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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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와 세계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감에서 독특한 미적 거리를 확보하는, 차분하면서도 활달한 감각을 지닌 시인 연정모의 첫 시집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가 아침달 시집 55번째로 출간되었다. 제1회 반연간 《문학수첩》 시 부문 신인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당시 “시적 공간에서 상상력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변주하여, 춤을 추듯 뛰어놀 줄 알고, 시적 사유를 끝까지 자신만의 언어로 밀고 나아”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집은 그에 걸맞게 풍성한 입맛과 단단한 사유가 만난 시들이 자유분방한 매력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정원은 이번 시집을 “사랑을 지우지 않기 위해 결핍을 보존하는 윤리”를 지닌 세계라 말하며 시인이 보여주는 사랑의 양면성을 정확히 짚는다. 끝내 ‘사랑하기’라는 태도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명랑함은 시집 속에서 여러 태도로 분화하며 비운의 세계를 돌파한다. 이번 시집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힘차게 헤매는 방식으로 정확해지는 존재의 사랑을 그린다.
저자

연정모

1995년청주에서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했으며
2024년《문학수첩》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부드러운영구치를드러내고

사랑하기
보육원
선하고아름다운수영장
분지
오층
자유형
앵무
에버에버옐로그린
유리온실혹은거대한프리저브유리병
아열대사랑
딸과뿔
잼팟

2부점점더달콤해지는몸통

스토리라인
소일거리잼잼

유진의세계
레플리카
진화의방식
크림
요거트
엘렉트라,열살
쿤스트캄머
샹들리에
하지
헛것들

3부안전하게으깨진일들

이세계에서만난첫친구
기일
도착지에서하는말
성탄
유리온실혹은거대한프리저브유리병
무환수어항
수영장
언타이틀
낭만주의자를위한오토시
디렉터스컷
홀리데이
파우더

4부어떻게든물을좋아하기

선하고아름다운수영장
입춘
겹겹이
농담
GoodDog
생일의밤
방학숙제캠프
댄스댄스댄스
파우더
천국에서
지옥의문앞에서자전거타기

해설
Haecce!-정원

출판사 서평

“진짜아름다움은원래두려운거야”
탄생과죽음의이인삼각
달콤해지는몸통이가진사랑의점액성

제1회반연간《문학수첩》작가신인상수상당시“시적공간에서상상력과이미지를자유자재로변주하여,춤을추듯뛰어놀줄알고,시적사유를끝까지자신만의언어로밀고나아”간다는호평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시인연정모의첫시집『조금깨물고몰래버리기』가아침달시집55번째로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나와세계사이에놓인팽팽한긴장감에서독특한미적거리를확보하는시인의명랑하면서도단단한사유를지닌문체로탄생과죽음의문제에관해다룬다.시인은시집속에서다채로운태도로분화해대상을성실히바라보고,풍부한상상력과질감을동원해입체감있는사랑이야기를그린다.한사람의고유한생의내력을훑는것처럼서로중첩되어영향을주고받는이야기가48편의시로연결되어있다.
총4부로구성된이번시집은각부에서주요하게드러내는사랑의실물감을구체적인시선으로포착해담아낸다.1부에서는인간의탄생이갖는존재론적인비극을말하는것으로시작한다.“몸통만한공포를지니고살운명에처”(「사랑하기」)한화자들은아직‘아기’인데도이미삶을다살아버린듯한존재같다.탄생에서느껴지는두려움은아이러니하게도주변에서넘치는사랑때문이다.“둘러싼모두가나를사랑하고있어서/울지않을수없”을삶은일찍이“큰사랑이두렵단건/벌써사람이란뜻”을다헤아리고만다.여기서시인이주로찾는존재는천사나유령이나새처럼“착지를두려워않는/가벼운몸”(「선하고아름다운수영장」)을가진것들이다.그는“안전히추락하고가볍게사랑하는꿈”을꾸면서“이어지는작은삶들”이이루어내는“삶의가능성들”(「에버에버옐로그린」)이조금이나마다치지않는사랑을할수있기를바라고있다.2부에서탄생에대한공포와죽음의식은점점더구체적인형태를드러낸다.“없는삼촌”이본적없는영화를보고도영화속인물들의죽음을예언하고(「스토리라인」),아득한시간을살았던존재들이전시된곳에서“뼈아래를”걷는이들이느낀“으스러지는/실물감”은묘한미적감각을가지고(「레플리카」),“삶에서팽/당한사람들”은몸이찌그러지지않는숨을물으며다채로운디저트가남발되는여름속에서“달콤해지는영혼”이된다.(「엘렉트라,열살」)3부는균열을일으키는일상의표면이드러나는이야기들이사랑의점액성을더욱강조한다.“사랑에사랑이라고이름붙이는것이/이삶의가장큰약점이라면”(「낭만주의자를위한오토시」)“탄생의기미만을유지하는것”(「언타이틀」)이우리에게주어진고유한슬픔이라고볼수있다.“끈적해진형체들이//바닥에닿자마자굳는”(「성탄」)존재들은각자처한상황에따라썩고조각나고터지고갈리는등여러형태로분리되어몸통의분화를겪는다.이는우리가생에있어필연적으로겪어야하는존재방식들이기도하다.마지막4부는다시탄생의배경으로돌아가죽음보다는삶을향한의지로나아가는자세들이담겨있다.앞서말한“선하고아름다운수영장”을다시호출해“신체다운신체를”얻고,“끝을원하지않는것처럼”“어떻게든물위에뜨고/어떻게든호흡”(「입춘」)하려고한다.“하나의아름다운삶이끝나면/또다른아름다운삶이시작된다는절망”(「농담」)을갖게되겠지만시인은이삶을결코놓지않고미래에대한기대를품으며나아간다.탄생과죽음이라는이인삼각으로묶이는삶은사랑을더끈끈하고달콤한것의성질로만들어보관한다.


