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귀환, 논어 (시대에 분노하고 세상에 저항하다)

금서의 귀환, 논어 (시대에 분노하고 세상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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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법학자 김기창이 새로 옮긴 『금서의 귀환, 논어』는 '시대에 분노하고 세상에 저항하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분노와 저항의 사상가로 공자를 복권하는 대담한 시도다. 우리가 안다는 '공자'란 누구인가. 예의범절과 글월 공부, 어진 품성이나 논하며 수천년간 동양의 정신세계를 복고주의로 퇴행시킨 '공자왈, 맹자왈'의 슈퍼 꼰대인가? 서당이 사라진 21세기 한국에서도 웬만한 이들이라면 교양이랄 것도 없이 면학의 주문처럼 암송하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가 그의 사상인가?

이 책은 논어 첫 구절부터 기존 해석을 탄핵한다. 공자의 '학(學)'을 체계적으로 왜곡시킨 세력이 '배움'을 지식계급의 전유물로 찬탈해갔다는 것이다. 공자의 배움이란 문헌에 대한 암기나 해석이 아니다. '습(習)'은 경전을 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인(仁)에 대한 왜곡도 그렇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논어에서 거듭 강조한 '仁'에 대한 규정은 맹렬한 분노,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함, 목숨을 바쳐 이뤄야 할 '윤리적 결기'에 가깝다. 이런 강렬한 핵심은 빼놓고 고작 '어질고 너그러운 품성'으로 仁을 봉인한 해석 전통은 공자의 폭탄 같은 사상에서 뇌관을 제거하는 작업과 같았다.

새롭게 옮긴 논어와 해설을 읽고 나면 왜 초기의 유가 사상가들이 ‘분서갱유’라는 무시무시한 권력의 탄압을 받았는지 알게 된다. 공자 사상 원래의 논어, 그 불온한 금서가 귀환하는 것이다.
저자

김기창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서울대법대를졸업하고미국시카고대로스쿨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귀국하여변호사(연수원19기)로일하다가영국으로유학을떠나캠브리지대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다.지난30년가까이학생들에게〈동양의법과사상〉을가르치면서늘〈논어〉를곁에두었다.캠브리지대출판부에서박사논문을수정증보한학술서『AliensinMedievalLaw』를냈고,지은책으로『새롭게만나는공자』,옮긴책으로『법의지배』,『유럽역사에서본로마법』등이있다.

목차

새로운논어번역을제시하며

제1편.배움과실천
-배움(學)의진정한의미
-적절한때에실천하라
-문,행,충,신(文,行,忠,信)을가르친공자
-여자를좋아하듯현자(賢者)를흠모하라?
-배움의핵심:분노와자기성찰
-균형감각과판단능력을기르기위한배움
-실천의기쁨

제2편.덕(德)으로하는정치
-모든것이제자리를찾는아름다운모습
-정치는바로잡는것
-정치는올바른인재를쓰는것
-종법봉건제도에서효(孝)가가지는정치적의미
-효제(孝弟)와예법

제3편.제사,예식,의전행사의예법
-제사,예식의절차와규칙로서의예법(禮)
-의전행사의예법
-예법과돈:공자의검소함과묵자의극단
-예법으로장식되는찬란한문화
-예법과음악의또다른의미

제4편.인(仁):윤리적결기
-외모의아름다움에서내면의아름다움으로
-교언영색(巧言令色):겉모습에대한경고
-인(仁):맹렬한분노,윤리적강건함
-仁에대한다양한‘눈높이가르침’
-仁에대해단정하기를꺼린공자
-윤리적우월감에대한경계
-인자(仁者)가누리는기쁨

제5편.전과자를사위로삼은공자
-옥살이를한제자,공야장
-자공,자로,재아의면모
-동시대귀족들에대한인물평

제6편.공자의제자들
-제자들에대한인물평
-권세가계씨(季氏)집안과의관계
-제자염유의능력과한계
-고(觚)가고(觚)같지않으면…

제7편.있는것을전할뿐
-스승으로서공자의면모
-육포꾸러미?자행속수(自行束脩)의본뜻
-공자의일상생활

제8편.옛임금들
-양보의미덕
-이상적통치자의모습
-제사지내는일은실무자에게

제9편.선생님의면모
-이득(利),운명(命),윤리적결기(仁)
-배워서유명해지고싶은가?
-예법(禮)준수에관한상반된두입장
-선생님은네가지에얽매이지않았다.
-이편의나머지구절들

제10편.고향마을에서는
-특이한친구관계
-음식,옷,주거환경
-공자의수레와말
-“제철이지!제철이야!”

