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 아침달 시집 43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 아침달 시집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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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성희의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가 아침달 시집 43번째로 출간됐다.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올해로 작품 세계를 펼친 지 20년 차가 되었다. 이번 시집은 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개성적인 발화와 함께 더욱 치열해진 내면의 저항으로 돌아왔다.

이전 시집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나 자신과의 대립은 이번 시집에서 일면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시 속에서는 독특하고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하고 세계와 불화하는 모습이 있지만, 그 끊임없는 자기 존재의 증명은 처절한 고투의 흔적을 남기는 끝에 타자를 향한 열망으로 발화한다. 마침내 자신을 짓밟으면서 ‘너’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또 김영임 평론가는 이번 시집이 “부정형의 얼굴을 하고 있”고, 시적 주체들이 금방이라도 “산화되어버릴 것만 같”은 존재성을 지닌다며 황성희가 변주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의미를 정확히 짚어낸다. 자기 비하만 일삼던 나의 시선이 어떤 과정을 통해 ‘너’로 향할 수 있는지 시집을 읽고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저자

황성희

저자:황성희
1972년경북안동에서태어나2005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
시집『앨리스네집』,『4를지키려는노력』,『가차없는나의촉법소녀』,『눈물은그러다가흐른다』등이있다.

목차

1부그때나는딱중간지점에있었다

쓰레기소녀
개자식여러분
철부지토네이도
소련사과와옥희선생
한편소영의합리적사고
인사의각도
개한마리의지구력
층간소음의사내
가진것이개미밖에없는개미
사거리옛날뻐꾸기
모든것을이야기하는사람
멧돼지보다김
김의탄생
김의신냉전수법과간호사의의문세계
취팔선에서생긴일
조용히미치는나무
불순물

2부만일아무도이세계에속지않는다면

반죽의세계
사람으로지낸어느한해
맹목적소년소녀들
너에게너를돌려주는이유
결과보다과정이오락인세계
베스트드라이버
밤에시를읽다보면
창작의시대와새의절망
어느변절자의꿈
개의희생
관찰자시점
우리사이에서통용되는기법

3부지구의눈물속을떠다니길바라지않고

누가이시를두번읽을것인가
웃음소리
태양아래의성찰
철부지사과
사담의전문가와의존의명수
귀남이가없어진날
손목걱정
어느한낮의긴헤엄
나팔없이꽃이되려는그림자
영법의최신
개인사정으로인한결투
깃털썰매
생활하수를업신여기는마음
세상에서가장쉬운시
손바닥을생각하는이유
순록의동공과툰드라소년
이토록아름다운소녀대잔치
지금내가어항밖에있을때가아닌데

4부의지가시간을앞지를때까지

산타의세계
아름다운전향
새의풍경과나의새
사적용도의안티푸라민
자백모임
주스의오렌지소망
소라게시계
어제쉽다는이야기를들었다
나쁜어린이기법
언니,엄마는아직도사과를싫어해?
악몽의쓸모
점묘
기분이가려워질때
생각으로만들어진새
딸기냄새를풍기는룸펜
깜빡이는세계

해설
“손목”을자른엘렉트라-김영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끝끝내‘너’에게로달려가는시
누락된호흡이내뱉는입김의말들

2005년『현대문학』으로등단해올해로작품세계를펼친지20년차가된황성희시인의다섯번째시집『너에게너를돌려주는이유』가아침달시집43번째로출간됐다.3년만에돌아온이번시집은각소제목이달린4부구성으로,‘문제적개인’을자처했던시인이63편의시를새로묶으면서존재에관한치열한탐구의식을밀도높은언어로담아내었다.

첫시집『앨리스네집』에서부터“앨리스”나“헨젤과그레텔”같은판타지인물들을포함해갖가지다양한화자들을등장시켜개성적발화의밀도를높이는시적기법은황성희시인이추구해온독특한형식이다.그동안시집을펴내면서불완전한여성화자들이폭발적인에너지로고통스러운발화를삶에기입하고,특히줄곧보여주었던“어머니의세계”는곧‘나’라는안쪽이그어떤바깥으로도채울수없는공허한자리임을생생히드러냈다.

