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노트 (마음에게 물었으나 시가 대신 얘기해준 것들)

사유노트 (마음에게 물었으나 시가 대신 얘기해준 것들)

$17.00
Description
시를 붙잡으며 시 뒤에 써 내려간
시인 김언의 은밀한 내면 고백
일곱 권의 시집과 함께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의 수상을 통해 문학성을 인정받아 온 시인 김언의 산문집 『사유노트』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독서산문집 『오래된 책 읽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작이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광활한 독서 기록을 엿볼 수 있게 했다면, 독자는 이번 산문을 통해 그의 시적 사유를 다시 한번 열람할 수 있다. 그간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태도로 언어와 문장을 굴려 온 그는 이번 산문에서 또 한 번 단어를 늘리고 뭉개며 대상과 주체를 요모조모 뒤튼다. 시인의 시론이란 시인의 다양한 감각이 경험으로 투사될 때 일어난다. 퇴적층처럼 쌓여 하나의 단단한 단면을 이루는 시인의 시론은, 또 다른 창작의 토대가 되거나 삶의 지층을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가 되기도 한다. 『사유노트』는 그 과정으로서의 기록, 그 과정으로서의 질문을 생성하며 시인의 시론에 함께 거닐기, 뛰놀기, 낙서하기, 묻고 답하기를 제안하는 일이다.

서문 ‘여는 시’와 함께 ‘기록 몇 개’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사유노트』는 시인의 창작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내면에 대한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집필 현장, 강의 현장, 창작자로서의 존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는 작품으로 구현되기도 하지만 시인에게 벌어지는 내면의 실황은 종이 이면에서도 기록되고 있다. 시에 대한 태도가 곧 삶의 태도로 일치되는 순간 속에서 써 내려간 시인의 산문은 우리가 살아내는 이 현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 이 노트의 정체는 무엇인가’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사유노트』를 정확히 읽은 것이다.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보편적 개념과 의미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사유하고 질문하는 것. 『사유노트』는 “쓰는 일은 곧 나 자신을 탐험하는 일”이라는 능동과 모험적 사고 안에서, 언어와 세계의 비경계성과 자유를 강조하며 계속해서 시와 나를 쓰기의 곁에 둔다.
저자

김언

1998년《시와사상》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시집『숨쉬는무덤』『거인』『소설을쓰자』『모두가움직인다』『한문장』『너의알다가도모를마음』『백지에게』,평론집『폭력과매력의글쓰기를넘어』,시론집『시는이별에대해서말하지않는다』,산문집『누구나가슴에문장이있다』『오래된책읽기』가
있다.미당문학상,박인환문학상,김현문학패,대산문학상등을받았다.현재서울예술대학교문예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여는시
슬픔에서자동차를빼라

1부
기댈곳없이쓰는시는없다

그겨울에서겨울까지짧은기록몇개
그겨울에서겨울까지짧은기록몇개2
그겨울에서겨울까지짧은기록몇개3
마음에게물었으나시가대신얘기해준것들
내마음이어떤마음인가요?
내가마지막으로보는것들
쓰고있는것들,쓰고자하는것들
나없는세상에서글쓰기
제발그쳐줘,내가말하는것을
색깔있는말
빨강의말
검은색진정

2부
잠시어떤장면을통과했다

결정적인순간
프레임없는전쟁
의미없는순간
배역없이말하기
자화상몰두하기,실패하기
벽에부딪혀서울고있는사람
관계투성이다
비인간찾기
가장없어보이는말
자꾸보이는존재

3부
오늘은무얼쓸까?

