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시작된 메노포즈 (문영길 장편소설)

그해 봄 시작된 메노포즈 (문영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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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골에서 성장해 고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30년간 서울에 살고 있는 현미, 그해 봄 서울 한복판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난다. 벼락처럼 다가온 조우는 그녀 삶에 혁명처럼 다가와 붉은 메노포즈를 안겨 준다. 쉰이 된 여인이 드라마 같은 오십 대를 횡단하며 한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의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간 억압되었던 여성성을 회복해 간다. 담대히 삶의 거대한 변화와 파동을 맞이한다. 하루하루 반복된 삶 속에 느닷없이 다가와 나이듦을 강제하고 구속해 온 불혹, 지천명, 이순 같은 그럴싸한 말들…. 모두 비현실적인 허위 날조된 단어였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

문영길

저자:문영길
-성균관대졸업
-현대기아차구매본부,신차개발부서장역임
-경희대음악교육대학원음악교육전문가과정수료
-이탈리아제누아코엘리음악아카데미고급연주자과정
-연주활동및강의
-주요작품:2023년소설집[시절인연]출간
-현)금융컨설팅및소설작품활동중

목차

1장.SNS,그가공할위력…
2장.아~37년만에…
3장.인간군상의심리그리고썸…
4장.오십에불어닥친…그리고…
5장.기막힌과거의진실
6장.사랑이란놈,너참…
7장.인생이란놈,너참…
8장.다시피어나다
9장.운명이란놈,너참…
10장.제2의삶을찾아…

출판사 서평

‘메노포즈(Menopause)’는우리나라말로폐경또는완경이라부른다.폐경은여성의생식기능이끝난다는말이고,완경은폐경을완곡하게이르는말로,월경이완성되어원숙한여성에이른다는말이다.메노포즈는단절,닫힘이아닌해방,도전,열림,성숙을뜻한다.가임여성,엄마,아내,며느리,가장의역할을매듭짓고새롭게삶의여정을시작한다는의미를담고있는데,이단어는곧이이야기를관통하는열쇠이자,현미의삶그자체를빗대기도한다.

누군가가‘인간의비극이란몸은늙어가는데정신은늙지않음에기인한다’고한다.마흔은서른보다몇잠,몇공기더먹었을뿐이고,쉰이돼보니또그랬고,예순이되어도마찬가지다.누가오십을지천명이라했는지그나이되어보면결코가슴에와닿지않는날조된단어임을알게된다.길섶에피어난풀꽃한송이조차그의미를모른채오늘도이토록흔들리며살아가건만,광대무변한하늘의뜻을알수있다는것은완벽한허위,날조된단어다.

그나마알수있는건바다가계절을,세월을가늠하지않고푸르다는것,사람마음또한나이를따지지않고푸르다는것.나이들수록노화는가파를지언정,삶에대한애착은더욱강렬해진다는것.해뜨는장면은눈부시게아름답지만,해지는낙조는눈부시지않아더욱아름답다는것,그뿐이다.해마다먹게되는떡국한그릇한그릇비워내며느낀추억,아픔,사랑,고통,분노,자괴,그리움,희망,행복….그소중하고복잡한감정들을한화면에담아낸이야기가바로이『그해봄시작된메노포즈』이다.

‘오십대’,젊은세대에겐오지않을까마득한미래같지만,살아가다보면불현듯다가올미래다.40대엔잠시후눈앞에펼쳐질현실이된다.오십이되면얼결에마주하게되는오늘이되고,육십대엔쏜살같이지나간삶을반추하는어제가된다.부디,20~30대에겐부모세대를이해하며미래의나를여행해보는시간이되길바란다.40대는다가올현실을슬기롭게준비하는시간,50~60대엔하루하루더값지게살아감에도움이되는시간이되길바란다.걸음을잠시멈추고어떻게살아가야할지‘삶을깊이관조하는시간’이되길소망해본다.

책속으로


놀라운광경이었다.콜럼버스의신대륙을보는것같았다.(...)마치댓글전쟁이라도벌이는사이버전사들같았다.연희는댓글들을보며이런생각이들었다.돈의가격을이자율이라고하는데,밴드의가격은댓글률일거라는.

아주촌스러운이름은아니지만밋밋하게불리는게당시엔그냥싫었다.고유의내가아닌풀빵기계에서5초마다찍혀나오는존재같았다.연희는개명할때반항으로가득했다.화끈하게이사벨라,엘리자베스,알렉산드라같은우아한외국이름으로개명할까하고뻗대던순간을생각하며잠시히죽웃었다.

과거라는것이세월이라는썰물에무참히떠밀려가는것만은아니었다.밀물처럼현재라는해안으로철석철석몰아쳐오는것이기도했다.

너희는어느날우리에게로다가와굿모닝팝스가되었고,정오의희망가요가되었고,두시의데이트가되었어.별이빛나는밤이되었고,밤을잊은그대가되어버렸어.너희생각에귓바퀴가항상쫑긋거려.너네대체실체가뭐니?어떤의미를품고나타난거야?북의지령같아.시골뜨기사내녀석들의마음을포섭하라는…….

