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자리는 옆자리 (김희준 유고 산문)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 (김희준 유고 산문)

$16.00
Description
“나는 이 책 덕분에 우주를 더 모르게 되었다.
그것이 참 기뻤다.”
불시착하여 헤매어도 충분하다는 마음,
오 년의 표류를 마치고 돌아온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
1994년 9월 10일 모성(母星)에서 태어나 2020년 7월 24일 별 여행을 떠난 김희준 시인. 그의 서른한번째 생일에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를 내는 것은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남겨진 사라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그리움 때문입니다. 만 스물여섯 여름 시인이 이 별을 떠나고 사십구일 되던 날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음해 1주기에 우주 미아가 된 ‘나’가 별의 자리를, 별의 목소리를, 별과 별 사이를 표류하는 산문을 펴낸 지 5년이 흘렀습니다. ‘표류’ 대신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시인의 5주기 생일을 맞아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제목을 새로이 지어봅니다. 이름 없이 우주를 유영하던 그림에 책과 똑같은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그시 눌러준 것은 그를 옆에 붙들어 앉히겠다는 김민정 시인의 그리움입니다. 이 책의 원고가 연재된 문예지의 편집장이었던 서윤후 시인이 발문을 쓰고, 김희준 시인에게서 시를 배운 제자가 편지를 덧붙인 것은 그의 생일에 건네는 선물이자 시인을 기억하는 그들의 방식입니다.
수많은 별을 껴안아 몸살을 앓던 시인에게 이 책은 새살이 돋는 자리와도 같았고, 이제는 우리가 시인과 만나는 곳이자 시인이 두고 간 이야기와 우정을 나누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행성을 표류하다 지구에 불시착해 자기만의 언어를 만나 여행하는 사람. 그의 손을 잡으면 더 멀리 갈 수도, 손을 잠시 놓으면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돌아와 서로 보고 온 것을 말해주면서 벌어지는 일순간의 충돌을, 서로 연결되어 짓게 되는 별자리를, 불시착하여도 서로 기대어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김희준 시인. 인간이 간직한 그리움이라는 고유의 별자리를 담아, 올리브 동산에서 사랑받고 있을 그에게 ‘옆자리’라는 별자리를 붙여주려 합니다. “우리가 간직한 모든 옆자리가 다시금 빛날 때까지, 이 책은 읽는 우리의 우주를”(서윤후), 그리움을, 또 만나자는 약속을, 여기에 기록할 것입니다.
저자

김희준

1994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경상대국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을다녔다.2017년『시인동네』를통해등단했다.2020년7월24일불의의사고로영면했다.그해9월10일만스물여섯생일에유고시집『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이나왔다.다음해1주기에유고산문『행성표류기』를펴냈다.2022년그의이름을딴‘김희준청소년문학상’이제정됐다.이책은그의5주기생일을맞아새단장을한그의유고산문개정판이다.

목차

시작하는말─005

목동자리……우주미아가될당신을위하여,─011
처녀자리……코마의평원에머무는나비─027
궁수자리……오만한현자와거룩한반인반수의땅─043
백조자리……은하를건너는밀서와쏟아지는알타이르의새─061
뱀주인자리……재생되는낮과밤,아스클레피오스의백사─079
남쪽물고기자리……물병에갇힌포말하우트의이름들─097
삼각형자리……바람개비은하에잘린외로운도형─113
안드로메다자리……중력으로부터해방되는안드로메다의사육장─129
오리온자리……성운의수태고지,트리에걸린첫눈과슬픔에빠진거인─147
쌍둥이자리……배태하는백조의아이들;북하北河의껍질─165
작은개자리……귀애하는나의반려─183
컵자리……칸타로스에담긴주신酒神의환각─203
까마귀자리……자오선을회전하는오좌烏座의낭설─223

끝나지않은말─243

편지사랑하는애기선생님께……이미성(제자)─247
발문천칭자리는옆자리가되어……서윤후(시인)─253

출판사 서평

그러니알타이르,새장을열어두세요
말을갓배운꽃한송이동봉하며안부를보내요

2019년4월부터2020년3월까지월간『시인동네』에연재했던「행성표류기」열두편에미발표분원고한편을더해책이되었습니다.머리마다표류일자를숫자로남긴꼭지들은때때로표류기의형식이었다가,편지의말씨였다가,일기처럼내밀하고시의운율을타기도하며끊어질듯끊이지않습니다.무한기호(∞)를단어느조각들에서는그의아름다운모성,지구에서의여행기를만나기도합니다.
‘블랙홀양피지’를통해행성에서행성으로여행하는‘나’는장마다하나의별자리를경유합니다.4월부터시작해한달에한별자리씩그무렵가장빛나는성좌를택했으니,열세행성을지나는동안계절을한바퀴돌아다시봄끝에이르는셈입니다.책에서는황도12궁이라불리는익숙한별자리뿐아니라삼각형자리,컵자리같은생소한별자리들을지나기도합니다.바람개비은하에잘려외로운삼각형자리에서‘나’는밀어주는사람없이그네를탑니다.그네를태워주는건떠나라는뜻인지돌아오라는뜻인지모르겠지만왔다갔다하는패턴에서이마로는외로움이무릎으로는밤이스며듭니다.몸에붙은감정을게워내며하늘의체온을안고양자리의양을헤아립니다.땅에닿자마자숨을갖는신비로운언어들을소유한그는추상명사가자라는땅위에서누군가에게당도하기위한편지를계속써낼것입니다

영혼이순환하는쉼터에서
오래지않아만나게될나의반려,안녕

“여긴여름이야,거긴어때?”시인의시비에그의시를빌려새긴인사말입니다.매년시인의기일에는제자들이‘올리브행성의희준과아이들’이란이름으로시인의시비앞에모입니다.시인이행성의주소를남기지않았기에놀러갈수는없지만“우리가그랬던것처럼”시인의올리브동산에는그가아끼는모든것이그를사랑하고있을것입니다.벚꽃의분홍,유채의노랑,산하엽의하얀투명함두루지나,『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뒤에놓인올리브동산지나,생전시인의목소리를옮겨와「끝나지않은말」로담았습니다.하나의별,하나의세계를담은맺음이자닫히지않는이야기.시인이보내는안녕이라는인사에또만나자는약속을할수밖에없는,그렇게영원히끝나지않을별자리들의이야기.

희준의별자리는옆자리다.옆자리를항상내어주고는함께보자고말한다.옆자리는있을때이야기를보온하고,없을때더욱빛이난다.나는이옆자리라는별을관측하기위해그가영혼을부딪치며만난이이야기를계속읽는다.함께해찰할수있어좋았다고,각자본것을잊지말고언젠가서로에게말해주자고약속한다.
-서윤후(시인)발문「천칭자리는옆자리가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