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지우다 (권위주의자들은 왜, 어떻게 과거를 조작하는가)

역사를 지우다 (권위주의자들은 왜, 어떻게 과거를 조작하는가)

$18.00
Description
권위주의 정권은 왜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두려워하는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역사 지우기’의 메커니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학술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어떤 사건이 삭제되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사라지며, 박물관의 전시 해설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곧바로 시민의 권리, 선거, 소수자의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런 변화가 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다. 권위주의가 어떤 논리와 제도를 통해 과거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현재의 선택 능력을 잃어 가는지를 해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철학 및 역사의 보고서다.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곧 현재와 미래의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구체적 사례와 이론적 분석으로 동시에 입증한다.
《역사를 지우다》가 지금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진영 대립과 결합하고, 교육과 기억의 문제가 곧바로 권력 투쟁의 장이 되는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탠리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 정치가 어떻게 과거를 재단하고, 교육과 기억 제도를 재설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특정 국가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하나의 ‘국제적 패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

제이슨스탠리

JasonStanley
미국의대표적인사회철학자로서예일대학교철학과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토론토대학교글로벌·공공정책멍크스쿨(MunkSchool)의미국학석좌교수,키이우경제대학교의석좌교수이다.예일대학교로스쿨산하저스티스콜래버러토리(JusticeCollaboratory)구성원으로도활동하고있으며권위주의,민주주의,선전,표현의자유를주제로《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가디언》등주요매체에정기적으로기고하고있다.
지은책으로23개언어로번역된세계적인베스트셀러인《우리와그들의정치:파시즘은어떻게작동하는가(HowFascismWorks:ThePoliticsofUsandThem)》를비롯해《지식과실천적관심(KnowledgeandPracticalInterests)》,《선전은어떻게작동하는가(HowPropagandaWorks)》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권위주의체제를만드는방법
2장마음의식민지화
3장민족주의프로젝트
4장우월주의에서파시즘으로
5장반교육
6장고전교육
7장역사되찾기

나가며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권위주의정권은왜다양한관점의역사를두려워하는가?
민주주의를무너뜨리는‘역사지우기’의메커니즘

오늘날세계곳곳에서‘역사’를둘러싼싸움은더이상학술논쟁에머물지않는다.교과서에서어떤사건이삭제되고,도서관에서어떤책이사라지며,박물관의전시해설이어떻게바뀌는가는곧바로시민의권리,선거,소수자의지위,그리고민주주의의존립과연결된다.《역사를지우다》는이런변화가왜동시에,비슷한방식으로,여러나라에서벌어지고있는지를추적한다.
이책은단순히‘역사를왜곡하지말자’는도덕적호소가아니다.권위주의가어떤논리와제도를통해과거를통제하고,그로인해시민들이현재의선택능력을잃어가는지를해부하는매우현실적인정치철학및역사의보고서다.과거를둘러싼싸움이곧현재와미래의자유를둘러싼싸움이라는사실을이책은구체적사례와이론적분석으로동시에입증한다.
《역사를지우다》가지금한국독자에게중요한이유는분명하다.‘역사해석’을둘러싼갈등이정치적진영대립과결합하고,교육과기억의문제가곧바로권력투쟁의장이되는현실은남의이야기가아니기때문이다.제이슨스탠리는헝가리,폴란드,미국,인도,러시아등의사례를통해권위주의정치가어떻게과거를재단하고,교육과기억제도를재설계하는지를분석한다.그리고그과정이단지특정국가의일탈이아니라민주주의를잠식하는하나의‘국제적패턴’임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권위주의정권의역사지우기

