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이미지’에서‘파워이미지’로
갈수록주목받는AI생성이미지는광범위한다중위기의시대와맞물려등장했다.상시적인금융붕괴위험,극단적인기상이변,점점확산되는우파와신파시스트운동,수많은사상자와난민을낳는세계각지의군사분쟁…이들은서로긴밀히연결된만큼이나이미지와도밀접한관계를맺는다.다만,관계의성격이달라졌다.과거지표적재현으로서이미지가광학에근거했다면,통계적절차에기반하는확률적이미지는현실그자체와본질적으로무관하다.이전의이미지가작동이미지(operationalimage)로서전쟁,감시,생산등온갖행위에적극개입했다면,오늘날에는AI이미지에필요한데이터생성자체를위해전쟁이동원되는지경에이르렀다.전쟁은범용인공지능(AGI)개발을위한재료를수집하는데이터기업은물론AI활용을원하는방산업체에최적화된연구개발환경을제공할뿐만아니라,착취가능한AI노동력을만드는데도크게기여하기때문이다.이과정에서이미지는노동,데이터,자원을추출해주변을파괴시키는데/미지(da/mages,데이터/이미지)가되고,어떤식으로든현실에손상을입힌다.현재까지AI이미지기술의가장큰업적은예술의민주화가아닌,무고한이들을빛과빈곤으로내몰고수많은시위를촉발한데있다.근래의그어떤기술도생성형AI도구만큼많은파업,소송,온라인캠페인을일으키지못했으며,이산업이초래하는막대한환경오염은갈수록명백해지는추세다.
약15년전,히토슈타이얼은「빈곤한이미지를옹호하며」라는글을통해특정자본주의조건아래일어나는온라인이미지의해상도와순환문제라는양가적현상을다룬바있다.저자는그간많은것이변했다고말한다.이제“빈곤하든말든,이미지는인터넷에서빨려나와벡터공간에맞게갈아으깨진다음,대중영합적이고무난하며무미건조하게최적화되는방식으로재조합된다.”디지털이미지생산이초래하는디지털신진대사의균열속에서빈곤한이미지는파워이미지(powerimages)로변모한다.2022년무렵부터기계학습과관련된연산작업은엄청난전력을잡아먹기시작했으며,그소비량은기하급수적으로증가하는중이다.구글은이산화탄소배출목표를50퍼센트나초과하자탄소중립간판을슬그머니내렸다.‘전력’과‘권력’을아우르는뜻이담긴파워이미지는정체된데이터기반문화를표상하는동시에대기를달구고,사람들을이주시키며,자원을태워없앤다.다른장에서말하는‘평균적이미지’(meanimages)역시골상학과통계학같은과거의추출적이고감시적인관행들과생성형AI간의연속성을추궁하며거대한시스템아래은닉된현실의층위를탐색한다.사회적약자,이른바미세노동자또는유령노동자의노동으로굴러가는디지털과두제에서우리역시소수의플랫폼기업들이준독점하는디지털생산파이프라인속으로빨려들어가는중이다.
서문에서밝히듯이모든“일이이제막본격화된만큼,대부분의핵심질문들은여전히결론이나지않았고,아직은형언하기어려운질문도적잖다.상황이워낙빠르게움직이다보니,아무리따라가려해도오늘의개념이내일이면구식이되기마련이다.”그럼에도저자가이책에서던지는질문들은강력하다.“확률적시스템과포퓰리즘정치에포획될때,이른바상식의미학적,사회적함의는어떻게변하며,이는미학이라는개념의근본적한계에대해무엇을시사하는가?불투명하고독점적인시스템에넘겨질때,‘의미’의의미는어떻게변할까?이미지제작이라는열역학적시스템이낳는사회적,환경적피해를어떻게막을까?이미현실화된AI기반무기의개발과실전배치,그리고군비경쟁의악순환을어떻게교란할까?기계시스템의자율성이높아져인간의사고와감성이소모품으로전락할때,인간시스템과인간자신은어떻게될까?”
