를기자로만들었고수많은독자들이뜨겁게반응했던성찰의밀도와필력을다시금확인하게한다.

1부「기자라서좋았고,기자라서슬펐다」에서저자는평생가진단하나의직업인기자로지냈던17년의시간을정직하게돌아본다.너무도중요해서잘해내고싶지만언론이라는윤리상품에내재된모순에무릎이꺾이던순간,여전히현장에서분투하는동료들을향한애틋함과존경심,사랑했지만결국떠나온세계에대한회한과그리움이펼쳐진다.2부「내슬픔의레퍼런스」에서는기쁨과환희보다슬픔에이끌리는인간인자신을통과한여린감정들을응시한다.피아노교습소의아이들을바라보다불현듯떠오르는어린날의가난,햇살같은사랑을주던아이가빛을잃어가는모습을바라볼수밖에없는무력감,불쑥불쑥솟아나는자기연민앞에서마주하는당혹감과자괴감.‘구제불능의낙담가’인저자는그럼에도‘지독한염세의늪’에머무는대신그감정들을디딤돌삼아‘더슬프고더현명한’인간의자리로나아가고,마침내3부「타인에대한예의」에서는시선이본격적으로바깥을향하며같은사회를살아가는시민으로서의윤리를묻는다.고통의영토에서발을뺀자에게고통을이야기할자격이있는가.타인의불행앞에서우리는어떤태도를취할것인가.웃음과농담은언제나옳은가.자신의자리에서시작되는이이야기들은삶의비참과슬픔이어떻게공적인고민으로,사회적책임과윤리감각으로전환될수있는지보여주며우리가어떤사회적존재로살아가고있는지를점검하게한다.


나는어떤인간으로남고싶은가
-낙담이후를견디게하는오래된가치들

숭고,윤리,순정,우직,신의,성실,권선징악,인과응보.누구나한번쯤품었지만너무무거워멀리밀어놓고더는입에올리지않는단어들이다.저자는이오래된단어들을꺼내들고그가치들이여전히살아있음을,범속한현실속에서도저높은곳을향해고개를드는마음이우리안에남아있음을상기시킨다.4부「숭고를향하는인간들」은회한과실패,자기연민을딛고다시살아가려는,끝내숭고를꿈꾸는인간들의고투에집중한다.‘늘여기가아닌곳에서는잘살것같은마음’으로흔들리고도망치고싶었던이들이회피와망설임끝에무릎을세워다시일어나는순간들.헤밍웨이가평론가들의사형선고를받고도위대한작품을써냈고,프리모레비가수용소의참혹가운데서도존엄을지키기위해몸가짐을정결하게했듯이고통속에서도인간됨을잃지않으려는이들의사투는낡고진부하게여겨지는가치들에생명을불어넣는다.패배이후에도다시몸을일으켜쓰고말하고사랑하려는인간들의고집은마침내우리에게도하나의질문을돌려준다.나는어떤인간으로남고싶은가.

기자라는직업을사랑해서낙담했던저자는도처에서슬픔을마주하며또다시낙담하지만,그것은아직자신의삶과세계를단념하지않았기때문이며,많은것을여전히사랑하기때문이다.낙담은삶과세계를다시바라보고,다시쓰고,다시말하게하며,슬픔은인간을더현명한존재로만든다.그저하루치의낙담을하고다음날을다시견디게하는작지만분명한희망,인간과세계에대한믿음의조각들이어떻게지켜지는지우리는이책에서목격하게된다.그렇게저자는우리에게조용히,그러나뜨겁게말을건네는듯하다.세상에는여전히울일이많지만,슬픔이우리를더현명한존재로만들어줄것이라고.인간은잘살고싶어서비관하고,낙담한다는것은결국생을사랑하고있다는증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