“우리를구해줄고통,이것을기다려왔지”
두려움속에서도결국사랑을깨무는시

시인의기억은종종부서지고으깨지는형상들이많다.“실수로너무많이자란천사의/날개”(「보육원」)는뜯겨서천사라는정체성에균열이생긴다.그렇게“은퇴한천사”는햇빛에섞인채도로를바라보고,그“찻길에는온통사과가으깨어진상태”(「소일거리잼잼」)다.시인이자주부르는장소인수영장에는“잎과벌레와푸른열매와죽은사랑”이건져진다.“곱게갈려뽀얗게/흩어지는비명”속에는“사랑하는마음만이최후까지남아있다”(「파우더」)고말하는시인.그가발화하는시의입자들은모두삶을새롭게구성하는가능성이자고통을견디는방식이다.해설을쓴정원문학평론가는이를두고‘Haecce(라틴어로‘다른모든것과구별되는바로이것’이라는뜻)’라는말을통해각기지닌“고유한개별성”을짚는다.진정한나자신으로거듭날수있는방법은삶을지나치게긍정하는태도가아니라고통을어떻게바라볼것인지묻고답하는태도라할수있을것이다.이러한전언은“오래전죽은친구에게서썩지않는냄새가난”이후로시인의삶을송두리째흔든다.다시말하면,삶은“흉한것도다시봐야한다는당부”(「유리온실혹은거대한프리저브유리병」)를내가어떤식으로듣고이해할것인가에대한질문으로나아가는일이라고할수있다.
연정모가삶을지키기로마음먹고선택한방법은부서지고으깨진사랑을모두그러모아“프리저브유리병”에담는일이다.그런다음아주달콤한“단것”으로만들어보관한다.이번시집에서특히주목되는것은과일이나잼,케이크같은다채로운디저트들이향연을이룬다는점이다.“달고새콤하다/우리를구해줄고통/이것을기다려왔지”(「아열대사랑」)라말하는시인은사랑하는존재들에게필연적으로발생할수밖에없는생의결핍을한데모아잘휘저어점성화한다.“나를다른물질로바꿔줄”능력으로쓰인시에는결핍과고통속에서도발견되는뭉근한사랑이있다.“떫은위에인공설탕의맛”(「잼팟」)이우리에게간절히필요한이유는아마도이삶의맛이혀를마비시키는씁쓸함으로채워졌기때문일것이다.
시인은종종삶에서벌어지는무수한일들에도지혜를구하는존재들처럼보이는경향이있다.하지만시인은그누구보다도연약하고쉽게두려움을느끼는자들이다.그래서이두려움은다양한형태로발화되어우리삶을지켜주는일종의보존법칙으로작용한다.시인연정모는앞으로도“슬프고상냥한이야기를듣고싶어서”계속자신을아프게하는고통과슬픔을찾아나설것이다.“나는이게어떤사랑보다재밌고좋더라”말하면서“훌륭한슬픔이채워지는동안에도”(「천국에서」)‘사랑받기’보다는‘사랑하기’를택할것이다.사랑앞에펼쳐지는이능동적수행은가끔삶이버거울때가벼운일탈을시도하기도한다.조금깨물고몰래버리기.모든아픔을다짊어지려는이들에게꼭필요한자세다.그렇게버려진것들로사랑은결연해지고달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