권위주의정권은역사를‘경쟁서사’로인식한다.다양한관점이공존하는역사이해는시민에게국가이야기의공동저자로서의역할을요구하고,이는단일한권력서사와충돌한다.그래서교과서·교육과정·공적기념의층위를조정해복수의관점을하나의신화로환원한다.이책은그핵심메커니즘을삭제·왜곡·대체라는‘지우기’의기술로묶어교육과문화전반에서작동하는권위주의의전략을해부한다.
바로지금미국정치를보면이‘역사지우기’문제는더긴급하다.트럼프대통령을축으로공화당일각에서이른바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니셔티브와비판적인종이론(CRT)의축소및금지,‘애국교육’프레임의재가동,학교·도서관장서제한같은조치가확산하며역사·시민교육의언어와기준을바꾸려는시도가거세졌다.이는한지역또는한국가의논란처럼보이지만실제로는전세계적으로‘과거의영광-타락한현재-가상의적의발명’이라는동일한문법이정책→제도→일상으로스며들게되는흐름으로나타난다.《역사를지우다》는이러한흐름을개별사건의나열이아닌그작동원리로보여주기때문에,파편화된뉴스를일정한패턴으로읽고다음움직임을예측할수있게한다.
물론역사의완전한지우기는결코가능하지않다.세대의기억과생활세계의경험은제도적검열을뚫고남는다.저자는바로그틈에서민주주의의회복력이발생한다고본다.역사시민성이유지될때권위주의의단일서사는균열을드러내며,‘역사지우기’자체가공적논쟁의대상이된다.


교육을장악하라:교육과정·도서관·캠퍼스에대한공격

권위주의는학교를최전선으로삼는다.교실내에서의간섭과도서검열,‘정치적중립’과‘애국교육’같은구호아래교육과정을평면화하고,구조적차별을설명하는개념언어를제거한다.대학역시낙인과예산압박,규제의표적이된다.이는지식의총량축소가아니라사회를이해하는틀자체를빼앗는과정이며,선전이주입되기쉬운토양을만든다.
국제적으로도유사한양상이관찰된다.인도에서는국립교육연구훈련위원회(NCERT)가널리사용되는교과서를수정해무굴제국의비중을축소했다.무굴은오늘날인도에서소수인무슬림이지배하던시기였다는이유로주변화되었고,그결과“인도의진정한영광은종교적순수성을지닌힌두문명에있다”라는힌두민족주의신화가교육제도에서강화되었다.대학가에서는반무슬림법에반대하는학생시위를‘반국가적’으로낙인찍으며경찰력이개입한사례가반복되어,고등교육의자치와비판적토론공간이직접압박을받았다.
이렇게구성된교육권위주의는학문자유를압박하고,학생·교사의선택과평가,진로까지연쇄적으로제약한다.


신화적과거와적의발명:파시즘의정치언어

권위주의는‘영광의과거’와‘타락한현재’를대비시키고,그간극의책임을외부자에게전가한다.이과정에서법과질서를과잉동원하고,성·문화·이민에대한불안을정치연료로사용한다.그러면서말이행동을정당화하고,행동이다시말을사실처럼보이게만드는순환인‘반사실의정상화’가작동한다.
러시아의사례는전쟁정당화와교과서개정이어떻게맞물리는지를선명하게보여준다.러시아교과서는우크라이나인이독립적역사·정체성·언어를지니지않는다고서술하며(집단학살의역사가없다는주장까지포함),2014년이후의갈등을내전으로규정하거나러시아의개입을지운채기술해침공의책임을흐린다.이러한서술은‘우크라이나인은파시스트’라거나‘러시아는단지내부반군을도왔다’라는식의허위주장들과결합해,침공을정당화하는이야기구조를학생들에게주입한다.저자는이러한가짜역사가아니었다면러시아내부의전쟁지지도는지금과달랐을것이라고분석하고,바로그왜곡과싸우는1차전선이학교와대학임을지적한다.
또한점령지에서는교과서와학교운영을통해우크라이나정체성의흔적을체계적으로억압하고,푸틴의연설과국가담론은우크라이나를‘러시아와하나인민족’으로규정해분리된정체성자체를부정한다.나아가책은2022년침공이후의작전이문화적집단학살에해당한다고지적하며,우크라이나아동을러시아로대규모이송·입양하는관행을사례로든다.


