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기반 인문카운슬링의 이론과 실제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마음의 문제를 겪게 된다. 그 문제는 때로는 삶에 대한 회의로, 때로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때로는 주변과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인문카운슬링 활동은 이런 삶의 문제가 나를 괴롭히는 심각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비슷하다. 인류의 유산인 인문학 작품과 철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사유방식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게 되고 내가 갖고 있던 세계관을 확장하게 된다. 이렇게 더 커진 나는 이전에 크게만 느껴졌던 문제를 그리 크지 않은 문제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인문카운슬링’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학문의 한 영역이다. 용어가 다소 낯설고 생소하겠지만, 다년간의 실천 활동을 통해 인문카운슬링은 사람들에게 ‘사유의 확장’과 ‘삶의 활력’ 등의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인문카운슬링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프로그램이나 강연의 형식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인을 상대로 한 진로상담이나 생애사 쓰기 등의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인문카운슬링 프로그램에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카운슬링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인문카운슬링 프로그램은 하나의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놀이는 근대 이후 왜곡된 개념의 놀이가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놀이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이익을 창출하는 형태가 아닌 이상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철학적·사회학적·인류학적 논의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놀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놀이는 인간의 본능이자 우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의 기원이다. 우리는 놀이할 때 생명력이 넘치며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인문카운슬링이 하나의 놀이가 된다는 것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스포츠를 즐겼을 뿐인데 어느새 건강한 몸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인문학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놀이 기반 인문카운슬링’ 프로그램이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대중화된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또한 치유와 회복을 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