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그림 찾기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

틀린 그림 찾기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

$18.80
Description
우리 안의 차별 감정!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누구나 늘어놓는 말이면서도, 누구나 실천하지는 않는 말. 하이데거의 철학을 빌리자면, 그것을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각자가 겪어 온 인식의 조건이 다른 것이다. 그 차이를 이해해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몰이해의 근거일 수는 없다.

‘차이에 대한 존중’이란 말도 너무 흔하게 유통되지만, 나의 차이를 존중받으려면 남의 차이부터 인정을 해야 할 일이다. 인정도 존중도 없으니 불편함은 지속되고 반복된다. 상대에게는 왜 그렇게 닫혀 있느냐며 따져 물으면서, 정작 자신은 갇혀 있는 사람들. 정말로 열려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의 닫혀 있음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빙할 논거만을 모으거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만 함께 한다. 자신의 커뮤니티에만 갇혀 있다 보니, 다른 결의 생각들은 차단하고 배제한다. 그러곤 되레 상대를 지적하며 수정하려 든다. 결국 자신과 다른 삶의 규칙은 ‘틀림’의 대상이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의 ‘틀림’을 제목으로 내걸었다.

인류의 역사는 그 ‘틀림’을 교화한다는 명분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선악은 기분의 문제로부터 발생한다. 가령 낯선 종족의 출현이 교류의 목적인지, 침략의 목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경계심을 품는 태도가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이런 정서의 문제가 도덕을 규정하는 척도로 고착화된다. 보기에 거부감이 없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만 수용하는 것. 니체에 따르면, 진리라는 것조차 미적 취향이다. 서구중심, 남성중심, 백인중심의 패러다임은 따지고 보면 집단무의식으로 전승된 원시 습성에 다름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인간의 근원적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구별 짓는 담론이 있을 뿐이다.
저자

박천기

저자:박천기
서울대학교인문대학서어서문학과를졸업했다.
KBS방송프로듀서로입사해시사정보교양음악등다양한장르의라디오프로그램을제작해왔다.특히KBS3라디오‘사랑의소리방송’(FM104.9Mhz)에서장애인과이주노동자등우리사회소수자들이겪는일상적차별에관해이야기해왔다.
시각장애인의삶을다룬실험다큐<소리로보는세상>으로한국PD대상실험정신상과NewYorkRadioFestival금상을,장애인을향한편견의시선을다룬<장애를바라보는세가지시선>으로한국방송대상라디오부분최우수상을각각수상했다.
지독한세상의소음을견뎌내기위해매일걷고,쓰고,생각하며별일없이살아가기를소망한다.
주요저서로는『당신은인간의마음을가지고있습니까?』,『쫓겨난권력자』,『크게라디오를켜고』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고래는얼굴이없고경계도없다

1차별의언어,차이의몸짓
2편견에,갇히다
3경계에선사람들
4함께이지만,혼자
5시선,참을수없이가벼운

에필로그-진정한분별은‘차이’를깨닫는것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차이를지우면차별이사라질까?

‘오른’은‘옳은’이그어원이고‘왼’의원래뜻은‘그르다’라고한다.재미있는사실은right와left의어원역시비슷하다는점이다.지금은많이유연해진사회분위기이지만,꽤오랜세월동안왼손잡이는차별의대상이었다.

고대사회에서는오른손에창을들고왼손에방패를들던오른손잡이들이왼쪽에심장을보호하기에는더유리한조건이었다는설이있다.반대로왼손에창을들고오른손에방패를들던왼손잡이들은상대적으로도태될수밖에없었다는것.계통의유전이지금까지이어져오른손잡이의빈도가더많다는설명이다.신빙성있는자료인지는모르겠으나,태생적특질로나누어지는다수와소수라는지극히단순한구분이,옳고그름의의미로변질되어,왼손을경시했다는사실은분명한듯하다.

독사는먹잇감을마취시키는맹독을가지고있고,독이없는뱀은먹잇감의몸통을휘감아숨통을조일수있는힘이있다.같은종의동물임에도진화의방식이다른이유는,그것이자신에게가장잘맞는삶의형태이기때문이다.다윈과장자의관점에서설명하자면,그들을지금까지자연에서도태되지않고살아남을수있게한유전형질이기도하다.하지만인간사회에서는차이가차별의정당성을부여하기도한다.오른손이주류가된사회에서는왼손이터부시되었듯.차이의사이에는,때로비상식적인도덕적명분이자리하고있거나,때로‘틀림이아닌다름’이라는공허한양해의명분만이나뒹군다.

