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 (고대인의 일상과 역사의 탄생)

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 (고대인의 일상과 역사의 탄생)

$25.00
Description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와 닮은 고대인을 만나다
기록의 시작점, 메소포타미아에서 펼쳐지는
낯설고도 익숙한 일상과 ‘역사’의 역사
수천 년 전, 우리가 고대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는 한 지역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는 ‘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그들이 남긴 것은 바퀴의 최초 묘사와 원주율의 최초 근사치 같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역사학자 모우디 알라시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수많은 점토판과 유물을 통해 이러한 놀라운 과학적 발견 외에도 고대인의 일상에 주목한다. 여기엔 아기를 달래기 위한 자장가, 학생이 수업 중에 그린 낙서, 자유를 협상하는 노예, 맥주 영수증, 숙제를 하라고 닦달하는 공주,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등 현대인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고대인의 삶이 담겨 있다. 이는 고대인이 남긴 기록이 역사적 기록을 넘어 그들의 감정과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편 점토판과 유물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뿐만 아니라 ‘역사’의 역사에 관한 통찰 역시 제공한다. 이 물건들은 우리에게 쓰기의 탄생, 건축, 교육, 과학, 전쟁, 빈곤과 특권, 여성과 어린이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길을 제공하며,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자신의 더 오랜 과거와 나름의 방식으로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의 역사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궁전의 안뜰을 아름답게 꾸미고,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연결했다. 즉 역사를 존중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중요했던 것을 보존하고, 계속해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우디 알라시드가 들려주는 수천 년 전 두 강 사이에서의 삶과 ‘역사’의 역사에 관해 귀를 기울이면, 시간을 넘어 고대인의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모우디알라시드

저자:모우디알라시드
컬럼비아대학졸업후옥스퍼드대학에서쐐기문자연구로석사학위를받고동양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동대학울프슨칼리지명예펠로로서메소포타미아의언어와역사를연구하고있다.《히스토리투데이(HistoryToday)》를비롯한여러학술지및대중지에고대메소포타미아와후기아시리아를주제로기고해왔으며,BBC〈메이킹히스토리(MakingHistory)〉와〈유아데드투미(You’reDeadtoMe)〉등여러방송에도출연했다.
수많은쐐기문자판에는최초의원주율(π)근사치기록과핼리혜성에대한고대관측등놀라운초기과학의모습이보존되어있다.모우디는이러한메소포타미아의눈부신역사를많은사람에게전하기위해노력중이며,오랜역사속에감춰진과거인류의모습을현재와연결하는데힘쓰고있다.

역자:이재황
서울대동양사학과에서공부하고한국방송(KBS),내외경제(현헤럴드경제),중앙일보등에서기자로일했다.역사와언어,문자에관심을가지고공부하고있다.《한자의재발견》,《기발한한자사전》,《가장빨리외워지는한자책》등을썼으며,조선왕조실록을재편집하고우리말로옮긴《태조·정종본기》,《태종본기》(전3권)를비롯해정인보의《양명학연론》교주본을냈다.《실크로드세계사》로제58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수상했으며,그밖에《바다의황제》,《신의기록》,《로마황제는어떻게살았는가》,《아시아500년해양사》,《기후변화세계사》,《지중해세계사》등의영문서와《맹자》,《순자》등동양고전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메소포타미아가중요하다

1|고대의박물관과‘역사의역사’
2|점토북:말을기록하는일이시작된곳
3|아마르신의벽돌:메소포타미아의건설자재
4|슐기왕의조각상:좋은왕이되는법
5|학습서판:고대바빌로니아의알파벳
6|쿠두르마북의원뿔:과학의탄생
7|경계석:노예인서기,직조공인아내
8|몽치머리:기술대전쟁의현실
9|엔니갈디난나:공주,여사제,그리고큐레이터?

에필로그:우리와그들사이

고대메소포타미아연대표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인용된주요유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쐐기문자에이끌려삶의궤도를바꾼연구자
점토위기억과해석의공간으로안내하다

저자모우디알라시드는사우디아라비아출신으로,법학대학원을준비하던중충동적으로런던에서고대서적에관한일주일짜리강의에등록하게된다.별기대없이들은수업에서손바닥크기의점토판속새겨진병아리발모양의신기한문자를접한순간,그녀의인생은그야말로통째로바뀌고말았다.“불과몇시간뒤쐐기문자에홀딱빠져법학대학원을포기하고,남은생애동안점토판을읽을태세가되어있음을알았다”는그녀의고백은삶의전환점이자이책의출발점이되었다.이후저자는옥스퍼드에서쐐기문자와고대메소포타미아를연구하는역사학자가되었고,이책《두강사이의땅메소포타미아》는그녀의첫저작이자점토판을읽고해석하며살아온시간들이모여탄생한결과물이다.

“내가처음쐐기문자서판을집었을때,그많은쐐기문자를찍기위해한때축축했던점토를받쳐들었던고대의서기와손을잡고있는것처럼느껴졌다.이것들은수천년동안손을타지않고묻혀있다가발굴되고,연구됐다.오늘날의사람들이오래전에죽은사람들및그들이살았던먼과거와의연결을중요시하는것처럼,고대메소포타미아사람들도그랬다.”―〈프롤로그〉에서

모우디알라시드는유물을단순히박물관유리진열장속의‘오래된물건’으로보지않는다.그유물들은누군가가손으로빚고,기록하고,남기려했던삶의증거이며,그자체로살아있는역사다.그녀에게고고학은죽은문명이아니라오래된삶의복원이며,연결의한방법이다.저자가이책첫장면에‘고대박물관’을넣은것은우연이아니다.우르의공주엔니갈디난나궁전에서발굴된유물들은서로다른시대의것이었고,그수수께끼같은조합은그녀에게‘역사자체가쌓인공간’이라는새로운해석을제안했다.누군가는그방을단순한저장고로보았지만,그녀는그것을기억과해석의공간으로읽었다.고대인역시현대인처럼자신보다오래된시간과연결되려했다는사실로비추어볼때,지금의우리와그들사이에통하는무언가가있다고저자는확신한다.그리고그흥미로운내용을독자들에게전달한다.

