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
Description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는 미술가 김범의 작품 세계에 대한 책이다. 일상적인 사물의 형상과 기능에 대한 인식에 질문을 던지는 제목은 김범의 동명 작품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2002)에서 빌려 왔다. 책의 1부에 해당하는 「김범」에서는 1987년부터 활동해 온 김범의 작품 중 82점을 선별해 정리했고, 이어 이설희(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예술 감독,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 야코브 파브리시우스(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예술 감독,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 기혜경(미술사가, 예술 기획자), 장지한(미술평론가)이 가정법, 착시효과, 물활론, 이미지의 타자성 등을 키워드 삼아 다각도로 김범의 작품을 다뤘다. 책의 말미에는 여러 예술가들과 장기간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서펜타인 갤러리 예술 감독)가 김범과 진행한 인터뷰를 실었다.

저자

이설희,야코브파브리시우스,기혜경,장지한,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

저자:이설희
덴마크쿤스트할오르후스의수석큐레이터(2023)이자제60회베네치아비엔날레(2024)한국관공동예술감독이다.부산비엔날레전시팀장(2020),서울시립미술관큐레이터(2018~2019),한국종합예술학교겸임교수(2019~2022)등을역임했다.

저자:야코브파브리시우스
덴마크아트허브코펜하겐의관장(2021)이자제60회베네치아비엔날레(2024)한국관공동예술감독이다.쿤스트할오르후스예술감독(2016~2021),부산비엔날레전시감독(2020),스웨덴말뫼쿤스트할관장(2008~2013)등을역임했다.

저자:기혜경
미술사가이자예술기획자이다.국립현대미술관학예연구사(2002-2015),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총괄운영부장(2015-2019),부산시립미술관관장(2019-2023)을거쳐현재홍익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2023-).

저자:장지한
미술평론가로,2019년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한국예술종합학교미술이론과를졸업했고,뉴욕주립대학교(빙엄턴)미술사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저서로『그것이그곳에서그때-김범과정서영의글과드로잉』(2021)이있다.

저자: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
현재현대미술에서가장영향력있는큐레이터이다.2009년영국의권위있는미술전문지ArtReview가매년선정하는세계미술계의파워인물100인중큐레이터로는최초로1위에오른것으로유명하다.한스는1968년스위스취리히에서태어났다.1991년부터본격적으로활동을시작했고,마니페스타(1996),베를린비엔날레(1998),리옹비엔날레(2007),요코하마트리엔날레(2008)등중요한현대미술제와프로젝트들을기획해왔다.2000년부터2006년까지는파리모던아트뮤지엄(Museed’ArtModernedelaVilledeParis)에서,1993년부터2000년까지는빈뮤지엄에서큐레이터로활동했다.2006년이후런던의현대미술뮤지엄인서펜타인갤러리의공동디렉터를맡고있다.국내에는『큐레이팅의역사』(2013,미진사),『아이웨이웨이:육성으로듣는그의삶예술세계』(2011,미메시스)등이번역되어있다.

목차

김범

이설희/김범의가정법
야코브파브리시우스/기들만과효시착김범의흑백화와단어,그리고다른작업들
기혜경/변신이야기
장지한/제의의장소
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김범인터뷰,2022년11월

작품목록
작가약력
필자소개

출판사 서평

『라디오모양의다리미,다리미모양의주전자,주전자모양의라디오』는미술가김범의작품세계에대한책이다.일상적인사물의형상과기능에대한인식에질문을던지는제목은김범의동명작품「라디오모양의다리미,다리미모양의주전자,주전자모양의라디오」(2002)에서빌려왔다.책의1부에해당하는「김범」에서는1987년부터활동해온김범의작품중82점을선별해정리했고,이어이설희(제60회베네치아비엔날레한국관공동예술감독,쿤스트할오르후스수석큐레이터),야코브파브리시우스(제60회베네치아비엔날레한국관공동예술감독,아트허브코펜하겐관장),기혜경(미술사가,예술기획자),장지한(미술평론가)이가정법,착시효과,물활론,이미지의타자성등을키워드삼아다각도로김범의작품을다뤘다.책의말미에는여러예술가들과장기간인터뷰프로젝트를진행해온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서펜타인갤러리예술감독)가김범과진행한인터뷰를실었다.

