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인문학,과학자와대중,과학과사회사이의중간영역을
전방위에서개척한경계인의학문과실천
과학기술사,과학철학,과학사회학(STS),의사학(醫史學),생명윤리학등과학을인문학과사회과학의관점에서조명하는여러학문분야를개척하고이끌어온과학기술학의선구자송상용교수(1937~2024).그의저작을가려뽑아그삶의궤적을들여다본다.
선집의편찬은2024년2월22일,서울대병원에잠시입원한송상용교수(이하송상용)를한국과학사학회의임종태교수(서울대과학학과)가문안하면서시작되었다.이때송상용의병세가마지막단계에접어든것을알게되면서,송상용이평생에걸쳐축적해온자료를정리하는한편으로그가발표해온저술을모아책으로엮는일이시급한과제로떠올랐다.
송상용을가까이알고있는이들대부분이그의저작물출간의필요성을오래전부터절감하고있었으나,송상용은이를후학에게맡기기를주저해왔다.그러나건강의악화로자신의남은시간내에직접그작업을마무리하기어렵다고깨달은송상용은같은해3월초덕소의자택을가득채우고있는자료를확인하러방문한임종태등에게도움을청했다.
하지만과학사,과학철학,STS,의료사,생명윤리등넓은분야에걸친송상용의저술을모으고이를선별해책으로내는일은어느한학회의힘만으로는감당하기벅찬일이었다.이에2024년4월2일,다섯분야학회가모여“송상용선생저작선집편찬위원회”의첫모임을비대면으로가졌다.김상현(한국과학기술학회,서강대),김정아(한국생명윤리학회,동아대),이상욱(한국과학철학회,한양대),임종태(한국과학사학회,서울대),최은경(대한의사학회,경북대)이참여했으며,박예슬(서울대과학학과박사과정)이간사를맡았다.이후송상용의제자김호연(한양대)도편찬위에합류했다.
편찬위는가장먼저송상용의저술목록을작성하고,해당글들의원본이나PDF파일을확보한뒤,이를저술분야별로나누어각학회가선집에수록할후보글을선정하기로했다.5월초800편이넘는저술목록이작성되었고,이중약500편의원고파일이확보되었다.이처럼방대한작업이빠르게진행될수있었던것은송상용의생전에그의원고들을모으고정리하는작업이그의가족(부인)과제자에의해이루어졌고,또이를그의가족으로부터외장하드형태로편찬위가전달받아활용할수있었기때문이다.송상용의글상당수가과학사분야에속해,한국과학사학회는별도로원고선정위원회를꾸렸고여기에다시많은이가힘을보탰다.
편찬위가글선정작업에착수한지얼마되지않은2024년6월6일,송상용이별세했다.다행히송상용은생전에저작선집에대해자신이구상한대략을밝힌바있었고,편찬위는그의뜻을최대한존중해편제를구성할수있었다.송상용의구상은평생과학기술학분야의필요를사회에설득하고,관련학회들과여러제도적기반을마련하며,그학회들에학문적생기를불어넣으려노력해온삶의궤적을중심으로책을구성하는것이었다.
이후반년여에걸쳐편찬위와출판사는선집에수록될글을확정하고선정된글을텍스트파일로입력·정리한뒤초벌편집을거쳐원고를마련했다.이어곧바로2025년1월중순부터여러차례의편집회의와편집과정을거쳐,2024년4월편찬위원회가꾸려지고1년6개월간의노력끝에2025년10월1456쪽에이르는선집이출간되기에이르렀다.이렇게해서송상용이50여년에걸쳐정력적으로다양한국내외매체에발표해온글중141편이원본의온기와품격을그대로유지하면서도통일된형식으로정돈되고,현대독자들이보다쉽게읽을수있는모습을갖추게되었다.[송상용의전체저술목록은「송상용선생저술목록」참조]
“저작선집의간행을비롯해선생을기리고자하는여러일에도움을요청했을때,모두가기꺼이손을보태준것은이들이선생이평생일구어놓은거대한학문적유산없이는자신들의오늘도없었을것임을깊이자각하고있었기때문이리라.그런의미에서본다면,송상용선생의삶은그가만들어낸과학기술학의지적·제도적터전과그안에서이루어지고있는후학들의학문적실천을통해지금도계속되고있는셈이다.”─「간행사」에서
책의내용
제1부과학사·과학철학에서과학기술학으로:나의지적여정
송상용의성장사,학창시절,그이후교수로서의삶및과학기술학분야의활동을그가인터뷰등을통해밝히고있는자전적글과,한국과학사학회,한국과학저술인협회,한국과학철학회,한국생명윤리학회등송상용이만들고키워온학회의발자취에대해그가직접정리한글을실었다.선생의인생론및지적여정,한국과학사·과학철학·과학기술학관련학회들의태동및성장과정을들여다볼수있다.
제2부고생스러운여행이보람을준다:학술기행문
과학기술학관련국제학계와의학술적교류여정을담은여행기를모았다.송상용이유년시절부친을따라기차를타고만주까지다녀온여행기,유학생·연구원·해직교수시절의여행기,국제과학사회의·한일과학사세미나등과학사·과학철학·과학기술학관련국제학회·모임참석기,한국과정식수교이전1980~1990년대의동유럽공산권국가여행기,학회에참석한중국과학사의대가조지프니덤등과교유한이야기,북한학자들과의만남등이흥미롭게읽힌다.
제3부내가만난책과사람
송상용이저술또는편찬하거나번역한책의서문및후기,주목한책의서평,여러학문분야에서교류해온인물에대한평을모았다.과학관련도서가크게주목받지못한당시과학사·과학철학도서가나오기까지의전후사정,송상용이대학시절“하드카버초판을사서갖고있었”고그의“소박했던과학관을산산이깨뜨”린토머스쿤의『과학혁명들의구조』와관련한이야기등과그가학문적인연을맺은과학학선배학자들과의만남등이소개되고있다.
제4부논설
송상용이과학기술학의사회적필요를강조하거나과학기술현안에대해발언한논설문을뽑았다.과학(학회)잡지,일반잡지,대학신문,계간지,월간지,주간지,일간지기고,학술토론회발표문등다양한매체를통해다양한독자층을대상으로한글들이다.그만큼글의내용또한과학,교육,종교,생명,환경등다방면에걸쳐있다.강의실에서만아니라잡지·신문기고가와강연자로도활발히대중과소통한송상용의면모를확인할수있다.
제5부학술에세이
학술논문을비롯한학술적성격의글을수록했다.과학사,과학철학,STS,의료사,생명윤리등의분야의후학들이가장참조할만한송상용의학문적유산이라하겠다.줄리언헉슬리의초휴머니즘,로마클럽의『성장의한계』,레이철카슨의『침묵의봄』을우리나라에처음소개하기도한데서송상용의학문적선구자의일면을엿볼수있다.맨마지막에실린「황우석사건:회고와반성」은황우석사태라는전대미문의국제적스캔들이터졌을때,생명윤리학자들이신속하고적극적인대응을하도록앞장서며생명윤리및연구진실성의확립과과학자들의성찰에그가보여준실천적행동은지금도시의성있게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