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즐거운 어른

$16.80
Description
“야, 이노무 자슥들아~~”
호탕한 일갈과 칼칼한 유머, 씩씩한 기상을 겸비한
우리가 기다렸던 어른의 등장!
여기 재능 있는 딸에게 절대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어머니가 있다. 학창 시절 딸에게 전교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 별난 어머니에게 딸은 왜 유명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길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는데, 너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107쪽)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요즘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다. 김하나 작가는 인생에 대해, 심지어 자식에 대해서도 거창한 야망이나 바람이 없는 어머니 덕분에 부담 없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안에 가훈처럼 내려오는 지령이 ‘만다꼬’(뭐한다고)일 정도로, 세간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가정을 경영해온 이옥선 작가가 첫 단독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즐거운 어른’.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76세의 이옥선 작가는 김하나 작가가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자 보물 1호라고 밝힌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에서 범상치 않은 필력을 선보였다. 이 책은 아이를 기르며 매일을 기록하던 전업주부가 육아를 끝내고 남편을 배웅하며 인생의 모든 숙제를 끝낸 뒤 이어지는 노년의 일상과 지혜를 기록한 책이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종종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성숙해져야 하고, 마음의 여유도 챙겨야 하고, 삶에 어려움이 닥쳐도 초연하게 해답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게다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노년에 다가간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그저 미루고 싶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 76세인 지금을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이라고 표현하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을 최대한 즐긴다. 그야말로 카르페 디엠!”을 외치는 할머니가 있다.
헛소리 헛짓거리를 남발하는 인간들에게는 이 나이에 내가 못 할 말이 뭐냐며 호탕한 일갈을 날리고,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남자들이 젖가슴 큰 걸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라고 말씀하셨다”라며 기세 좋게 칼칼한 유머를 구사하는 이 ‘즐거운 어른’에게 노년의 인생은 황혼기가 아니라 황금기다. 70대에 머리로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며 세상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유튜브 선생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이 어른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내 꿈은 고독사” “너 아무도 안 쳐다봐!” “여자라면 의리”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등 기상천외한 명언들을 쏟아내는 이 ‘즐거운 어른’이 씩씩한 기상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많은 돈을 쌓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굶어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돈을 아껴 모아서 집을 사야 할 일도 없다. 꼴 보기 싫은 상사가 있는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 같은 것도 안 해도 된다. 자식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오히려 나를 걱정할지도 모르는데, 자식들이 걱정한다는 것은 엄마로서 명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전화도 잘 안 한다. 엄마는 항상 씩씩하게 잘산다는 메시지를 준다. 남편 저녁밥상에 뭘 올릴지 메뉴 때문에 골치를 썩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지금 나는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8쪽, ‘골든에이지를 지나며’)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랑성과 가벼운 마음가짐(평온함)에 기대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지구 한 귀퉁이에서 덤덤하고 조용하게 사는 즐거움을 저렇게 요란한 유명인들은 모를걸! (49쪽, ‘야, 이노무 자슥들아’)

저자

이옥선

저자:이옥선
1948년진주에서태어났다.진주에서3년정도교사생활을하다가그만두고돌지난아들을데리고남편이교사생활을하는부산으로왔다.이후로쭉그때는있지도않은단어인경단녀라,그냥전업주부로살아왔다.그게또취향에도맞았다.비바람부는날식구들은다학교에가고나는집에있어도되는게아주맘에들었다.하지만전업주부도만만한일은아니다.유휴노동력정도로생각하는사람들덕분에온갖데다불려다녔다.이책도그렇게어느날난데없이불려간자리에서시작되었다.지은책으로딸김하나를낳은날부터다섯살생일까지기록한육아일기『빅토리노트』가있다.

목차

작가의말_한입으로두말하는사람의변명

1부인생살이,어디그럴리가?

새판을짜야할때가왔다…16
골든에이지를지나며…28
야,이노무자슥들아…40
젖가슴이큰게그리좋은가?…50
옜다,성형수술…58
유언에대하여…66
나의유튜브선생님…76
의리라면여자…87
내꿈은개꿈…97
엄마가되면비겁해진다…106
결혼생활에해피엔딩은없다…115

2부나에게관심가지는사람은
나밖에없음에안도하며

아끼지않는다…126
목욕탕풍경…139
자세를꼿꼿하게걷는다…152
Thosewerethedays…162
나의플레이리스트…175
나아가씨아니에요…187
너아무도안쳐다봐!…196
76세…205
나의해외여행분투기…215
심란하고난감하고왕짜증났을때…228
다지나간다…236

출판사 서평

어른이되어무거워진몸과마음의묵은때를
때밀이타올처럼시원하게벗겨주는
이‘까칠한할머니’의농담과지혜를보라!

