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껴안기 대회 (김미월 산문)

엄마 껴안기 대회 (김미월 산문)

$18.00
Description
그러면 너는 무슨 대회에 나갈 건데?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엄마 껴안기 대회”
시보다 더 시적인 일을 좇는 아이 덕분에 탄생한 소설가 김미월의 사랑스러운 첫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가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부터 2025년 봄까지 세계일보에 연재한 칼럼 〈김미월의 쉼표〉를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은 문학이 그에게 어떤 것인지 답한 프롤로그와 백 편의 산문,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인정하는 마음을 담은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소설가 김미월의 소소한 일상사는 대단할 것 없는 우리네 삶의 바닥에 자리한 것이 무엇인지 때론 유머로 때론 묵직한 감동으로 포착해낸다. 낯선 이의 물음이 한 생명을 구한 새벽. 아이가 건넨 캐러멜 하나에 진심으로 응답한 집배원 아저씨. 신춘문예 시상식장에서 가족을 대신해 사진을 함께 찍어준 친구들. 서로의 저녁 밥상이 걱정되어 택배를 가져다준 사람들, 시집을 훔쳤던 소년이 시인이 된 사연 등 『엄마 껴안기 대회』 속에는 그의 마음을 건드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지만 단단하게 놓여 있다. 김미월 소설가는 딸아이가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고, 그러나 뭔가를 쓰고 있었기에 원래의 나로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내가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 당신 슬픔에 공감한다는 것, 그러므로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 말은 곧 그 자신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했으리라. 책 제목 ‘엄마 껴안기 대회’는 딸아이가 작년에 실제로 했던 말이다. 수학 대회와 바둑 대회에 나가는 친구들을 두고 자신은 ‘엄마 껴안기 대회’에 나가겠다며 매일 수십 차례씩 안아주는 아이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김미월 소설가 역시 누군가를 껴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묻는다. 정말로 엄마를 껴안고, 자식을 껴안고, 남편을, 형제자매를, 친구를, 이웃을 그저 순수하게 껴안는 대회가 있다면 어떨까. 경쟁자도 껴안고 심사위원도 껴안고. 껴안은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을 테니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대회를 상상한다. 그런 김미월 소설가와 아이의 이야기는 책을 펼친 우리 얼굴에 절로 미소를 띠게 한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와락 안았다. 보아하니 대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저자

김미월

저자:김미월
2004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소설집『서울동굴가이드』『아무도펼쳐보지않는책』『옛애인의선물바자회』,장편소설『여덟번째방』『일주일의세계』등을썼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해조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외계소년엘레프9

2020년
아이재우는법18
오십일번째아이디어21
눈치가없다는이유로24
정답을찾아서27
학생,안추워요?30
영원히스물세살33
작가들의천국36
우리가다같이나온사진39
아홉개의죽산너머에42
하고싶었던일을한다는것45
꾀병모녀48
지나가지않는것도있다51
요즘아홉살은54
제목만봐도알것같은데57
이젠내사랑이되어줘60

2021년
아무짝에도쓸모없는질문64
문앞에놓고갑니다67
나는보지못한것70
어느쪽이더견고한가73
시보다시적인일76
소금인형에게말해줄게79
엄마는꿈에서도바쁘다82
너는어떻게살고있니85
스타크래프트를하는목적이무엇인가?88
달리기를한다는것91
아메리카노주문하는법94
네잎클로버를뜯지않고놔두면97
기억이안나요100
낙법이웬말인가103
이이야기의교훈은106
나도한때는펜싱을했지만109
한통의편지를부치기까지112
기프티콘은커피가아니잖아요115
빠르고간편한위로도위로118
진실은저너머에121

2022년
한밤의산책126
나의고민은129
어떤졸업식132
학용품을사러갔다가135
아파트가격1원138
하루에한권씩읽어도141
빵점맞아도되지요?144
아마도외로워서147
오래간직해온물건들150
인생선배의조언153
선배님께올리는안부156
아무문제도없어요159
반으로줄여도162
첫수업에서생긴일165
어디가고싶어?168
축하드립니다!171
방울토마토의행방174
소풍의본질177
문학주간후에깨달은것180
커피한잔의거리183

2023년
왕도는따로있다188
붕어빵을사러갔다가191
호텔에돈벌러갔어요194
창밖의빗물같은것197
여기는나폴리200
저의장래희망은203
사귀자는말206
네게줄수있는건차비뿐209
저는그런사람편입니다212
그때도틀렸고지금도틀렸다216
나같은어른을위한동화219
오래전오늘우리는222
가루만큼아파요225
젊고아름다운말229
깊고컴컴한동굴속으로232
귀신보다무서운것235
선생님,어떻게지내시는지요?238
마술처럼아름답고신기한242
문학은오류245
나비의전설248
나는옛날사람251
백두산에서발견한것255
없던인간미가생긴날258
당신은어떤유형?261
올해최고의묘사264
심사결과와는상관없는심사후기267
모르고말했지만270

2024년
눈에눈이들어가면276
나홀로놀이공원279
해주고싶었던말282
내가궁금한것285
저를뽑아주세요288
기억은어디로가는가291
유월이오면294
인기가많을수밖에297
삶이먼저지요300
선물하기의어려움303
혼자학교가는길에306
이것도직업병309
어디가제일좋았니312
엄마껴안기대회315
사라진그리마318
춘천행기차에서생긴일321
이것이정말소설이라면324
찹쌀도넛과시327

에필로그껴안은사람을미워할수는없을테니331

출판사 서평

그러니내게문학이란무엇인가.

