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쓰기 - 날짜 없는 일기 1 (양장)

내가 없는 쓰기 - 날짜 없는 일기 1 (양장)

$20.34
Description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린 언어의 편린들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
출판사 난다에서 시인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1권 『내가 없는 쓰기』를 출간한다. 난다에서 시로 향하되 시가 아닌 자리를 엿보는 난다의 새 시리즈 ‘詩란’ 첫 권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을 향후 매년 출간될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로 새롭게 단장하여 2권 2023년의 일기 『정적과 소음』과 함께 내놓는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비교적 규칙적으로 하루에 몇 줄, 한 단락을 넘지 않게 아주 조금씩 써내려간 『내가 없는 쓰기』는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렸을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책머리에」)이다. 이수명은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시공간과 일상, 사물과 현상을 이리저리 스케치해나가며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 했다고 말한다. 이수명은 의도적으로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쓰기, 자유롭고 흘러가기로서의 쓰기를 매 장면에서 실천하려 한다. 글이 형체를 이루거나 시처럼 이미지가 형성되려고 하면 그 지점에서 돌아나와 느슨한 호흡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수명에 따르면 이는 글을 미결 상태로 두는 것이고 평등하고 사소한 직시를 통해 잠재적인 방향의 넓이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는 바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쓰기, 기다림과 두려움으로부터 놓여나는 멀어지기이다. 이수명은 쓰기로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호흡한다(2022년 1월 일기 7, 21쪽). 그것은 겨울나무의 마른 가지들을 연결하고 따로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나무들을 연결해 전체를 보려는 마음, 그럼으로써 나무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2022년 1월 일기 14, 31쪽). 규칙적이고 단순한 생활 속에서 시도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시도를 덧붙이는 모순은 세계 내 존재들이 무의 지평선 아래 잠겨 있다고 느끼게 한다(2022년 5월 일기 8, 119~120쪽).

내가 쓴 모든 글이 완전히 낯설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어떤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것처럼 내 글을 처음 만나고 싶다. 나는 나를 만나고 싶다. 이 불가능이 가능해지도록 한 글자 한 글자 끄적거린다. (2022년 8월 일기 4, 177쪽)
저자

이수명

저자:이수명
1994년『작가세계』를통해등단했다.시집『새로운오독이거리를메웠다』『왜가리는왜가리놀이를한다』『붉은담장의커브』『고양이비디오를보는고양이』『언제나너무많은비들』『마치』『물류창고』『도시가스』,산문집『나는칠성슈퍼를보았다』『정적과소음』,연구서『김구용과한국현대시』,평론집『공습의시대』,시론집『횡단』『표면의시학』,번역서『낭만주의』『라캉』『데리다』『조이스』등이있다.박인환문학상,현대시작품상,노작문학상,이상시문학상,김춘수시문학상,청마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005

1월013
2월035
3월057
4월079
5월103
6월125
7월147
8월171
9월193
10월217
11월239
12월261

출판사 서평

시를쓰는사람이맞닥뜨린언어의편린들
문학의반대편으로나아가는날것의글쓰기

1.
출판사난다에서시인이수명의‘날짜없는일기’1권『내가없는쓰기』를출간한다.난다에서시로향하되시가아닌자리를엿보는난다의새시리즈‘詩란’첫권으로먼저선보인바있다.이책을향후매년출간될이수명의‘날짜없는일기’시리즈로새롭게단장하여2권2023년의일기『정적과소음』과함께내놓는다.2022년1월부터12월까지비교적규칙적으로하루에몇줄,한단락을넘지않게아주조금씩써내려간『내가없는쓰기』는“시를쓰는사람이맞닥뜨렸을언어의편린들을주워올린일종의문학일기”(「책머리에」)이다.이수명은시에대한생각옆에무심하게펼쳐진시공간과일상,사물과현상을이리저리스케치해나가며문학과문학아닌것의경계,시어와시어아닌것의차이가흐려지는순간을포착해보려했다고말한다.이수명은의도적으로문학적외관을갖추지않은쓰기,자유롭고흘러가기로서의쓰기를매장면에서실천하려한다.글이형체를이루거나시처럼이미지가형성되려고하면그지점에서돌아나와느슨한호흡을유지하는식이다.이수명에따르면이는글을미결상태로두는것이고평등하고사소한직시를통해잠재적인방향의넓이를떠올리는것이다.이는바라는것으로부터자유로워지는쓰기,기다림과두려움으로부터놓여나는멀어지기이다.이수명은쓰기로틈을만들고그틈으로호흡한다(2022년1월일기7,21쪽).그것은겨울나무의마른가지들을연결하고따로떨어져움직이지않는나무들을연결해전체를보려는마음,그럼으로써나무로부터떠나고자하는시도를가만히들여다보게한다(2022년1월일기14,31쪽).규칙적이고단순한생활속에서시도로부터자유롭기위해시도를덧붙이는모순은세계내존재들이무의지평선아래잠겨있다고느끼게한다(2022년5월일기8,119~120쪽).