에버랜드를소유한이는우리보다백배는즐거울까?우리보다천배는짜릿할까?아닐거야,그들은우리보다백배,천배는머리가복잡할거야.그많은즐거움의요소들을소유한들,사용하지않으면무슨소용이겠니.소유는유지관리가목적이고,사용은즐거움이중요가치가될테니말야.(...)얘들아,의지할사람이있다는건소득의3배가늘어나는효과가있대.우리서로를잘사용하자.그래서소득을세배이상늘려보자.

운명이란,부득불일어날일들에정해진확률에따라희비가갈리는제로섬게임은아닐까.
각종복권과로또에당첨되는것이노력의대가에의해주어진것이아니듯,가혹하게다가오는비참한현실도반드시누군가의잘못에기인해찾아오는것만도아니다.원인도,기승전결도없이무소불위로습격해오는운명앞에인간은흠뻑젖을뿐이다.

우리야말로불철주야,오매불망한놈만경험하고늙어쪼그라들것생각하니까억울해죽겠구만.이인간이뭘잘하는인간인지못하는인간인지비교조차할수없으니말야.내이환상적인몸매를한놈에게만보여줘야한다는게너무억울해.이건귀중한지구인적자원낭비아니니?

기다림은아무리초조히발을굴러도버스안의제자리처럼애달픈것이었다.그리움은아무리덮고눌러도비집고나와부풀어오르는홀로그램과같은것이었다.

아픔을치료하는데시간만큼분명한특효약은세상에없다는것,시간만이화상처럼아린감정의농도를희석시킬수있다는것,그시간이지나면성숙이라는이름으로한단계자신을성장시키는원동력이된다는걸현미는누구보다잘알고있었다.

현미는누가오십을지천명이라했는지그거창한말이결코가슴에와닿지않았다.길섶에피어난풀꽃한송이조차그의미를들여다보지못하고살아갈진대,어찌광대무변한하늘의뜻을알수있다는것인지,그렇게말한사람을과대포장에허위사실유포죄로고발하고싶었다.

자동차문신엔이런글귀가쓰여있었다.“내신말고뭣이중헌디…!”그러게.우리삶에,우리아이들에게진정뭣이중할까.꼬깃꼬깃학원차에올라탄채멀어져가는노란차의뒷모습이왠지짠하게전해왔다.현미는잠시생각에잠겼다.학교는배우러가는곳일까.배워서가는곳일까.학교는학생도가기싫지만어쩌면교사는더가기싫은곳이돼가고있는건아닐까.

비를맞아야진짜비맛을아는건데.온몸으로흠뻑젖어봐야진짜무지개를볼수있는건데.청춘은불행해서도안되지만결코편안해서도,안주해서도안되는건데.청춘은반항적이어야하는건결코아니지만,주어진현실을쉽게수용하고순응만해서도안되는것인데.반항과용기,두단어를같은말로용인받을수있는시절이바로청춘인것인데.

하지만성실히살아온지난삶의행적이현재자신의행동을한치도정당화시켜주지않았다.정상참작도,유예도,눈감아주지도않았다.과거는무의미했다.오직현재라는시제만이존재하며냉정한판정을내릴뿐이었다.말랑말랑한사랑따위윤리의이빨에잡아먹힐뿐이었다.

현미는민철의사랑이느껴졌다.지금까지만남중현미마음을사로잡은가장강력한호객행위였다.

겉으론자기주도로자유롭게생활해나가는도시적여자처럼보이지만,그것은상처와불안을감추고자유로운사람으로보이기위한가면에불과했다.

현미의결정은끗발낮은패로모든걸걸고올인하는도박꾼처럼무모하리만큼절박한결행이었다.그녀는삶을베팅하며자신의입과눈동자,가슴에명령을내렸다.제발잠잠하라고…부디담대하라고….

운명은현미상황을전혀참작해주지않았다.고집스러운운명이한번결정한것은번복하지않았다.최소한의숨통조차열어주지않았다.그녀의땀방울도,애절함도,끔찍한인내도,과거의행적도다물리쳐버린,측은지심이라곤실오라기만큼도없는냉혈한이었다.(...)운명이란것이현미의희망,회생,건강,행복같은것들을탈탈털어무장해제시켜놓고알몸으로풀어줬다.

“민철의존재는현미가단하루라도더살고싶도록안달나게하는사람,죽음에가혹한슬픔을느끼게하는존재다.”

“운명이정해놓은명줄앞에이리저리휘돌리며그저속수무책인인간이,뭐가그리대단하다고핵폭탄을만들고인공위성을쏘아대며잘난체를하고거드름을피워대는지화가났다.환경부도,미래창조과학부도,국민안전처도,수백조틀어쥐고있는기획재정부도이름만번지르르했지생활속미세먼지하나조차해결하지못해쩔쩔매다고작비오기나기다리고있는주제에뭐그리잘났다고거만을떨어대는지실소가터져나왔다.현미같은중년여성하나살려내지못하는인간의의학기술은그저허울뿐인우물안개구리,방안퉁수같았다.”

“현미몸에열이달아오르고있었다.패혈증세가나타나고있었다.과열된전열기처럼전신이뜨거웠다.민철은열나있는현미의머리,얼굴,몸,손가락끝까지차가운물수건으로닦아주었다.현미는눈이무거웠다.아무리치켜뜨려해도눈꺼풀이내려앉았다.두려웠다.지금눈을감으면다신깨어나지못할것같았다.그와함께할내일이더이상주어지지않을것만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