책속에서
어쩌면이글들은훗날의역사가들을위한타임캡슐이될지도모른다.언젠가그들은이렇게자문할테다―이모든것이막시작됐을때사람들은무슨생각을했을까?좀비화의위협에맞서,즉통계적순응주의의도구들에의해쓸모없어지거나산송장이될위협에맞서사람들은어떻게대응했을까?사람들은언제부터노이즈로,그러니까불규칙한브라운운동의지배아래놓여이리치이고저리치이는사회적입자로모델링되기시작했을까?그당시논쟁의온도는몇도였을까?(16-17쪽)
기계학습기술은자원배분을보다합리적으로만들고,에너지소비를최적화하며,극심한불평등을줄이고,보건및사회제도를개선하며,낭비적인잘못된배분을막는데도쓰일수있겠지만,이러한것들은아마AI가아니라공산주의로분류돼야할테다.막대한에너지를집어삼키는초대형데이터센터들의출력물을활용할현재로서가장유력한방법은애플인텔리전스를통해회의일정과아이의생일파티가겹치지않도록해주겠다는애플의발상이다.(31-32쪽)
매클루언의혼란스럽고(꽤나임의적인)분류이후‘핫’미디어뿐만아니라‘쿨’미디어도변화했다.게다가통계적이미지생성기의등장으로엔트로피는매우직접적인방식으로이미지생산에개입하게됐다.오늘날우리는뜨겁고차가움의문제를이렇게단도직입적으로물을수있다―생성된시위이미지를렌더링할때의온도는몇도인가?(54쪽)
기계학습이미지생성기의가장주목할만한점중하나는출력물이아니라이미온갖시위를촉발했다는사실이다.이러한시위들은디지털이미지생산인프라를겨냥한다는점에서재귀적시위라불러도좋겠다.그렇기에기계학습기반이미지제작이지금껏가장강력한영향력을발휘한곳은,길거리에국한되지않고여러층위에서실제시위와조직적반격을촉진한바로그지점이다.최근의그어떤통신기술도이처럼많은시위활동을낳지는못했다.(56쪽)
평균적이미지는원본이사라진뒤에도오래도록화면과망막에그을린잔상이다.생산이대대적인날조로증강되는자동화의시대를위해,정신도분석도없이수행되는일종의정신분석이기도하다.평균적이미지는잠들지않는사회의꿈으로서,사회의비합리적기능들을논리적극단으로밀어붙인다.(79-80쪽)
어쩌면편향은버그가아니라비열한생산체제의핵심기능일지도모른다.편향은사람들을시각적으로비하함으로써표상의차원에서만생산적으로작동하지않는다.편향을‘제거’하려는시도또한전쟁,에너지분쟁,인종차별적국경체제로떠받쳐진계급적위계를공고히하면서,비열한생산체제안에서얼마든지생산적으로작동가능하다.(89-90쪽)
프로그래머,홍보전문가,웹디자이너,경리,회계담당자등많은디지털,행정사무직노동자들이기계학습기반자동화로인해일자리를위협받고있다.그러나이들이기계학습에의한자동화로완전히대체되기보다는,‘경쟁력’을유지하기위해자신들의노동을탈취해만든서비스를임대해가며스스로를‘업그레이드’하도록강요받을공산이더크다.(94쪽)
빈곤한이미지의시대이후로달라진핵심요소가운데하나는데이터비축,추출,사유화(enclosure)에대한집착이늘었다는점이다.빈곤하든말든,이미지는인터넷에서빨려나와벡터공간에맞게갈아으깨진다음,대중영합적이고무난하며무미건조하게최적화되는방식으로재조합된다.적어도어느정도의‘교환’또는데이터의순환이이뤄지던‘시장’단계는,데이터가특정기업의독점적사일로안에거의전적으로축적되도록설계된준독점의시대로대체되고있다.(102쪽)
로코의바실리스크이야기는이러한작동방식을그대로보여준다.당신에게는자유의지가주어진다고한다.당신은이런종류의AGI개발을지지할수있다.(예,아니오?)그러나느닷없이바실리스크가협박하고괴롭히기시작하면결국선택지는사라진다.더큰틀에서보면,이야말로수십년동안온사회가들어온말이다―‘대안없음’이라는신자유주의모델이바실리스크식노골적독재로서서히전환되는걸받아들이는수밖에없다는말.자동화의이익을재분배하는방식에는선택지가없다는말.그리고네트워크자본주의에는대안이없다는말.(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