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는사라졌지만나치즘의본질은살아있다
그들은어떻게평범한사람들의마음을집어삼켰나
나치선동전략의핵심을꿰뚫는날카로운경고
소수당에불과했던나치는어떻게독일을장악했는가?교양있는사람들이왜나치의선전에이끌렸는가?30여년간나치를집요하게추적해온로런스리스는역사와심리학을결합해나치와인간의어두운심연을파헤친다.나치의부상에서몰락에이르기까지의흐름을따라가며,새롭게공개하는나치전력자들의증언과나치체제에서성장한세대의기억,그리고권위와복종,집단심리와뇌연구등심리학의최신학문성과를활용해복합적으로접근한다.
이책은나치의역사를단순한정치적사건의연속으로설명하지않는다.음모론퍼뜨리기,집단갈라치기,청년타락시키기,두려움키우기등히틀러와나치가중요한순간마다활용한전략12가지를낱낱이드러낸다.이를통해나치가어떻게사회전반을잠식하며민주주의를무너뜨렸는지,평범한사람들이어떻게점차무감각해지며결국집단학살에가담했는지를입체적으로보여준다.저자는나치의범죄가역사적조건과인간심리의취약성이맞물린결과였음을강조하며,나치는사라졌지만나치즘의본질인증오,희생양찾기,반유대주의,종족주의,극심한민족주의등은여전히남아있다고역설한다.더의미심장한것은역사는항상같은모습으로되풀이되지않고,우리에게도비슷한상황이닥칠수있다는경고다.과연그때나는어떻게행동할것인가?그답은역시역사에서찾아야한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
역사와심리학연구의결합으로
선명하게드러나는나치의선동전략
“나치의심리를더깊이연구한뒤지금나는그역사로부터끌어내야하는경고를더욱구체적으로제시할수있다고믿는다.”-〈들어가며〉에서
이책에서단연돋보이는점은최신심리학연구의결과를이용해히틀러와나치의전략을분석하고,당시사람들의마음까지파고든다는것이다.이를역사적사건과절묘하게결합함으로써“(나치)당원증을지닌자들의믿음뿐만아니라그정권을지지한다른자들의심리”가시간의흐름속에서어떻게발전했는지를보여준다.소수당에불과했던나치가집권하여독일을장악할수있었던배경에는그들이활용한심리전략이있다.저자는음모론,반유대주의,청년의과격화등나치가세력화하는과정에서나타나는여러특징을설명하는데신경심리학과진화심리학을근거로제시하며‘공정한세상’과부정편향,확증편향,손실회피같은인지편향의심리학개념을활용한다.그럼으로써교육을잘받은국민들이어떻게나치즘의신봉자가되었는지,심지어친위대의특수기동대에들어가냉혹한살인을즐기게되었는지그의문을해소해준다.
예를들면,20대중반이전에는전두피질이완전히형성되지않아비판적능력이성숙하지않은반면뇌에서새로움과흥분을찾는부분은이미충분히발달해있다.이이론을히틀러는몰랐지만본능적으로이해하고히틀러유겐트나독일소녀연맹등을통해청년및청소년을적극적으로끌어들였다.권위에대한복종,가스실등피살자를보지않으면서살인하는방법등을활용해인간적으로견디기어려운학살을용이하게한것도심리학적으로설명된다.빈의유대인들에게길바닥을문질러청소하게하는등굴욕을주는것은적을위협적인존재에서무기력한존재로바꿔보이게하는고도의전략으로,나치가무너져가는과정에서보여주는현실부정은‘인지부조화’의전형적사례로소개된다.
음모론부터인권말살까지
소수당나치는어떻게권력을잡았는가?
이러한분석을토대로저자는히틀러와나치의역사에서배울수있는12가지징후를선별해제시한다.나치의발흥부터몰락까지연대순으로중요한순간마다활용된전략이나기술을소개함으로써역사의흐름이한눈에들어오도록구성했다.다만전략들은한시점이아니라필요한순간마다끊임없이되풀이되었다.이를통해이들이민주주의를얼마나쉽게훼손했는지를밝힌다.
