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그녕 (류현재 장편소설 | 반양장)

빼그녕 (류현재 장편소설 | 반양장)

$17.00
Description
드라마 작가가 쓴 넷플릭스 같은 소설!
한국판 말괄량이 삐삐 ‘빼그녕’의 대모험(?!)

“그날 밤에 본 걸 기억에서 지워줘.
저 배밭에는 아무것도 안 묻힌 거야.”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일곱 살 소녀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세계
한 소녀의 성장 서사, 두 남녀의 금지된 사랑, 두 개의 죽음을 둘러싼 추리극…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천 겹의 이야기가 폭발한다

기억력이 비상한 시골 소녀 백은영은 부모가 지어준 흔한 이름 대신, 평범함을 거부하겠다는 의지로 ‘빼그녕’이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하얀 배꽃이 눈부시게 흩날리던 봄날, 의문의 사고로 오른손 손목이 잘린 법대생 경철은 ‘춘입’이라 불리는 여자와 마을로 돌아온다. 춘입의 정체에 대해 마을에는 온갖 소문이 돌고, 빼그녕은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본 춘입과 친구가 된다. 춘입과 묘한 기류를 나누던 외지인인 ‘샘 기술자’가 갑자기 실종되고 경철의 부모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빼그녕은 한밤중 춘입과 경철이 배밭에 무언가를 파묻는 모습을 기억해낸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한 소녀의 성장 서사이자, 두 남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 두 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심리추리극이기도 하다.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다층적이고 풍부한 이야기가 폭발한다.
저자

류현재

2003년방송작가로데뷔해MBC‘베스트극장’을통해다양한드라마를선보였다.지금은남해로귀어해반은작가,반은어부로생활하며소설을쓰고있다.《온기로부터》《가장질긴족쇄,가장지긋지긋한족속,가족》(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우수상),《네번째여름》(대한민국콘텐츠대상),《아내를위해서월요일에죽기로했다》,《야미》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

1.할마와프랑크
2.춘입
3.샘아저씨
4.스프링클러
5.가출
6.독살
7.감옥
8.똘배
9.증인
10.우수리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자신의이름을선택한맹랑한아이,‘빼그녕’의성장서사
서로의고유함을지켜주는관계의생성에대하여

“너같이특별한사람한테는백은영이라는이름보다
빼그녕이더잘어울려.나도널빼그녕이라고불러도되지?”

“내가남들과다르다는걸알게된건네살때였다.”소설은세상모든것을앨범처럼머릿속에저장하는천재소녀빼그녕의시선으로시작된다.배꽃이흩날리던송백리마을에빼그녕이태어나던날,‘할마’의딱딱거리는틀니소리가들리고,소고기를사러정육점에갔다온아빠는‘딸’이태어났다는소리에실망감을감추지못한다.그런데도“아빠는소고기를사러읍에갔다온건그전날이고내가태어나는걸직접보고탯줄까지자기가잘랐다우기고,엄마는그때소고기같은건먹어보지도못했다고한술더뜬다.”(17쪽)초중고전과정을3년도안돼다끝내고,마을의책이란책은다섭렵한빼그녕은자신의천재성을몰라보는무식하고무심한엄마아빠가싫다.유일한친구인할마(신선이돼가는중인할머니)와태어날때부터함께한아끼는송아지프랑크만이삶의낙이다.

이소설을읽는가장큰즐거움은단연주인공‘빼그녕’의캐릭터에있다.특출난기억력으로어른들의허물을꼬치꼬치지적해알밤을먹기일쑤지만,이촌구석을벗어나서울특별시에살게해달라고칠성님에게소원을빌고,입술이파란아픈동생에게빨간립스틱을칠해주는모습은영락없이귀여운일곱살이다.보이는것을보이는그대로보지못하는어른들의세계에서자유로운이아이는,마을에서온갖구설과차별에시달리는이방인춘입과스스럼없이친구가되고,자신을위해라면을세봉지나끓여주는다정한‘샘기술자’아저씨가아빠가되었으면좋겠다.빼그녕은부모에게서느끼는고립감의틈새를눈물로채우는대신,특유의매력과기지로새로운관계를개척해나간다.혈연을넘어서서로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진짜‘가족’을만들어나간다.그런의미에서자신이직접지은이름‘빼그녕’은단순한별명이아니라,주어진환경에매몰되지않고삶의주도권을쥐겠다는독립선언이다.빼그녕의성장은누군가이끌어주는것이아니라,스스로세상을관찰하고해석하며정체성을세워가는과정이된다.