책속에서

사람몸에있는여러가지호르몬가운데멜라닌(melanin)색소가있다.이미잘알려져있듯이멜라닌색소는검은색소를의미한다.여기서mel은검다혹은어둡다는의미로남태평양멜라네시아(Mela-nesia)도이곳사람들의검은피부에서유래한말이다.그리고라틴어‘malus’에서유래한접두어‘mal’은대체로‘어둡다’와‘나쁘다’는의미를동시에가지고있다.실제로영어단어에서mal-을접두어로쓰는단어대부분은‘악’,‘불량’,‘부전’,‘이상’등부정적인뜻을담고있다.-p.5

사회심리학자들은약자를괴롭히는사람이사회적인정보처리능력이뛰어난사람일가능성이높다고말한다.실제로누군가를표적으로삼고어떻게교묘하게괴롭혀야하는지알려면상당한사회적기술이필요하기때문이다.약자를괴롭힐때는주로자존감이낮은상대를표적으로삼으면서동시에자신은지위를유지하며자존감을비현실적으로높이세우는것이다.하지만이들은이런잔기술에는능하지만정작타인의고통에는무감각하고,상대가괴롭힘을당할때는일부가학적쾌락을느끼기도한다.-p.27

‘자신을수치스럽다고생각하게만드는사회는지옥보다나을게없다’라는앙드레말로(AndreMalraux)의말처럼,인간의존엄성은남이나를어떻게대하는지혹은내가타인을어떻게대하는지와같이타인과의관계에근거하지만,결국자신이자신을대하는국면,자신과의대면에서결정적으로규정된다.우리는이것을존엄의첫걸음이라규정한다.-p.44

칸트철학의대가인일본의철학자나카지마요시미치(中島義道)는이런상황을두고과연나는‘장애인을차별하면안된다’라는신념을품고있는가?나는그저자신을지키기위해그렇게믿고싶을뿐인것은아닌가?잠시고민하는척을하고자신에게면죄부를주며,이런사태에대해진지하게고민하며괴로워하고있으니자신은쓰레기가아니라고믿고싶은것은아닌가?와같은질문을자신에게던져보라고권한다.자기기만에능숙한인물이라도대부분의사람들은우리내면깊숙한곳에숨겨져있던차별과편견의덩어리들을쉽게발견하게될것이다.-p.73

누군가는가축의내장과근육을자르고,쏟아지는분변의악취를온몸으로참아야하고,또누군가는이들의노고덕분에맛있고영양가있는고기를식탁에서마음껏맛볼수있다.그런면에서나는살생의업보를감내하며사람들의차가운시선도견뎌내야하는이들을불가(佛家)에서말한보살들이라고생각한다.-p.129

80년대초반까지집안에컬러TV를소유하고있는집안은흔치않았지만,지금은어느가정에서나쉽게볼수있게됐는데,이럴때는보편적(general)보급이라말한다.반면에장애인화장실이나교통약자를위한이용시설들은전화나냉장고처럼우리주변에‘보편적인’시설로자리잡지는못했지만‘누구나’편리하게사용할수있는시설이라는사실에서우리는‘하나로수렴되는(uni-versal)’유니버설의기본정신과다시조우(遭遇)하게된다.-p.141

우리사회처럼극심한정치적양극화사회에서는정서적양극화도심화가된다.애플의통계분석가인입타치렐케스(YptachLelkes)는심지어한쟁점에관해실제로상대정파와의견이거의다르지않을때조차,당파적적대감은상대편에대한부정적감정을불러일으킬수있다고말한다.이러한현상은여러정당에걸친이른바‘교체정체성’을부정하거나파괴한다.-p.145

거짓교육은경계안의‘우리’만을살필것을강요하지만,정작진정한교육은벨훅스의말처럼‘경계너머’를살피라고가르친다.그리고다소힘겹지만,이해의근육을키우는지난한과정을통해당신의눈꺼풀을무겁게짓누르고있는무모한분별의때를벗으라고말한다.경계의벽을너머야진정한차이가보이기시작할것이다.-p.150
시각장애인들에게‘소리로본다’는개념은단순히문학적인수사(修辭)가아니라과학적개념이자실존적의미를지닌다.특집프로그램을제작하면서시각장애인142명을대상으로실시한에서도응답자의69%는시각장애인이정안인(正眼人)에비해소리를더잘듣는것이아니라소리에대한‘집중도’가높은것이라고응답했다.-p.154

우리말에‘화냥년’이라는말은이‘더렵혀진피’를상징하는대표적인표현이다.‘화냥’이라는말은병자호란때만주족의청나라가조선을침입하여여인네를겁탈하고‘음탕한계집’을뜻하는만주어‘하얀(hayan)’이라부른데서유래했다는설도있고,역시병자호란후청나라로끌려간조선여인들이오랑캐들에게만신창이로몸이더럽혀진후‘고향으로돌아왔다’라는,다시말해환향(還鄕)했다는말에서유래했다는두가지설이있다.그무엇이되었든피해여성에대한이런폭력적시선과언어들은순수와순결을내세운남성들의또다른폭력성을반영하고있다.-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