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도쿄의미의식은어떻게형성되었나?
유곽과가부키극장에서탄생해
에도에서도쿄로이어지는‘이키즘’의도시미학
일본에는이른바3대전통미학이라는개념이있다.헤이안시대귀족의미의식‘모노노아와레’,에도시대지배계급의미의식‘와비사비’,그리고서민의미의식‘이키’다.이책은그중‘이키’라는미의식에방점을두고,그발현과대중문화로서지위를획득하기까지의과정을살펴본다.‘이키’는오늘날의도쿄,즉에도라는대도시의탄생배경과그도시가가진특성과맞물리며나타났다.19세기에도의유곽과가부키극장에서비롯된‘이키’는이후서민대중의보편적미의식과도덕률로자리잡았다.이과정에서‘이키’는‘이키즘’이라는개념으로더욱확장된다.20세기도쿄에서‘이키즘’은퇴색하고지나간유행이되지만,옛시절을추억하는노스탤지어로서임협영화등에남아그명맥을이어간다.하지만21세기들어‘이키’는재발견되면서‘모던이키즘’으로새롭게등장한다.특히2020도쿄올림픽을계기로현대화된미의식과어깨를나란히하며‘이키’는화려하게부활했다.오늘날첨단도시도쿄에서‘이키’는여전히‘일본의미’를대표하는키워드로그지위를차지하고있다.
19세기이후새롭게등장한
일반서민대중의미의식‘이키’
일본의미의식은헤이안시대부터이어져오는귀족의미의식‘모노노아와레’와에도시대무사계급의미의식‘와비사비’가세계적으로알려져있다.대상에대한공감을바탕으로한애정과배려,연민,동정등의감정을느낄때얻어지는미적쾌감으로정의되는‘모노노아와레’는일본고전문학의정수로불리는《겐지이야기》를통해설명된다.또한센고쿠시대와에도시대를걸쳐형성된무사계급의미의식‘와비사비’는단정하고정적인분위기의다도,일본정원,마쓰오바쇼의하이카이등을통해일본을대표하는이미지가되었다.
한편‘이키’는19세기부터시작된일반서민대중의미의식이었다.에도에서태어나고자란에도토박이,에도를삶의터전으로삼고생계를이어가는조닌계층을‘에돗코’라고부른다.에돗코의문화는당시의지배층인무사계급의문화를능가하여,에도시대중심문화는이들조닌이주도하기시작한다.에도에서태어나,작은일에구애받지않으며,돈에집착하지않는사람을뜻하는‘에돗코’,그리고그들이만들어간미의식이바로‘이키’였다.
유곽과가부키극장에서피어나
문화예술분야전반으로확장되다
‘이키’를이해하기위해서는먼저그공간적배경이되는‘에도’라는도시의특수성과그곳에서살아간서민대중‘에돗코’에대한설명이필요하다.참근교대제도(다이묘가번에돌아가에도에없을때는그다이묘의장남과정실부인을인질로삼아에도에머물도록하는제도)탓에에도에잠깐머무는시골뜨기무사와는달리,에도자체가삶의터전이자에도토박이로서자부심을지니고있던에돗코는자신들의욕망을투영한문화를만들어냈고그것을즐겼다.거대한소비사회였던에도에서경제적부를축적한조닌들이대중문화중심지에서그주인공으로등장한것이다.
이책은‘이키’의발상지로유곽과가부키극장에주목한다.진짜처럼보이지만진짜가아닌‘사랑’이이루어지는유곽과현실처럼보이지만비현실인‘연기’가이루어지는가부키극장이때로는비일상을일상으로,때로는일상을비일상으로만드는마법의공간으로서민대중문화의중심에자리한다.이곳에서탄생한유녀들의미의식이어떻게‘이키’로발현되었고이윽고저잣거리로흘러가유행하게되었는지,또한가부키로불리는무대예술이상영되던상설극장에서현실의불만과괴로움을해소하던에도시민들의문화가어떻게‘이키’와맞닿게되었는지에대해구체적인예를통해설명한다.이후‘이키’는‘이키즘’이라불러도무리가없을만큼문학,미술,음악,건축,패션,음식등의모든문화예술분야에서통용되는하나의미학적스타일을의미하는개념으로확장되었다.
