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다리고 있어

나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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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절대성에 대한 의심, 전복에의 의지로부터 출발한 자기 관점을 확고히 지켜가며 마침내 세계의 균형감을 찾아가는 시”(정한아, 박소란)라는 호평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출간이 결정된 시인 이새해의 첫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가 아침달 시집 46으로 출간되었다.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싫음』 등에 시를 발표하며 꾸준하게 자신의 보폭을 지켜왔던 시인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51편의 준비된 세계를 선보인다.
시인은 염결하고 선명한 해상도의 언어를 통해 자신이 기다려왔던 것들을 새롭게 돌보기 시작한다. 무감각한 현실의 리듬을 뒤흔드는 비일상적인 장면들로 초대하기도 하고, 희뿌옇게 블러(blur) 처리되어 있던 얼굴들을 하나씩 호명하며, 새로운 시간의 차원에 함께 서게 만든다. 화자는 다시 태어난 얼굴들과 우정을 나누며 자신이 기다려온 것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출발도 도착도 분간할 수 없는 삶이라는 이야기의 불연속이 어쩌면 시인의 언어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불가피한 시간에 복무하는 기다림이 아니라, 삶의 새로운 양식으로서의 약속을 불러와 자신이 보살펴온 것들의 존재를 끝끝내 솟구치게 만드는 시인의 고요하고 처절한 돌봄의 세계에는 우리가 잊던 약속들이 생겨나고 깨진다. 시인은 그 균열의 틈을 길로 열어, 마침내 우리가 기다려온 얼굴로 등장한다.
저자

이새해

저자:이새해
목포에서태어났고신학을전공했다.『아무해도끼치지않는』,『싫음』등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문학동인‘도모’의일원이다.

목차

1부그들은나에게들려주고싶은이야기가많고

파수13
숙소16
업고업혀18
땅에사탕을심으면22
물만부으면끝28
특별인사30
돌앞에서돌줍기34
뒤돌아보면37
열매는새로운본보기를찾아다닌다42
등44
후원요청서46
등장인물50
공기평균연령53
예의를갖춘뒤56
만져보라고58
여름으로부터60

2부더자다가도돼

잘놀았다오늘도65
그린빌68
미관광장70
검사지72
타공75
취사선택76
미관광장79
기쁜소식82
일요일84
화요일의피크닉86
마음을활짝열면88
가볼만한곳90
코스터93
노수95
우리의것97
프레이밍100
아무해도끼치지않는가설103
나를보는네표정에는기쁨이없다104

3부무너진적없는것처럼

날갈기109
크리스털112
반영구114
혜수116
옮겨심기118
온정에매달려123
어떻게든우리는심판받겠지요126
선순환129
전문가130
사람이싫어지면132
스퀘어135
라디에이터138
빈방의철우142
미관광장144
재주도좋지147
우리안150
노크153

해설
지키는약속-홍성희161

출판사 서평

“일요일에일하는사람은더많은일요일을본다”
약속을걸으며믿음을깨트리는시
기다림을배웅한뒤에적어내려간시

시인이새해의첫시집『나도기다리고있어』가아침달시집46으로세상에처음발을내디딘다.총3부로구성된이번시집은51편의시가수록되어있으며,평론가홍성희의해설「지키는약속」도함께담겼다.아침달큐레이터인시인정한아,박소란으로부터“절대성에대한의심,전복에의의지로부터출발한자기관점을확고히지켜가며마침내세계의균형감을찾아가는시”라는호평을받으며만장일치로출간이결정된이번시집은자신이돌봐온존재들과지워진약속안에서다시만나는여정이담겨있다.복잡하고단단하게얽힌현실을단숨에주파하는시인의시적상상력이더해져,기다림으로점철되어있던일상을검토한다.마침내기다림이라는모험을시작하게되는화자는태어나서죽음으로까지의여정에서만나게된기다림의존재들과사랑과결별로범벅된우정을나눈다.

이번시집에서화자는부재나균열로어긋나거나틈이벌어진일상의상태를‘떠올림’이라는방식으로미장해나간다.그결속된연결감은시인을외롭게만들었지만동시에시인을살려주기도했다.“너를나아가게하는힘과/너에게남아있는힘을생각하면서/네어깨에손을올려”(「등」)보는시안에서의작은움직임들은연결을확인하는인기척이자시인이속한세계를지탱하게하는근원의힘으로모여든다.이를테면시에서‘너’는내가입은민소매티셔츠안으로손을넣어등을어루만지기도하고,‘형’은화자에게등을밟아달라고부탁한다.몸에서몸으로전수되어온이감각은서로의존재를요청하면서시작된최초의기다림이자우리모두가간직하고있던마음의그을림이기도하다.시인은그기다림속에서시간에만복무하는것이아니라“일요일에일하는사람은/더많은일요일을본다”(「일요일」)는사실을깨달을때까지삶의일순간에끼어드는장면들을바라보고또바라본다.평범한순간을일구기위해보이지않는곳에서작동하는마음이나역할같은비정형의시간을포착하는것이시인이새해가세상을이해해온방식이기도하다.이응시를통해마치삶의기다림에응답이라도받는듯이시적인장면들이태어난다.시인은“내가기다리는세상의투명한풍경들로/그의믿음을흔들”(「반영구」)며순응해온자신의시간을다시의심하고,그어긋남을통해기다림의존재를불러온다.

