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끝으로의 여행

밤 끝으로의 여행

$29.00
Description
“이 세상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안 그런가, 거기서 나가는 것 아닌가? 미쳐서든 아니든, 무서워서든 아니든.”(99쪽)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 셀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을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인 김예령의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읽는다.
1932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르노도상을 수상했던 『밤 끝으로의 여행』은 그동안 약 37개국 언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문학 목록에 오르게 된 고전이자 셀린의 대표작으로, 작가 셀린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펼쳐지게 되는 모티프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소설에는 젊은 시절 세계 대전에 참전했고 보건 진료소에서 의사로 일했던 루이페르디낭 데투슈(셀린의 본명)의 삶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어 편재해 있으면서, ‘밤’으로 표상되는 작가의 절망적인 세계관이 그만큼 직설적으로 설파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한편 이 모습들은 작가적 관점에서 섬망과 착란을 통과하며 적극적으로 왜곡되면서 현실의 빈틈으로 접혀 간다. 작가가 작품을 스스로 소개한 표현대로 “세상과 인간, 밤과 사랑을 통과하는 700페이지짜리 여행”은 추격되고 파멸하는 사랑의 얼개 속에 고통, 비참, 범죄, 패배 등의 다면을 착란 속 “들뜬 헛소리”로 드러내며 밤의 끝을 향해 간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날것의 적나라한 표면, 하층민의 속어 투로 대변되는 구어체의 역동성과 청각적 수행성, 구전되는 노랫가락과 같은 음악적 활력 등을 세심히 줄타기하며 흘러간다. 유려하고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나 바깥에서 낯선 리듬으로 웅성대는 말들은 밖으로 뻗대며 울퉁불퉁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정교하게 뒤틀려 직조된 상태다. 이러한 생경한 음악적 문체가 강력한 이야기에 붙들려 “문학적이고 정동적인 교향곡”이자 “오페라”를 작곡해 간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에는 셀린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자료와 해설이 실려 있다. 본문에 앞서 책의 문을 여는 김예령의 글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는 작가 셀린을 미학적, 역사적 측면에서 고루 조명하면서 셀린의 초기, 중기, 만년에 걸친 다섯 작품까지 세밀히 소개한다. 책 말미에 첫 번째 자료로 실린 편지는 셀린이 『밤 끝으로의 여행』을 출판사에 송고하며 보낸 젊은 시절의 것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소설로 꾸며 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지루함이 특징인 여느 소설과 제 작품을 패기 있게 구분한다. 두 번째 자료는 전쟁 후에 『밤 끝으로의 여행』 재출간을 염두에 두고 썼던 서문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문체가 “난리법석의 춤”과 같이 펼쳐진다. ‘구덩이 앞의 이 말’이라는 제목을 단 김예령의 장대한 「해설」은 『밤 끝으로의 여행』을 둘러싼 그간의 분석적이고 비평적인 관점들을 두루 경유하며 이 기나긴 항해를 “구덩이 직전에 다다라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않”은 “실패한 자살”로, 그렇게 우글거림으로 남겨진 말로 읽어 간다. 뒤이은 상세한 「작품 목록」과 「작가 연보」는 이 책이 셀린의 작품집이자 충실한 자료집이 되도록 돕는다.
저자