나치발흥의뿌리는1차대전에있다.“등에칼을맞았다”는인식과굴욕적인베르사유조약,그리고전쟁패배가유대인과사회주의자때문이라는음모론은독일내에서강력한반유대주의와민족주의를키웠다.히틀러는특유의연설능력으로수많은사람의마음속에박혀있는분노를정당화했고그들에게희망과기대를품게했다.특히독일의어려움을전부유대인과공산주의자의탓으로돌리며‘그들’과‘우리’를구분함으로써반유대주의와극단적인민족주의를결합해민족공동체를건설해야한다고주장했다.당의기록까지조작하여자신을유일한영웅적지도자로내세운히틀러는연설과선전으로써자신과당의이데올로기에대한맹목적인믿음을이끌어내는데성공했다.나치가결정적으로정권을잡게된계기는히틀러의총리임명이었는데,이는당시민주주의절차를회피하려던힌덴부르크대통령등집권엘리트들과공모한덕분이었다.그리고곧힌덴부르크대통령이사망하자히틀러와나치는입법부가행정부에입법권을위임하도록하는수권법을통과시킴으로써헌법을정지시키고독재를시작했다.히틀러는공동의이익을위한일이라고현혹시키며국민들에게서점차인권과자유를빼앗았다.
종족주의강화,공포조장…
홀로코스트와2차대전을불러온나치
히틀러와나치의집권은곧홀로코스트와2차대전으로귀결되고말았다.그핵심에는종족주의가자리하고있었다.히틀러는강한민족이모든것을차지하는것이자연의이치라는종족주의를표방하면서외부로는유대인과슬라브인을,내부로는장애인을겨냥해이들을학살했다.나치의종족주의는유사다윈주의다.민족은‘피’에있고,자연은잔혹한생존투쟁이다.국경을초월해음모를꾸미는유대인을말살하고위대한독일민족의대독일제국을건설해야했다.독일인들이‘네가죽어야내가산다’는인식으로유대인갓난아기까지죽이면서도아무런죄의식을갖지않을수있었던것은강한민족이모든것을차지하는것이자연의이치라는종족주의적믿음때문이었다.또한민족공동체의보존과번영은공간의문제로귀착되었고,결국무력으로다른나라를침공해2차대전이시작된다.
나치는전쟁당시정복지주민들을이념적·종족적으로개조시키려했고,특히폴란드침공당시보여준잔혹한행위는대내외적으로반발을초래했다.하지만이런저항을사정없이짓밟음으로써공포를조장했다.독일은전쟁초반에승승장구했으나스탈린그라드전투등에서패배하면서전황이불리해졌고,적에대한두려움과공포를증폭시킴으로써전의를고양시키고자했지만전세를뒤집지못하고패배한다.이로써마침내나치는몰락하고만다.
최초공개되는나치전력자들의새로운증언
그들이던지는메시지가오늘날더섬뜩한이유
“나의이해를가장크게바꿔놓은것은그역사를직접겪은사람들과의만남이었다.지금은누구도가질수없는일종의특권이다.우리가지난30년동안조사해면담한사람들은거의전부지금은살아있지않기때문이다.”-〈들어가며〉에서
30여년간다큐멘터리제작자와작가로서나치와2차대전관련역사를추적해온로런스리스는그이력에걸맞게지금까지수집해온증언들을이책에서최초로공개하고적극활용한다.증언중에는당시나치에조력한사람이거나그세대를겪으며성장한사람들의것도많은데,이자료는아돌프히틀러를비롯해하인리히힘러,헤르만괴링등나치의악명높은핵심인물의이야기들과뒤섞여나치의역사를더욱실감나게보여준다.
더주목해야할것은그증언들에담긴섬뜩한메시지다.그들은대부분나치가몰락한이후에도나치를신봉하고자신들의행동이잘못되지않았다고주장했다.당시친위대원이었던베른트린은나치독일이“좋은시절이었다.독일은꾸준히나아지고있었다”며“온세상이우리에게,제국에반대했다.이에맞서스스로를지키는것은당연했다”고말했다.나치돌격대원이었던볼프강토이베르트도나치정권의“긍정적인면이부정적인면을크게능가했다”고평가했으며아무근거없이“홀로코스트로죽은사람은‘30만명에서40만명’정도에그칠것”이라는궤변을늘어놓았다.다른전력자들은저자에게“당신이그시기에살았다면어떻게행동했겠냐”고되물으며책임을회피하기도했다.
저자는그질문앞에스스로에게묻는다.비슷한상황이닥친다면나는어떻게행동할것인가?“확신할수없다”고그는솔직하게고백한다.상황이바뀌면생각또한얼마든지바뀔수있기때문이다.저자의말처럼오늘날나치는사라졌지만나치즘의본질인증오,희생양찾기,반유대주의,종족주의,극심한민족주의는여전히살아있다.역사는같은방식으로반복되지는않지만그징후는언제든다시나타날수있다.이책은그징후를식별하고경계할수있도록돕는,차갑고도무거운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