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스터리가도달한새로운감각,
본격미스터리의정교한성취!
2025년제19회황금펜상수상
박건우,<교수대위의까마귀>
“나는마지막으로고개를돌려쳐다보았다.모든것이변질된공간속에서,유일하게변하지않은것이하나있었다.그새까맣고공허한눈동자를나는가만히바라보았다.…교수대위의까마귀는여전히이모든순간을조용히내려다보고있었다.”
―본문중에서
“최근에한국에서보기드문,섬세하게조립된본격미스터리의진수를보여주었다.”
―심사평
1985년에제정된한국추리문학상은그해한국추리문학을결산하는장으로자리매김해왔으며,성장을견인하는중심축이되어왔다.특히2007년부터신설된‘황금펜상’은작가적역량과완성도를보여준단편들을선정하여수상작과우수작을뽑아눈밝은독자들에게한국추리문학의새로운방향을제시하고있다.
이번황금펜상은2024년11월부터2025년10월까지문예지와단행본에발표된단편추리소설들을대상으로심사했다.《계간미스터리》편집위원김재희,송시우,조동신,홍선주,홍성호,황세연의예심을거쳐추리문학평론가백휴,박광규와장르문학비평가박인성이본심을진행했다.2025제19회황금펜상은박건우의〈교수대위의까마귀〉가선정되었다.전시회개장을앞둔미술관설비점검에나선현수는우연히전시회에참가하는아티스트와그의지인들을만나작품을살펴본다.함께전시영상을관람하던중,‘교수대위의까마귀’작품이놓인방에서잠들었던누군가가사라지고,교수대위의까마귀모형이새까맣고공허한눈동자로사람들을내려다본다.
“혹시‘교수대위의까치’라는그림을아십니까?(…)16세기네덜란드화가피터르브뤼헐의유작입니다.보시다시피그림가운데에교수대가있고그주변에서사람들이춤을추고있죠?그리고그광경을교수대위에내려앉은까치한마리가유유히내려다보고있고요.
관점에따라정치적인의미니시대상이니하는해설이붙지만,저는이그림의아이러니에초점을맞췄습니다.섬뜩한교수대와그아래에서춤추는사람들이라니.굉장히역설적이지않나요?”
―본문중
이작품은최근까지한국에서보기힘들었던본격미스터리의진수를보여주는작품으로,골수팬을만족시킬정도로장르적관습을충실하게따르면서도장르에익숙하지않은독자들이읽기에도몰입이충분히가능한영리한작품이다.미술관을효과적으로활용한살인사건트릭,촘촘하게연결된전체사건과해결의방식등이그동안독자들이기다렸던장르적쾌감을선사한다.
올해는다소이례적이라고할만큼많은편수의본격미스터리작품들이수록되었다.본격미스터리에대한작가들의진지한시도가늘어났으며,본격미스터리가현재한국미스터리문학장의주요화두임을알수있다.본격미스터리에대한더욱진지한노력과시도들이발생할때,미스터리문학장에서하위장르의다양성및생태계의지속가능성또한발전할것이다.또한올해는전반적으로작품들의수준이높을뿐아니라,작가들의고심과노력이묻어나는작품이많다.한국미스터리문학을결산하는황금펜상수상작품집을통해결말의여운까지정교하게설계한한국의미스터리를즐기길기쁜마음으로권한다.
지금,한국미스터리의오늘을기록한
가장믿음직한단편미스터리여섯편
박건우<교수대위의까마귀>
“그곳엔교수대가있었다.굵직한나무기둥으로만든위압적인교수대.그러나교수대에매여있어야할올가미매듭이보이지않았다”
본격미스터리로서의진중한승부.장르적관습을충실하게따르면서도이장르에익숙하지않은독자들도효과적으로몰입할수있도록섬세하게조립된,본격미스터리의진수를보여준다.미술관이라는배경을통한살인사건의트릭,촘촘하게연결된전체사건과해결의방식등전체적으로높은완성도를보인다.
박향래<서핑더비어>
“바닥에흥건한황금빛액체,그위에나뒹굴던두사람,연신머리를쓸어올리며119에전화하던아버지의모습만은생생하다.그날의기억은아주이상하고,이상하고,이상했다.”
15년만에내밀한가족의미스터리를파헤치는이야기로수제맥주펍의장소성과그에따른회상의생생함이소설의노스탤지어한분위기를조성한다.미스터리의와이더닛에초점을맞춘작품이지만,자식의시선에서어린시절의기억을반추하며삼촌의죽음과부모의감정을더듬어간다.마침내현재와과거가조응하며‘등잔밑의진실’이드러날때,추억은전혀다른빛깔로변모한다.
조영주<폭염>
“〈기생충〉에이어두번째로대한민국영화가아카데미작품상수상!
머릿속에봉준호감독과어깨동무하고오스카트로피를흔드는광경이둥둥떠다녔다.”
포스트모던한기법과미스터리를결합해만든메타적인이야기로,자신이쓴영화대본의이야기와그대본을둘러싸고일어나는혼란스러운주인공의현실인식이맞물려발생하는사건과진실의추적이흥미로운독서의재미를준다.‘신뢰할수없는서술자’를적극적으로활용한서술트릭이흥미롭고,작가자신의필명을등장시켜무엇이진실이고허구인지마지막까지긴장을놓지못하게한다.
박소해<부부의정원>
“알리바이를파괴하는것만으로는부족해.부순다음에는모조리헐어버려야지.용의자가더이상비벼볼건덕지가없음을깨닫고완전히항복하게.”
일반적인미스터리문법에서벗어나용의자인남편을심문하는과정에서배후의진실이드러나고그사회적인메시지가파급되는과정을다룬다.내밀한가족의미스터리를파헤치는〈서핑더비어〉와다른결의작품이라할수있다.특히가장사적인부부관계의진실이공적인형태의사회적메시지로확장되는과정에서미스터리라는문법이개입하는방식의소설적구성이독특하다.일견도메스틱스릴러처럼보였던작품이사회파미스터리로변모하는과정이흥미롭다.
김아직〈길로길로가다가〉
“이건소설이아니라실제사건이야.사건은추리가아니라증거로설명하는거야.”
마지막까지수상을놓고경합을벌였던작품으로,미스터리장르에서익숙한‘동요살인’이라는장치를활용해효과적이고편의적인전개를큰거부감없이해냈다.특히다소작위적일수있는설정을한국적인배경의시골마을과효과적으로연결했으며,소녀탐정과시골마을순경사이에서발생하는버디물로서의개성역시도읽는맛을더하고있다.이야기적인매력과미스터리장르에대한익숙함을통해서전체사건을읽어나가게만드는몰입감이탁월한작품이다.
한새마<1300℃의밀실〉
“하,밀실살인요?이분이추리소설을너무많이읽으셨나?이젠아예추리소설을쓰시고있네요.”
“네,맞아요.전사실기자가아니라소설가입니다.”
제목과소재의측면에서강조되듯이밀실미스터리를의도적으로강조한다는점에서도그렇지만본격미스터리로서의전략을잘고려한작품이다.작가가뿌려놓은‘레드허링’에코를박고쫓아가며자신의예측을신뢰했다가,뒤통수를맞는순간무릎을칠수밖에없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