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14분 (박세미의 5월 | 반양장)

11시 14분 (박세미의 5월 | 반양장)

$17.00
Description
2025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박세미가 매일매일 그러모은
5월의, 5월에 의한, 5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시의적절 시리즈 가정의 달 5월의 주인공은 시 짓고 건축 쓰는 시인 박세미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이론과 역사, 비평을 공부하고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는 시집 『내가 나일 확률』(문학동네, 2019), 『오늘 사회 발코니』(문학과지성사, 2023), 산문집 『식물스케일』(시간의흐름, 2025)을 출간하며 활발히 활동하며 건축전문지 기자이자 시인으로서 십 년을 시와 건축 두 축에 매달려 살아왔다. 서로 다른 토양을 지닌 두 우물을 파 전문성을 벼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겸손히 고백하는 그이지만 이번 책에서 그는 두 우물에 대한 각각의 사랑과 거리를 지키면서도 짠하고 연결되는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건축 쓰는 박세미는 말한다. 이성과 합리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물리적 세계, 시대의 기술과 자본이라는 양 바퀴를 달고 예술을 향해가는 건축은 세상을 시스템적 측면에서 바라보게 한다고. 건축가가 그리는 선명한 사회적 약속을 통해 휴먼스케일을 훌쩍 뛰어넘는 세계를 조망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시인으로서 시를 지을 때 그는 보이는 것을 질료 삼아 보이지 않던 세계로의 문턱을 넘는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던 관습적인 프레임을 철거하면서 내면의 깊은 절벽 앞에 서 오로지 언어만을 붙잡게 된다고 말이다.(5월 1일) 그것은 우리 모두가 느껴보았을 공간 안에서 흐르는 감정, 바로 자신의 감정이다.(5월 15일)
어쩐지 해맑아야 할 것 같고, 화목해야 할 것 같고,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 5월. 근로자로서, 어린이로서, 딸로서, 제자로서, 지구의 생명체이자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당위와 임무들을 자각하는 달 5월(작가의 말). 그것은 곧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의 곤혹스러움이기도 하다.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 먹고 자고 입기 위해 돈을 버는 것 등등. 동시에 시인은 한국에 살고 있는 삼십대 여성, 평일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근무하는 직장인, 건축전문기자와 같은 사회문화적 맥락이 자신과 맺고 있는 역학관계를 탐구하며 그것이 어떻게 시쓰기와 공존하고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해나간다.(5월 11일) 그것은 물로서 깜깜한 터널을 지나 도시 곳곳으로 흘러들어가 구석구석을 증언하는 일. 샤워기 아래 선 한 사람의 고독이 동전 크기의 하수구로 졸졸 흘러들어가는 가장 사적인 기록이 어떻게 도시를 구멍내는 침묵의 힘이 되는지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5월 6일) 이렇게 삶이 얽히고설켜 현실의 유속에 하염없이 떠내려갈 때 시인은 조감도, 인간이 새의 눈을 빌려 건축을 하고 도시를 설계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스스로 함정에 매몰돼 세계의 질서에서 이탈하려 할 때 시인은 조감의 자리를 찾으려고 애쓴다. 자신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넓은 화각 안에 두면 침착함이 생기고 주변의 객관적인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에. 박세미는 말한다. 이것은 광활한 세계를 직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우주 속의 티끌’이라고 여기게 되는 감각과 다르다고. 도시의 지형, 건물들의 배치와 부피, 도로 체계, 교통 흐름 등을 조감하듯이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들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내 곁의 사람들은 어떻게 포진해 있고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내가 빠진 함정은 어떤 사회문화적 시스템 속에 설치되었는지 가늠해보는 동안 슬픔과 절망이 정확해진다고 말이다.(5월 27일)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마다 자신이 생성된 맥락을 탓해왔다고 고백한다. 이런 곳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친구를 사귀었기 때문에, 이런 부모를 만났기 때문에, 이런 연애를 했기 때문에, 이런 걸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223쪽) 제목인 11시 14분은 박세미가 세상을 향해 첫울음을 터뜨린 시각으로 어머니 홍미숙 여사가 1987년 제작된 노트에 남긴 최초의 기록이다. 자신이 태어난 지 정확히 열두 시간이 지나고 작성된 이 기록을 시인은 엄마가 엄마가 된 지 열두 시간 만에 쓴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탄생은 곧 한 여성이 자기 몸에서 한 존재를 분리시키며 엄마라는 이름을 얻게 된 날이라고 성찰하며 사실 모든 탄생은 두 존재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인은 이 노트를 유년 시절의 일기장보다도 소중히 챙겼다. 그 안에는 ‘고운 마음씨를 갖고, 이쁘게 자라고, 건강하고’ ‘아빠와 엄마는 너를 한없이 사랑해’ 같은 이 세상 대부분의 엄마들이 가졌을 상투적인 사랑 표현이 펼쳐져 있지만 시인은 이제 이 ‘진부한’ 사랑의 열거가 얼마나 가득한 마음의 표현이고 자신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5월 8일) 시인은 달력 위에 서서 한 칸 한 칸 이동할 때마다 생의 궤도가 선명해지고, 그 궤도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마주한 이들로부터 자신이 발견되는 것이 절실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9쪽)
이제 이 책이 있기에 11시 14분, 시인은 다시 탄생할 준비를 한다. 오래 접혀 있었던 하얀 테이블보를 펼치고, 빈 커피잔과 한 송이 꽃이라는 형식을 차려두고. 잠깐 여기, 5월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줄 당신을 기다리며.
저자