이번시집은마침내‘나’의세계에서‘너’의세계로넘어간다.얼핏생각하면간단해보이는이미끄러짐에도달하기까지시인은근20년이라는시간을쓴셈이다.이러한건넘은꼭타자만을지칭하진않는다.나는언제든지네가될수있고,너또한언제든지내가될수있는것처럼말이다.기나긴생의굴곡을넘으려다자주무너지던‘나’라는폐허에홀로갇힌자는이제‘너’라는세계를향해절규하고그곳에닿기를갈망한다.지리멸렬했던‘나’를오랜시간횡단하면서,모음의방향만바꾸면‘너’가되고,‘너’는그어떤문장속에서도바뀌지않는단어가된다.시인이자기육체를버리면서까지“너에게너를돌려주는이유”다.

대체불가능한쓰레기소녀
자학으로써항변하기

“쓰레기처럼누워있어본다”

─「쓰레기소녀」부분

시집을펼치자마자나오는첫시의장면이다.“나를꺼내던기대에찬손들”이사라진자리에서화자가“끝내버리지못한”것은“마음”이지만이미스스로다털려어디로도가지못하는자신을쓰레기라고명명한다.망한인물은나뿐만이아니라시에서다양하게등장하는“김”,“옥희선생”,“소영”같은인물들도마찬가지다.이전부터시인은다채로운여성화자들을중복적으로등장시키면서현대사회에서여성으로서살아가는지난한시간을묘사했고,달콤한문명에서누락되었으며,이상적인이야기를버렸다.예컨대자신의몸이먼저가아니라옷을다골라야체형을결정하는인물“소영”은인과가뒤틀린행위를통해나조차나자신을이세상의일원으로인정하지못하는비참한전복적태도를보여준다.1부제목인“그때나는딱중간지점에있었다”는그러므로우리에게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삶이나와세계가서로넘어지지않기위해표면이거친밧줄을잡고위태로운줄다리기를하는것이라면,“중간지점”은바로나도세계도넘어지지않은채거의동일한힘으로균형을내고있는긴장상태라고말할수있다.시인은왜이렇게까지자학할까.“이제이기분의마무리”(「김의탄생」)를어떻게하면좋을까.“걸어오면서잘한일이라고는/없어지지않으려고계속말한것말고는없는”(「인사의각도」)사람에게‘너’는어떤의미가될수있을까.

나를잃어버리는자백에서
너를찾는고백으로

“자백의내용은이제부터만들어가야한다는사람
자백은하지않고자백하는이를구경만하는사람”

─「자백모임」부분

시인이자학적인말투로자기존재를부정한다고해서시쓰기의목적이자멸은아닐것이다.황성희가그리는시적화자는시에서꼭죄가없어도죄를만드는사람같고,추궁없이도자신의허물을전부벗어던져버리는사람같다.발화방식중두드러지는형태로“자백”이있는데,말하자면황성희는시를통해거듭질문을쌓으면서자기존재의의미가삶에서희박해지는순간을그린다.그리고이는역설적으로내가결코이해할수없을것만같았던바깥,즉타자의세계에진입하고자하는열망이탄생하는배경이된다.그동안내면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일만으로도벅찼을,“무슨수를써도소용없어요난나를안가질테니까”(「너에게너를돌려주는이유」)라고말할정도로마음을포기해버렸던사람이,“이제좀내가내게걸맞은옷처럼여겨”(「사람으로지낸어느한해」)진다고말할수있게된이유는바로황성희의시적세계가세상에서쉽게누락되면서도사회구성원으로서관계를결속하고자하는이중적의지를보였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해설을쓴김영임평론가가처음에“타자의존재적본질을어떤방식으로감각하는”지묻는질문으로시인의발걸음을짚듯,황성희의시는이제야간신히자신을줄곧버리던사람에서‘너’를희망하는사람이되어가고있다.물론시인이타자에게로향하는방식은여전히가학적이고비참하다.“자신이꼭자신이어야하는사람들”은여전히부럽고,‘너’가있는곳에가기위해서라면“나는내가필요없어나는나를다내줘도상관없”는사람이시를쓰고있어서그렇다.그럼에도시인은어떻게든너에게너를돌려주려고한다.더이상아무죄나지으면서자백하지않으려고한다.오래걸렸던첫입을떼자마자공중에하얗게피어오르는입김을보기까지참았을그의고백은계절을타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