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미장 또는 미장센

미래는 미장 또는 미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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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언어의 균열에서 피어나는 리듬과 이미지
사랑 이후의 풍경을 새로 그리는 시인의 기하학
정우신의 『미래는 미장 또는 미장센』이 53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비금속 소년』 『홍콩 정원』 『내가 가진 산책길을 다 줄게』 『미분과 달리기』 이후 다섯 번째 시집이다. 2016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 해체되고 미분된 몸, 흐르는 시간과 전류처럼 유동하는 감각, 일상과 죽음 사이의 긴장을 독특한 이미지로 포착해왔다. 이번 시집은 사랑과 존재, 언어와 일상의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하며 ‘비어 있음’으로부터 그동안 누벼온 경로를 재검색하고 나아가 도래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우신은 ‘사랑 이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내면을 기계음과 생활어, 종교적 기호와 도시의 풍경이 교차하는 복합적 언어의 장으로 펼쳐 놓는다. 문학평론가 송현지는 해설에서 “시인은 시간을 좌표화하고 재배치하여 그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기하학적 회로를 구성함으로써,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라고 이야기하며, 독자로 하여금 절망을 관조하고 새로운 흐름을 경험하게 하는 시적 실천을 제시한다. 『미래는 미장 또는 미장센』은 일상과 상실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절망과 희망을 엮어 오늘의 현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통과하게 한다.
저자

정우신

저자:정우신
1984년인천에서태어났다.2016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비금속소년』『홍콩정원』『내가가진산책길을다줄게』『미분과달리기』등이있다.제8회내일의한국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우리는살아간다고믿고

청계천
소등
밤은깜박이는데
제제와혹등고래
키위
나는파충류입니다
새벽두시,맥주두캔
삼진정밀
잠자리
비닐연습
ShapeofWater

2부
비도사람도아닌것이

버들치의사랑
뻐꾸기가놓인방
펭귄
수속
앵두의맛
종려나무아래서
우리는모나드
겨울산장
블루문
미생물의방
샐리
관측소

3부
사랑을놓아둘곳이없어서


오래된기차역이있는골목
선데이로스트
패딩턴
당골
건강원
햇살의사춘기
내일의천사
진과우산
파동일기
포장육을사고돌아오는길에

4부
가까운사람부터낯설어지는

기일
삼두구미
폭우
Tag

팔마도
대설주의보
석촌호수를걷다가
서커스처럼
나는편리합니다
바다의위치
도깨비불

5부
텅빈사랑으로사랑만으로




해설
절망을건너는기하학-송현지

출판사 서평

절망과사랑의전류가교차하는시의회로
언어로밝아져오는미장센의순간

정제된언어와능동의이미지를통해그간사랑의충돌과이행을엮어온시인정우신의『미래는미장또는미장센』이아침달53번째시집으로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총47편의시를5부로나누어담아죽음과절망,시간과흐름,사랑과교육이라는주제를심층적으로탐색한다.

1부에서시인은갈라지고훼손된몸과사라져버린존재의감각을포착하는것에집중한다.공장,고물상,일상의공간에서분화되고미분된몸들을묘사하며죽음과삶의간극에서나타나는고통과상실을직시한다.“버들치는렌즈를닦는다/버들치는십분마다뛰쳐나가고두시간씩이동한다”(「버들치의사랑」),2부의중심에는「버들치의사랑」이있다.존재는끊임없이흐르고흔들린다.물속을유영하는버들치는시인의시선속에서인간의불안과유동하는감정을대리하기도한다.흐르는시간과전류처럼유동하는감각,인간과자연그리고삶과기억사이의미묘한관계를섬세하게엮어내는데,시인은이를통해일상의순간들이어떻게기억과감정속에서서로연결되고흔들리는지를보여준다.

3부의기계음과생활어,도시의풍경이교차하는언어의장에서시인은사랑과상실을동시에경험하는인간의내면을그리며시간의흐름속에서관계가어떻게미세하게흔들리는지보여준다.4부에서는죽음과상실이가까운사람에게미치는영향을다루며절망을관조하면서도이를견디는일상의수행을보여준다.화자는반복되는행동과공간적이동속에서슬픔과불안을견디며새로운질서를만들어내는방법을모색한다.사랑과교육,삶과죽음을연결하는시적회로의완결편이라할수있는5부에서그는,가족과타인에게닿는전류처럼사랑을새로운흐름으로변환하는방식을시를통해구현한다.이를두고문학평론가송현지는해설에서“읽는이에따라새로생성되는흐름은시의언어속에서저마다새로운전기장을형성한다”라며독자가시를따라가며절망을관조하고새로운흐름을경험하도록만드는시적실천을강조했다.

한편이번시집의시들은하나의정교한회로와같다.흐르는시간과감각,살아있는몸과사라진몸,사랑과상실의흔적을작은단위로나누어촘촘히배치하며,각시편이서로다른전류처럼맞물려새로운흐름을만들어낸다.그의언어는결코단정하거나설명적이지않다.대신절망과죽음,일상의순간들이겹치는복합적풍경을세심하게포착하며독자에게시간을재배치하고흐름을새롭게설계할여지를남긴다.시인의언어는독자가절망속에서도새로운흐름과질서를발견하도록안내한다.가까이읽으면죽음과상실,흐르는시간이라는개별적인순간일뿐이지만멀리서보면그것은살아있는감각과사랑,일상의틈새를연결하는촘촘한전류처럼느껴지기도한다.그에게사랑은추상적인관념이아니라생활속에서불쑥모습을드러내는‘감각’과도같은것이다.덧없고찰나적인그움직임속에서‘사랑의장면들’을포착하고,그감촉과빛으로다시세계를엮어낸다.이렇듯정우신의시는독자를현실속고단함과불안을관조하게하면서도동시에삶과새로운관계를맺게만들며재발견의순간을펼쳐보인다.

『미래는미장또는미장센』을통해독자는삶과죽음,사랑과상실,시간과흐름을다시관조해볼수있다.시속에서포착되는미세하게갈라진몸과흐르는시간,일상의틈새속감정들은우리각자의일상에서도느낄수있는고단함과불안을반영한다.누군가는삶이,시간과관계가어찌흘러가는지잘모르겠다고느낄것이다.그럴때정우신의시를건네고싶어진다.그의시는단어자체보다,단어가만들어내는흐름과감각으로독자를감싸는힘이있다.더불어그는삶과죽음,사랑과상실을단정하게설명하지않는다.오히려분열된자신의시간을시적으로재구성하여,독자에게는새로운차원의시간으로건넨다.읽는이는자신이지나쳐온순간,놓쳤던관계,그리고사소하지만소중한감정들을떠올리며일상에서자신만의‘미장또는미장센’을찾아가는경험을하게된다.이시집이그리는‘미래’는그동안시간의차원에서꿈꾸기만했던어떤단순한가능성으로국한되지않는다.사랑과관심의전류를뿜어내며작은존재들과관계를맺고실천하는순간속에서도래한다고이야기한다.우리는이시집이전하는마찰력을통해절망속에서도새로운이끌림을‘미래’의차원으로느껴볼수있을것이다.제목에서드러나듯,시집은미래라는불확실한시간을화려하게‘채색(미장)’하거나,장면을연출하듯섬세하게‘배치(미장센)’하는시적상상력을보여주며,독자에게삶과감각을새롭게구성하는경험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