에도에서도쿄로:
야쿠자영화와시대에뒤처진에돗코의노스탤지어
메이지유신이후,근대일본의이데올로기는일본의정신에서양의기술을익히겠다는화혼양재(和魂洋才)를넘어모든것을서구화하겠다는탈아입구(脫亞入歐)로이어졌다.이윽고일본의근대예술과미학은서양근대예술과서양의최신미학사조와연동된다.공간은그대로였지만,에도는도쿄로바뀌어갔다.가부키,기모노와같이‘이키즘’을투사하던매체들은더이상유행의사이클을돌지못하고멈춰버렸고,옛시대의유물로남았다.
20세기들어흔히야쿠자영화로불리는일본의임협영화는‘이키하고이나세한’,즉‘이키’의미학에더해대범하나고집이세고,툭하면싸우지만임협심과정의감넘치는주인공을내세워지나간옛시절에대한노스탤지어를불러일으켰다.이러한임협영화시리즈는대개예스러운에돗코기질을가진업자·도박사그룹과그들을위협하는신흥야쿠자·악덕업자들의대립속에서,주인공이혈투를통해참고있던울분을갚는다는내용이다.즉1960년대의야쿠자영화는에도시대부터이어져온낭만적임협과옛정서가사라진현대의잔혹한야쿠자가펼치는대결을그렸다.
한편,세계최장영화시리즈인〈남자는괴로워〉의주인공도라상은시대에뒤처진에돗코의모습을보여준다.특히도라상의옷차림은1960년대에‘이키’와‘이나세’의미학을추구하는것자체가구시대의유물이라는점을명확하게보여주는상징이었다.하지만이렇게도시대에뒤떨어져촌스럽고,실패만거듭하며결코성공한인생을살아가는것으로는그려지지않는주인공에게대중들은실로거대한애정을보냈다.이는결국인정이라는단어로함축되는옛에도시대의조닌들이서로돕고살아가던정서에대한노스탤지어였다.
‘이키’의부활:
도쿄타워의시대에서도쿄스카이트리의시대로
활기찼던20세기도쿄는100여년이지나이윽고늙어버렸고,도시에젊음을불어넣기위한도시재생프로젝트가가동되기시작한다.도쿄재생의방향은서구화만을추구하던20세기와는달리전통과의융합으로결정되었다.에도와도쿄는단절의시기를거친후다시‘에도도쿄’라는이름으로연결되었다.
2020도쿄올림픽을목표로국가소프트파워강화를위한‘쿨재팬’프로젝트,‘일본박’프로젝트는에도를소환하는지렛대가되었다.도쿄의중심은도쿄타워를둘러싼빌딩숲에서다시옛에도서민들의중심지였던시타마치로돌아오게되었다.아날로그방송송출을위해지은도쿄타워는디지털방송을위한전파탑도쿄스카이트리에그중심지자리를내주었다.그도쿄스카이트리가세워진곳이바로옛시타마치지역이었다.
어쩌면에도와도쿄는처음부터분리되지않았을지도모른다.시대에뒤떨어진예스러움,노스탤지어의미학으로남겨져있던‘이키즘’은시대의흐름을타고21세기의에도도쿄에어울리는새로운미학적모티브,‘모던이키즘’으로부활하기시작했다.
일본미학의요소들을보여주는흥미로운이야기들
조선의사발이일본의국보?
일본의다도가운데‘와비사비’의미의식을담은‘와비차’의양식을완성한이는오다노부나가와도요토미히데요시의차선생센리큐였다.리큐는차를끓여내는프로세스,음용법,차도구의모양,놓는위치등에관한모든규칙을만들었다.그에의해미의식‘와비’에는의도적부족함의아름다움,한적한정취를즐긴다는의미가더해졌다.
‘와비차’에는형태가불완전하고소박하며검소한다기가어울린다고여겨졌다.무명의도공이만든소박하고불완전한형태의그릇에가장잘들어맞았던것은다름아닌조선의사발이었다.
사발의원래용도는국을담기위한그릇이기에일반적인찻잔보다크다.이러한사발은크다는뜻의‘오이도차완(大井?茶碗)’으로불리며최고로좋은다기로간주되었다.또한‘오이도차완’을비롯하여크고작은조선도자기들의전체집합은‘고라이차완(高麗茶碗)’,즉고려찻잔으로불리며‘와비차’에가장잘어울리는다기로손꼽혔다.소박하고불완전함을상징하는‘오이도차완’은중국의값비싼‘명물’다기를대신하여엄청난인기를얻게되었고,아이러니하게도조선의사발은중국의‘명물’보다도훨씬엄청나게높은가격에거래되는노브랜드의‘명물’이되었다.이러한‘오이도차완’중에는현재일본의국보로지정된‘기자에몬(喜左衛門)’이라불리는다기도있다.이러한조선의사발은도자기전쟁으로도불리는임진왜란이일어난원인가운데하나로꼽히기도한다.