이미지
미술과이미지는불가분의관계를이룬다.김범역시미술가로서기본적으로이미지를다룬다.그런데김범이다루는이미지는눈에보이는현실의표면적인이미지와더불어경험,기억,가정,연상등을통해머릿속에그려질법한이미지를포함한다.대상을묘사하는재현대신인식을통해다르거나새로운실재를바라보도록유도해온작가는이미지를다루면서이미지의실재성(actuality)에질문을던진다.

“저는인간의삶이주로인식을바탕으로한다고생각합니다.대체로물질적이고감각적인실체의세계를살고있는듯하지만,어떤의미에대한기표는경우에따라서는꼭어떤특정한모습이아니어도되며,심지어이름이나기호만있어도됩니다.(…)때때로저는제가무엇을주시하며바라볼때조차제가무엇을보고있는것인지의아할정도입니다.그러다보니제작품에는이러한질문들이종종담겨있습니다.”(김범,「김범인터뷰,2022년11월」,241쪽)

“기본적으로‘이미지’의문제는김범작업의핵심이다.그는관람자의‘마음’에‘이미지’를만드는데관심을가져왔다.김범은‘마음에품은시각적이미지’는,사실이미지를보지않고도만들어질수있다고믿는다.이미지를‘시각적현실’이아니라‘실재적현실’로접근하는태도.즉김범에게는‘어떻게보는가’가아니라‘어떻게볼수있도록만드는가’가화두이기에,궁극적으로그는‘시각’이아니라‘시각성’의문제를다룬다고할수있다.”(이설희,「김범의가정법」,136?137쪽)

보는이가스스로의인지작용을돌아보게만드는가정적인상황을제시해시각적눈속임을만드는작가의‘다르게보기’는한눈에호기심을불러일으키고,냉소적이거나부조리한유머로다가오기도한다.이러한‘다르게보기’를통해“인간의지각이기본적으로의심되는세계”(7쪽)를다루는김범의작품은그가“거꾸로생각하게만드는작가”이자“거꾸로걷는작품을만드는작가”(야코브파브리시우스,「기들만과효시착」,152쪽)임을보여주며,나아가“평면에대한부정과긍정사이의변증법적운동”을통해“타자”에가까운회화의이미지를“‘이따금’의시간성”으로드러낸다(장지한,「제의의장소」,216?218쪽).

언어
미술가김범은언어를작업의주요한도구로사용해왔다.작품의내용에따라회화,조각,설치,영상,책등여러유형의매체를다뤄온김범은“‘문장’을통해가상상황을설정”하는“‘가정’의방법론”(49쪽)을구사한다.작품에문장이적혀있는김범의초기‘지시’작업은지시의내용에따라가정해보면서이미지를심상으로재현하도록이끈다.이렇게글과언어로미술의영역을확장한김범의작업은『변신술』(1997),『고향』(한국어판1998/영어판2005),『눈치』(영어판2009/한국어판2010)와같은‘책’이라는실물로이어졌다.『변신술』은인간을가변적인존재로상정하고서인간이나무,문,풀,바위,냇물,사다리,표범,에어컨으로변신할수있는방법을지시문형식으로구성한지침서이다.『고향』은“강원도평창군진부면에있는운계리라는마을”에대한안내서로,이가상의마을을누구든자신의고향으로삼을수있도록글로써이미지를만들어간다.『눈치』는“인식대상으로서의어떤개”를그린이야기책으로,“허구의이미지를현실적차원에구현해나가는행위를은유”(김범,「김범인터뷰,2022년11월」,243쪽)한다.한편2016년부터최근까지이어지고있는‘무제석판화’연작에서는검은색면아래에원판의역(逆)으로찍히는석판화의특성을이용해거꾸로드러난텍스트가자리하는데,거꾸로인데다내용마저추상적이고모호해역시추상적으로보이는색면과연결시키기어려운이작업은인간의인식의허술함을드러낸다.

이렇듯미술가김범의작품세계에서‘이미지’와‘언어’는이미지의실재성에질문을던지면서이미지의타자성을환기시킨다.“이해하는내용보다는,이해할수가없기에계속생각하게되는내용에대해더많이작업”(238쪽)해온그에게,그리고그처럼무언가를만드는이들에게,언제나“현실화되어가는대상”(230쪽)이함께한다.작품이라는대상은그렇게계속존재하는것이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