내가쓴모든글이완전히낯설어지는순간을기다리며현재를살고있는것일까.모르는어떤작가의글을처음읽는것처럼내글을처음만나고싶다.나는나를만나고싶다.이불가능이가능해지도록한글자한글자끄적거린다.(2022년8월일기4,177쪽)

2.
써지지않으면써지지않는다고쓴다.아무일도없으면아무일도없다고쓴다.“시를쓰는일은여전히이상”하다고,“오래안되다가되기도한다”고쓴다(16쪽).그저떠오르는대로쓴다는의미는아니다.오직씀으로만나아갈수있는곳이있고,씀으로만해방되는순간이있기때문이다.“슬픔이라는말로슬픔을붙잡고”“슬픔을지나갈수있”게되듯이(280쪽).분명한것은이모든쓰기를묵묵히,“글은기다려준다”(137쪽)는점이다.
끝끝내닿을수없고장악할수도없는사물의세계,혹은의식바깥의영역으로향하는시인에게쓰기는정답을위한열쇠가아니며,다만처음부터잠긴적없는문을여는일이다.시는자유를위한수단이아니라수단과목적모두로부터벗어나는연습일뿐이다.그렇게끊임없이씀으로써,무엇도남기지않고마침내남지않는곳으로시인은간다.

기다리지않고,바라지않고,뒤돌아서나는쓴다.향하지않는다.쓰는것은바라는것으로부터자유로워지는것이다.자유로워지기를바라는것이아니다.쓰는동안나는기다림과두려움으로부터조금놓여난다.쓰면서기다림과두려움과그비슷한것들,그것들을역전한것들에서한걸음떨어진다.쓰기는멀어지기다.틈을만드는것이다.그틈으로호흡한다.
기다리지않고쓴다.무엇인지모른채쓴다.의식의결락이일어난다.(2022년1월일기7,21쪽)

3.
그간의빼어난시집들이시의내부,시쓰기의여정이었다면이번‘날짜없는일기’를통해서는시의밖이자시의주변,어쩌면시의이전부터시의이후까지를포괄하는‘쓰기’의영역을시도한다.매일씀으로써매일을낚아채는것,하루라는우연앞에서“우연을기다리고,우연을알아보고,우연을낚아채”며마침내“우연을만들줄도알”게되는것(151쪽).그렇게시인은오늘이라는우연을만나남김없이쓰고,다음오늘을만나러,다음오늘을만들어건너갈것이다.이전시집과다음시집,지금까지의시인과다음의시인,그사이를잇는다리이자건넌뒤엔미련없이털어낼사다리와같은쓰기.시인이수명의이새로운쓰기는이후로도이어질예정이니,그첫머리를두고『내가없는쓰기』라이름한연유또한그에짐작해본다.

시집을낼때마다더쓸것이남아있지않다는생각을한다.하지만남김없이털어낸듯해도다음시집이이어진다.다음시집을내는것은지금의내가아니라다음시인일것이다.나는계속다음시인이될수있을까.(32쪽)

이수명의‘날짜없는일기’시리즈

시를쓰는사람이맞닥뜨린언어의편린들을주워올린일종의문학일기.1년동안쓴일기를한권에묶고날짜를쓰지않고월별로만장을나누었다.문학화시킬필요가없는평평한순간들에대한기록,문학의반대편으로나아가는날것의글쓰기이자어떠한의미도들어서지않는평이한순간을유지하려는시도이다.시인이수명은시에대한생각옆에무심하게펼쳐진시공간과일상,사물과현상을이리저리스케치해나가며문학과문학아닌것의경계,시어와시어아닌것의차이가흐려지는순간을포착해보려한다.

책속에서

두가지의고립이있다.먼저대상에닿지못하는고립이다.그무엇에도.나는이꽃에연결되지못하고저구름에이르지못한다.어떤좁혀지지않는거리가있어,그거리로나는숨쉰다.본다.움직인다.나는지금이질성이다.연결되지못하는지점이다.걸어다니는분리다.먼지처럼천천히떠돌다가결국다시오늘의고립으로돌아오고,그러나나보다고립이먼저라서나는고립속으로흡수된다.나는고립의한형태다.고립의한이미지다.
나는또한나와연결되지않는다.나를말하지않는다.시는내가없는쓰기다.나를물리치면서시는나로부터멀어진지점을표시한것이다.그것은성찰을그만두고나의가정된자아를지나고립을실현한다.내가쓰는시는나에게,또그무엇에게닿으려는현기증나는시도가아니다.닿지못함의허락이요,유골이다.그러나이닿지못함은닿음의순간으로만날카롭게감지된다는데시의난처함이있다.시는닿지못한채도달하는불가능한순간이다.
_2022년4월일기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