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이만드는길을거닐면조금더나다운내가되기에”
우연을발견해상상을빚는재수작가가그린
또한번의눈부신사랑이야기
우리가놓치기쉬운일상의장면들을포착해유쾌하고다정한시선으로담아내는작가재수의일상스케치『그리고보니아름다웠지』가출간되었다.첫단독그림책『재수의연습장』에서는단순하면서도과감한선과공백을구사하면서재수만의재치있는그림세계를유감없이보여주었고,『이렇게될줄몰랐습니다』『이렇게될줄알았습니다』시리즈를통해결혼후가족을꾸리면서이전과는완전히달라진사랑의의미를그림과에세이로부드럽게담아냈다면,이번신작은재수가발견한일상들이생의명장면을이루어거대한사랑을찾아나가는눈부신이야기로한층더확장되었다.
책을펼치자마자“어느날,나는어떤그림을그려야할지몰라무작정카페에앉아눈에들어온장면들을그리기시작했다”고고백하는재수.그는이전과는다른화풍을선보이고자다양한각도와구도를연습한다.한손에들어오는종이를쥐고나아가는그의발걸음은이제우연을넘어‘무작정의세계’로들어선다.여기서‘무작정’이란뜻밖의우연을막연히기다리는것이아니라,나자신부터우연의일부가되어세상의모든순간을절정으로그려내는능동적인창조행위다.이러한작가만의문법은그가비로소추구하고자했던작품세계를찾아가는나침반이되어주었다.
본문은짧은제목이붙은그림,글과제목이함께하는그림,제목이없는그림으로구성되었다.기존의그림에세이가글과그림의조화를추구했다면,이번재수의신간은글,그림,제목을따로또같이호흡하면서다채로운감상을누릴수있다.여백은넉넉해서글과그림,그리고제목사이에독자들은자신의풍경을마음껏놓을수있다.또,최대한그림을먼저볼수있도록글은오른편에만두었다.그림을먼저보고자기만의상상을거닐면서함께하는글과제목을읽으면풍부한감상을느낄수있을것이다.
이번책에담긴350여점의그림에는“좋은그림”을향한여정이고스란히담겨있다.재수가찾은좋은그림의본질은바로“사랑과아름다움”이다.이는생의의미에있어자칫단순하고뻔한결론처럼보이기쉽지만,자기만의개성으로녹여내기란결코쉬운일이아니다.작가는새로이찾아낸선의맛으로이를능숙하게표현해낸다.그고유한감성으로포착한순간들이화폭마다온전히살아숨쉰다.
슬픔에서기쁨으로나아가는우리의생애
그사이마다찾아오는소중한시간들
재수의세계는자신이살아온궤적에따라자연스럽게변화했다.주로공감과웃음이담긴만화로많은이들의일상을깨워주었던그는창작영역을넓혀이모티콘,자기계발글쓰기,일러스트,에세이등다양한활동을통해스펙트럼을넓혀왔다.이번『그리고보니아름다웠지』에서는자신이그간쌓아온내공과더불어새로운시도들이돋보인다.기존작업이주로과감한터치가살아있는잉크질감중심이었다면,이번책에서는‘흑연’을사용해인물과풍경을보다섬세하고부드럽게표현했다.〈파도가싣고온노을빛수평선몽돌탑위에쌓았다〉나〈영원히터지지않는풍선〉처럼오래도록머무르고기억될순간들은흑연의따스한질감과어우러져독자의마음을위로한다.
또한평소시에깊은관심을가졌던작가는이번책에서그림중간중간짧은글을얹으며과감하게시적발화를시도했다.그림옆의텍스트는자칫온전한감상을해칠수있기에,작가는그동안주로제목만붙이거나여백을두어이를경계해왔다.하지만이번에는그림을그리며자연스럽게떠오른문장들을곁에두어색다른호흡을구사한다.덕분에유쾌하고발랄해보였던그의그림에진지한성찰과깊은감수성이더해져한편의아름다운서사가완성되었다.
『그리고보니아름다웠지』는슬픔과기쁨을넘나드는한사람의생애가담긴책이다.이책에담긴모든순간에는‘사람’이있다.5부에걸쳐펼쳐지는생의파노라마는각자의삶위로차곡차곡포개진다.독서,나무,산책,연인,가족,글쓰기등일상의평범한소재들이주제별로모여흐름을이루는듯하지만,그림이건네는방향을천천히따라가다보면우리는점점생의어떤본질을향해나아간다는감각을얻게된다.이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작가가모은우연은수많은타인을관찰하며탄생했지만,결국우리의삶이모두긴밀히연결되어있음을보여준다.
목차에담긴각부와소제목들은꼭소중한사람에게건네는안부처럼읽힌다.나자신조차돌보기어려운요즘,작가가부지런히발견해낸사랑과아름다움은많은이들에게거대한울림을줄것이다.특히마지막5부는재수개인전〈아이와고양이〉에소개된작품중일부를선별해연필로다시그려내어특별함을더했다.오로지그림으로만만나는아이와고양이,그리고엄마의모습이사랑스럽게펼쳐진다.
이책은홀로슬픔을견디는사람들이곁을지켜주는누군가를만나사랑하고,가족을이루어비로소자신과세상을품을수있을때까지멈추지않고달려나간다.종이위를매일걷는작가처럼,우리도‘그리고보면’알게되는아름다움을찾을수있을것이다.사랑과아름다움은그린뒤에야비로소알게되는것이자,오랜응시끝에발견할수있는선물이기때문이다.책의대미를장식하는“곁에있는사랑”이라는메시지처럼,삶이버거울지라도함께그릴수있는사랑이늘곁에존재함을다시금일깨워주는소중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