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는 순간 (개정판 | 반양장)

줍는 순간 (개정판 | 반양장)

$18.00
Description
시인 안희연이 ‘여행’이라는 순간마다 주워올린
지극히 섬세하고 애틋한 시의 어떤 실마리들!
우리는 나날이 슬픔이 차오르는 천국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과 싸우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절한 문장으로 써내려온 시인 안희연. 그의 2005년부터 2025년까지의 여행을 담은 산문집 『줍는 순간』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대학생이 되던 열아홉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혀 물리적 떠남이 불가능해졌을 때에도 여행이라는 삶의 형식을 포기하지 않고 일상과 생활이라는 여행지를 성실히 걸으며 흰 종이 안으로 시선의 방향을 틀었지요.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은 차례대로 ‘생의 풋기’를 ‘예술’을 ‘사람’을 여행합니다. 바람과 물결을 일으켜 안희연을 번번이 떠나게 한 프로펠러, 그 기착지들을 통과해 다다른 마지막 여행지는 ‘시’입니다. 여행은 시인을 기르고 시인으로 만들었어요. 안희연은 시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시를 발견하고 싶어합니다. 그에게 여행은 상한 포도알 같았던 삶을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제 안의 말간 얼굴을 들키게 하는 순간들이지요. 안희연의 여행이라는 채집통은 자신을 찌르고 관통하고 심벌즈처럼 다가와 쨍하고 부딪혀 얼얼하게 한 순간들,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보석 같은 장면들로 불룩해집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오래 머리에서 심장으로 정수리에서 발바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회로. 하나의 이야기가 온몸을 한 바퀴 돌아나갈 때까지 채근하지 않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일. 안희연에게 이 책은 그런 기다림을 모아 완성한, “엉터리 지도제작자”가 채집한 “아무도 모를 골목”을 걸어보는 마음의 지도입니다.

2017년, 여행의 기억들을 그러모아 ‘책’이라는 작은 집 한 채를 지었던(『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날씨, 2017) 그는 팔 년이 흘러 그 시절 머물렀던 곳으로 다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웠던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에, 사랑의 종말을 가르쳤던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상 앞에, 고통의 핵이었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 과거의 자신은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현재의 자신은 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했을지.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하고 순진했던 믿음을 깨부수고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믿음을 받아안는 두번째 삶, 두번째 마주침에 관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자신의 슬픔이, 고통이 커다래서 보지 못했던 얼굴을 그제야 발견하게 하는 여행. 나를 중심축으로 하는 사랑의 동심원은 무한하고 경계도 바닥도 없기에 원주율을 잴 수 없는 무한, 그 속에 무엇을 들일 수 있을까요. 과거의 장면을 읽고 쓰며 남은 날을 채워가는 우리는 때로 과거의 문장에 취소 선을 긋고 새 문장을 적어넣으며 시간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시인 안희연은 말합니다. 실패했다가도 돌아오고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여행이라고 부르면서. 그 시간을 딛고 건너오며 한 세계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가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통. 지금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건 오직 과거에만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일. 멀리 떠나본 사람만이 자신이 도착한 곳이 제자리라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의 삶만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과거와 현재의 벼랑 사이를 뜨개질해 잇는 마음으로 몇 편의 글을 새로 보태 독자들에게 떠날 결심을 합니다. 안희연은 말합니다. 모든 시간은 얼룩을 남긴다고. 크든 작든 더럽든 아름답든 모두 사랑의 정거장들. 하나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거기 서서 손을 흔드는 불완전하고 삐쭉빼쭉해서 부끄럽지만 열렬했던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인이 그 모든 나에게 화답하는 마음으로 쓴 글을 당신께 드립니다. 우리 안에서 완전히 새어나가는 순간 우리를 폭삭 늙게 할 무엇. 생의 풋기에 대한 애틋함을 간직한 당신께, 반대쪽 심벌즈가 되어주실 거라 믿는 마음을 담아. 당신은 무엇을 줍는 사람인가요?

