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 모호 4

이야기의 끝 - 모호 4

$18.50
Description
스러져간 사랑, 오랜 시간 후 이를 재구성하려는 소설가
기억과 상실, 열정과 환멸에 대한 놀랍도록 상세한 해부도
“처음에는 단순히 짧은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긴 분량의 소설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과 내력을 빠짐없이 써내고 싶었다.”

『이야기의 끝』의 이름 없는 화자는 오래전 지나간 연애에 대한 기억을 소설로 재구성하려 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매번 불확실한 스케치에 그치고 끝끝내 과거와 착각은 분간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복원하려는 글쓰기, 이 두 가지 궤적은 서로 얽혀들며 기억이 어떻게 지나간 사랑의 고통스러운 지형을 보존하고 변형하는지를 그린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짧은 ‘이야기(story)’ 형식으로 독창적인 목소리를 보여주며 미국 문단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 작가이다. 『이야기의 끝』은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원래 이 소설을 짧은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형식을 확장한 사례로 언급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기존에 짧은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었던 특유의 따끔한 유머와 간결한 문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편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저자

리디아데이비스

저자:리디아데이비스
작가,번역가.1947년미국매사추세츠주노샘프턴에서태어났다.독창적이고대담한글쓰기를통해자신만의문학적영역을공고히하고있다.『분석하다』『거의없는기억』『새뮤얼존슨은분개한다』『불안의변이』『우리의이방인들』『못해그리고안할거야』등의작품집을냈고장편소설『이야기의끝』과두권의산문집을냈다.플로베르,프루스트,블랑쇼등여러프랑스작가의작품을영어로옮겼다.2013년에맨부커상을수상했다.

역자:송원경
대학에서인문예술을,대학원에서비교문학을공부했다.고양이두마리,개세마리와함께살고있다.알수없는말의흐름을좋아하며그것을우리말로옮기는건더좋아한다.

출판사 서평

미국문단의독보적존재리디아데이비스의유일한장편소설

리디아데이비스는한인터뷰에서『이야기의끝』의집필과정에대해이야기하며본래이작품을긴소설이아닌짧은이야기로구상했다고밝힌다.그러나이내데이비스는자신이그모든것,이야기속인물이보고느꼈을그모든것에사로잡혔고그것을쓸수밖에없었다고말한다.
『이야기의끝』은지나간사랑을회고하는화자의목소리를담고있다.화자는번역가이자소설가로과거만났던연인과의기억을소설로재구성하려한다.이때화자는사건하나하나의세부요소와상대방을이루는아주사소한것까지도빠트리지않고있었던그대로소설에담는다.마치지나간시간을쓰는행위를통해서그시간을다시살아내고보존하려는듯화자의글쓰기는집착적으로오랜시간이어진다.
소설의이야기는두가지층위로전개된다.첫번째층위는작중소설가인화자의회고를통해전개되는과거의이야기로일종의연애소설의형태를띤다.두번째층위는이연애소설을쓰려는소설가화자의이야기를담으며그소설의창작과정을그대로드러낸다.소설은이렇게실패로끝난사랑을이야기하다가또그사랑을소설로재구성하는과정자체를이야기하며두층위를넘나든다.
이러한독특한형식덕분에소설은줄곧과거에실패한사랑을이야기하면서도결코감상적인태도에빠지지않고그과정을매우명철하고도설득력있게묘사한다.소설속에서사랑의시작혹은끝이라는강렬한경험속에놓인주체와그것이모두지나간뒤그밖에서그것을차분히회고하는화자의시선이교차한다.이과정에서과거의경험과현재의인식은뒤섞이며차분하고이성적인현재의시선이과거의강렬한순간을다시체험하는듯하다.그결과『이야기의끝』은실패로끝난사랑을이성적이면서도동시에생생하게재현하는데에성공한다.

*

이야기가쓰이는과정을고스란히담고있는독특한형식으로말미암아소설은독자로하여금이야기를만드는과정에참여시키며다양한기억의가능성을탐구한다.소설은소설속화자가쓰고있는이야기의‘끝’과함께시작한다.화자가마지막으로‘그’를봤던기억,시간이지난후여행중‘그’의주소지까지찾아갔다가허탕을친후‘그’를찾기를그만두기로결심한기억등,이야기의잠재적인끝을서술하며시작된소설은전개과정내내다양한‘끝’을의식하고묘사하고드러낸다.

그가나를떠난후,시작은이후찾아올무수히많은행복의처음만이아니라끝역시의미하게되었다.우리가사람들과함께앉아있던그날저녁,나를거의알지못하던그가내게몸을기울여속삭이던공간의공기에까지이미끝이퍼져들어가있던것처럼.그공간의벽이이미끝으로만들어져있던것처럼.(31~32쪽)

동시에화자는쉽사리어떤결말에도달하지않고기억을더듬으며있을수있었던다양한가능성의세계를펼친다.소설에는‘어쩌면’‘~도모른다’‘~이었을것이다’같은,사태를짐작하면서도완벽한결정은미루고모든것을잠재적인상태로놔두는문장이끊임없이등장한다.어떤경우에는위와같은형태의문장이연이어등장하며일어났거나일어나지않았던,어쩌면일어날수있었던무수한일들이동시에펼쳐진다.그렇게화자는독자와함께밑도끝도없는‘심연’을,“존재하는모든가능성의심연”을내려다본다(‘옮긴이의말’중에서).그의글에서있었던것과있을수있었던모든것은하나의이야기안에머물고이야기는한없이길어진다.끝을끊임없이의식하는동시에스스로의끝은부단히유보하는글쓰기,이처럼『이야기의끝』은현재와과거의구분너머여러가능성의세계를넘나들며지나간사랑의고통스러운지형을보존하고또변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