제11편.진취적인사람들
-“선진(先進)”과“후진(後進)”의의미
-예식예법준수는형편에맞게

제12편.최고의제자안연
-윤리규범으로서의예법
-성공이란무엇인가?자장(子張)의허영심

제13편.용맹한제자자로
-적정한형벌의올바른사용
-섭공(葉公),정치그리고정직(直)

제14편.제자원헌의질문
-정치인에대한윤리성논란
-벽세(辟世),벽지(辟地),벽색(辟色),벽언(辟言)

제15편.위나라군주영공
-나설때와물러날때
-백성(民)들의윤리적결기

제16편.노나라권세가계씨
-계환자를잘보좌하지못한염유와자로
-편찬상의특이점

제17편.반란을일으킨양화
-개혁과반란의경계선상에서
-습(習)의의미
-시를배워야하는이유
-공자가싫어하고미워했던것들

제18편.어지러운세상
-세상을외면하지않은공자와제자들
-올바른도리를지키기위한노력

제19편.제자들의말
-자하와그제자들의역할
-공자의마지막을함께한자공

제20편.하늘이내린복록이영원하도록
-변화무쌍한천명(天命)
-폭정의결말
-편찬자가재사용한구절들

후기

출판사 서평

“법이법같지않으면그게법이냐고!”
인(仁)은저항과투쟁의‘윤리적결기’
논어는왜금서가되었는가?
오역으로오욕을겪은공자의사상을다시읽다

논어는불태워진책이다.그추종자들은산채로매장된자들이다.진시황제의폭정은그렇게전해진다.그래서더의문이다.늘‘예의바르게부모님과윗사람을모시고,형제와이웃에우애깊고,틈만나면책이나보던어진이들’을그렇게가혹하게탄압할필요가있었을까?

『금서의귀환,논어』는진나라분서갱유당시의‘블랙리스트’논어를그자체의불온함으로복원하고,한나라에선통치이념으로순화되며거세된공자를본연의강렬한사상가로복권하고자한다.

영국에서로마법을가르친법학자의‘논어탐구’

논어를쉬운우리말로본래의뜻을새겨새로번역하고해설한김기창교수는(유가를탄압한진나라법가를끌어올일은아니지만)아이러니(?)하게도법학자다.서울대법대를졸업한그는사법시험합격뒤연수원입소를미루고미국시카고대로스쿨로유학을떠났다.석사학위를받고귀국해연수원(19기)수료뒤국내에서변호사로활동했으며,다시유학을떠나영국캠브리지대에서중세유럽법연구로박사학위를받은드문이력의소유자다.캠브리지대에서영국법제사와로마법을강의했으며,지금은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지난30년가까이동서양모든제자들에게‘동양의법과사상’을가르치면서그가항상곁에둔책은‘논어’다.강단의법학자로서,법정의변호사로서그는꼼꼼한문언검토와해석의일관성을늘추구해왔다.법학자가본논어의기존해석들은‘진술의일관성’이상당히결여돼있었다.앞뒤증언이엇갈리고,명백한문헌증거를애써외면하고,당연한논리적결론을굳이에둘러간다.

‘인(仁)’은목숨도내놓는윤리적결기

공자사상에서‘인(仁)’은남을사랑하는어진품성으로풀이돼왔다.수신제가와충효사상을강조하며,공손과겸양을예찬하고,분노하지않는온순화목한마음가짐을추켜세운다.‘인(仁)’에대한체제순응적해석은한무제때본격적으로등장한것이라고한다.