박세미

저자:박세미
2014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내가나일확률』『오늘사회발코니』,산문집『식물스케일』이있다.시와건축,두축에매달려산다.건축전문출판사인도미노프레스를운영중이다.

목차


작가의말5월의테이블7

5월1일에세이시짓고건축쓰고11
5월2일시아사나를향하여17
5월3일단상나의얼굴찾기21
5월4일시인터뷰어31
5월5일인터뷰5월은오은:주황소년의기도33
5월6일시물의공사45
5월7일단상자세히보기49
5월8일에세이11시14분59
5월9일인터뷰아름다움의기능,그리고생활:플랏엠67
5월10일시임차인81
5월11일에세이다만나는오늘의새로운맥락이된다183
5월12일시들과창고사이에서95
5월13일인터뷰채우고비우는,어둡고밝은,작고큰:아르99
5월14일시와시작노트빛나는나의돌113
5월15일에세이미완성교향곡119
5월16일시각자의것은각자가127
5월17일에세이창문이주는여지131
5월18일시비극의위치135
5월19일에세이춤이아닌것으로춤을불러보는시들139
5월20일시밀푀유147
5월21일에세이알의기원151
5월22일시돌과이끼163
5월23일편지성실한손이형성한고요한끓어오름167
5월24일에세이당분간먼곳의산책로179
5월25일시몽상191
5월26일인터뷰존재의최저치에서발화하는시195
5월27일에세이다만나는오늘의새로운맥락이된다2215
5월28일편지길종상가관리인에게225
5월29일시넓은경계보이지않는235
5월30일인터뷰늪에다리가붙들렸으나새의다리를붙잡은사람에게239
5월31일에세이여섯번째생일을맞은『내가나일확률』에게255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2025년난다의시의적절,그다섯번째이야기!
시인박세미가매일매일그러모은
5월의,5월에의한,5월을위한
단한권의읽을거리

