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슬기와 민과 그래픽 디자인의 확장과 2000년대 이후 한국 디자이너의 활동 배경과 ‘더치 디자인’과 문화 정체성과 비판성과 예술성과 연구와 유령 출판과 끊임없는 변화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와 언어 예술과 무질서한 통제와 “절대 읽지 마세요”와 예술로서 디자인으로서 예술과 너무 가까워서 흐릿해 보이는 현상과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영상과 질문과』
『슬기와 민과 그래픽 디자인의 확장과 2000년대 이후 한국 디자이너의 활동 배경과 ‘더치 디자인’과 문화 정체성과 비판성과 예술성과 연구와 유령 출판과 끊임없는 변화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와 언어 예술과 무질서한 통제와 “절대 읽지 마세요”와 예술로서 디자인으로서 예술과 너무 가까워서 흐릿해 보이는 현상과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영상과 질문과』(이하 『슬기와 민과 … 질문과』)는 한국의 디자이너 슬기와 민(최슬기, 최성민)이 지난 20여 년간 펼쳐 온 활동의 궤적과 양상과 징후를 탐구하고 조망한다. 그래픽 디자인의 범주를 넘어 미술, 출판, 저술, 번역, 전시 기획, 교육, 강연 등으로 폭넓게 뻗어 나가는 슬기와 민의 활동을 통해 한국 디자인이 처한 조건과 맥락을 돌아보고 그 변화와 영향을 살피며, 주어진 과업에 대한 답인 동시에 질문이 되면서 예술이자 사회적 과정으로서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이 책에 저자로 참여한 디자이너, 기획자, 연구자, 편집자, 시인, 드라마 작가, 저술가, 미술가, 예술가, 교육자, 기술학자, 미술 비평가, 큐레이터 등은 슬기와 민의 작품 900여 점을 재료이자 대상으로 삼아 명료하게 밝혀진 언어와 모호하게 감춰진 재미 사이를 다양한 관점과 경로로 탐색해 나간다. 경계를 흐리고, 예측을 넘어서며, 위장에 능한 작품과 작품 사이를 누비는 이 과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유연하게 역동적으로 ‘사이’를 넓혀 나가는 슬기와 민의 디자인 행위와 실천을 닮아 있다.
저자

고토 데쓰야

(後藤哲也)
오사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기획자, 편집자. 긴키 대학교 문화 디자인학과 교수. 실험적 갤러리 겸 아카이브 아사히소노마(旭荘々)를 운영하면서 현대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는 전시와 출판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 『K-그래픽 인뎁스-한국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업과 환경』(K-Graphic In-Depth: 韓國グラフィックデザイナーの仕事と環境), 『C-그래픽 인덱스-신세대 중화권 그래픽 디자이너의 현재』(C-Graphic Index: 新世代中華圏グラフィックデザイナーの現在), 『문자 이미지 그래픽』(もじイメージgraphic), 『K-그래픽 인덱스-한국 그래픽 문화의 현재』(K-Graphic Index: 韓國グラフィックカルチャーの現在), 『옐로 페이지스-동아시아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의 지형도』(Yellow Pages: Mapping Graphic Design Projects in East Asia) 등이 있다.

목차

박활성 / 서문/답

슬기와 민 작품 목록

고토 데쓰야 / 지각 변동을 일으킨 슬기와 민-개인적인 경험
자라 아샤드 /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현장-슬기와 민의 활동 배경
김성구 / “결국 우리는 뒤표지를 그냥 비워 두기로 했다”
자오완칭 / 경계 사이에서

기디언 콩 / 문제적으로 생산적인
크리스토퍼 슬레보다 / 시간순 배열, 실제 비율 축소
로럴 슐스트 / (+.+) & ‹*_*›-슬기와 민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자인
전용완 / 반투명한 타이포그래피

김뉘연 / 흰흑-슬기와 민의 언어
김린 / 통제된 무질서
안인용 / (흫흫흫)

박정우 / ○○○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동시대 미술과 시각 디자인의 방법적, 감각적, 혹은 제도적 상호 관계와 영향의 맥락에서 슬기와 민의 작업에 관해
문정현 / 이것은 파이프가 포스터가 아니다-슬기와 민의 단명 자료 분석
현시원 / 슬기와 민, 2025년 서울-“없을 무(無): 사람을 장작 위에 놓고 불을 지르면 몸에 고기가 ‘없음’이지요”

김형진 / 질문들

슬기와 민의 주요 저작
슬기와 민이 참여한 전시
저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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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래픽 디자인의 확장과 2000년대 이후 한국 디자이너의 활동 배경과 ‘더치 디자인’과 문화 정체성과
- 슬기와 민과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현장

