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나를 지나간다 (정영한 시집)

고요가 나를 지나간다 (정영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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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영한 시집
말을 덜어낸 자리에서 돋아난 시詩의 숨
『고요가 나를 지나간다』

정영한 시인의 첫 시집 『고요가 나를 지나간다』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오랜 침묵과 관조 끝에 조심스럽게 세상에 건네는 정영한 시인의 첫 호흡이다. 시인은 '시는 더하는 작업이 아니라, 말을 버리고 지워내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욕망의 언어와 꾸밈의 수사를 하나씩 덜어내며, 비워진 자리에만 고일 수 있는 진실의 감각을 기다렸다.
이 첫 시집에서 고요는 침묵이 아니다. 완전히 들리지 않는 그 '틈', 말과 말 사이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감각의 공간이 된다. 그리하여 정영한의 시는 설명하지 않고 머문다. 말이 멈춘 자리에서 사람의 숨과 나무의 결, 바람의 흔들림과 시간의 마찰음을 듣는다. 결국 시인은 언어 이전의 언어를 받아 적는 기록자가 되어, 세계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정영한의 시는 특별한 사건을 호출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일상의 미세한 순간들 앞에서 걸음을 늦춘다. 그의 시선은 마지막에 다다르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오래 바라보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붙들린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고요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한 울림으로 남는다.
또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상처를 드러내기보다, 상처가 삶의 무늬로 바뀌는 시간을 견딘 흔적에 가깝다. 관계 속에서 닳고 닳아 둥글어진 말들, 고통 위에 이끼처럼 내려앉은 침묵이 조용한 울림으로 남는다. 첫 시집이기에 가능한 성찰의 깊이와 절제된 태도는, 시인이 오랫동안 시 앞에 머물러 왔음을 증명한다.
정영한 시인의 첫 시집 『고요가 나를 지나간다』는 독자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기보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게 한다. 소란한 세상 속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머무는 경험, 말이 되기 전의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시간. 이 첫 시집은 독자에게 '한 줄의 고요'가 되어 조용히 다가온다.
저자

정영한

현,정진세림회계법인회계사·세무사

목차

시인의말

제1부그리움은이끼처럼자란다
동백冬柏과수국水菊/구기터널/너와의거리/아버지의포도와포도그림/상견례/술잔/야구장에서/저녁의이유理由/그리움은이끼처럼자란다/사랑의변주곡/머문것들에대하여/설렘/모나리자에게구애求愛/나뉠수없는두그림자의서書

제2부뿌리는답보다먼저있었으므로
비자榧子나무/그곳,곶자왈에는/백록담白鹿潭과산방산山房山/큰바람,무우꽃그리고그리움/툇마루아래,고양이들/가파도/고래/민들레_바람이머물던자리/자라[鱉]/사라지는것들에대한애도哀悼와남아있는것들에대한경의敬意/바다거북과비닐봉지/못생긴나무가산山을지킨다/빈컵/저녁의빗살무늬/비의무늬는검은종소리/붉은열매

제3부침묵속에서말을빚다
​아흔아홉번째시/얼굴(PERSONA)/중얼거림/우리는타인의욕망을욕망한다/자기로부터의혁명/나는다시,숨을쉰다_권태/여름_태양아래존재하는형이상학/여름,그눅눅함에대하여/자아自我/자정子正의식물/무당이라는이름으로/우주宇宙,고독/기억은별로쓰여있다/화성火星에서시를쓰다/시詩를위하여/이끼는기억이다/투명인간

제4부지나간길에이름을남기다
선線/회계감사(Audit)/흙과물로세상만들기/기찻길/발걸음세기_카운팅/먼길앞에서/소리없이스며드는고요한하루_“행복은언제나여기에있다”/브리즈번,새로운날의노래/다섯개의다리/바늘과테이프/시드니,바람의뒤편에서/사랑_그자리에머문것/시드니에서아침을/시계_새삶스러움/소리와시간과무관심과그리고비[雨]

​​제5부상처위에피다
상처/국밥한그릇/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담배/북어/다락방/부조리不條理/포기抛棄/목마름/디지털신천지/수릿날[端午]/희망/창없는방/햇볕은뜨거운데그늘은춥다/어처구니의초상肖像/탐욕과위선_돼지/

해설살구꽃과구기터널|최지안(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