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시

빵과 시

$14.00
Description
“마음을 채운다. 일으켜 세운다. 제 길을 가게 한다. 이것이 내가 찾은 빵과 시의 연결고리다”

빵을 먹고 시를 쓰는 반죽의 시간
시인 안미옥이 켜는 생각 오븐
생활 속 테마와 시를 나란히 두고, 시적인 순간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아침달 에세이 시리즈 〈일상시화〉의 마지막 순서로 안미옥 시인의 『빵과 시』가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은 그간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을 통해 생활 감각을 깨끗하고도 담백한 언어로 펼쳐 온 시인의 두 번째 산문이다. 빵은 생활 속에서 멈춰 선 상태로 먹게 되지만, 빵을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움직이게 된다. 빵을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과 빵을 통해 애정하게 된 공간, 빵을 사이에 두고 나눈 사람들과의 시간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새롭게 일으키고 바라보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시의 언어로 내려앉기 위해 분주히 이동하는 시인의 생각은 빵을 생각하며 찾아 나서는 일과 닮아있기도 하다. 『빵과 시』는 시에 대해 난해하고 어려운 마음을 빵과 겪고 있는 생활감으로 선명하게 드러내며,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선명한 기준을 찾아 나서는 시인의 이야기가 갓 나온 빵처럼 따듯하게 담겨 있다.
저자

안미옥

저자:안미옥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온』『힌트없음』『저는많이보고있어요』와산문집『조금더사랑하는쪽으로』등이있다.〈김준성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산문
빵을쓰고시를먹는다
애매와모호
쓰기전에필요한것들
시를쓴다는것은
적재량
불행의주머니를털자
앵두빵있나요?
둘러앉은자리에있다
장래희망
부러진날개에서펼쳐지는탄성
흐름과가닿음
소금과같이
밖으로나오는생각
복면
평온의자리
한조각의다정
찾고싶은마음
천재도노력을하는데
파이팅의목록
감추었으나감춰지지않는


생활리듬
적란운위에쓴편지
투명한미래
크루아상
누워서단어잇기

모르겠어서알고싶은마음

출판사 서평

빵과시로채워가는마음의틀
그안에서빚는생각이라는모양

가끔정말맛있는빵을만나면,한입한입사라지는그시간이무척이나아쉽다.어떨땐먹지않고향을맡는것만으로도감사하고소중하다.이리저리들추며속재료를궁금해하고주변에선물하거나알리고싶어진다.어떤좋은시를읽을때도마찬가지다.시가끝나지않길바라는마음으로,잘린문장을눈과입으로좇으며문단과행간사이를한동안맴돌것이다.시인안미옥은빵을좋아한다.좋아하는만큼자주생각하고찾는다.당근을보며당근케이크를떠올리고,앵두나무를보며앵두빵을떠올린다.빵에기대는순간도많다.빵에새겨진무늬와겉껍질을통해유년의기억을떠올리고,빵을사며빵과함께할사람들을떠올리는힘을얻기도한다.시를쓸때도빵을곁에둔다.‘충분히들여다보고싶은마음’과‘서둘러끝내고싶은마음’.이런갈팡질팡한모순사이에서빵과시는시인을더자유롭게여기저기로부추긴다.모험적이고능동적인사람으로만든다.한번도가본적없는먼곳의빵집을찾아가고,발음도어려운생소한빵이름을통해낯선이와말문을트고,주변여기저기좋은시를퍼뜨리기도하는.찰나의좋은문장을향해고군분투하고헤매는그런모험성과운동성을통해,시인은계속해서하는사람,쓰는사람,믿는사람이되어간다.

한가지음악계속듣기,일단아무말이나쓰기,다른작가의훌륭한문장읽기.시를쓰기전시인의루틴이다.단하나의빵을만들기위해발효와둥글리기등의사전과정이필요하듯,창작에필요한이런시간을그는“이마를맞대는시간”혹은“몰입의순간”이라고칭한다.언제찾아올까,하는시적영감을마냥기다리지않고생활과언어를자주구부려본다.오븐속반죽이잘부풀며익어가고있는지확인하는마음처럼,생활감각과리듬을물렁물렁하게섞으며단한문장을향해엎치락뒤치락하는뜨거움의시간을기꺼이감내한다.

