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딱 좋은 날

시쓰기 딱 좋은 날

$15.00
Description
2025년 난다의 시의적절, 다시 첫번째 이야기!
시인 정끝별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월의, 1월에 의한, 1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열두 시인의 열두 달 릴레이. 2024년 매월 매일 하나의 이름으로, 365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로 꼭 채워온 시의적절 시리즈가 새해에도 계속된다. 다시 새 마음으로, 새 그릇 새 부대에 가득 채워보는 첫 이름은 정끝별 시인이다. 1월 소한과 대한 사이, 겨울 중에서도 한겨울에 태어난 시인의 이름에 자리한 ‘끝’과 ‘별’. “수억 광년 전에 폭발해 이미 사라진 존재인데 멀리 높게 빛남으로써 어둠 속 지도가 되기도 하는” 것이 별의 운명이라 함에, 모두가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1월의 주인공으로 더할 나위 없기도 하겠다.
저자

정끝별

저자:정끝별
1988년『문학사상』신인상에시로,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평론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자작나무내인생』『흰책』『삼천갑자복사빛』『와락』『은는이가』『봄이고첨이고덤입니다』『모래는뭐래』,그밖에시에관한다양한저서로『패러디시학』『천개의혀를가진시의언어』『파이의시학』『시심전심』『시론』등이있다.유심작품상,소월시문학상,청마문학상,현대시작품상,박인환상등을수상했다.이화여대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작가의말어쩌다시처럼그러니까사랑처럼7

1월1일에세이상자를여는마음11
1월2일시우리집에온곰17
1월3일에세이별과벌,그리고발21
1월4일에세이옛날이야기하나를들려드리겠습니다27
1월5일에세이단짝과단편들33
1월6일에세이나무의미라41
1월7일시눈그림45
1월8일에세이지나가고지나가는49
1월9일시웅크레주름구릉53
1월10일에세이웅크레주름구릉에사는흰센머리쪼글할머니누나57
1월11일시언니야우리는65
1월12일시강그라가르추71
1월13일에세이뽀또가왔다,그리고장비가왔다75
1월14일에세이이제새를노래해도되겠습니까?81
1월15일에세이얼음덩어리를발목에매단채비틀거리며걷던두루미를떠올리며89
1월16일에세이물그림자93
1월17일시누군가는사랑이라하고누군가는사랑이아니라고한다97
1월18일시까치밥은어디에?101
1월19일에세이맑고멀고그리하여쓸쓸한105
1월20일에세이세상에서제일낮은어깨를닮은서귀포돌담117
1월21일에세이전생이나무였을것만같아125
1월22일시함박눈이그렇게백색의점묘화를그리던한밤내131
1월23일에세이내청춘의격렬비열도135
1월24일에세이철길이철길인것은143
1월25일에세이과골삼천?骨三穿,휘리릭147
1월26일에세이유리병에시를모아담는마음으로153
1월27일시고로쇠한철163
1월28일에세이사랑은어떻게오는가167
1월29일에세이우리마음을‘설’게나누는,설날!173
1월30일에세이괜찮아,괜,찮,아,괜찮아179
1월31일에세이2월이오는소리187

출판사 서평

‘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5년에도계속됩니다.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시인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달력이그러해서,스물여덟편담긴2월이있기는합니다.)무엇보다물론,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책속에서

내게밀려오는것들이벅찰때,내게서떠나가는것들이아릴때,떠올려보는장면이기도하다.제소중한걸부려놓고는홀연거두어제습성에맞는곳으로자리바꿈을한,나의너와너와너를풀어내여기두서없이앉혀놓는다.내게잠시머물렀다이만총총사라지는숱한나의너들의목록이랄까.(……)

그렇게너와너와너는나를먼곳으로끌고가고,나는너와너와너를멀리서끌고온다.나를나이게하는오늘의너는,내일떠날내가그토록연연했던어제의사랑이었으니,그래서빠진것처럼,그러나빠져나는것처럼.
_작가의말「어쩌다시처럼그러니까사랑처럼」,9쪽

와락은쏠림이고다급함이다.고스란히감당해야하는밀려옴이다.떠나감이다.와락의순간들이가까스로지금-여기의나를나이게한다.와락안겨오고와락떠나가는것들,와락그립고와락슬픈것들,와락엄습하고와락분출하는것들,와락저편으로이편의나를떠넘겨주는것들,그런물컹하고축축한와락의순간들이밋밋하게되풀이되는이삶을울그락불그락살아내게한다.이되풀이의운명앞에서절망하고전율하는나,그게사랑이었던가?그막막함에숨이막힐때와락터져나오는그것,그게시간이었던가?
_1월5일「단짝과단편들」,35~36쪽

마음은언제나현재형이다.지금을떠난마음은사라져버리기일쑤고,지금마음이과거와미래를잰다.지금불편한마음을지우거나지금마음에이롭게각색해지금마음에담는스스로를발견하고소스라친적있다.망각하기위해애써마음을버리고,불완전한지금을메꾸기위해부러또뭔가를마음에담곤한다.그러니지금을따르는마음이란얼마나불완전하고불안정한것인지.

어차피봄은오고또오는것이라서
그봄에의지해철이들고기어이끝을보기도하는것이라서

봄꽃을위해겨울을나는저앙상한겨울나무가지나간다.흰눈을기다리는저허허벌판이지나간다.구름과비와눈과바람과새들이지나가도록배경이되어주는저하늘도지나가고,낙타에게길을내주는허구한날의사막마저도지나간다.지나가니지나간다.
_1월8일「지나가고지나가는」,52쪽

물그림자를통해보면절벽조차수묵水墨의선처럼부드럽고편안해집니다.축처진채시들어가던나무도물그림자를통해보면물에흠뻑젖은흙내를내며싱그럽습니다.물그림자속에서는모든것이비린냄새를풍기며살아납니다.세상가파르고아픈것들을저리순하게보듬고있으려면저물은얼마나깊은속앓이를했을까요.

그런물그림자는빛이순해지는저물녘의것이제격입니다.물에빛이내려앉아물그림자를피워내듯,세월에기억이쌓여자욱한삶의그림자를피워냅니다.빛에가까울수록그림자의크기는커진다지요?사랑이클수록쌓인기억만큼우리도그렇게그림자를거느리고살아온겁니다.그리움이늘첩첩한까닭입니다.문득그림자의풍경이깊고그윽할수록덜외로운사람이아닐까,생각해봅니다.제그림자에깃들일수있을테니까요.
_1월16일「물그림자」,94~95쪽

그래우리는둘이서

함박눈이한밤의길바닥에
번지는잉크처럼
점점이검은그림자를피웠다사라지는걸보았지

가로등아래서

흰점한점은다다다
흰점만점은더더더
뜨겁게그을린내력위에살그머니내려앉자

금세지워지는한번의생
무슨자서전이길래저리하얗게지우려는붓끝일까

먼데서온

한편의시처럼
그것참행간깊은
_1월22일「함박눈이그렇게백색의점묘화를그리던한밤내」,132~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