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양장)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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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백가흠 소설가의 신작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다섯 권의 단편집과 짧은 소설집 한 권, 네 권의 장편을 발표한 등단 25년 차 성실한 소설가 백가흠. 2000년대 이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독보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자 “우리를 향한 괴로운 질문”(차미령 문학평론가)이 된 그다.

그는 “깊고 어두운 곳에 잠겨본 손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로 “삶 너머가 아니라 삶이 심연이라는 것을”(이원 시인) 보여주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소설가로서 백가흠의 근원에 자리한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작가로서 금기 없는 상상력은 과거와 미래, 어제와 망각을 산문 속 인간 백가흠의 삶과 교차시키며 독특한 서정의 무늬를 문장에 새긴다.
저자

백가흠

저자:백가흠
200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광어〉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귀뚜라미가온다》《조대리의트렁크》《힌트는도련님》《사십사四十四》《같았다》,장편소설《나프탈렌》《향》《마담뺑덕》,짧은소설《그리스는달랐다》,산문집《느네아버지방에서운다》《왜글은쓴다고해가지고》등이있다.
현재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작가의말005

1부나는작가가안됐으면목수가되려고했다
사랑하기때문에,쓴다012
누가나인가026
그저그런,촌놈콤플렉스031
춘천,그녀들035
왜쓰는가?044
그보다어떤‘감’049
나는똥인가작가인가061
첫문장이찾아오기까지066
문학에서시작된행복지론071
표절에대한단상075
문학잡지도그저잡지라는것080
배추벌레잡던할머니094
어제,포도나무가내게102

2부책은책으로말하고소설은소설로살아가는
콜레라시대의마감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내슬픈창녀들의추억』114
늙지않는소설―최인석,『구렁이들의집』121
세상의바깥에서지켜보는관대함―나쓰메소세키,『도련님』128
고무줄의싱싱함과느슨함사이의신화(神話),아니인화(人話)
―김민정,『그녀가처음,느끼기시작했다』141
결코,가볍지않은나날들―제임스설터,『가벼운나날』146
고통이신을창조했다―김은국,『순교자』153
히데를기다리며백민석을읽는다
―백민석,『장원의심부름꾼소년』159
‘이별의재구성’하여‘이별의재구성’
―안현미,『이별의재구성』165
이젠,더이상―레몽장,『카페여주인』170
참회와속죄사이―이안맥큐언,『속죄』175
한시절의부름을받는―조경란,『식빵굽는시간』180
사랑과열정사이,그가서있다
―조용호,『여기가끝이라면―조용호의나마스테』188
신화의숲에남은위험한나무―이응준,『무정한짐승의연애』195
눈물의의미―곽수인외39인,『엄마.나야.』20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비루한환경과사회에서자꾸만내몰리며고통받는그들을내가구원할수는없지만소설안에서그들의삶을되살릴수는있다고믿는다.독자들이내게종종화까지내면서묻는다.그렇게인물들을비극적인상황에던져놓기만하면어떡하냐고.솔직하게말하면나는‘타인의고통’에대해대안을심각하게생각해본적이없다.그것은내일이아니기때문이다.때론흥분하고분노하지만,또어떠한대안에동조하지만그것을창조해내는일은내것이아님이다.그것은정치와법,시스템의몫이다.문학으로는,글로는,소설로는아무런대안을그려놓을수가없다.사람들을구원할수가없다.본디,문학이라는것이온통질문으로만채워진까닭이다.
---「춘천,그녀들」중에서

‘소설은과거의문법이다.’나는이문장을오랫동안믿어왔고그진의가무엇인지는정확히확인하지않은채여러곳을전전하며떠들어왔다.저단순한명제가소설을쓰고읽는데가장중요한점이라는것에어느정도확신이있었으니그랬을것이다.이는소설이란작업은,멈추고일단락된시간이‘영원’으로가는길을그리는작업이라고믿었기때문이었다.마무리되었으나진정으로‘영원’의시간대에올라탄소설이라니이얼마나멋진가.이것은역사성과사회적인성격으로서의소설을믿어왔다는말이다.그소신은여전히변함없으나조금더근사한일들도있음을알게되었다.그것은바로시가가진현재성과현장성을발견하고부터이다.
---「그보다어떤‘감’」중에서

어느날선생님이그릇에음식을담아식당으로내려왔다.“밥먹는데신경쓰일까잘안내려오는데,단지를헐다꼭먹이고싶어서……”선생님이들고있던쟁반에는각종짠지들이얹혀있었다.무짠지,고춧잎,콩잎등등.“밥은입에맞나몰라항상걱정이고,어쨌거나편안하게맘편하게있다가세요.여서뭘많은걸하려고하지말고그저푹잘쉬고일은돌아가서해도되고.하이튼여기서는아무것도안하고잘먹고잘쉬고가면돼요.그게바람뿐이고……”선생님이쟁반을식탁에내려놓고수줍게웃었다.선생님이내려놓은짠지,정말짠했다.
---「배추벌레잡던할머니」중에서

부지런히돌을줍고옮기는사람들을알고있다.생각보다그런사람들이주변에꽤많다.강원도에서주운돌을그리스해변으로옮겨놓거나샌프란시스코에서어렵게돌을들고와서전라북도익산시황등면에버리는사람들.내게문학의어제는무엇이었냐고묻는다면,쓸모없어보이는일을사랑하는사람들,조용히‘돌을나르는사람들’에관한개인사라고얘기하겠다.돌을나르는일은아무런의미가없을지도모른다.그러하면또어떠한가.무의미또한다른하나의의미로남게되는것.그런게문학아닌가.문학은결국이쪽에있는돌을저쪽으로옮겨놓는일.의미를만들면찾을수있고,없어도상관없는그런일,이런저런생각없이돌을열심히나르고버리는일,말하자면돌을나르는숙명을저버리지않는것.
---「어제,포도나무가내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