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수호전〉을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중국대륙에서 〈수호전〉의 인기는 〈삼국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 고전소설은 대부분 속편을 가지고 있다. 원작의 성가에 기대는 작품들인만큼 예술성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니 〈수호후전〉이 바로 그렇다.
중문학자 성백천成柏泉이 ‘원작의 특색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발전시킨 속편이 있으니 〈수호후전〉이 바로 그것’이라고 평하는 등 최근의 중국문학사는 거의 예외 없이 〈수호후전〉에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노신魯迅이나 호적胡適 같은 근대 최고의 문인들도 〈수호후전〉에 대한 비평을 남겼으며, 미국 웨슬리언대학 엘렌 위드머 교수와 일본 덴리대학 도리이 히사야스 교수 같은 외국 학자들도 〈수호후전〉의 근대적 소설 기법을 높이 평가하였다.
〈수호후전〉은 〈수호전〉의 속편이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명말청초의 문인 진침陳忱으로 명나라가 청나라의 말굽 아래 짓밟히던 당대의 현실이 창작의 동력이 되었다. 외적의 침략과 불타오르던 농민 봉기를 직접 목격한 그의 시선은 북방 이민족에 의해 송나라 땅이 유린되면서 녹림호협들이 조정의 간신배들과 침략자에 맞서던 〈수호전〉의 세계로 향했다.
진침은 〈수호전〉 속의 짧은 문구에서 힌트를 얻어 〈수호후전〉을 집필하였다. 〈수호후전〉은 살아남은 양산박 호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간신들의 박해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저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등운산과 음마천에 거점을 마련하고 이준과 그의 의형제들은 태호 소하만에서 봉기하였다.
힘의 열세에 밀린 이준은 해외로 눈을 돌려 섬라국에 기반을 마련하고, 금나라군과 그들의 부역자들에 맞서 싸우며 파란을 일으키던 다른 형제들도 결국 이준과 합류하게 된다. 이렇듯 〈수호후전〉은 송나라가 금나라에 밀려 남송을 건국하는 과도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배경으로 양산박 호걸들의 통쾌한 활약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공간적 배경이 중국을 넘어 고려와 일본, 동남아시아까지 확장된다는 데 큰 특징이 있다. 보다 구체적인 무대는 섬라국으로 전체 이야기의 삼분의 일 이상이 중국 밖에서 펼쳐진다. 왜국의 침략과 세 섬의 반란 등 바다 밖의 이야기도 박진감이 넘친다.
한편 〈수호후전〉에는 우리나라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태의 안도전이 고려에 가서 고려 왕의 병을 치료하고 돌아오는가 하면 고려 왕과 섬라 왕이 결의형제를 맺는 장면이 펼쳐진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이야기가 〈수호후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수호후전〉의 판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침의 원작이고 다른 하나는 1770년에 채원방이 원작을 고쳐 출간한 수정본이다. 본래 8권 40회로 구성된 진침의 원작을 채원방은 10권 40회로 바꾸면서 거의 대부분의 운문을 덜어내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등 첨삭을 가했다. 평론가로 활약하던 채원방의 명성에 힘입어 청나라 중기 이후 그가 손을 댄 수정본이 널리 퍼졌다.
20세기 이후에도 〈수호후전〉은 다양한 형식의 재출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 열기 역시 뜨겁다. 그런 속에서 채원방 수정본보다는 진침의 원작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최근 중국 고전 등을 소개하는 국가기관이나 온라인 도서관 등에서 제공하는 〈수호후전〉 텍스트는 거의 모두 18세기 중엽에 출간된 소유당본을 저본으로 하는 진침의 원작이다. 이웃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부터 〈수호후전〉이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모두 채원방 수정본을 번역한 것이었다. 1966년의 평범사본에 이르러 진침 원작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이 책은 진침이 저술한 〈수호후전〉 원작의 국내 최초 완역서라는 데 출판사적 의의가 있다. 이문열이나 김기진이 국내 독자들에게 소설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채원방이 손을 댄 수정본 계열로 보인다. 진침 원작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중요한 대목마다 등장하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에 있다. 진침은 본래 시인이기도 해서 이들 시는 소설의 서정적 격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이다. 채원방 수정본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들 운문이 모두 사라져버리는데 이문열과 김기진의 번역본 또한 그렇다.
이문열은 〈수호지〉를 번역해 펴내면서 전체 열 권 중의 한 권 분량으로 〈수호후전〉을 축약해 끼워 넣은 적이 있는데 최근 판본에서는 이를 덜어내었다. 몇 분의 일로 분량을 줄이면 그 내용을 온전히 알기도 어렵겠거니와 문학작품에 대한 온당한 대우는 아닐 터이다. 김기진의 평역본 또한 전체 열 권짜리 〈수호지〉에 끼워넣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호후전〉의 내용마저 마치 시내암이 지은 듯이 혼돈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시내암과 진침은 삼백여 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시대를 산 작가이다. 따라서 두 작가의 전혀 다른 작품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는 것은 주석 여부와 관계없이 합당한 처사일 수 없다.