겹쳐바라보는돌봄연습
이름없는존재를위한얼굴부르기

시인은안에서바깥으로,외부에서내부로자신이머물고있는세계의방향성을끊임없이뒤척이며안온한문법에서벗어나려고한다.서로다른방향을구분하여가르지않고,미묘하게겹쳐바라보는연습을통해세계를보다더구체적이고사실적으로이해하는차원에서.또한그풍경속에서존재감을드러내는‘나’와‘타자’의존재가엮어가는관계또한마찬가지다.각자의입장을함부로넘겨짚지않고,드러나있지않던이름없는존재의얼굴을부르며한번도되어본적없는입장을시로환원한다.이것은시인이삶을지나올수있었던생존법이자,살아남은자들에대한기억력이기도하다.

홍성희평론가는해설「지키는약속」에서“푸르고안온한풍경이라는목적속에서통칭되거나지워지지않도록,한명한명을나누어부르고바라보기위해”끊임없이바라보고존재를돌보는시인을주목한다.“풍경속에서움직이는얼굴들을보기,풍경속에서보는방식으로움직이기.이새해의시는그런미세근육의움직임에대한약속으로이곳을돌본”다고이야기한다.시인이새해의섬세한시편들이고요하고정제된언어로구사되고있다고생각하게되면서도,동시에역설적으로역동적이고능동적이라고할수밖에없는이유가여기에있다.흐릿하게혹은희미하게지워지던존재를자신이기다려온약속에서만나기위해부단히움직이고,움직임을끊임없이보고있기때문이다.화자가주도하는,화자를주도하는시안에서의적극성이우리가잊고있던삶의약속하나쯤지킬수있도록돌이킨다는점은이시집이강경하게보여주는지점이기도하다.해설에서도이야기되듯“깨어있음과깨어있지않음이서로를배제할수없는현실에서‘보는일’을다시시작할것을요청”하는이시집의제안은나란히앉아함께기다려주며서로다른것을보는일이다.같은곳에서서로본것을다르게이야기할때,우리가머물러있던세계는미묘히어긋나며한층더깊어진다.지난날의맹세가깨지면서,어떤새로운약속이지켜지는문법.시인이새해의시가나날이갱신해온믿음이자목소리이기도하다.

책속에서

너를나아가게하는힘과
너에게남아있는힘을생각하면서
네어깨에손을올려본다

완전히지쳤다는것을인정한뒤에도
우리는돌아가지않았다

해서는안되는말들은
끝까지하지않았다
―「등」중에서

다음여름에도사람들은춤을추겠지.모두가쓰러지듯잠든새벽에너는내목을만지면서말했어.더깨어있고싶다고.나는너에게질문하게돼.이많은사람은어떻게살아남았나.누군가다가와내어깨를감싼다.나는그의팔을잡고일어서게돼.
―「여름으로부터」중에서

벽너머에서
혼자남겨진개가짖는다

나도기다리고있어
사람의얼굴이나타나주기를
이렇게말해도개와나는친구가아니다
―「그린빌」중에서

우리는다시아이의이름을짓기로한다.

좋은이름이나오면칭찬을하고우스운이름이나오면웃음이터진다.이름마다다른얼굴이떠오른다.볼이통통한애.눈이사나운애.날닮아이목구비가납작한애.이상하지.새로운이름이바닥나도아이들의얼굴은계속된다.광장을채울것같다.
―「미관광장」중에서

일요일에일하는사람은
더많은일요일을본다

아침을막밀어낸골목과
천천히펼쳐지는만화영화
오후의호수공원

웃고있는사람들이
계속될것같다

예배당에서는
좋은데가면좋은곳에간다고했다
좋은것이있다고했다

좋았던것들로부터
나는더가야했다
―「일요일」중에서

오늘의다짐이리듬을멈췄다
바닥에이불을깔고
두꺼운이불을덮었다

잠시
온기가처지를가려주었다

병원에서만난사람들은
머리를자르니까어려보인다고한다
그래도지금이좋은때라고한다

지금을좋아하고
지금을좋아한다
지금은조용히무너져가고있다
―「노수」중에서

나의지옥에는
죽어서도부지런히움직이는사람이
몇명쯤된다

가끔그들은지옥문을열고나와
목주름하나없는얼굴로
내옆에서산보한다
―「미관광장」중에서

선생님,이것은재앙이아닌가요?저는또렷이기억하고있어요.더는군인가족이아니게되던날의평화를요.저를배웅하러나온애들이손흔드는것을요.조수석의콧노래가코고는소리로바뀔때까지저는왕꿈틀이를하나씩삼키면서창밖을바라봤어요.그게끝인줄알고요.
―「우리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