76세이옥선은우리에게익숙한할머니의이미지에서는사뭇벗어나있다.이옥선작가의딸이자<여둘톡>의팟캐스터인김하나작가는이책을추천하며“까칠한할머니”라는표현을썼다,여기서의까칠함은세상을향해자신의꼿꼿한경계와기준을세워둔자의도통무뎌지지않은감각을의미할것이다.뾰족하게살아있는감각으로세상을바라보는그의까칠한태도는마치때밀이수건처럼세상사에짓눌려있던우리마음의묵은때를벗겨준다.이까칠함은부당하고낡은세상의관습을마주할때무엇하나그러려니하지않고더나은미래와삶의태도를찾아내려는진정한어른의모습이기도하다.

1부‘인생살이,어디그럴리가?’에는까칠한할머니의호탕한일갈이담겼다.‘야,이노무자슥들아’‘젖가슴이큰게그리좋은가?’‘결혼생활에해피엔딩은없다’등1부에속한글의제목만봐도거침없음이느껴진다.오랜세월이한국사회를견뎌온한여성이기에할수있는이야기들이가슴을뜨겁게때로는시원하게도만든다.비혼을선택하는여성들을쉽게나무라는옛어른들의힐난이흔해빠진세상에서“남자잘못만나인생망한여자는있어도안만나서망한여자는없단다”라며‘사태파악’을빠르게마친현대의여성들을격려하는말은폭소와함께가슴을시원하게뚫어준다.이런글들은오랜세월가부장제를견뎌낸여자어른이현시대의젊은여자들을지켜주고자하는거센응원처럼느껴지기도한다.

그러니새로운판을짜야옳다.한국의여자들은너무똑똑하고교육도다잘받았다.사태파악이빨라비혼자도늘었다(남자잘못만나인생망한여자는있어도안만나서망한여자는없단다).더러남자들도비혼을선호하고,결혼하고도아이없이사는풍조도늘어간다.출생률이세계에서제일낮다는것이나쁘기만한것은아니다.지구의부담을줄여주는일이니까.인구정책을논의하는사람들은안봐도알것같은데,50대중반을넘은고위직남자거나남성적돌파력으로그자리까지올라간여성일것같다.아이하나낳는데돈얼마를지급하겠다는얄팍한정책가지곤먹혀들지않는다.제도적결혼안에서만인구를늘리려는생각으로는절대로인구가늘지않는다에500원건다.아니5천원건다.(26~27쪽,‘새판을짜야할때가왔다’)

비단말뿐만이아니라이옥선작가는자신의실제삶에서도여성의희생을강요하는가부장제적관습을혁파해나간다.가문의남자들이다죽고다른성씨의여자들만남아집안의제사를치르는지경이되자과감하게제사지내는일을그만두기로한것이다.

나는그때까지시가의모든행사에빠짐없이참석했으며시사時祀나벌초,기제사등등에도남편은못가더라도내가다참석했던것인데,코로나동안의학습으로굳이명절이나제사에같이모이지않는다고하늘이벌을주거나집구석이망하는일은발생하지않는다는사실들을모두가알게되었다.

남편의장례식이끝난뒤달포쯤지났을때시아버지의기제사에참석했다.이제이집안의남자어른들은다떠나고동서들은아프거나사정이있어참석하지못한상황이었다.어차피바로손위동서와나의결정이그대로반영될수밖에없는상황이다.나는남편의제사를지내지않겠다고선언했다.의외로손위동서는다른의사를표명하지않았다.그리고추석에도각자집에서알아서지내기로하고,사촌들끼리얼굴이라도볼작정이라면설날은참석하겠다고그야말로선언을한것이다.그날제사를끝내고음복주에취해옆에서쓸데없는소리를하는남편도없이,오밤중에빙글빙글도는우주로통할것같은부산항대교를지나면서“나는자유다!”라고크게소리지르고싶었지만마음만그렇게했다.(22~23쪽,‘새판을짜야할때가왔다’)

이토록유쾌하고자유로운어른이건만,단하나죽음으로부터는자유로울수없다.죽음을피하고싶은것은아니지만,그다지멀리있지않다는사실에대한자각도나날이뚜렷해진다.이옥선작가는“심장마비로고독사하기를원한다”는충격적인장래희망을밝힌다.저세상으로떠나는길,갑자기의료시스템에멱살잡혀붙들려와의미없는수명연장끝에누구더러나간병시킬이유가없다는것이다.이렇듯자신의죽음에대해서는거의매정하다싶을만큼의단호함을보여주는독자적인그이지만,그러다가도이내죽음이닥칠어느날을상상하며한어머니의목소리로남기는유언은보는이들의코끝을시큰해지게한다.