요동과흔들림
고립이문제다
집이그토록원했던것
우리집의기억,2011
고향은멀다
아버지와세발자전거
장래희망
내내장이원하는것
가위가눈에들어온다
지붕단상
구름을본다
이조용함이얼마나지속될까?
엄청나게비가쏟아진다,마지막이에요
누가말하고누구에게말하는가,사이에빠진말들

남기는말
시를쓰기전에,꿈틀거리는노트가있었다

출판사 서평

“버리지못하는곳에서나는일어난다”
불완전한시세계를모험하는
사유와쓰기의태동

사유는경험과관찰을동반한다.대체로관념적이며사변적이다.어떤사유는추상적이고공상적인반면,어떤사유는개념과형식을통해이성적결론을도출하기도한다.김언시인은이둘을적절하게조화시킨다.끊임없이과거를소환하면서도현재를거침없이두드린다.그의문법은생존이고생동이며하나의스포츠다.
“물쓰듯이쓰라”를강조하며사유의확장과무질서를내세우는그는산문중간중간계속해서질문을던진다.독자에게,언어에게,나에게,세계에게.질문의의도와의미에매이지않고존재자체에초점을둔다.“마음을얘기하지말고물건을얘기하라”의사고로길바닥의돌,담배꽁초,흘러가는구름등보편의것들을다르게이야기하기.고착된언어를괴롭히고쥐어짜며정체불명으로만들기.그러면서도다시근본과자연으로돌아가는쓰기.『사유노트』가전하고자하는바다.

이번산문은총3부로구성된다.1부는시와시창작에관한견해를,2부는시의근원과존재성을,3부는시와생활을잇는쓰기에대해말한다.전체적으로시를바탕에둔한예술가의창작론이자사변적인기록이지만,각부마다나와타인,언어와세계를잇고자하는관계성을내포하고있다.시라는장르에관한견해와조언을펼치는것에서나아가예술가로서,시인으로서,창작인으로서살펴야할자질에관한조언을함께덧붙인다.“시는이미지를보는작업이면서결국에는그것을문장으로듣는작업이다”라는말을통해평소그가생활안과밖의것들을얼마나관찰하고주의하는지알수있다.그의사유와기록은동시다발적으로일어나며끊임없이반복되고,그렇기에그의언어는고집스럽고실험적이다.그래서독자를가만히두지않는다.계속해서의심하게하고도전하게한다.“중요한것은실패냐성공이냐가아닐것이다.실패할수밖에없는그길에서떨어지는부산물이중요하다.”이세계에서저세계로이어지는글쓰기.우리는결국실패의부산물을통해나만의고유한창작세계를얻게된다.


꿈틀거리는노트속에서
정체불명의상태로선명하게존재하기

2부부터는경험적이고사변적인이야기가두드러진다.의미와프레임,배역,자화상등의키워드를통해근거리에서시인김언의삶을좀더관찰할수있다.그는대상의존재의미를통해나와세계의근본을곱씹으며“없는듯이있다”와같은철학적물음을던진다.언뜻말장난처럼보이는문장의반복을통해1부에서의창작을향한시선과세계는2부에서더욱확장되어,역동성과활발성을겸비한언어로반복되고새롭게만들어진다.에피소드중심의3부는시와생활을잇는,내면고백이담긴일기로서술된다.어릴적살았던동네이름과아버지에관한기억,어제본구름과책상에놓인가위등회고와묘사중심의체험적이고경험적인쓰기를보인다.

1부에서3부까지,시로향하는여정을끝마치면서시인은책말머리에시를두고“나에대해서도,시에대해서도잘모르겠기에,잘모르는채로튀어나오거나쏟아지는말을자유로운부산물처럼거느릴수밖에없는장르”라는말을덧붙인다.시의불확실성과까다로움을얘기하면서도,시를붙잡고늘어졌던초라한순간과무책임하게방임했던순간을관조하며,시라는망에걸린수많은불순물을실패라고여기지않기를재차강조한다.편애에서애증으로,그과정에서발생한불완전한사유와흠있는쓰기.썼다지우고비공개로마무리할수밖에없었던모든쓰기의산물은곧한사람의고유한창작세계가되고야만다.우리는『사유노트』를통해언젠가의기록을다시들추고싶어질지모른다.연쇄적으로빗발치는기억과산발적인문장들,그것을가만두지않으려는고약한심보와거세게달려드는동물적감각의고백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