그런데실제논어를읽으면이런해석에고개를갸웃하게된다.논어제15편8장에나와사자성어처럼잘알려진‘살신성인(殺身成仁)’이그렇다.‘인(仁)’이란목숨을바쳐이루는것이다.논어13편27장에서공자는인(仁)을또이렇게설명한다.

“강인함(剛),맹렬한분노(毅),투박함(木),어눌함(訥).이게인(仁)에가까워.”
剛毅木訥(강의목눌)4글자어디에서어질고온화한품성이느껴지는가.특히‘의(毅)’라는글자는멧돼지가분노하여온몸의털이쭈뼛솟은모습을표현한다.그만큼물불안가리는맹렬한분노,저돌적노여움이란뜻이들어있다.이를투박하고어눌해도강하게밀어붙이는것이공자본래의‘仁’이다.

그래서이책은번역과해설에서논어의‘인(仁)’을‘윤리적결기’로옮긴다.그러면‘인자수(仁者壽)’(6.21)라는대목도이해가간다.기존풀이는‘어진이는장수한다’고본다.아니,목숨을바쳐인을이루라고해놓고선그러면오래산다는게말이되는가.이때의‘수(壽)’는죽어도잊혀지지않는삶으로봐야하고그렇게쓰인용례가고전문헌에얼마든지있다.윤리적결기(仁)를이룬자는잊혀지지않는다는것이다.(그래야우뚝선북한산인수봉(仁壽峰)의위용이달리보인다.)

仁을‘윤리적결기’로풀면논어의앞뒤안맞는구절들이하나로풀린다.그렇게풀려난‘인(仁)’은오늘날현대의정치현실에서도큰힘을발휘한다.정당성이없는정부,위선적정치인에분노하고저항할수있는투쟁의무기가되는것이다.

“예법,예법그러는데내가옥이나비단이야기하는줄아니?”

공자사상에서‘인(仁)’과함께핵심적인것이‘예(禮)’다.그래야‘어질고예의바른유교적인간’이완성된다고여긴다.그러나논어에나오는‘예(禮)’는2가지로분류할수있다.하나는제사,예식,의전행사에쓰이는예법이며,다른하나는윤리규범으로서의예법이다.

공자에게제사,예식,의전예법은분수와격식에맞게지키면훌륭하지만그래도부차적이다.그런예법은공자스스로도어기는대목이논어에여러차례나온다.하지만인간의도리,윤리규범으로서의예법은절대적이다.국법과예법이충돌하는상황에선목숨을걸고예법(윤리규범)을지키라는것이다.‘옥이나비단’따위형식뿐인법을지키라는것이아니라‘인간의윤리’를지키라(17.11)는공자의가르침은오늘날에도대단히폭발적이다.

‘악법도법’이니지키라는게아니라,권력이법을앞세워불의를저지르고,사법제도마저법기술자들의손아귀에서흉기처럼작동할때목숨걸고저항하라는메시지가된다.

다알지만다읽어보진못한책,논어를다시읽다

새로옮겨풀어낸논어에저항과투쟁의격렬한메시지만담은것은아니다.논어자체가그렇게단순한책도아니다.노회한정치가로서의공자의풍모가지혜롭고,직장내승진경쟁을닮은제자들의은밀한암투도재미있다.수천년전이건지금이건인간의속성은변하지않는만큼사람의성정과세상의움직임을꿰뚫어봤던공자의가르침은지금의인간군상에도정확히적용되는통찰을담고있다.

김기창의논어는한자원문을쉬운우리말로옮겼다.쉽게의역을한것이아니라원문에충실하다보니오히려쉬운우리말이됐다.공자의가르침자체가그만큼알기쉬웠던것이다.논어20편전체에우리말새번역과해설을붙였다.한문은일부러싣지않았다.일반인들이성경을제대로이해하기위해고대희랍어까지대조하며볼필요는없는것과같다.우리말만으로논어를정주행해보길권한다.논어전편은생각보다길지않다.구어체로쉽게옮긴논어로공자의가르침을이야기책읽듯‘완독’해보는것은분명소중한경험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