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인연이우다게 (제주 조천)

다 인연이우다게 (제주 조천)

$16.00
Description
“어디로 가버렸으면
어떻게 할까
올리브유 사러 간다고 했는데

눈물 쓰러 가는 마음은 어디까지 간다고 할 수 없어
올리브유 사러 간다고 했을까

늦여름은 나처럼 개기고 앉아
더운 올리브유를 읍내에서 신안동까지 팔고 있다”


시집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다』의 시인 황학주의 에세이를 난다의 방방곡꼭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펴낸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와 제주 조천에 내려가 머물렀던 시간을 세밀한 문장으로 되새긴 산문과 집 잃은 슬픔의 시를 실었다. “급하면 하나님이 천사를 보낸다”고 했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순간의 소중하고 잔잔한 일상은 아내 정인희(1986~2023)를 잃은 뒤 시인의 가슴에 참혹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어떤 것을 남긴다. 황학주가 아내를 애도하는 시들은 절절한 그의 고통을 조금 완화해줄지 모르지만 슬픔을 씻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거기엔 천사가 다녀간 뒤 남긴 작은 불빛이 있다.
저자

황학주

저자:황학주
1987년시집『사람』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드디어하나님보다』『갈수없는쓸쓸함』『늦게가는것으로길을삼는다』『너무나얇은생의담요』『루시』『저녁의연인들』『노랑꼬리연』『某月某日의별자리』『사랑할때와죽을때』『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가있고그외여러산문집이있다.서울문학대상,문학청춘작품상,서정시학작품상,애지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1부말이울때슬픔이없는사람이어디있으리
귤창고014
말타는관리사017
그대를위한작은기도020
만년(晩年)023
변시지그림에관한단상026
동네술집029
바닷가에작업실구하기033
10월의마지막날037
얼굴이아프다041
서귀포극장에서쓰는편지045
고양이제주살이049
월정리해변에서052
겨울숲054
그날처럼쪽달이뜰때그는어디있을까057

2부인희씨입에서나오는‘여보’라는말이참예쁘네요
새해의산문062
아가,봄이왔다065
예술가068
연인이란음식을서로나누는사이라고했다071
너때문에내가다른기도를못한다074
어느독자에게보내는편지077
당신이무슨꽃인가를뒤따라왔다는생각080
두봉083
비망록:제자들087
에구치히사시090
밤산책093
해무속에서096
처마밑비떨어지는데양하를심었다099
여보,이야기몇개해줘요102
어머니105

3부전생에서부터당신을쫓아온사람
해변의가방파는여인110
모든것을뒤로한외딴집113
내가소장하고있는그림을누가그렸을까117
아내가카페를열었다120
해녀와함께123
곶자왈의전언속으로126
아내의마음이붓질해간저기는128
내가적어준대로다사는거아니에요131
베네치아에서아내가부친편지134
먼곳137
그리고그들을믿어야한다는것140
산귤나무가있는집142
사랑하고사랑해서두생째세생째당신을쫓아갈수있다145
여행자의산문148
나무들은새처럼바람을타며151

4부우리가마주치면왜눈이왔을까요
진달래꽃잎이라도따라하여보려는것이다156
사랑으로변하지않는것은아무것도없다158
오분만160
병꽃나무아래161
사랑,뜻밖이에요162
미망인164
와흘리메밀밭166
살짝발을바퀴밑에밀어넣을때167
사랑의자국(自國)168
외출170
연잎에밥을쌌습니다172
생각한다173
은둔자의집174
당신도생각해보는가176
세상을다살지않았습니다178
나여기있어180
첫눈오는날을결정하는직업182
제주에서계속사나요184
특히나막연한말은누구의목을못조르고186
사랑은여기있으니188
부케만드는노인190
총과노인191
사실과다른행불행192
물통을들고갔다194
여러번물거품같이196
당신을본다197
바다수영장198
함덕해수욕장200
슬픔은집이없고때로망상을걷는다203
제주,그후206
파고208
해변에서210
모두적연히다뤄지고212

출판사 서평

난다의>방방곡꼭<

방방곡꼭01양양이경자양양에는혼자가길권합니다
방방곡꼭02파주김상혁·김잔디파주가아니었다면하지못했을말들
방방곡꼭03제주조천황학주다인연이우다게
방방곡꼭04부산영도
……
시리즈는계속됩니다.

방방곡곡.발음[방방곡꼭].“방방(坊坊)뛰고곡곡(曲曲)걸으며꼭꼭()눌러쓴난다의우리도시이야기.”(시인오은)2014년부터근5년동안산책자의시선으로우리사는데서저마다의‘나’를찾아보자는의도속에선보인난다의‘걸어본다’,이를테면그다음버전이라하겠습니다.그사이우리는얼마나바뀌어버렸는지요.사진도그림도지도도하나없는시리즈라하겠습니다.군더더기없이단순한데서천진함에점딱찍고시작하는시리즈라하겠습니다.

책속에서

종종저녁무렵엔집근처조천바다에나가노을을보지만,잠이일찍깬미명이면월정리해변모래사장을걷는게가장그럴듯하다.오늘은점심약속이있어미리월정리에와넓은먹장구름을이고있는바다를본다.

바다다.바다는내가알고있는모든종교의가장너른제단이다.나는그래서바닷가에오두막을세우고또허물곤했을까.비어있는곳을찾아다니고도리없이길이끊긴곳을찾아가살던젊은날의나는늘짐짝내리는소리를내며끙끙거린것이다.부안,고창,우도,강진,강릉,고흥등지에서내가울지못하고우는시늉만하는것도어디론가가지못하고가는시늉만하는것도바다는다알고있었으며보고있었으리.심지어뉴질랜드나캐나다에서도바닷가마을에살았고틈이나면자주물옆을따라내려갔다멀리서돌아오곤했다.많은입구가모인바다의초입을더욱좋아했고,모든길이드나드는항구를보고싶어했다.오,성전을차리는바다의일몰앞에서묵독이모든것인저녁을사랑했다.육지의모든강이저마다의삶을지고흘러들어와모이는곳에서나의영혼은깨복쟁이소년이되었다물고기의뼈대만싣고한밤중에돌아오는지친노인이되기도했다는것.

아,누가오고있다.병이깊어져서.진통중에바닷가의얕은물속을거닐며.

그럴수만있다면지치고상한그에게물한그릇이라도주고메마른허무감으로늙어가는사람에게파도소리라도되어주고싶지만우리는생각대로살지못하며,사랑하는사람이되지못하고사랑을말하는사람이되어살기쉬우니,무엇인가좀도움이되고싶다는마음은오늘한바닷가에서정처가없다._「월정리해변에서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