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만든 사람 (양장본 Hardcover)

비로 만든 사람 (양장본 Hardcover)

$19.04
Description
“물이었던 것 같다.
무엇이 우리에게 간격을 주었을까?
비처럼
무엇이 우리를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것일까?”
17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시’에 관한 신용목의 다채로운 고백!
저자

신용목

신용목2000년『작가세계』를통해등단했다.시집『그바람을다걸어야한다』『바람의백만번째어금니』『아무날의도시』『누군가가누군가를부르면내가돌아보았다』『나의끝거창』『비에도착하는사람들은모두제시간에온다』『우연한미래에우리가있어서』,산문집『당신을잊은사람처럼』,장편소설『재』등이있다.육사시문학상젊은시인상,시작문학상,노작문학상,현대시작품상,백석문학상등을수상했다.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장장난감-시는어떻게‘있는’것을‘다시있게’하는가?ㆍㆍㆍ7
2장술-망각속으로던지는시의그물은무엇으로짜는가?ㆍㆍㆍ19
3장달-시가달이라는밤의마개를열고어둠을짜내는방법은무엇인가?ㆍㆍㆍ33
4장비-시간을멈추기위해시가들고있는일시정지표지판은어디서켜지는가?ㆍㆍㆍ51
5장몸-몸이마음의포로라면,시는사랑의전쟁터인가?ㆍㆍㆍ69
6장가을-다섯번째계절을말하기위해시는겨울다음에있는가,여름다음에있는가?ㆍㆍㆍ83
7장비밀-어떤비밀을잠그고있어서시의침묵은천둥보다더큰가?ㆍㆍㆍ97
8장고독-모든이름이고독에입혀놓은무대의상이라면시는어떻게그단추를푸는가?ㆍㆍㆍ101
9장비애-자신을속이지않고알수있는유일한진실을시는어떻게드러내는가?ㆍㆍㆍ115
10장혼돈-삶의질서가죽음으로부터온다면,시의천사는악마의교사인가?ㆍㆍㆍ125
11장미래-‘말해진’곳으로부터도망가기위해시는미래를어떻게사용하는가?ㆍㆍㆍ139
12장생활-시가죽음을포기할수는있지만,생활을포기할수없는이유는무엇인가?ㆍㆍㆍ155
13장환상-시가있어서허락되는것과시가있어서포기되는것은무엇인가?ㆍㆍㆍ167
14장말-언어가잠든공휴일에시의여객선들은어디에떠있는가?ㆍㆍㆍ179
15장자낙스-마음의재난이만든폐허에시의구조대는무엇을타고도착하는가?ㆍㆍㆍ193
16장삐삐롱스타킹-아무도듣지않는말을소용없이외칠때,시의목소리는어디에가닿는가?ㆍㆍㆍ207
17장허수경-세상의모든사랑이시인의몸속으로침몰하는순간은언제인가?ㆍㆍㆍ221

부록N의인터뷰ㆍㆍㆍ221
시인의말ㆍㆍㆍ253

출판사 서평

1.
17가지키워드로풀어낸‘시’에관한신용목의다채로운고백을담은신용목시론『비로만든사람』이출판사난다에서출간되었다.시를이야기하는난다의새로운시리즈‘詩란’2번으로출간되었던이책에이수진화가의작품을더해옷을입히고단행본으로단장해새롭게선보인다.장난감,술,비,가을,비밀,미래,자낙스,삐삐롱스타킹……시인은이글에서열일곱가지의사물과관념들을소환한다.그가이들을통해이야기하는것은물론,오로지,‘시’.각장에부제로따라붙은열일곱개의질문역시모두시를주어로하고있거나시의어떤특성에대해서묻는다(“시는……”“시의침묵은……”“시의그물은……”“시의천사는……”).결국모든질문은,그리고이질문들에뒤따라오는모든문장은시라는정체가모호한,어둠속에서오직윤곽으로만감지되는존재를밝히려는노력인셈이다.
하나시를향하는시인의말은결코시에대한이론이나방법론으로귀결되지않는다.시인에게시는생활과동떨어진채홀로고고한삶을영위하는존재가아니기때문이다.되레시인은시라는프리즘을통해삶을,사랑을,슬픔을이야기한다.시가되든시가되지않든우리가하는모든말이결국삶을향하고있다는것을이야기한다.

드디어시간이흐르고,나는시가삶을구원한다는말을믿지않게되었다.시를쓰지않아도삶을살았지만,삶을살지않는한시를쓸수는없을것이기에.오히려삶이시를구원한다.(10장「혼돈」,136쪽)

2.

삶에대해묻지않는자는죽은자이고,사랑에대해묻지않는자는살인자이다.모든삶은사랑을통해서만가능해지기때문이다.죽거나죽이기때문이다.(8장「고독」,105쪽)

‘삶을살지않는한시를쓸수없다.그러므로삶이시를구원한다.’그렇게시를이야기하는시인의언어는삶을향해간다.그러나그여정속에서시인은결코시를벗어나지않을것이다.시가삶과함께하지않는다면그것은단지화려하지만공허한독백에불과할것이기때문이다.하나의시가우리와진정으로하나가되는과정은우리가그시를잠시내려놓았을때,지속되는삶을통해그시가우리에게준시간이무엇이었는지되묻는그순간(160쪽)에완성되기때문이다.
시인은시가보여주는아름다움은삶과의접촉을통해서이뤄진다고말한다.이때시인이말하는삶은결코화려하지도이상화되지도않은것,단지매일의하루하루가켜켜이쌓이며그윤곽이드러나는‘일상’이다.이‘일상’속에는하루하루의만남이있고이별이있으며,사랑이있고죽음이있다.시인은말한다.“사랑하는이의죽음을겪고도지속되어야하고지속될수밖에없는일상이라면,일상속에는우리가알수없는어떤숭고함이들어있다고믿는편”(13장「환상」,168쪽)이라고.

3.
열일곱개의장과한개의부록으로나뉘는이책을이루는것은그길이도서로상이한여러개의단상이다.시인은한번썼던글을“그냥가져오지않고토막토막잘라왔다”고고백한다(「시인의말」).한장을이루는여러개의단상은기승전결의형태를띠지도않으며선형적이고직관적인논리구조의지배를받지도않는다(물론열여덟개의서로다른장들사이의사정역시이와다르지않다).이렇게사지의이곳저곳이절단된언어를읽어내려가며우리는있던것이없어진자리를더듬는다.없는것이있었던순간을떠올린다.시인의마음이가닿았던지점을우리는환상통을겪는사람처럼통렬하게감각한다.불구의언어라고해야할까.그런데한사람의몸과마음이느낀것을전해야하는언어는탄생하는순간그몸과마음에서벗어남으로써그근본에있어서부터불구였던것은아닐까.시인은태생부터불구였기에불가능에머물렀던언어를외면하지않고그고통스러운이별의순간,언어가찢어지며도려내어지는순간을직시한다.그렇게“영혼이없어서영혼을생각하게하는요리”처럼시를이야기하는곳곳이잘린그의언어를통해우리는말해진것너머에서말해지지않은것,말해질수없는것의존재를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