또한이책은소설가김미월의문학론을엿볼수있는귀한글들을담고있다.‘저는그런사람편입니다’에서는고등학생시절써내려간백경독후감낭독에피소드를보여준다.장래희망이작가였음에도글을쓰면쓸수록재능이없다는회의로괴로웠던시절,열심히쓴다고썼지만변변찮은글이라는생각에고치고또고치기를거듭하던날,낭독이끝나고눈밝은작가가건넨격려의말에그는숨을죽인다.“저는그런사람편입니다.혼을다해쓰는사람,자기글에정말로애정을갖고다쏟아붓는사람,그런사람이나중에작가가되는겁니다.”그는자신이오래전에받았던진심을독자들에게돌려주려한다.이와함께이번책에는누군가에게더가까이다가가기위해글을고쳐쓰는마음이무엇인지엿볼수있는프롤로그를함께수록했다.김미월은문학이란무엇인가하는질문을받고열한살때썼던‘외계소년엘레프’를떠올린다.사람과빛과관계있는특별한돌멩이의이미지에사로잡혀홀린듯완성한이야기다.오묘한푸른빛을내뿜는주먹만한돌의주인을찾아지구로온소년,엘레프.엄마로부터옆집새댁이,다시친한동네아주머니와그의딸아이에게전해지며읽히던글은다시만날수없게된다.이웃집소녀가학교에서읽다가담임선생님에게압수당했기때문이다.글을전부외우고있어다시쓰는것은어렵지않았지만속도가나지않던차에,중환자실에입원한그소녀가엘레프이야기를또읽을수없어상심하고있다는말을전해듣는다.그날그는다시연필을잡았다.독자가생겼기때문이다.그의글에처음으로소감을표현해준유일무이한존재를위해.누군가를위해,그누군가에게더가까이다가가기위해글을고쳐쓰던그때의마음이그에겐문학이되었다.

엄마껴안는걸잘하려면어떻게해야하는거야?응,그건말이야,세상에서가장행복한표정으로엄마를껴안아야한다는거야.그리고엄마도정말사랑이넘치는표정으로아이를안아줘야해.녀석의표정이흡사심사기준을설명하는심사위원처럼진지해보여서웃음이나왔다.잠깐,그러면엄마도대회에같이나가야하는거야?아이도웃으며고개를끄덕였다.오,우리한팀이네.잘해보자.
아이가세상에서가장행복한표정으로나를와락안았다.보아하니대상은따놓은당상이었다.

책속에서

“아이에게캐러멜한개는,어른들에게야정말별거아니지만,그나이애들에게는쉽게포기할수없는너무나소중한거잖아요.그렇게소중한것을제가받았으니저도뭔가를주고싶었어요.”그가정답이었다.그의말이,그의마음이정답이었다.
_「정답을찾아서」중에서

남자아이는그네를백시간더타고집에가겠다는딸아이보다아재개그에열렬히호응하는그엄마가더걱정된다는듯한표정을지었다.그러더니곧딸아이에게타이르듯말했다.너이제그만집에가.엄마말씀을잘들으면자다가도떡이생기는법이야.나는눈만끔벅였다.
_「요즘아홉살은」중에서

어느날여자는시집코너에서현행범을잡았다.앳된얼굴의소년이었다.점퍼안쪽에서시집이두권나왔다.소년을사무실로데려갔다.그는고등학생이었고연락할부모가없었다.여자는그를돌려보냈다.책값은여자가대신치렀다.그대목에서여자는내게변명하듯말했다.훔친물건이다른것도아니고시집이잖아요.
_「시보다시적인일」중에서

“응,옛날에소금으로만들어진소금인형이있었대.어느날바다가얼마나깊은지알고싶었대.그래서바다에들어갔다가그만,흔적도없이녹아버렸대.”순간아이가울음을터뜨렸다.나는영문을몰라아이에게이유를물었다.아이는울면서대답했다.“그게알고싶으면뉴스를보면되잖아.아니면책을찾아보든가.왜바다에들어가?그러면죽는다고,그러지말라고엄마가소금인형한테말좀해줘.”
(중략)“그래,알았어.소금인형에게꼭말해줄게.그러면죽는다고,그러지말라고.”
_「소금인형에게말해줄게」중에서

정말오랜만에뵙는다고,강의시간표에서내이름을보고찾아왔다며그가불쑥테이크아웃잔에든커피를내밀었다.웬커피냐묻자그가말했다.선생님이사달라고하셨잖아요.제가요?언제요?이년전에상담할때요.언젠가제마음이좀편해지는날이오면커피한잔사라고하셨는데.저가끔선생님께커피기프티콘이라도보내드릴까생각했어요.그런데기프티콘은커피가아니잖아요.그래서때를기다렸어요.
_「기프티콘은커피가아니잖아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