중국문학사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 시작한 〈수호후전〉이 독립된 작품으로 그리고 저자 원작의 완역본 모습으로 국내 독자들을 맞이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문학자 성백천成柏泉이 ‘원작의 특색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발전시킨 속편이 있으니 〈수호후전〉이 바로 그것’이라고 평하는 등 최근의 중국문학사는 거의 예외 없이 〈수호후전〉에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노신魯迅이나 호적胡適 같은 근대 최고의 문인들도 〈수호후전〉에 대한 비평을 남겼으며, 미국 웨슬리언대학 엘렌 위드머 교수와 일본 덴리대학 도리이 히사야스 교수 같은 외국 학자들도 〈수호후전〉의 근대적 소설 기법을 높이 평가하였다.
〈수호후전〉은 〈수호전〉의 속편이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명말청초의 문인 진침陳忱으로 명나라가 청나라의 말굽 아래 짓밟히던 당대의 현실이 창작의 동력이 되었다. 외적의 침략과 불타오르던 농민 봉기를 직접 목격한 그의 시선은 북방 이민족에 의해 송나라 땅이 유린되면서 녹림호협들이 조정의 간신배들과 침략자에 맞서던 〈수호전〉의 세계로 향했다.
진침은 〈수호전〉 속의 짧은 문구에서 힌트를 얻어 〈수호후전〉을 집필하였다. 〈수호후전〉은 살아남은 양산박 호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간신들의 박해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저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등운산과 음마천에 거점을 마련하고 이준과 그의 의형제들은 태호 소하만에서 봉기하였다.
힘의 열세에 밀린 이준은 해외로 눈을 돌려 섬라국에 기반을 마련하고, 금나라군과 그들의 부역자들에 맞서 싸우며 파란을 일으키던 다른 형제들도 결국 이준과 합류하게 된다. 이렇듯 〈수호후전〉은 송나라가 금나라에 밀려 남송을 건국하는 과도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배경으로 양산박 호걸들의 통쾌한 활약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공간적 배경이 중국을 넘어 고려와 일본, 동남아시아까지 확장된다는 데 큰 특징이 있다. 보다 구체적인 무대는 섬라국으로 전체 이야기의 삼분의 일 이상이 중국 밖에서 펼쳐진다. 왜국의 침략과 세 섬의 반란 등 바다 밖의 이야기도 박진감이 넘친다.
한편 〈수호후전〉에는 우리나라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태의 안도전이 고려에 가서 고려 왕의 병을 치료하고 돌아오는가 하면 고려 왕과 섬라 왕이 결의형제를 맺는 장면이 펼쳐진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이야기가 〈수호후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수호후전〉의 판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침의 원작이고 다른 하나는 1770년에 채원방이 원작을 고쳐 출간한 수정본이다. 본래 8권 40회로 구성된 진침의 원작을 채원방은 10권 40회로 바꾸면서 거의 대부분의 운문을 덜어내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등 첨삭을 가했다. 평론가로 활약하던 채원방의 명성에 힘입어 청나라 중기 이후 그가 손을 댄 수정본이 널리 퍼졌다.
20세기 이후에도 〈수호후전〉은 다양한 형식의 재출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 열기 역시 뜨겁다. 그런 속에서 채원방 수정본보다는 진침의 원작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최근 중국 고전 등을 소개하는 국가기관이나 온라인 도서관 등에서 제공하는 〈수호후전〉 텍스트는 거의 모두 18세기 중엽에 출간된 소유당본을 저본으로 하는 진침의 원작이다. 이웃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부터 〈수호후전〉이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모두 채원방 수정본을 번역한 것이었다. 1966년의 평범사본에 이르러 진침 원작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이 책은 진침이 저술한 〈수호후전〉 원작의 국내 최초 완역서라는 데 출판사적 의의가 있다. 이문열이나 김기진이 국내 독자들에게 소설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채원방이 손을 댄 수정본 계열로 보인다. 진침 원작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중요한 대목마다 등장하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에 있다. 진침은 본래 시인이기도 해서 이들 시는 소설의 서정적 격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이다. 채원방 수정본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들 운문이 모두 사라져버리는데 이문열과 김기진의 번역본 또한 그렇다.
이문열은 〈수호지〉를 번역해 펴내면서 전체 열 권 중의 한 권 분량으로 〈수호후전〉을 축약해 끼워 넣은 적이 있는데 최근 판본에서는 이를 덜어내었다. 몇 분의 일로 분량을 줄이면 그 내용을 온전히 알기도 어렵겠거니와 문학작품에 대한 온당한 대우는 아닐 터이다. 김기진의 평역본 또한 전체 열 권짜리 〈수호지〉에 끼워넣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호후전〉의 내용마저 마치 시내암이 지은 듯이 혼돈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시내암과 진침은 삼백여 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시대를 산 작가이다. 따라서 두 작가의 전혀 다른 작품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는 것은 주석 여부와 관계없이 합당한 처사일 수 없다.
중국문학사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 시작한 〈수호후전〉이 독립된 작품으로 그리고 저자 원작의 완역본 모습으로 국내 독자들을 맞이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수호후전 1(큰글자책) (수호지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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