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시 - 일상시화 6

이웃과 시 - 일상시화 6

$14.00
Description
삶을 둘러싸는 세계의 외연에 최전선으로 밀착하는 시와 일상의 단면을 정확하게 그리는 산문으로 늘 독자들 곁에 가까이 지낸 이웃, 시인 서효인의 새 산문집 『이웃과 시』가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야구, 인기가요, 그림책 등을 지나 이번에 도착한 키워드는 ‘이웃’이다. 지난 산문집 『좋음과 싫음 사이』에서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온갖 군상들을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냈다면, 이번 책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겪을 법한 이웃 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우리 주변에 이웃하는 존재의 잔상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하나하나 공감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웃과 나누는 시간의 간격은 시인이 성찰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다. 주변을 돌보느라 애쓰는 마음들이 곧 새로운 주민이며, 이 책은 바로 이상하지만 때때로 정감이 가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저자

서효인

저자:서효인
2006년『시인세계』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소년파르티잔행동지침』『백년동안의세계대전』『여수』『나는나를사랑해서나를혐오하고』『거기에는없다』와산문집『이게다야구때문이다』『잘왔어우리딸』『아무튼,인기가요』『그림책생활』『좋음과싫음사이』등이있다.〈김수영문학상〉〈대산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을수상했다.‘작란’동인이다.사랑도미움도없이이웃과사는법을연습중이다.

목차

우리는서로를모르고

함바집단골이었던사내
부지런하고예의있는옆집남자
붙임성이좋은동네할머니들
마치손오공이된것같던광석이
말주변이좋은집주인아주머니
그때거기에있던아파트
한번가보았던그교회
목소리가크나큰이모들
분리배출을잘하는데에자부심이있는남자
언제나이웃이궁금했던요크셔테리어
거실에서함부로공을튕기던아이
동네에소문난의리남들
괜한일을하느라시간과정신을낭비하는캠퍼
같은집에살았지만친해지지못한송사리
로데오거리에서부모손을놓친어린이

1801
1701
902
602

이웃의생명과재산을지키는민방위들
끈질기고지독하게살아버린자
임자도에서민어를나눠먹던친척들
센터에모인엄마들
가짜파도를즐기는의심많은부부
드라마속영희
뽀뽀통닭의다소불친절한주인아저씨
과도하게친절하고조금은부담스러운옆집할아버지
강변의개들
농활한번다녀온게전부였던대학생
이중주차이후전화대기중인당신
스스로아침을삭제한고시원입주생
그날일은까마득히잊었을게뻔해반가운이모부
하필복날에사라진공장의인부들
그저좋은이웃이었던옛날사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따뜻한냉소주의자가건네는인사
시인서효인과이웃들이현상된에피소드필름

시와생활이서로건너는방식을이야기로써탐구하는일상시화시리즈,올해를마무리하는12월에그여섯번째이야기가우리곁에도착했다.삶을둘러싸는세계의외연에최전선으로밀착한시적언어와일상의단면을예리하고정확하게그리는산문으로늘독자들곁에가까이지낸이웃,시인서효인의『이웃과시』가아침달일상시화시리즈로출간되었다.

이번산문집주제는‘이웃’이다.지난산문집『좋음과싫음사이』에서자신이지나온인생의궤적을돌아보면서마흔이넘은나이와6월이라는시간감각을통해삶의절반을지나가는과정을현재에놓고회감한다면,이번책은우리주변과둘레를채우는이웃간의이야기가고스란히담겨있다.책을읽다보면거두절미하고웃음과울음이보장된이웃의진상을확인할수있다.시인특유의유머러스한문장은시인과이웃이펼치는좌충우돌에피소드의재미를덧대는물감이다.

이웃에관한이야기라고해서이웃이사람으로만국한되진않는다.서효인이말하는이웃이란비단사람뿐만아니라옛동네에사라진아파트,시인이떠나보냈던강아지요크셔테리어,다리부터시작해서몸을집어넣는휴대전화등사물이나현상도포함된다.말하자면서효인에게이웃의개념은나와세계사이의틈에낸구멍을조이거나풀수있는나사인셈이다.

책의구성은시인이이웃이라는키워드를고른이유와글쓰기태도가담긴서문「우리는서로를모르고」를시작으로,차례에적힌이름을불러보면서주변에있을법한이웃들을떠올릴수있는산문30편,중간에이웃과의안전거리를벌려주는듯한시4편,마지막으로작가의말로매듭짓는다.이는마치암실에서하나하나현상되어선명해지는36컷의필름처럼각에피소드가구체적인형상을가져잊지못할이웃과의추억을선사한다.