책 『슬기와 민과 … 질문과』는 슬기와 민의 주요한 창작론인 다이어그램적, 자기 지시적 접근법이 면면에 적용된 모습이다. 재킷과 본문에 쓰인 종이의 종류와 무게, 각 지면의 크기 및 요소별 치수가 해당 지면에 밝혀져 있고, 본문의 앞뒤에는 슬기와 민의 포스터 등 대형 작품이 실제 크기를 기준으로 책 크기에 맞춰 부분적으로 실렸다. 긴 제목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44개 어절로 이루어진 제목이 글들의 주제를 차례로 드러낸다. 글쓴이들은 그간 슬기와 민과, 디자인과, 출판과, 언어와, 미술과 관계 맺어 온 이들로, 각자의 입장에서 슬기와 민 활동의 맥락과 그들이 생산 중인 작품의 의미를 읽어 낸다.
첫 장(章)은 이 책의 주제인 슬기와 민과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현장이, 그 사회적·정치적 배경이 그간 함께 이루게 된 지형도를 그리며 이곳에서 ‘슬기와 민’이라는 디자이너의 움직임과 위치를 가늠해 본다. 먼저 현대의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면서 동아시아의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에 대한 책을 쓰기도 한 고토 데쓰야는 슬기와 민과의 첫 작업을 술회하며, 그들이 어떻게 한국적이거나 아시아적인 디자인의 틀을 넘어서면서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변혁을 일으켰는지 밝힌다. 나아가 이들의 등장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디자이너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흔히 쓰이는) ‘~로서의 디자이너’를 넘어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자체의 의미를 확장”하는, 즉 “직업적 능력이라는 사소함을 넘어 사색하는 그래픽 디자인을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고 이후의 풍경을 바꾼” 사건이었음을 강조한다.
20~21세기 물질문화와 시각 문화를 주로 연구하는 자라 아샤드는 슬기와 민이 활동하기 시작한 전후 한국의 사회적 상황과 그래픽 디자인 현장을 주목한다. 한국에서 IMF 이후 2000년대에 개별 디자이너와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음을 짚고, 미국 예일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 미술원에 다녔던 슬기와 민이 귀국 후 어떻게 ‘더치 디자인’을 알리는 데 일조하게 되었는지 살피며, 이후 전개된 한국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동을 다룬다.
디자이너 김성구는 슬기와 민의 저서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2008년)에 크게 영향받아 디자인을 전공하게 된 경우다. 그 역시 당시 더치 디자인의 영향과 더불어 활발히 생겨나기 시작한 한국 디자이너들의 여러 양상을 살피는 가운데, 도시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움직임과 건물 철거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던 2010년대의 혼잡한 서울을 그린다. 그리고 오늘날의 그래픽 디자인이 실천해야 할 공적 가치 즉 “수많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서 디자인의 가능성을, (대개 보조적인) ‘목록’을 전면에 드러내고 (모든 것이 중첩된 결과이자 흑백의 ‘없음’이 역설적으로 만들어 내는) ‘회색’에 관심을 두는 슬기와 민의 태도에서 발견한다.
중국의 디자이너 자오완칭은 이 책을 기준으로 가장 최근(2024년) 열린 슬기와 민의 단독전을 공동 기획한 인물이다. 같은 동아시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그는 슬기와 민의 타이포그래피가 서구의 언어 정보와 동아시아의 언어 정보 간 실험적인 대화를 “명료성과 모호성 사이에서” 이루어 낸다고 보고, 이렇게 창출된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공간”에서 디자인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탐구 과정”으로서 “규칙을 새로 쓸 자유”를 얻는다고 말한다. 동시대 동아시아 디자인은 이와 같이 문화적 특성과 현대성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가 서로 깊이 통합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비판성과 예술성과 연구와 유령 출판과 끊임없는 변화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와
- 슬기와 민과 디자인과 출판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은 슬기와 민의 디자인 작품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또한 슬기와 민의 디자인은 출판과 어떻게 이어져 왔을까? 두 번째 장(章)에서는 각자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출판 활동을 겸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기디언 콩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슬레보다, 미국에서 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로럴 슐스트, 한국에서 주로 책을 디자인하는 전용완이 동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슬기와 민의 디자인을 비평적으로 바라보고 슬기와 민이 운영했던 출판사 스펙터 프레스의 15년을 돌아본다.
기디언 콩은 슬기와 민의 디자인 중에서도 “특히 모호하거나 모순적이거나 혼란스럽거나 난해하거나 불분명하거나 직관에 반하거나 해독하기 어렵거나 ‘문제적’인 작품, 또는 그렇게 보이는” 작품을 주목한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을 해설하는 대신 작품이 무엇을 말하거나 뜻할 수 있는지 질문하면서, 슬기와 민의 디자인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에서의 비판성과 예술성과 연구에 관해 거듭 생각하는 과정을 펼친다. 그가 보기에 슬기와 민의 작업에는 “다른 실천가의 대화와 통찰을-작업에 관한 대화와 통찰이 아니라 작업‘과’ 나누는 대화와 작업‘에서’ 얻는 통찰을-허락하는 특징”이 있으며, 따라서 슬기와 민의 작업에 대한 글은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숙고해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밝힌다는 점에서 문제적”이 된다.
크리스토퍼 슬레보다는 슬기와 민의 디자인 출판 활동이었던 스펙터 프레스(2006~2021년)를 반추한다. 상품이 아닌 “담론의 매개체”로서 책을 만드는 “자발적 출판 활동”이 2006년 첫 뉴욕 아트 북 페어를 기폭제로 더욱 활발해진 가운데, 같은 해에 출범한 스펙터 프레스가 “신중하고 비위계적이며 조용하게 급진적인 어조”를 드러내는 출판을 통해 “생각하는 공간, 지식을 조직하는 공간, 개입하는 공간”을 펼쳐 나간 점을 주목한다. 현재 스펙터 프레스는 운영을 멈췄지만, 슬기와 민은 워크룸 프레스와 함께 출판사 작업실유령을 운영하며 디자이너이자 편집자로서 출판 활동을 새롭게 이어 가고 있다.
로럴 슐스트는 슬기와 민의 웹사이트를 수년간 관찰하면서 발견한 변화 과정을 살핀다. 슬기와 민의 웹사이트는 그들의 모든 작업에서 나타나는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살아 있는 장소이자 작품이다. 글쓴이는 웹사이트의 속성상 계속될 수 있는 이러한 끊임없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보도록 권유한다.
전용완은 슬기와 민의 도서 타이포그래피, 조판(組版)에 집중한다. “슬기와 민 작품에서 타이포그래피는 중추적”이며 “모든 작품을 타이포그래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간의 관습과 “조금 다른” 슬기와 민의 타이포그래피를 “반투명한 타이포그래피”라 정의하고, 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게 되는 이 반투명한 타이포그래피를 주도면밀히 분석해 간다. 슬기와 민이 디자인한 책 몇 권을 골라 지면 구성에서부터 활자의 선택과 조합, 문장부호 형태, 구별과 강조를 위한 편집 방식까지 세세히 살피는 과정 속에 슬기와 민의 편집 디자인이 그동안 국내 편집 디자인의 조금 다른 흐름을 조용히 안내해 왔으리라 짐작되는 부분들이 드러난다.