유물에새겨진아홉개의이야기
고대인의삶을복원하는열쇠가되다

이책은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출토된아홉개의유물을중심으로고대메소포타미아인의삶과그들이남긴흔적을들여다본다.각각의유물은고립된과거가아니라유기적으로연결된문명의단면으로,우리를점토에새겨진시간속으로빨려들게끔한다.
먼저우르의공주엔니갈디난나의궁전에서발견된미스터리한유물모음과,그유물사이에놓인작고특이한‘점토북(claydrum)’을중심으로이야기가시작된다.이점토북은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발견된최초의‘박물관꼬리표’로여겨지며,당시사람들도자기네보다오래된과거를수집하고보존했다는사실을암시한다.저자는이를통해고대의박물관이라는개념을제안하며,기록의시작이단순한저장이아니라역사화의시도였음을보여준다.그리고이‘꼬리표’에적힌문자의정체를추적하면서쐐기문자의탄생과문자체계의확산을설명한다.문자란단순한기호의체계가아니라한사회가기억을남기고질서를세우는방식이다.저자는언어와문자의관계를살피며,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문자사용이얼마나일찍부터일상화됐는지를보여준다.다음으로점토북에언급된,그러나실물은사라진아마르신왕시기의벽돌을바탕으로도시의물리적구성과권력의상징체계를분석한다.평범한벽돌하나에도왕의이름과업적이찍혀있었는데,이는단지건축자재이상의의미를지닌다고할수있다.즉도시전체가‘읽히는공간’이었던셈이다.그리고슐기왕의조각상일부를중심으로왕권과리더십을살펴본다.조각상은심하게파손됐지만,일부남은쐐기문자덕분에그의업적과성격이오늘날까지전해진다.여기서는‘좋은왕이란어떤존재였는가?’라는질문을통해권력과기억의관계를탐색한다.
또한궁전에서출토된학습서판을바탕으로고대바빌로니아의교육풍경을생생하게그려낸다.점토판에남겨진낙서와반복된문장,선생님의잔소리같은흔적들은시험앞에서긴장하고,불평을늘어놓고,눈치를보던수천년전학생들을현재의학생들과겹쳐보이게한다.다음으로쿠두르마북이라는인물이신들을위한공사를기념해만든점토원뿔을통해고대인들이신과어떻게소통했는지들여다본다.신의명령을받아들이고,그에응답하기위해행한행동들이점토위에기록됐으며,이러한기록은종교를넘어지식과과학의씨앗이되었다.그밖에오벨리스크형태의유물을통해메소포타미아의경제활동과가족관계를조망한다.토지를받는귀족,자녀를위해싸우는어머니,계약과분쟁속에놓인이름없는사람들은고대경제의구체성과,그속에서사람들의관계가어떻게형성되고기록됐는지를보여준다.그리고공주의궁전에서발견된거대한돌인몽치를중심으로전쟁과폭력도다룬다.군주의무기로사용됐던이유물은단순한전쟁도구이상의의미를갖는다.전쟁은그들에게어떻게기억되고,어떤방식으로정당화되며전승되었는지를복원해낸다.
마지막으로저자는이모든유물들이출토된공간,곧공주엔니갈디난나의궁전으로돌아온다.바빌로니아마지막왕의딸이자고위여사제였던공주의삶을통해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여성의권력과역할,그리고‘역사를다루는자’로서의공주의모습을살핀다.그녀는수집과해석,보존의행위로고대의기억을이어나간‘큐레이터’였는지도모른다.

왜다시메소포타미아인가?
문명의기원에서현재의답을찾다

그런데왜지금메소포타미아에주목해야할까?저자는어떤계기로이책을집필했을까?흔히교과서속등장하는문명의발상지이자최초로문자를발명한곳이라고메소포타미아를단순화하기일쑤지만,메소포타미아는그저‘최초의문명’이라는수식어로설명되기에는너무도다층적인의미를지닌장소다.문자,법,도시,종교같은제도의기원이된곳이자,기록을통해인간이스스로를이해하기시작한최초의현장이기도하다.저자는이곳이과거의위대한유산으로만기억될공간이아니라고말한다.메소포타미아는오늘날우리가마주하고있는많은문제,즉불평등,노동,교육,젠더,돌봄문제를엿볼수있는거울이기도하다.고대인의일상과고뇌속에는지금우리가마주한문제의뿌리가있다.그렇기에우리는이문명에다시주목할필요가있다.수천년전사람들의일상속그들이갖고있던문제를알고싶다면,그리고그를통해현재에대한답을찾고싶다면그들이남긴작은흔적을읽어야한다.점토판속에는고대인의삶과감정,선택과갈등,고뇌와현실이담겨있다.
인간의보편성과감정의흐름을탐색하고싶은이들은책속고대인의삶을통해오늘의인간에대해깊이사유할수있을것이다.기록과기억의방식에관심이있는인문학독자에게도이책은충분히의미있는길잡이가될것이다.
고대인의삶을따라가다보면결국거울처럼그속에서오늘의우리를마주하게된다.그여정의한가운데에저자모우디알라시드가점토판을손에들고조용히우리를기다리고있다.저자가점토판을잡으며고대메소포타미아인과손을맞잡는느낌을경험한것처럼,이책을통해독자들역시점토판너머의세계와맞닿는순간을경험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