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서울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전문의의 40년 진료 경험 이야기
의술의 길을 걷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명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을 것이다. 동양 의학의 역사에서는 중국 후한 말의 화타와 춘추전국 시대의 편작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화타는 수술의 대가로, 정신을 잃게 하는 약을 사용해 환자를 깊은 잠에 들게 한 후 개복 수술을 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사람이다. 편작은 맥진(脈診)만으로도 병의 근원을 꿰뚫어 보고 치료하는 신묘한 능력으로 이름을 떨쳤다. 환자를 보는 임상 의사라면 누구나 화타나 편작이 되길 원한다. 더욱이 난치병을 전공하는 의사라면 화타가 행했던 것처럼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질병의 질곡으로부터 구해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될 것이다. 화타 같은 신의(神醫)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부주의로 환자를 잃게 되는 일은 막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방대한 의료 관련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정보는, 현대의학에 기반을 둔, 학계에서 인정받은 정통 치료법 외에도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거나 광고성 건강보조식품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 대중은 종종 혼란을 겪기 쉽다. 공식적인 매체인 공중파 방송의 공신력은 매우 높아, 정보의 진위나 근거에 대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의문을 품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의료 환경 속에서 의사의 역할은 환자로부터 얻은 병력, 증상, 징후, 검사 정보를 편견 없이 해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특히 혈액학 분야에서는 성실한 병력 청취와 신중한 신체 검진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때로는 최신 검사법보다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는 것 자체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외부 병원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으로 진단받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권유받았던 30대 후반 남성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었다. 병력과 진찰을 통해 전혀 다른 병명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환자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였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하게 되면서 이러한 임상 경험을 동료나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
당연히, 좋은 의사가 되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 배움의 길은 다양하지만, 수련의 과정 중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환자가 스승이다”라는 경구이다. 의사로서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 말이 진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환자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과거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다른 가르침은 초년 의사 시절, 은사님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던 말이다. “환자를 병으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보라”가 그것이다.
진단과 치료의 핵심은 성실한 병력 청취와 신중한 진찰을 통해 환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성급한 판단은 환자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실천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현대인들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방대한 의료 관련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정보는, 현대의학에 기반을 둔, 학계에서 인정받은 정통 치료법 외에도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거나 광고성 건강보조식품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 대중은 종종 혼란을 겪기 쉽다. 공식적인 매체인 공중파 방송의 공신력은 매우 높아, 정보의 진위나 근거에 대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의문을 품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의료 환경 속에서 의사의 역할은 환자로부터 얻은 병력, 증상, 징후, 검사 정보를 편견 없이 해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특히 혈액학 분야에서는 성실한 병력 청취와 신중한 신체 검진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때로는 최신 검사법보다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는 것 자체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외부 병원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으로 진단받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권유받았던 30대 후반 남성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었다. 병력과 진찰을 통해 전혀 다른 병명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환자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였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하게 되면서 이러한 임상 경험을 동료나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
당연히, 좋은 의사가 되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 배움의 길은 다양하지만, 수련의 과정 중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환자가 스승이다”라는 경구이다. 의사로서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 말이 진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환자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과거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다른 가르침은 초년 의사 시절, 은사님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던 말이다. “환자를 병으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보라”가 그것이다.
진단과 치료의 핵심은 성실한 병력 청취와 신중한 진찰을 통해 환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성급한 판단은 환자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실천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화타를 꿈꾸며 (서울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전문의의 40년 진료 경험 이야기 | 반양장)
$2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