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다운 : 김수강 사진집 (양장)

그것다운 : 김수강 사진집 (양장)

$45.00
Description
오래도록 바라본 사물들은 이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싶은 그 무엇이 되어
가장 적당한 무게로 바로 거기에 ‘있다’.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사진작가 김수강의 작품집 『그것다운』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외에서 2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번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1997년부터 2024년까지 그가 작업해온 ‘시간’의 모음집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을 잴 수 있겠는가 하면, 가늠이 되겠는가 하면, 애초에 그의 사진에 있어 가리키는 방향에 수(數)는 없었다. 하여 시대별로 나란하게 놓지 않고, 주제별로 가름하여 나누지 않았다. 대신 우연인 듯 필연처럼 그와 마주해온 ‘사물’, 그들 고유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았다. 부르니까 차례가 생겼다.
‘깊고 조용한 아우라를 가지고 그저 거기에 있는 사물들을 오래 느리게 가만히 보는 일’ 그리하여 ‘고요 속 그것들이 마침내 가장 그것다운 모습으로 보이는 순간’을 사진 작업으로 담아온 그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사물들은 ‘깊은 호흡이 주는 몸과 마음의 충만한 현존감’(작업 노트)을 닮아 있기에 시인들, 문인들의 책에 맞춤한 표지로 옷이 되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 작품집에는 그와 호흡을 맞추었거나 작품의 결과 닮은 시인들과 문인들 열일곱 명의 글을 갈피 갈피에 싣고 사진 세계를 보다 풍요롭게 이해하도록 도와줄 박영택 미술평론가, 현혜연 사진학과 교수, 김민정 시인의 리뷰를 실었다.
김수강 작가는 난다 출판사에서 2024년 론칭한 시인들의 에세이, 시의적절 시리즈 열두 달의 얼굴이 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수강 작가의 작품들은 매일 반복되는 듯한 하루에서 작은 새로움을 발견하게 하는 미덕이 있다. 그것은 그가 택한 작업이 갖는 고도의 집중력과 수고로움이 빚어낸 아우라가 아닐까. 박영택, 현혜연에 따르면 김수강 작가는 디지털 프로세스를 마다하고 물감이 섞인 유제를 바르고 마르기를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 19세기 프린트 기법 검 바이크로메이트(Gum Bichromate)를 택해 사물을 형상화한다. 검 프린트는 사진과 판화, 회화의 속성을 두루 가진 매체로 고전적이면서도 수공예적인, 복잡하고 지난한 인내의 과정을 거친 후에 작가가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한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그러한 그의 작업에 맞춤하도록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를 고르는 데에도 고심이 컸다. 본문은 스웨덴의 감성을 담은 두성종이의 문켄폴라를 사용해 자연스러운 질감과 함께 풍부한 볼륨에 작품의 빛깔이 은근히 배어나게 했다. 또한 표지에는 그의 사진이 지닌 독특한 질감을 구현해내고자 삼원 특수지 모던 시티를 사용했다. 돌, 콘크리트, 철강 건축의 3요소를 활용해 현대 도시건축물의 감성을 표현하고자 한 이 종이는 오래된 도시들이 풍화하고 변화하면서 만들어낸 차분하고 세밀한 텍스쳐를 담고 있어 종이 표면을 손으로 쓸어보면 그 건축물의 아름다운 숨결이 이 한 장에 스민 듯한 감동을 준다.

김수강의 사물은 정물의 방향을 가리키지도, 생물의 방향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정물도 생물도 아니다. 사물이다! ‘있음’을 사물이라고 할 때, 오로지 사물, 다만 사물, 아니 그 어떤 부사도 형용사도 거느리지 않는, ‘있음’, 곡선만으로 이루어지는 ‘사물’이다.

김수강의 사물은 열려 있다. 존재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이 방향은 그가 포착한 사물이 모두 우리의 삶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반증이다.
_이원, 「돌은 열려 있다 존재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부분

저자

김수강

저자:김수강
김수강은서울대학교미술대학에서회화를,뉴욕의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에서사진을전공했다.국내외에서23회의개인전을열었고여러번의단체전에참여했다.일상에서자신의주변에있는사물의표정을세심하게읽고들여다보는일을검프린트기법을통하여보여주고있다.MuseumofFineArts(Houston,USA),PhiladelphiaMuseumofArt(Philadelphia,USA),MuseetforFotokunst(Denmark),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대림미술관,국립광주박물관등에작품이소장되어있다.