시의적절시리즈가정의달5월의주인공은시짓고건축쓰는시인박세미다.대학과대학원에서건축이론과역사,비평을공부하고2014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문단에나왔다.그는시집『내가나일확률』(문학동네,2019),『오늘사회발코니』(문학과지성사,2023),산문집『식물스케일』(시간의흐름,2025)을출간하며활발히활동하며건축전문지기자이자시인으로서십년을시와건축두축에매달려살아왔다.서로다른토양을지닌두우물을파전문성을벼리는일은쉽지않았다고겸손히고백하는그이지만이번책에서그는두우물에대한각각의사랑과거리를지키면서도짠하고연결되는순간으로우리를초대한다.건축쓰는박세미는말한다.이성과합리를기반으로구축되는물리적세계,시대의기술과자본이라는양바퀴를달고예술을향해가는건축은세상을시스템적측면에서바라보게한다고.건축가가그리는선명한사회적약속을통해휴먼스케일을훌쩍뛰어넘는세계를조망하게된다고말이다.그런가하면시인으로서시를지을때그는보이는것을질료삼아보이지않던세계로의문턱을넘는다고말한다.세상을바라보던관습적인프레임을철거하면서내면의깊은절벽앞에서오로지언어만을붙잡게된다고말이다.(5월1일)그것은우리모두가느껴보았을공간안에서흐르는감정,바로자신의감정이다.(5월15일)
어쩐지해맑아야할것같고,화목해야할것같고,돗자리를펴고김밥을먹어야할것같은5월.근로자로서,어린이로서,딸로서,제자로서,지구의생명체이자민주주의국가의시민으로서당위와임무들을자각하는달5월(작가의말).그것은곧생활을영위한다는것의곤혹스러움이기도하다.한가정의구성원으로서최소한의의무를다하는것,먹고자고입기위해돈을버는것등등.동시에시인은한국에살고있는삼십대여성,평일오전아홉시부터오후여섯시까지근무하는직장인,건축전문기자와같은사회문화적맥락이자신과맺고있는역학관계를탐구하며그것이어떻게시쓰기와공존하고연결될수있는지탐구해나간다.(5월11일)그것은물로서깜깜한터널을지나도시곳곳으로흘러들어가구석구석을증언하는일.샤워기아래선한사람의고독이동전크기의하수구로졸졸흘러들어가는가장사적인기록이어떻게도시를구멍내는침묵의힘이되는지보여주는일이기도하다.(5월6일)이렇게삶이얽히고설켜현실의유속에하염없이떠내려갈때시인은조감도,인간이새의눈을빌려건축을하고도시를설계한다는사실을기억한다.스스로함정에매몰돼세계의질서에서이탈하려할때시인은조감의자리를찾으려고애쓴다.자신의상황을조금이라도더넓은화각안에두면침착함이생기고주변의객관적인것들이모습을드러내기에.박세미는말한다.이것은광활한세계를직면함으로써스스로를‘우주속의티끌’이라고여기게되는감각과다르다고.도시의지형,건물들의배치와부피,도로체계,교통흐름등을조감하듯이실질적이고물리적인요소들을파악하는일이라고.그렇게내곁의사람들은어떻게포진해있고어떻게도움을요청할수있는지,내가빠진함정은어떤사회문화적시스템속에설치되었는지가늠해보는동안슬픔과절망이정확해진다고말이다.(5월27일)
시인은자신의처지를비관할때마다자신이생성된맥락을탓해왔다고고백한다.이런곳에서살기때문에,이런친구를사귀었기때문에,이런부모를만났기때문에,이런연애를했기때문에,이런걸보고경험했기때문에……(223쪽)제목인11시14분은박세미가세상을향해첫울음을터뜨린시각으로어머니홍미숙여사가1987년제작된노트에남긴최초의기록이다.자신이태어난지정확히열두시간이지나고작성된이기록을시인은엄마가엄마가된지열두시간만에쓴것이라말하며자신의탄생은곧한여성이자기몸에서한존재를분리시키며엄마라는이름을얻게된날이라고성찰하며사실모든탄생은두존재가공동으로소유하는사건이될수밖에없다고말한다.시인은이노트를유년시절의일기장보다도소중히챙겼다.그안에는‘고운마음씨를갖고,이쁘게자라고,건강하고’‘아빠와엄마는너를한없이사랑해’같은이세상대부분의엄마들이가졌을상투적인사랑표현이펼쳐져있지만시인은이제이‘진부한’사랑의열거가얼마나가득한마음의표현이고자신을향한엄마의사랑이얼마나구체적이었는지부정할수없게된다는사실을인정한다.(5월8일)시인은달력위에서서한칸한칸이동할때마다생의궤도가선명해지고,그궤도를공유하고있는사람들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고,그렇게마주한이들로부터자신이발견되는것이절실했던것같다고말한다.(9쪽)
이제이책이있기에11시14분,시인은다시탄생할준비를한다.오래접혀있었던하얀테이블보를펼치고,빈커피잔과한송이꽃이라는형식을차려두고.잠깐여기,5월의테이블에함께앉아줄당신을기다리며.

◎‘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5년에도계속됩니다.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시인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달력이그러해서,스물여덟편담긴2월이있기는합니다.)무엇보다물론,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5시의적절라인업]
1월정끝별/2월임경섭/3월김용택/4월이훤/5월박세미/6월이우성
7월박지일/8월백은선/9월유계영/10월김연덕/11월오병량/12월고선경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5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사진을다루는작가장우철과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