프랑스 세트의 한 언덕에서 우연히 들었던 아빠와 딸의 대화 “들리니?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소리야. 파도 소리……” 우리 삶의 하루하루를 깨우는 한 방울의 물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에 촘촘히 수놓아진 보석들을 발견하는 일이 내겐 기도였다. 내가 걷는 길과 길들이 모두 기도의 장소들이었다.
우리의 기도가 절에 내걸린 전등에, 묵주나 십자가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삶의 한 걸음 한 걸음 속에, 매일의 식탁에 기도는 있다. 어차피 기도는 기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흩어지는 것. 우리 삶의 조각조각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되어 있는지는 한참을 걸어간 뒤에야 보일 것이다.
_「기도는, 기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흩어진다」 중에서
저자

안희연

저자:안희연
2012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너의슬픔이끼어들때』『밤이라고부르는것들속에는』『여름언덕에서배운것』『당근밭걷기』,산문집으로『단어의집』『당신이좋아지면,밤이깊어지면』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당신은무엇을줍는사람입니까?┃9

프롤로그너어디있느냐┃15

1부청춘이라는여행(2005~2010)
끌고왔거나끌려왔거나┃24
잔상과여진┃27
모든창문은이별을이해시키기위해존재한다는것┃33
You’reluckygirl!┃38
한여름밤의꿈이아름다운이유┃45
나는너무나기울어져있었던거야┃54
그밤우리는계속손을심었네┃58
어떤대화는말을필요로하지않는다┃63
빵이부풀어오르는시간┃65
모자┃69
벽┃71
지상의방한칸┃75
기도는,기도라고생각하는순간흩어진다┃77
꽃이아니라면무엇이┃81
어떤그리움이저를여기까지오게했어요┃85

2부예술이라는여행(2010~2015)
바람이분다,살아야겠다―프랑스세트와폴발레리┃98
전혜린을찾아왔니?―독일슈바빙과전혜린┃106
한걸음은언제나멀것이다―포르투갈리스본카사두스비쿠스와주제사라마구┃113
무수한페소아,페소아들과의만남!―포르투갈리스본페르난도페소아의집┃120
전부다알겠다가도하나도모르겠는마음―프랑스파리로댕미술관과카미유클로델┃128
휘기쉽고긁히기쉬운┃134
천사가잠시자리를비운것같다고┃137
파리는끝이없다┃140
너도혹시시를쓰니?―스페인그라나다로르카기념관┃153
지금이순간의이름들―모로코탕헤르<오직사랑하는이들만이살아남는다>촬영지┃161
그러므로이젠비유로써말하지말자―폴란드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167
부끄러움이우리를살릴거예요―체코프라하존레논벽┃173

3부사람이라는여행(2015~2020)
나는나를세번들켰다┃180
불행은얼마든뒤집힐수있다┃185
녀석은오지않았다┃188
그들이강가,하고나를부를때┃196
애기보살,이곳은여관이아닙니다―부처의『금강경』설법지┃205
그럼에도이삶을사랑하느냐고묻는다면┃216
나를믿어라나는너의친구다┃223
소년아소녀야┃231
신은영원히대답하지않는다┃235
무엇인가누구인가┃237
페와는구유였고┃240
마침내의얼굴┃246
어떤영원┃250

4부시라는여행(2020~2025)
터닝┃254
배낭에서침낭까지┃258
천국에도슬픔이많다면┃263
아니어도말지는않는마음┃268
혼자라는함께속에서┃281
높이로말미암아┃288
줍는순간┃290
이제나는흰색을보면그안에든것을본다┃294
하지만실을쥐고있다면?┃304
일상의모험가되기┃312
에필로그나의묘비명┃319

출판사 서평


시인안희연이‘여행’이라는순간마다주워올린
지극히섬세하고애틋한시의어떤실마리들!