그냥나도생각난김에한마디하자면,나는내가인생에서해야할숙제는다했고(남편의장례식을끝낸것,뒷정리를다한것이나의제일큰숙제였다)이제까지대충즐겁게잘살아왔다고생각한다.너희도너무애쓰지말고대충(이것이중요하다)살고,쾌락을좇는다고행복해지지는않는다.뭔가불편한것이있으면이것부터해결하는방법으로살면소소하게행복할것이다.건강을유지하기위해서(건강을잃으면행복하기어렵다)한종목의운동을늙어서까지꾸준히할것이며너무복잡한건생각하지말고단순하게살도록해라.다행히도재산이많지않아문제될것이없다고본다.아들딸며느리손자손녀너희들이있어서행복했고너희는내가지금도씩씩하고즐겁게살아갈수있는원천이다.나의장례는그시기의일반적인방법으로할것이며화장해서유골은너희아빠를장사지낸것처럼하고,제사는지내지말고그날시간이나면너희끼리좋은장소에모여서맛있는밥을먹도록해라.또하나바라는게있다면너희아빠는꽃피는봄에돌아가셨으니나는단풍드는가을에떠나면좋겠네.그러면너희는봄가을좋은계절에만날수있을테니.끝.(73~74쪽,‘유언에대하여’)

기상천외한명언들을일상에서뿜어내는이즐거운어른이
인생의골든에이지를살아가는방법

기상천외한명언들을일상에서뿜어내는이즐거운어른이인생의골든에이지를살아가는방법은특유의명랑성과씩씩한기상에있다.2부‘나에게관심가지는사람은나밖에없음에안도하며’에는그명랑과기상이배가된글들을모았다.

나는인류에공헌하겠다거나다른인간의발전을위하여노력하겠다는인간을신뢰하지않는다.뭔가더발전해봐야지구만망가진다.모두다저잘난맛에자기의이익이되는방향으로살아왔고,부수적으로인류에게도움이되었거나또감당할만큼만살아왔다고본다.흔히들야망을가져라,또꿈꾸는자가성공한다기타등등,요즘애들말로는‘갓생을살겠어’라며자신의인생을화려하게장식해줄이력을만드느라분주하다.

98세에타계한중국의석학지셴린선생이95세에펴낸에세이『다지나간다』(허유영옮김,추수밭)라는책이있다.제목은도연명의시에서따왔다고한다.선생은인류의체인에서내가할일은고리의역할을충실히하는거라했다.나이를이만큼먹고곰곰생각해보니모든것은이미지나갔거나지나가고있거나지나갈것들이다.그러니인간끼리의관계를너무심각해하지말고가뿐하게생각하고유연한마음으로서로를대하는게좋지않겠나싶다.(242~244쪽,‘다지나간다’)

이책은나이든어른이제시하는거대한담론도아니고,거창한통찰력을과시하는이야기도아니다.그저3년간교사로일하다가결혼과동시에경력이단절된채전업주부로만살아온한여성이자신을돌아보는성실한기록이자,지금도매일목욕탕에서세상과사람이야기를듣고자신을정돈하며그누구보다자기자신과재미나게노는법을알고있는한노년의평범하고사소한기록이다.그리고이책은그일상성과사소함으로아름답다.

노년기는누구에게나찾아온다.우리는어떤어른이되어노년을맞이할것인가.돈많은어른?존경받는어른?거창한유산과말을남기는어른?“나이는얼굴의주름이아니라자세에서드러난다”며자세를꼿꼿이하는것을게을리하지않고,“두고보아야할사안이나인물들”을오래오래구경하고싶어서건강관리에힘을쏟겠다는이옥선의이야기는우리도다만‘즐거운어른’이고싶다는꿈을꾸게한다.

명랑하고자유로운할머니,이옥선은『즐거운어른』을통해노년기의고정관념을부수고나이듦의즐거움을전한다.기력이쇠하고,삶에미련이없어지고,세상만사시들해질것만같은노년기는마음먹기에따라허상에불과하다는것을자신의삶으로생생하게증명해낸다.나이와상관없이세상에관심을가지면배움은어디에나있다.유머를잃지않으면일상은즐거운일투성이다.이옥선의글을통해전해지는이토록단순한진리는새삼스러운깨달음이되고,마침내우리의어깨는가뿐해진다.그리고이책을추천한김하나작가의말처럼,이렇게중얼거리게된다.
우리는“바로이런할머니를기다려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