“나는그저무심해지고싶었다”
깨진얼굴로새롭게지어보는표정들
주고받았던온기로다시연결되는순간

시인서효인은책에들어서자마자이웃에대한기대나온정따위는바라지않는다.그는자기주변의이웃을보고있으면참담한현실을느끼거나차라리서로적당히모르는척지내기를바란다.의심과비관이앞서는냉소주의자에게믿음이란내가문을두드렸을때이웃이문을활짝열며밝은표정으로나를맞아주는일만큼쉽지않은것이다.

이처럼나조차도조금씩법을어기고,이웃을환대하지못하고,헐뜯고비난하는데타인이좋은이웃이기를바라는마음은그자체로언감생심일지도모른다.이를잘아는시인은책에서그리아름답지못한이웃들의군상을다룬다.자신을“깐돌이”라고부르던‘아저씨’가자기집으로불러성적수치심을유발하는이상한행동을하고,초등학교친구‘광석이’는빌런같은옆집‘아줌마’가집이잠겼다고베란다난간을뛰어넘어문을열어달라는무례한부탁을들어주고,‘집주인’이도배값을반반내자고하거나,‘사촌형들’때문에목소리가큰‘큰이모’에게억울하게맞고,분리배출을제대로안하고배출스티커를악용하는‘남자’를멀찍이보기도한다.나와맞지않는이웃들이득실거리는삶은어떻게보면처음부터타협되지도조화로울수도없는세계임을방증한다.

그렇다고이웃과아예척을지고지낼수는없는노릇이라는점또한시인은잘알고있다.그는인사를열심히한다.그들과잘지내보려고노력한다.나만노력한다고해서이웃들과단번에화합을이룰수있지는않지만,시인은적어도함께나누었던말과행동이맺힌시간을잊지않고쓴다.시인은본질적으로모든이웃을유심히지켜보고돌보는자이기때문이다.이웃에게서무심해지고싶었던마음은이웃과쑥스러운정을나누고싶은마음으로나아간다.


삶과글이인접하는간격
가장가까운존재를돌보는글쓰기

이번책에서또한가지두드러지는특징은시인의글쓰기방식과본문구성이라고할수있다.‘밀리의서재’에연재했을당시그는산문말미에“이산문은픽션입니다”라는설명을덧붙였다.작가본인의삶이완전히배제되지는않았겠지만그렇다고해서시인은나를온전히희생시키는글을쓰지도않는다.적당히현실과허구를넘나드는그의글쓰기방식은픽션과에세이가서로간의옆집인이웃임을상징한다.“그러니까이책의글은시도아니고소설도아니고에세이는더더욱아”니므로,우리는서로를의심할수밖에없는사이가되어간다.

산문과시는따로문단이나연을나누지않아문장끼리서로부지런히호흡을옮긴다.세계의구성이관계를통해연결망을이루는것이라면이웃하는관계들이나누고있는간격을최대한좁혀보려는의중일까.매일출퇴근하는지하철에서서로에게적당한간격을내어주지않아몸과표정이찌그러지는아침저녁을그리려는심정일까.중간에있는시4편만이우리가잠시다른호흡으로쉬어갈수있는유일한자리다.네자리숫자인제목이가지런히놓여있어각대문이나공동현관비밀번호를연상케한다.네편의시역시서로이웃하여문제의“휴대전화”를중심으로한이야기를펼친다.이야기에흥미를더해주는이미지들은이웃들의움직임에더욱강렬한생동감을불어넣는다.

우리는이웃과가까워질수있을까.도심에살면서점점이웃간의온정이사라지면서이웃이라는개념자체가증발하고있다.시인서효인이이웃에관심을두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사람은왜사람을미워하고싫어하고끔찍하게여기는가.반대로사람은또왜사람을믿고의지하고사랑할수밖에없는가.시인은사람을잘믿진않지만사람을사랑하지않는사람은결코아니다.이웃을믿고사랑하고싶어서삶을견디고흔적으로남은흉터를글에적는자이다.이번책에“분리배출”이라는행위가자주등장하는이유다.사람이든감정이든적당한간격을두고살펴보아야한다.다끌어안을필요는없다.분류에맞게버릴것은버리고남길것은남기는삶,그것이이웃과이웃하는삶이다.이웃은끝내타자일수밖에없는존재이지만그러므로나와가장가까운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