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저자:이수명 1994년『작가세계』를통해등단했다.시집『새로운오독이거리를메웠다』『왜가리는왜가리놀이를한다』『붉은담장의커브』『고양이비디오를보는고양이』『언제나너무많은비들』『마치』『물류창고』『도시가스』,산문집『나는칠성슈퍼를보았다』『정적과소음』,연구서『김구용과한국현대시』,평론집『공습의시대』,시론집『횡단』『표면의시학』,번역서『낭만주의』『라캉』『데리다』『조이스』등이있다.박인환문학상,현대시작품상,노작문학상,이상시문학상,김춘수시문학상,청마문학상을수상했다.
책머리에0051월0132월0293월0474월0675월0876월1077월1238월1439월16510월18511월20712월225
책속에서비가오려는지잔뜩흐린날이다.대기가숨을죽이고고요가감돈다.대기가숨을죽이면모두가숨을죽인다.지금눈앞에보이지않는다른곳에서도이러한고요를따르는것같다.모두숨을죽이고고요를함께바라본다.갑자기정적이깨지는한순간을생각해본다.비가한두방울후드득거리며창문에떨어지거나주차장으로들어가는자동차의엔진소리,휴대폰의알람소리,이런소리가가라앉은기운을흔들고아주얕고도보잘것없는소음이무거운것을잊게만든다.생활이다.생활이고요를깨뜨리는순간을따르면서한없는침묵속에빠져들지않고지낸것일테다.생활은생활을보게한다.생활로향하며우리가바로소음이라는것을보게한다.그러니고요는생활이갑자기멈추는상황일것이다.비가오려고흐려서라기보다는생활이문득멈춰서고요가고인다.나는일어서서수돗물을튼다.물이쏟아지는소리를듣는다.생각난듯이세면대의비누얼룩을지운다.고요를지운다.생활이다._2023년4월일기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