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은 몰라도 돼 - 아침달 시집 45

그 끝은 몰라도 돼 - 아침달 시집 45

$12.00
Description
유랑을 주소 삼아 시가 틔운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주하며 걸어온, 시인 문정희의 새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가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2025년 아침달 첫 출간작으로, 등단 55년 동안 비상과 추락을 일삼으며 끊임없이 도약해온 시의 언어가 어디에서 한계를 지우는지, 또 어디에서 그 끝을 다시 돌아서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집으로 마흔네 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그동안 온 지구를 누벼온 시인의 발자국은, 언어를 신고 더 촘촘한 등고선을 지어 한 세계의 세밀한 지도가 되어간다.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문정희의 시는 역사적 현전이자 비상을 앞둔 언어의 활주로가 아닐 수 없다. 문명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시인이 지켜온 언어적 매혹, 그 매혹적인 세계에 대한 예리한 포착은 유랑과 방랑으로 지나온 길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품고 있던 “상처 박물관”(「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어요」)의 개방이자, 언어로 다녀올 수 있었던 세계 변방에 대한 증언, 그리고 ‘사랑’으로 끊임없이 흔들어 깨우는 우리 존재를 걷고 또 걷게 만드는, 살아 있는 지도로 펼쳐진다.

저자

문정희

저자:문정희
1969년《월간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남자를위하여』,『오라,거짓사랑아』,『양귀비꽃머리에꽂고』,『다산의처녀』,『나는문이다』,『응』,『지금장미를따라』,『작가의사랑』,『오늘은좀추운사랑도좋아』등이있다.현대문학상,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육사시문학상,청마문학상,목월문학상과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수상했으며,스웨덴하뤼마르틴손재단이수여하는시카다(Cikada)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골목빈터에첫물방울처럼
태풍의사랑13
사랑과음식14
트랜스퍼16
취한시18
잘못사랑했나봐요20
빌어먹을장미22
웃는돌24
엑스26
실연28
사랑은흑고양이다30
문플라워32
헛사랑34
무화과먹는밤36

2부
홍수속에마실물이없어요
탈주범을꿈꾸며41
홍수속에마실물이없어요44
진주의진주46
인터뷰48
상자속의봄50
빈거리52
몸에털이난아침54
매미와쓰나미56
루머시인58
도끼60
내안에우는돌이있다62
나는벗었다64
벌새가지마66

3부
내야생의사랑시
산티아고순례길71
첫장소72
기생충74
프리웨이76
카페안토니오78
카라카스미녀80
쥐호텔82
스물네살84
우붓을아시나요86
야생조88
시칠리아감정90
소록도92
그리운올가미94
라스트신96
당신의감옥98
노천카페의시간100
가라앉는개102
6번칸104

발문
그끝은몰라도돼-유희경109

출판사 서평

온몸으로도착하고,언어로돌아서는
‘문정희’라는세계의회전문

끊임없이자신의세계를갱신하며언어에새겨진국경을지우고전세계를무대로활동하고있는시인문정희의신작시집『그끝은몰라도돼』가아침달시집마흔다섯번째로출간되었다.스웨덴하뤼마르틴손재단이수여하는시카다(Cikada)상을수상하는등국제적으로인정받으며자신의세계를그려온시인은안주하거나정착하지않고,끊임없이유랑하는언어의도발적인힘을또한번구현한다.이번시집은그동안시인이그려온지도가세밀해지는현장이자사랑으로흔들어깨우는우리존재에대한새로운부름처럼느껴진다.

1부에서는주소불명으로서의사랑을탐색하며,자신을움직이게만드는사랑,자신을흔들어깨우는사랑에게로향해간다.그동안시인이탐색해온사랑과이번시집에서의사랑이다른것이있다면다시맨처음으로돌려놓는듯한전환기에서의사랑이그려지는것이다.“골목빈터에첫물방울처럼떨어”(「문플라워」)지듯이처음으로돌아가는사랑의환상은“내가살아있다는것을/확인하는방아쇠”(「실연」)처럼‘나’를겨누어흔든다.2부에서는그렇게겨누었던‘나’의원시적감각으로세계와전면전을펼치며,세상에보이지않던음각을읽어나간다.“시는충동이자충돌”(「홍수속에마실물이없어요」)이라는것을온몸으로증언하며끊임없이새롭고예리한언어를갈구하는시인은“나는내길을가고있어/그게내권력이”(「몸에털이난아침」)라고솔직한언어로자신이걸어온길을나아가게만들새로운힘으로환원한다.자신을깨우는것이무엇인지,살아있다고느끼게만드는것이무엇인지정확히아는시인은‘되어감’의문법으로세계와다시불화하고충돌하며,언어를스스로되찾는다.그리하여“미완성이어서더절박하고/주소가없어더애절한”시가되어간다.3부는시인의지도를구체적으로보여줄수있는다양한지명이등장한다.머물렀던날의단상에그치지않고,언어의매혹을발견하였던찰나가명징하게맺혀있는시들로구성되어있다.시인의호흡을따라발자취를옮겨보면,어느새나도모르는곳에도착했다가또그곳을떠나게된다.세계의내부를뒤흔들며‘나’를깨우는일에서‘세계’를깨우는일로번져나가는과정을목격할수있다.

사랑의언어를숙명처럼껴안은
오직무한한상처박물관

시인유희경은시집제목과동명의발문을통해이번시집을“사랑.오직사랑뿐이”라고정의내린다.“미래의언어가시인의임무라면,사랑의언어는시인의운명이”라고이야기한것처럼,자신의운명을끌어안고사랑에투신해온시인의세계를다층적으로이야기한다.불우와불구를외면하지않는존재이자현재에안주하지않고“미래의언어를선물하는태양신의눈이멀듯한광채를그속에감추어져있는타들어가는어둠을힘껏끌어안는”존재로시인문정희를읽어내는발문에서는시인이지니고있는언어적힘에대한근원적탐구와,그힘이내비치는참된시인의의미를헤아리며이번시집을읽어나간다.
침묵대신일침으로,비밀대신솔직함으로변장하지않은언어를통해자신의길을개척해온시인문정희는,이번시집을통해다양한상상력을동원하여자신의방향에실체감을더하고몸을부여하기도한다.매혹의지도속에는서로엇갈린길도있지만마주친길도많다.그래서시인이만난시인들의목소리가현장감있게담겨있기도하다.사랑을근거로되묻는시안의모든물음은,독자들과함께끝을모르고시작할줄아는언어의한계를벗어나가자는일종의제안이기도하다.흔들어깨운사랑너머의존재들과“언어의감옥에서늘탈옥을꿈꾸는수형자”로서의‘시인’의존재를함께일깨운다.

“우린그냥사랑을숨쉬는잎사귀”(「벌새가지마」)이면서도동시에“이슬보다땀이더뜨거우면안”(「홍수속에마실물이없어요」)되는존재.시인유희경의발문처럼“사랑받기가아니라사랑하기”를끝내실천하는사람.“때로신과대결할수도있는”(「사랑과음식」)사랑을품고살아가는시인은규정된언어와불화하며세계에맞서들끓는힘으로세계를끌어안는다.그리하여시집『그끝은몰라도돼』는매혹적인존재로서서로사랑하고,사랑하는존재로서이끌릴수밖에없는이시대의시독자들을흔들어깨우는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