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간의 심리와 삶의 어두운 면을 유려하게 파고드는 토마스 하디의 대표적인 고딕 단편들을 수록한다. 중편 분량에 가까운 단편 둘, 이와는 반대로 아주 짧은 단편 하나 이렇게 세편으로 구성된다.
「시든 팔The Withered Arm」
하디의 숙명론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 잉글랜드 남서부 웨식스의 도싯을 모델로 하디가 창조했다는 가상공간들이 배경이다.
홈스토크는 낙농업을 위주로 하는 마을. 소젖 짜는 일을 업으로 하는 마을사람들 중에서 혼자 12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로다 브룩은 암암리에 오컬트와 관련된 마녀로 불리는 여자다. 이런 황당한 소문이 돌게 된 것은 전남편 로지와 헤어지면서부터인데, 전남편은 어린 새신부를 얻어 재혼한다. 로다는 한 번도 본적 없는 이 어린신부, 거트루드에 대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여자라고 적의를 품고 집착한다. 그런데 뜻밖에 로다의 꿈에 거트루드가 나타나고 이후부터 거트루드의 왼팔이 흉하게 변해간다.
로다는 그동안 무시해왔던 터무니없는 소문처럼 혹시 자신이 모종의 주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 힘으로 거트루드의 팔을 망친 건 아닐까 죄책감을 느낀다. 알고 보니 거트루드가 선하고 친절한 여자라 더더욱 로다의 자책은 더해간다. 게다가 처음엔 미신이나 주술을 믿지 않았던 거트루드가 어느 순간부터 정체불명의 약제와 주술적 방법에 빠져들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져가는데…… 당대 민간에 퍼져있던 미신과 오컬트적 요소에 하디 특유의 반전을 통해 공포와 긴장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작품.
「미신적인 남자 이야기 Superstitious Man's Story」
유별난 구석이 있는 조용한 농부 윌리엄 프리벳의 기묘한 죽음을 다룬다. 미신적인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답게 초반부터 미신과 초자연적인 전조들이 등장한다. 일례로 교회지기가 갑자기 종이 무거워졌다고 느낀다거나 세례자 요한 축일 전야(6월 23일)와 이날에 얽힌 죽음의 구전들은 누군가, 즉 윌리엄이 죽게 될 것을 예고한다.
맡은 세탁일 때문에 밤늦게까지 다림질을 하던 윌리엄의 아내 베티는 남편이 그답게 조용히 외출하는 모습을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하던 일을 마저 하는데 분명히 외출했던 남편이 뜻밖에도 방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이 이상한 상황이 미신적으로 해명되기도 하고 더 확장하기도 하면서 전개되다가 결국 윌리엄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하디는 죽음을 예고하는 초자연적인 전조에 별다른 저항 없이 최후를 맞는 윌리엄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그리브가(家)의 바바라 Barbara of the House of Grebe」
단편으로 발표되었다가 나중에 작품집 『귀부인들 A Group of Noble Dames』에 포함됐다. 언뜻 제목만 봐서는 귀부인들의 모임 같지만 실상은 골동품 덕후 아저씨들의 모임이다. 하디의 많은 작품들처럼 잉글랜드 남서부 웨식스가 배경. 그리고 역시나 이 웨식스에는 실제와 허구 지명이 혼용되면서 하디 특유의 가상공간들이 만들어진다.
웨식스 지역의 골동품 애호가들이 동호회 모임을 가졌다가 악천후로 인해 박물관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맞는다. 시간을 때울 겸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명씩 얘기를 들려주기로 하는데 그 주제가 바로 “귀부인들”에 관한 것이다. 자연스레 액자 소설의 형태를 띠는 10편의 이야기 중에서 「그리브가의 바바라」는 두 번째로, 첫 번째 이야기를 들려준 역사가에 이어서 이번에는 늙은 의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선다.
이 단편은 일그러진 집착과 병적인 감수성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시쳇말로 대환장 로맨스다.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 ‘그리브’ 남작가문의 바바라. 이런 바바라를 사랑보다는 쟁취와 전리품 개념으로 접근하는 냉혈한 업랜드타워스 백작. 열일 곱 바바라의 마음을 훔친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윌로우스는 그야말로 “월드와이드 핸섬 가이”. 그냥, 완벽하게 잘생겼다. 즉흥적으로 결혼한 (그러나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는 화재 사고를 당한 후 행적이 묘연한 윌로우스로 인해 과부 신세가 된) 바바라를 끝끝내 아내로 맞이하는 업랜드타워스 백작, 그는 이른 나이부터 권력의 단맛을 본 명문가의 권세가다. 그냥,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서 굽실거린다.
사랑하는 남자 윌로우스는 행방불명에 이어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 업랜드타워스와 재혼한 바바라. 이탈리아 피사의 한 조각가가 만들어서 보관 중이었다는 전남편 윌로우스의 조각상이 우여곡절 끝에 한참 뒤에야 바바라에게 전달된다. 신을 빚어낸 듯한 (화재 사고를 당하기 전에 만든) 이 등신상 앞에서 사랑과 회한의 황홀경에 빠지는 바바라. 이런 아내를 불같은 질투 속에서 몰래 지켜보는 업랜드타워스 백작. 이제 이야기의 전개 양상은 T. S. 엘리어트가 이 작품에 대해 “오로지 병적인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쓴” 것 같다고 한 평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한다.