언어 예술과 무질서한 통제와 “절대 읽지 마세요”와
- 슬기와 민과 언어와 농담

슬기와 민의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중추적이라는 주장에 기대어, 슬기와 민의 디자인에서 언어가 중추적이라는 주장 역시 펼쳐 볼 수 있다. 서문 이후의 첫 글에서 고토 데쓰야는 이렇게 쓴다. “슬기와 민은 타이포그래피를 언어를-시각 언어든 구술 언어든-기술적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슬기와 민의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중추적이라면, 타이포그래피가 기술적으로 구조화하는 대상인 언어 역시 자연히 중추적인 역할 수행에 이바지하게 된다.
시인이자 편집자인 김뉘연은 슬기와 민의 언어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슬기와 민의 시각 언어, 문자 언어, 음성 언어를 고루 다루면서 작품에서 언어가 사용되는 방식을 그들이 자주 구현하고자 시도하는 ‘회색’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슬기와 민의 디자인을 “불가능한 회색을 구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회색을 탐색해 가는 과정”으로 상정하고, “회색이라는 불가능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회색은 회색을 벗어나면서 자기 자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이를테면 흰색에 흑색을 더한 색을 (회색 아닌) ‘흰흑색’이라고 불러 보는 태도에 가깝다. 글쓴이는 개념적이고 자기 지시적인 측면이 강한 슬기와 민 작품들의 제목에서부터 작품을 이루는 여러 언어를 보고 읽고 들으며 “읽히지 않는” 언어, “반드시 들릴 필요는 없”는 언어, “반대로도 읽힐 수 있는” (양방향적) 언어 등 언어의 다채로운 이면을 살펴 간다.
슬기와 민의 언어에서 또 다른 중심축은 ‘농담’이다. 슬기와 민의 거의 모든 작품을, 혹은 ‘작품 설명’을 모두 ‘농담’으로 읽어 내려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김린은 슬기와 민의 말에서 위트를 발견한다. 여러 인터뷰로 맴도는 슬기와 민의 말은 제 속의 뼈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지루한 아름다움, 경계심을 부르는 쾌적함, 거리 두기 협업, 일상적인 타협, 세간의 풍문, 심각한 취미로서의 번역과 디자인, 기계 번역을 통해 말이 되지 않게 된 답 등이 ‘통제된 무질서’라는 아이러니한 제목 아래 후렴구가 반복되는 돌림노래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드라마 작가 안인용은 슬기와 민의 ‘농담’을 본격화한다. 15년 전 일간지에서 연재된 슬기와 민의 칼럼 ‘리스트 마니아’ 담당 기자였던 그는 신문 지면 한구석에서 세상 쓸모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목록으로 다뤘던 “작고 소중한 농담”의 맥락을 논하며 이렇게 웃는다-(흫흫흫). 그리고 속웃음과 반웃음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을 법한 이 (흫흫흫)이 슬기와 민이 하는 일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태도이자 맥락이라고 본다. “목적지에 도착한 건 맞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와 있거나, 분명히 버스를 탄 것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있거나 하는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슬기와 민의 디자인이 모종의 웃음으로 화하는, 농담이 되는 순간이다.

예술로서 디자인으로서 예술과 너무 가까워서 흐릿해 보이는 현상과 거의 움직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