각국의사례들:러시아·헝가리·인도·폴란드의기억정치

헝가리는국가핵심교육과정을재편해‘불편한과거’를흐리고단일한민족신화를강화했다.2020년개정에서문학영역을“헝가리민족의문학”으로정의하고,트리아농조약이후국경밖헝가리인까지포괄하는민족서사를전면에배치했다.동시에홀로코스트생존작가이자노벨문학상수상자인임레케르테스(ImreKertesz)의작품을교육과정에서제외해,유대인생존자의공헌과비극을사실상주변화했다.반면2차세계대전시기우익극작가페렌츠헤르체그(FerencHerczeg)등은핵심목록으로승격되며‘판테온(떠받들어야할유명인물)’의위상을부여받았다.과거개정때도파시스트정당출신인사를포함한소수계작가들이정치적이유로판테온화된전례가있어,교육과정이자긍심-정체성-기억을재배열하는도구로작동하고있음을확인시킨다.
폴란드에선그단스크2차세계대전박물관을둘러싼공방이상징적이다.국제학자컨소시엄이기획해2017년개관한이박물관은,폴란드의피해만을강조하는기존서사에서벗어나홀로코스트로희생된폴란드유대인,나치에의해학살된소련전쟁포로등다양한집단의경험을개별적으로조명했다.목적은폴란드의경험을세계사적맥락속에위치시키는것이었지만,이균형적서술은곧정치적압박에직면했다.박물관서사를‘국민적피해’로재집중시키려는시도는공공기억기관의전시설명·선정기준·해석언어까지재정렬하려는움직임으로번지며민주주의적기억질서에균열을초래했다.
이와맞물려미국·러시아·인도등에서도비판적관점을금지하는제도변화가가속화되고,투표법강화같은정치공학과결합했다.책은이러한흐름이우발적사건의나열이아니라권위주의동원체제의‘지적·정서적인프라재설계’임을밝힌다.각국의사례는공통의문법과지역적특수성을함께드러내며,‘역사지우기’가국경을넘어공유되는기술임을보여준다.

역사되찾기와방어:민주주의는어떻게과거를지키는가

이책의결론은‘역사되찾기’를단순한방어적구호가아니라,민주주의를유지하기위한적극적정치실천으로제시한다.제이슨스탠리는과거를둘러싼싸움이결국교육,기억제도,공론장의구조를둘러싼싸움이며,이전선에서후퇴하는순간민주주의는스스로를지탱할언어와기준을잃게된다고강조한다.
저자가제시하는해법은단순하지도,안이하지도않다.다양한자료를읽고가르칠수있는제도적조건을지키는일,교사의전문성과학문의자율성을보호하는일,지역아카이브·박물관·도서관·시민사회의연대를통해공공기억의기반을넓히는일,그리고교육과정과전시,공적서사가어떤기준으로구성되는지를끊임없이공개적으로토론하는일등이민주주의를유지하기위한‘정치적인프라’임을보여준다.문제는무엇을가르칠것인가이전에,왜그리고어떻게가르칠것인가를사회가합의할수있느냐는데있다.
이책이일관되게강조하는점은민주주의는결코편안한체제가아니라는사실이다.민주주의는불편한사실,경쟁하는해석,자신이속한집단의신화를흔드는이야기들까지제도적으로포용할용기를요구한다.반대로권위주의는언제나과거를단순화하고,불편한질문을제거하고,단일한이야기로세계를정리하려든다.《역사를지우다》는바로이지점에서‘기억의정치’가어떻게‘자유의정치’와직결되는지를가장설득력있게보여주는책이다.권위주의가과거를재단하려할때복수의이야기들이공존하고경쟁할수있는질서를어떻게지켜낼것인가.《역사를지우다》는그질문에대해가장치열하고도현실적인답변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