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삼각형

여름 대삼각형

$12.00
Description
감정의 대삼각형을 거닐며 탐색하는
사랑의 무궁무진한 실천
정다연의 『여름 대삼각형』이 51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이후 네 번째 시집이다.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시와 산문을 통해 그간 단정한 언어와 감각을 선보여 왔다. 이번 시집은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대삼각형’ 별자리를 거닐며 사랑을 실천한다. ‘대삼각형’ 별자리는 별 세 개(데네브, 알타이르, 베가)가 모여 만드는 선명한 삼각형으로, 뜨거운 계절의 낭만과 신비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은 발문을 통해 “(모자라는) 말을 모자라게 씀으로써 사랑을 말하려고 하기에 대담하고, 사랑을 말함에 끊임없이 모자람의 상태를 드러내기에 과감하다”라며 ‘모자람’으로 넓혀 나가는 정다연 시의 무궁한 확장과 상상에 주목했다. 여름밤 하늘에 피어난 대삼각형처럼 『여름 대삼각형』은 사랑의 다채로운 빛깔과 형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며, 사랑은 뜨겁고 환히 빛나지만 때로는 익숙하면서도 조용히 숨겨진 별빛처럼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마주해야 함을 일깨운다.
저자

정다연

저자:정다연
2015년《현대문학》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내심장을느끼게될지도모르니까』『서로에게기대서끝까지』『햇볕에말리면가벼워진다』와산문집『마지막산책이라니』『다정의온도』등이있다.

목차

1부
히치하이커
호더
세입자
파과
호흡법
빛헤엄
지폐
잠든너의면
사치
부재중전화
부재
석영희
창문을열면적막이흘러가요
불켠사람

2부
여름대삼각형·1
여름대삼각형·2
여름대삼각형·3
여름대삼각형·4
여름대삼각형·5
여름대삼각형·6
여름대삼각형·7
여름대삼각형·8
여름대삼각형·9
셀프포트레이트
아주개인적인나무
여름장마검은구름
StairDustCorners
야광충
세계의첫독자

3부
매일의사랑
표범
물컵
눈보라
현장
생크림
트렁크
여기에오고싶었어요
벌루닝
대화천
순록
미래의얼굴
전망
담수폭포
연락
미라도르
이파리는레이스처럼펼쳐진
관다발로엮인접시

발문
모자라는말-선우은실

출판사 서평

다정한관찰자가그려낸언어의다층적점묘
또다른차원을향한조용한질문

시와산문을통해섬세한관찰과깨끗한감각으로주변을살아가는존재들에게다정한시선을보내온정다연시인의네번째시집『여름대삼각형』이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총46편의시를3부로나누어담았다.

정다연의시는하나의거대한점묘화같다.팔레트에서색을미리섞지않고,균일한크기의작은원색점들을세심하게찍어내어전에없던새로운색감을만들어낸다.언어의화폭안에서그의대상들은모두균등하고나란하며,정돈된시선으로어떤사실과감정도쉽게단정짓지않는다.발문을쓴문학평론가선우은실은정다연의시를“상상하는대로깊어지는가능성”이라표현하며,시인의시선과관심,그리고일상속질문이만들어내는언어의힘에주목한다.“언어가이미저기멀고깊은곳에서우리를끌어당기고있”다는말처럼,그의시는독자를무한한상상의공간으로이끈다.가까이서보면수많은색점일뿐이지만,멀리서보면누군가에게는암호로,사랑으로,어둠으로읽히는점묘화처럼시인의언어는우리가미처알아채지못한다정한관계와은밀한풍경까지다양한스펙트럼을펼쳐보인다.

누군가사랑이잘뭔지모르겠다고하거나,사랑에빠지고싶다고한다면정다연의시를건네고싶어진다.그의시는단어그자체보다그단어가만들어내는분위기와감성에힘이있기때문이다.정다연은서둘러답을내리지않고,오히려질문을던지며사랑의본질을곱씹게한다.읽는이로하여금저마다의기억과감정을불러일으키게하고,그안에서자신만의‘여름대삼각형’을찾도록이끈다.화려한수사보다낮고잔잔한어조로,그러나결코가볍지않은무게로마음깊은곳을건드린다.이시집은사랑을말하는것이아니라사랑을‘느끼게’하는힘을지니고있다.

2부는시집제목과같은이름의연작시「여름대삼각형」으로시작된다.1부가주로타인을향한관찰과묘사에집중했다면,2부에서는화자가보다직접적으로모습을드러낸다.태양,별,섬광,암석,빛과어둠등광활한우주를연상시키는이미지에서출발해,신화나전설적인물의이름을통해별자리의기원을암시하기도하며폭발과분출속에서도나와너,대상에대한탐구는계속이어진다.“사랑은형벌을앞지릅니다두려움을모르고그르릉거립니다막힘없이바위를뚫고분출됩니다(「여름대삼각형·2」”삶이마주치는폭력과무자비함속에서도시인은사랑이가져다주는기쁨을통해‘사랑만은꺼지지않고우리를데우는힘’임을암시한다.사랑이야말로모든두려움을넘어,끝내우리를앞으로나아가게만드는근원적인힘인것이다.수록된46편의시를읽다보면,꼭곁에누군가함께앉아있는듯한기분이든다.그이유는단순히언어때문이아니라,한편의시가풍기는독특한분위기와결이독자와조용히호흡을맞추고있어서다.

시인의사랑은비단사람에게만머물지않는다.평소자연과동식물에대한그의깊은애정은이번시집곳곳에서도은연중드러난다.특히‘나무’를향한시인의시선은특별하다.한그루의나무가자라나는과정을통해,시인이생각하는사랑의가치관을엿볼수있다.그는“이따금물수건으로그잎들을하나씩닦”(「아주개인적인나무」)고,“토분을깨한번의분갈이를”하고,“몇몇잎사귀가녹슨쇳빛을띠며마루로떨어지는것”을보면서도“나무에게꽃이열릴것을기대하지않고체리나복숭아과육을얻을것을바라지않는다”.그저나무가제스스로자라날수있도록조용히돌보며,사랑하는기쁨을느낀다.대상이스스로의힘으로최선을다할수있게,기대나바람을덜어낸채더많은가능성을상상하며지켜본다.이렇듯자연과만물에대한시인의사랑은그를다정한관찰자로만든다.그의상상은이섬세한관찰에서비롯된다.실제그는혼자서이곳저곳을다니길즐기면서도,길에서마주치는모든존재에게깊은관심을기울인다.그러면서도함부로탐하거나독점하지않고,언제나예의를잃지않는다.사랑마저도소유가아니라존중과배려로실천하는것,그것이시인이체득한사랑의방식이다.

『여름대삼각형』은사랑을단순한감정의표현으로만그리지않는다.사랑을통해‘나’라는존재를끝없이탐색하고,타인과의관계속에서자아의경계를다시묻는다.별빛처럼멀리서빛나면서도,가까이다가가면더깊고은밀한표정을드러내는시편들안에는,사랑을향한조용한질문과나자신을향한섬세한성찰이겹겹이겹쳐있다.사랑은결국타인을향한것이면서도,동시에나를알아가는길이기도하다.시인은그길위에서서서두르거나단정짓지않고,묻고기다리고관찰하며천천히걸어간다.그렇게빚어진이시집은,독자들에게도사랑과자아,그리고정체성의본질을다시금돌아보게한다.여름밤하늘의대삼각형처럼,이시집또한우리마음속에오래도록남아우리가누구인지,무엇을사랑하고있는지를다시묻는빛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