목차

A7
B11
C51
D79
E83
F89
G95
H105
I109
J113
K117
L121
M125
N133
O141
P145
Q153
R157
S161
T189
U215
W223

복을비는마음함돈균17
과연어떤병의짝이었던걸까요?임유영37
여자는자신을벽에걸어두고유진목49
누출과침묵황인찬59
낙서안희연63
꽃은꽃의얼굴로보자고고명재81
달걀의편에서양안다87
당신대신에슬퍼하지않았고서효인101
세개의라임오은123
기억이속삭여주는이야기유희경143
물한잔을놓고생각하는것이다신용목151
나는길을구겼네신이인159
돌은열려있다존재하지않으려는방향으로이원167
고독하고부드럽고단단한김복희183
깊이우러나다함돈균193
면면김민정207
월동전욱진225
오직하나의얼굴한정원247

REVIEWS
존재를쓰다듬는손박영택250
사물의질서,김수강의작품세계현혜연253
꽃의질문을닮은시김민정258

ARTIST’SNOTE261

출판사 서평

작업노트

내가하는작업은주변에무심히있는것들을들여다보는일이다.별것아닌사물들을깊이,오래,느리게,가만히보는일이다.내생활의한모퉁이에서깊고조용한아우라를가지고그저거기에있는사물들을내가알아채는어느한순간,작업은시작된다.
사진의여러과정을거치면서그것들을보고또보고여러번쓰다듬으면서나는그사물을품은사진속세상을아주천천히이루어나간다.작업을할때의나는그사물들을온몸으로본다고느낀다.길고긴시간동안들여다본그사물들이절대고요속마침내가장그것다운모습으로보일때,그때비로소그이미지는완성된다.

오래도록바라본사물들은이전의그것과는조금다르다싶은그무엇이되어,가장적당한무게로바로거기에‘있다’.가볍지않고,무겁지않다.완성된이미지들을마주할때면나는그사물들을통해최대한천천히온정성을다해숨을들이마시고,또그와같은과정으로내쉰깊은호흡을느낀다.내작업을통해완성된하나의사물은이처럼깊은호흡이주는몸과마음의충만한현존감을닮아있다.

1996년처음이작업을만났을때부터계획한것은아니었지만그로부터지금까지하나의연결된덩어리를만들어가고있다는생각이든다.같은일을매일반복하고있는것처럼보이지만새로운사물을만날때마다나는새로운우주를만난다.시간은흐르고이작업이주는의미를하나씩더해가면서나는이를아주천천히깨달아가고있다.느린걸음으로목적지없는고요한산책을하고있다.

2024년12월
김수강

책속에서

김수강은세상의작은사물들과조우한기억,그만남을사진의갈피안에품는다.그것은일회적인삶의흐름속에서스쳐지나가는그모든것들을안쓰럽게바라보는자의눈망울속에잠긴풍경이다.일상이소요와산책,관찰과느릿한시선들의산책속에서겨우건져올려진것들이다.그풍경은고독하고다소아련하다.
―박영택,「존재를쓰다듬는손」중에서

김수강은성실한작가이다.매일매일천천히거르지않고작업을하며작은삶의가치를꺼내놓는다.작가가보여주는사소한것들의숭고는무엇인가?내가그들혹은작품에서발견하는우주는무엇인가?우리는시간의일부다.김수강의작업은무겁게두텁지도,가볍게얇지도않은적당한두께의시간을쌓아사물을드러낸다.그러한시간가운데존재가있다.
―현혜연,「사물의질서,김수강의작품세계」중에서

사전에없지만땅에는있는길꽃이다
길은얼마나먼가꽃은또얼마나많은가
둘을합하여예에둔것만으로도생이선다



살려는섬이지만부르는자누구일까
향하는방향의각기다름으로
오늘도생은알수없는봄이다



피어났기에생겨났을꽃의이름
그중가장깊이사랑한이가
처음그애칭을떠올렸을것이다

어느계절느린산보의주인이여
묵묵히응시하고있는자여
그때당신은말이있을수가

없다

―김민정,「꽃의질문을닮은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