「시든 팔The Withered Arm」
하디의 숙명론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 잉글랜드 남서부 웨식스의 도싯을 모델로 하디가 창조했다는 가상공간들이 배경이다.
홈스토크는 낙농업을 위주로 하는 마을. 소젖 짜는 일을 업으로 하는 마을사람들 중에서 혼자 12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로다 브룩은 암암리에 오컬트와 관련된 마녀로 불리는 여자다. 이런 황당한 소문이 돌게 된 것은 전남편 로지와 헤어지면서부터인데, 전남편은 어린 새신부를 얻어 재혼한다. 로다는 한 번도 본적 없는 이 어린신부, 거트루드에 대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여자라고 적의를 품고 집착한다. 그런데 뜻밖에 로다의 꿈에 거트루드가 나타나고 이후부터 거트루드의 왼팔이 흉하게 변해간다.
로다는 그동안 무시해왔던 터무니없는 소문처럼 혹시 자신이 모종의 주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 힘으로 거트루드의 팔을 망친 건 아닐까 죄책감을 느낀다. 알고 보니 거트루드가 선하고 친절한 여자라 더더욱 로다의 자책은 더해간다. 게다가 처음엔 미신이나 주술을 믿지 않았던 거트루드가 어느 순간부터 정체불명의 약제와 주술적 방법에 빠져들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져가는데…… 당대 민간에 퍼져있던 미신과 오컬트적 요소에 하디 특유의 반전을 통해 공포와 긴장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작품.
「미신적인 남자 이야기 Superstitious Man's Story」
유별난 구석이 있는 조용한 농부 윌리엄 프리벳의 기묘한 죽음을 다룬다. 미신적인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답게 초반부터 미신과 초자연적인 전조들이 등장한다. 일례로 교회지기가 갑자기 종이 무거워졌다고 느낀다거나 세례자 요한 축일 전야(6월 23일)와 이날에 얽힌 죽음의 구전들은 누군가, 즉 윌리엄이 죽게 될 것을 예고한다.
맡은 세탁일 때문에 밤늦게까지 다림질을 하던 윌리엄의 아내 베티는 남편이 그답게 조용히 외출하는 모습을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하던 일을 마저 하는데 분명히 외출했던 남편이 뜻밖에도 방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이 이상한 상황이 미신적으로 해명되기도 하고 더 확장하기도 하면서 전개되다가 결국 윌리엄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하디는 죽음을 예고하는 초자연적인 전조에 별다른 저항 없이 최후를 맞는 윌리엄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그리브가(家)의 바바라 Barbara of the House of Grebe」
단편으로 발표되었다가 나중에 작품집 『귀부인들 A Group of Noble Dames』에 포함됐다. 언뜻 제목만 봐서는 귀부인들의 모임 같지만 실상은 골동품 덕후 아저씨들의 모임이다. 하디의 많은 작품들처럼 잉글랜드 남서부 웨식스가 배경. 그리고 역시나 이 웨식스에는 실제와 허구 지명이 혼용되면서 하디 특유의 가상공간들이 만들어진다.
웨식스 지역의 골동품 애호가들이 동호회 모임을 가졌다가 악천후로 인해 박물관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맞는다. 시간을 때울 겸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명씩 얘기를 들려주기로 하는데 그 주제가 바로 “귀부인들”에 관한 것이다. 자연스레 액자 소설의 형태를 띠는 10편의 이야기 중에서 「그리브가의 바바라」는 두 번째로, 첫 번째 이야기를 들려준 역사가에 이어서 이번에는 늙은 의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선다.
이 단편은 일그러진 집착과 병적인 감수성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시쳇말로 대환장 로맨스다.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 ‘그리브’ 남작가문의 바바라. 이런 바바라를 사랑보다는 쟁취와 전리품 개념으로 접근하는 냉혈한 업랜드타워스 백작. 열일 곱 바바라의 마음을 훔친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윌로우스는 그야말로 “월드와이드 핸섬 가이”. 그냥, 완벽하게 잘생겼다. 즉흥적으로 결혼한 (그러나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는 화재 사고를 당한 후 행적이 묘연한 윌로우스로 인해 과부 신세가 된) 바바라를 끝끝내 아내로 맞이하는 업랜드타워스 백작, 그는 이른 나이부터 권력의 단맛을 본 명문가의 권세가다. 그냥,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서 굽실거린다.
사랑하는 남자 윌로우스는 행방불명에 이어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 업랜드타워스와 재혼한 바바라. 이탈리아 피사의 한 조각가가 만들어서 보관 중이었다는 전남편 윌로우스의 조각상이 우여곡절 끝에 한참 뒤에야 바바라에게 전달된다. 신을 빚어낸 듯한 (화재 사고를 당하기 전에 만든) 이 등신상 앞에서 사랑과 회한의 황홀경에 빠지는 바바라. 이런 아내를 불같은 질투 속에서 몰래 지켜보는 업랜드타워스 백작. 이제 이야기의 전개 양상은 T. S. 엘리어트가 이 작품에 대해 “오로지 병적인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쓴” 것 같다고 한 평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한다.
[POD] 토마스 하디 고딕 소설 작품선 - 고딕 문학 총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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