막부가허락한유곽,‘요시와라’
유곽은여러기루(妓樓)를한데모아곽(廓),즉높은담으로둘러싼공간을말한다.에도시대이전부터도교토,오사카,나고야등의도시에는이미유곽이존재하고있었다.에도에는1618년,막부의공인하에니혼바시닌교초주변에‘요시와라’라는유곽이세워진다.이후화재로큰피해를겪은요시와라는아사쿠사의유명한절인센소지근방에거의마을하나크기의넓은땅으로옮겨더욱넓고화려한유곽이되었다.
요시와라는가부키,소설,그림등의주요한공간배경으로자주사용되어드라마틱한특별함이더해져갔다.요시와라의고객층은원래다이묘수준의고위무사계급이었지만점차하위계급으로까지내려갔고,아사쿠사로옮긴이후요시와라의주된고객층은무사계급만이아닌부르주아조닌계급도포함하게된다.
상위계급의손님들을위해기루의주인들도그들과어울리는교양을쌓기위해다도와꽃꽂이,그림,패션,향,제례의식등에정통하게되었고,가부키배우,화가,작가의후원자가되어주기도했다.또한손님을상대하는유녀들에게도문화전반에관한교양을익히게했다.이렇게문화적소양을갖추고유행을창조해가던요시와라의최상위계급유녀를‘오이란’이라부르며,노래와춤을부르는사람은예능인이라는뜻의‘게이샤’라부른다.주인과손님,유녀,게이샤가어우러져,요시와라는새로운문화의중심이되었고,최신유행의발신지역할을하게되었다.
첨단유행을주도한에도의아이돌,가부키배우
가부키는에도시대최고의엔터테인먼트가운데하나였다.우리가영화를보러극장에가듯에도의시민들은가부키를보러극장에갔다.가부키의어원은상궤를벗어난일탈을뜻하는가타무키(傾き)다.가부키모노(かぶき者)란대개화려한옷을망토처럼두르고가죽을덧대어입는다든가,과장된머리스타일,큰칼,큰담뱃대등사람의눈에띄는외양을하고흉폭한행동과과장된언동을일삼는사람을부르는말이었다.이러한가부키모노는무사계급의억압과생활고에시달리던에돗코들에게세상의상식과권력,질서에대한반항,반골의상징으로받아들여졌기때문에이러한상궤를벗어난일탈자,가부키모노를주인공으로삼는가부키는에돗코들에게폭발적인인기를얻게되었다.
가부키의인기에힘입어에도에는여러가부키상설극장이세워졌다.극장들은한정된숫자의가부키배우들을나누어써야했다.9월초순마다각극장이1년간자신의극장에서연기할배우들을정했다.인기배우를데리고오기위해서로경쟁해야했고,이는배우들의개런티상승으로이어져천냥배우라는단어가생길정도였다.‘천냥’이라는표현은많은돈을받는다는의미의과장법이겠지만,현재의금액으로1000냥은약15억원으로어느정도단위의금액이오갔는지쉽게추측해볼수는있다.
야쿠자는왜용문신을할까?
에도시대의야쿠자는곧바로조직폭력단을지칭하는말은아니었고,한곳에머물지않고부유하며규칙적이지않은일을하는사람들을부르는말이었다.소방수인‘히케시’와목수를의미하는‘도비’,방물장수인‘데키야’,운송업자를칭하는‘히캬쿠’,도박꾼을뜻하는‘바쿠토’등이야쿠자로불리는직업군이었다.
이렇게옷이방해가되어거의벗은몸으로일하는목수,속임수가없음을보이기위해옷을벗고주사위를굴리는도박사,옷에불이붙어화상을입을염려가있어맨몸을드러내는경우가많은소방수와같은직업을가진사람들은옷은벗되자신의하얀맨몸을보이는것을수치스럽게생각했다.이에문신을해서맨살을가리는것이유행했다.문신은몸을드러내며남성적인일을하는목수,소방수등에게그들의직업을나타내는상징이되었다.
아무리용감한‘히케시(소방수)’라하더라도목숨이아깝고불이무서운것은인지상정이리라.화재현장에서목숨을걸어야하는‘히케시’들은불과물을관장한다고알려진부동명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