“돌이켜보면시를쓰면서가장좋았던순간은시와온전히이마를맞대고있는것같은몰입의순간이다.삶의어느순간에몰입되어있을때,관계나풍경에몰입되어있을때,아니면언어자체에몰입되어있을때.그럴때영감은찾아오지말라고해도찾아오는것같다고.”(「쓰기전에필요한것들」부분)

터진주머니의시간속에서만나는
빵과시와삶의연한풍경

시는어렵다.이렇게도보이고저렇게도보인다.안미옥시인은이런애매와모호에서오는천진난만함과엉뚱함에집중한다.어긋나고벗어난것들에귀기울일줄안다.어딘가구멍이나있는시,딱부러지게한방향으로만고정된것이아니라계속해서다른방향을상상하게하는시.시인은이지점을자꾸만건드린다.터진주머니를메우려하지않고그구멍안으로계속해서들어가고궁금해한다.마치소금빵중앙의텅빈부분을들여다보며그안을이것저것채우듯이.소금빵을나만의방법으로더맛있게먹으려하듯이.이런장난꾸러기같은자세에서오는맑고연한감각을좇는다.

“나는이런애매하고모호한것들을좋아한다.딱부러지게한방향으로만고정되는것이아니라사람에따라,또때에따라이렇게도보이고저렇게도보이는것들.그러나분명한자기만의특색이있어서다른것과쉽게혼동되지않는것들.이런것들은다른방향을상상하고생각하게만든다.”(「애매와모호」부분)

발효된반죽이오븐안에서제때잘터지도록하기위해칼로미리상처를내는것처럼,아픔과고통은시인을쓰는사람으로만들었다.슬픔과상처는그를질문을놓지않는사람으로만들었다.슬프면슬플수록아픔을선명히부풀렸다.팽창한아픔에이름을여럿붙이며더작고선명하게보았다.마음과사랑,감정에다양한질문을던지며삶의다른방향으로계속해서나아갔다.모르겠으니알고싶은마음을가진사람으로,나만아는불행이아닌모두가아는불행으로.
때때로빵은혼자만의시간을가지고싶어하는‘나’의좋은친구가된다.동시에타인이나다른공간,세계와만나게되는중요한매개가되기도한다.시도마찬가지다.시를쓰고끝마치는일은혼자만의일이지만,그‘시’를통해누군가와연결되고만나고있다는점에서“각자가지고있는터진주머니의시간속에서”재회한다는점은빵을통해시인이알게된시의세계이기도하다.

"그러니나는어떤시간을불행이라는주머니에넣고꽁꽁싸매는것이아니라,차라리터진주머니에담고싶다.터진주머니로새어나간시간들이전혀다른풍경을펼쳐보이기도하니까.”(「불행의주머니를털자」부분)

속재료가훤히보이는빵,어딘가엉성하고투박한빵,내용물이드러나지않은빵,부재료가듬성듬성붙어있는빵.만드는이에따라다르게읽히는빵처럼,숨기고싶은“무미의맛”을가진시라하여도,시인의손을거친문장은어떻게든독자에게가닿아흔적을남겨매번다르게읽히고새롭게보인다.속재료하나없는우유식빵을손으로계속뜯어먹고싶어지는것처럼,무미이기에수천가지맛으로느낄수있는“하드계열빵”처럼.그런면에서『빵과시』는언제고희미하게켜져있는무인빵집같다.누구든들어와나에게맞는빵을골라갈수있는,주인없이맑고자유로운곳.각기다른빵을산사람들이모여각기다른삶을이야기하는곳.빵을통해애정하는공간이생긴것처럼,빵의여러이름을통해시의언어로가닿을수있었던것처럼,『빵과시』를통해삶이라는무거운반죽을즐겁고자유롭게뭉뚱그릴수있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