모든것을기억하는아이,아무도믿지않는진실
한연인의힘겨운사랑을둘러싼미스터리추리극

“그날밤에본걸기억에서지워줘.
저배밭에는아무것도안묻힌거야.”

아무리맹랑하고영특한천재소녀빼그녕이라도,세상일이일곱살아이의머릿속처럼단순하지만은않은법이다.춘입과묘한기류를주고받던외지인‘샘기술자’가갑자기실종되고,친구라믿었던춘입은이유모를절교를선언하며,춘입과경철의관계를반대하던경철의부모가독살되는사건이발생한다.그와중에빼그녕은한밤중춘입과경철이배밭에무언가를파묻는현장을목격한다.이비극적인사건들의중심에춘입과경철의수수께끼같은사랑이있다.그들은서로를구하려는것같기도하고,서로에게서벗어나려는것같기도하다.‘샘기술자’의실종과경철부모의독살사건뒤에숨겨진진실은무엇일까.

소설은하얀배꽃이눈부시게흩날리는평화로운시골마을을어느순간단숨에치밀한추리극의무대로바꾼다.일곱살빼그녕의눈에춘입과경철,샘기술자와마을사람들모두선악의구분이모호한모순된지점을보인다.자명해보였던캐릭터들의반전은기묘하게얽힌사건들과맥락을같이한다.모든것을사진찍듯기억하는빼그녕의천재적인기억력은마을의깊은치부를구석구석목격하는기록장치가되고,단순한회상이아니라‘파묻고싶은진실’과‘기억하고싶은거짓’을가르는윤리적도구가된다.무엇이든망각하고덮어버리려는어른들의세계가빼그녕의완벽한기억력과충돌하며서스펜스를구축한다.


눈부시게아름다운배꽃밭을배경으로펼쳐지는
이토록잔혹하고도이토록무해한모순의소설

“어른들이나애새끼나다못돼처먹었어.
아주드러운동네야.”

소설《빼그녕》이선사하는가장독특한미학은사회비판리얼리즘의서늘함과마을사람들의순진무구한따뜻함이공존하는모순에있다.송백리마을사람들은악당이아니다.백가네구두쇠영감‘가지마오’아들이장군별을달자앙숙인송가네도다같이모여잔치를벌이고,배밭에배가무르익어떨어지면낙과를주워서로서로나눠먹는다.이들은이웃과정을나누며성실히살아가는평범하고선량한사람들이다.소설전반에흐르는이서정적이고따뜻한분위기는역설적으로마을에서일어나는비극적사건들을더욱도드라지게만든다.빼그녕의기억은이사건들의진실을여는열쇠인동시에,어른들의위선을해체하는서늘한칼날이다.

1970년대후반박정희시대를배경으로한송백리마을은한국현대사의축소판이자,리얼리즘의정수를보여주는공간이다.겉으로는평화로운공동체를표방하지만,그이면에는‘송가네’와‘백가네’로대변되는패권다툼이있고,‘빨갱이’와‘노동운동’에대한학습된냉소와혐오가있다.주체적으로사고하지않는마을사람들의‘순박함’이집단적이기심과결합할때,마을은가장약하고이질적인존재인‘춘입’을편견과차별의희생양으로만든다.류현재작가는순수한아이빼그녕의시선을통해우리사회의이기묘한모순과민낯을폭로한다.악의없는사람들이모여빚어내는배타적인연대,공동체를지키기위해행해지는평범하고도당연한폭력.소설은시종일관아름답고유쾌한톤을유지하면서도,그이면에도사린시대적아픔(노동운동,이념갈등)을날카롭게꿰뚫는다.이모순된풍경은독자에게‘선량한방관자’로살아가는우리자신의모습을돌아보게만들며,정의와공존에대한묵직한물음을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