우리는나날이슬픔이차오르는천국에서살아있다는사실과싸우며살아간다는사실을간절한문장으로써내려온시인안희연.그의2005년부터2025년까지의여행을담은산문집『줍는순간』이출판사난다에서출간되었습니다.그는대학생이되던열아홉부터지금까지한해도빼놓지않고여행을떠났습니다.팬데믹으로하늘길이막혀물리적떠남이불가능해졌을때에도여행이라는삶의형식을포기하지않고일상과생활이라는여행지를성실히걸으며흰종이안으로시선의방향을틀었지요.총4부로이루어진책은차례대로‘생의풋기’를‘예술’을‘사람’을여행합니다.바람과물결을일으켜안희연을번번이떠나게한프로펠러,그기착지들을통과해다다른마지막여행지는‘시’입니다.여행은시인을기르고시인으로만들었어요.안희연은시가있는곳을찾아다니는게아니라어떤장소에서든시를발견하고싶어합니다.그에게여행은상한포도알같았던삶을생생하게만들어주고제안의말간얼굴을들키게하는순간들이지요.안희연의여행이라는채집통은자신을찌르고관통하고심벌즈처럼다가와쨍하고부딪혀얼얼하게한순간들,영혼의허기를채워주는보석같은장면들로불룩해집니다.여행이끝난뒤에도오래오래머리에서심장으로정수리에서발바닥으로이어지는이야기의회로.하나의이야기가온몸을한바퀴돌아나갈때까지채근하지않고자신을기다려주는일.안희연에게이책은그런기다림을모아완성한,“엉터리지도제작자”가채집한“아무도모를골목”을걸어보는마음의지도입니다.

2017년,여행의기억들을그러모아‘책’이라는작은집한채를지었던(『흩어지는마음에게,안녕』,서랍의날씨,2017)그는팔년이흘러그시절머물렀던곳으로다시떠날준비를합니다.삶과죽음은하나라는사실을일깨웠던폴발레리해변의묘지에,사랑의종말을가르쳤던카미유클로델의조각상앞에,고통의핵이었던미켈란젤로의피에타상앞에.과거의자신은그곳에서무엇을보았고무엇을보지못했는지,현재의자신은또무엇을보고무엇을보지못했을지.그러니이책은단순하고순진했던믿음을깨부수고보다복잡하고어려운믿음을받아안는두번째삶,두번째마주침에관한책이기도합니다.이전에는자신의슬픔이,고통이커다래서보지못했던얼굴을그제야발견하게하는여행.나를중심축으로하는사랑의동심원은무한하고경계도바닥도없기에원주율을잴수없는무한,그속에무엇을들일수있을까요.과거의장면을읽고쓰며남은날을채워가는우리는때로과거의문장에취소선을긋고새문장을적어넣으며시간의의미를발견한다고시인안희연은말합니다.실패했다가도돌아오고멀어졌다가도가까워지는과정을여행이라고부르면서.그시간을딛고건너오며한세계의경계를완전히넘어가본자만이누릴수있는진통.지금은절대가질수없는무언가가있는데그건오직과거에만있다는사실을재확인하는일.멀리떠나본사람만이자신이도착한곳이제자리라는사실을,지금여기에서의삶만이유일하다는사실을배우게되는지도모릅니다.

시인은과거와현재의벼랑사이를뜨개질해잇는마음으로몇편의글을새로보태독자들에게떠날결심을합니다.안희연은말합니다.모든시간은얼룩을남긴다고.크든작든더럽든아름답든모두사랑의정거장들.하나의모퉁이를돌때마다거기서서손을흔드는불완전하고삐쭉빼쭉해서부끄럽지만열렬했던나를만날수있습니다.시인이그모든나에게화답하는마음으로쓴글을당신께드립니다.우리안에서완전히새어나가는순간우리를폭삭늙게할무엇.생의풋기에대한애틋함을간직한당신께,반대쪽심벌즈가되어주실거라믿는마음을담아.당신은무엇을줍는사람인가요?

프랑스세트의한언덕에서우연히들었던아빠와딸의대화“들리니?아빠가가장사랑하는소리야.파도소리……”우리삶의하루하루를깨우는한방울의물은저멀리,닿을수없는곳에있는것이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지금여기,흘러가버리는순간순간에촘촘히수놓아진보석들을발견하는일이내겐기도였다.내가걷는길과길들이모두기도의장소들이었다.
우리의기도가절에내걸린전등에,묵주나십자가에있는것은아닐것이다.우리삶의한걸음한걸음속에,매일의식탁에기도는있다.어차피기도는기도라고생각하는순간흩어지는것.우리삶의조각조각이얼마나아름다운스테인드글라스가되어있는지는한참을걸어간뒤에야보일것이다.
_「기도는,기도라고생각하는순간흩어진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