루이페르디낭셀린

Louis-FerdinandCéline,1894-1961
훗날의셀린,루이페르디낭데투슈는1894년5월27일쿠르브부아에서태어났다.부친페르낭데투슈는르아브르출신으로보험회사직원이었고,모친마르그리트기유는상인이었다.그의조부오귀스트데투슈는교수자격시험을통과한리세뒤아브르의선생이었다.
유년기는파리의파사주슈아죌에서보낸다.스콰르루부아와아르장퇴유로(路)에인접한공립학교및튀일리가(街)의생조제프학교에다녔고,초등학교졸업후에는외국어를익히기위해독일과영국에잠시머문다.이후파리와니스의여러보석상에서수습생으로일한다.1912년입대해랑부예에주둔하는기갑부대제12연대에배치받았으며,1차대전초인1914년플랑드르지방에서부상을입어무공훈장과함께신체장애를얻게된다.런던의파리영사관에서남은군복무를마친다.런던체류후1916년카메룬의옛독일식민지지역에교역중개인으로지원하나,이질과말라리아로건강이악화돼1917년프랑스로돌아온다.1919년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국가고시)를치른다.렌과파리에서의학을공부하고,1924년에「필리프이그나즈제멜바이스의생애와저작」으로의학박사논문심사를통과한다.1924년에서1927년사이국제연맹에서일하며미국과서아프리카등지에파견된다.1927년하반기에클리시에자리잡고1929년부터클리시시립보건진료소에서의사로근무한다.그런한편시간을쪼개어글을쓴다.
1932년외조모의이름을딴셀린이라는가명으로『밤끝으로의여행』을발표해르노도상을수상한다.이첫소설로일약프랑스문단의주목을받음은물론,국제적인작가로서명성을얻게된다.
1936년두번째소설『외상죽음』이나온다.구소련을방문한후첫팸플릿『메아쿨파』를발표하고,1937년과1938년에강한반유대주의적시각으로물의를일으키는팸플릿『학살을위한바가텔』과『시체들의학교』를낸다.파리근교의생제르맹앙레에정착할즈음2차대전이발발한다.1939년마르세유와카사블랑카를오가는셸라호의선상의사자격으로승선하지만,배는이듬해초지브롤터해협에서영국정찰선과충돌한다.이사고로귀환하여1940년피난기에사르트루빌의보건진료소에서,이어연말부터브종의시립보건진료소에서일한다.1941년에마지막팸플릿『궁지』를,1944년에『기뇰밴드』(1권)를출판한다.
1944년에서1951년사이,필화의여파로망명길에올라독일과덴마크에체류하다종전후체포,투옥된다.1948년가석방상태로덴마크에머무는동안파리에서대독협력등의죄목으로궐석재판이열린다.극적인체포영장철회에힘입어1951년10월프랑스로돌아온뒤뫼동에정착해집필을재개한다.이시기에감옥에서착수했던『다음번을위한몽환극』을마무리하고,『Y교수와의인터뷰』를내며,독일3부작『성에서성으로』,『북쪽』,『리고동』을쓴다.비시정부의말로와자신의피난여정을재현한이만년의연대기가다시큰주목을받으면서,여전한논란에도불구하고조금씩복권의길이열린다.
1961년7월1일사망한다.

목차

작가와작품에대하여

밤끝으로의여행

부록
자료1
자료2
해설
작품목록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섬망과착란의오디세이
“그건그렇게시작됐다.”(29쪽)
‘여행’을시작하는기념비적인첫문장의뒤를이어펼쳐지는무대는1차대전속유럽의전장,아프리카열대지방오지속식민지,미국,그리고전후의불황과침체속파리근교및지방도시의모습을피카레스크형식으로그려간다.화자인바르다뮈의긴여정가운데그의친구로뱅송이비극으로함께하는이항해를두고“떠돌이가제여정에서보고건진깨달음의전말을읊은현대판오디세이”(김예령)라말해본다면,이오디세이는착란의헛소리위에서표류한다.『밤끝으로의여행』출간이듬해에이뤄진인터뷰에서셀린은“문학에단하나의구실이있다면,우리의착란을이야기한다는것”이라고말한다.그리고김예령은이착란이,의사데투슈이기도했던작가셀린에게있어“인간의고질적이며대표적인병증이고숙명”이면서“‘창의력’의동의어로서문학의이유와목적,방법론의자격을두루구성하는소중한개념”이된다고읽는다.‘민중’의주체적이미지에서벗어나“문명이라는병에시달리는노예근성의군중상”이펼쳐가는“열에들뜬긴밤의이야기”,그건그렇게시작됐다.
그러니“표면과이면이뒤집히며(…)드러나는창자들의세상”만이이소설의전부가아니다.거대한비극을파고드는비틀린어법,웃음,시정(詩情)등여러작은요소들이흩뿌려지고발산되며『밤끝으로의여행』의문양을이루어간다.이말들은특정한논리나정당성을필요로하지않는다.정형을벗어나고흐려간다.그러한움직임의상태를저들의여행으로삼아.

프랑스에서는2021년셀린의미발표초벌원고5,300여장이새롭게발견돼,2023년갈리마르출판사의플레야드총서에서이새원고를포함해수록작을재정리한셀린작품집개정증보판네권이출간되었다.지금이야말로자료발굴과더불어다시금조명되기시작한역사속논란의작가셀린을비평적관점에서거리를두고비판적으로읽기좋은때일수있다.그리고이러한시각에서의비평적견지를차치하고서라도,『밤끝으로의여행』은“문학적이지않았던어떤것을문학적인것으로만들려”(알베르티보데)애쓰면서드문성공을거뒀다.살아남은말의얼룩은“일궈나가야할장르”로건재하다.
“하긴,아름다움에서만큼이나추함속에서도예술이가능하지말란법이있나?그건일궈나가야할장르고,그뿐이다.”(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