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이 풀어지는 계절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

$14.00
Description
독창적인 시적 성취를 이뤄온 아침달 시집 1번부터 55번 중에서, 선명한 여름의 정취를 품은 시들을 엄선해 새로운 배열로 엮은 여름의 시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이 출간되었다. 스무 명의 시인(김소연, 김언, 김영미, 김은지, 민구, 숙희, 심보선, 연정모, 오은, 유계영, 유희경, 육호수, 윤초롬, 이새해, 이영주, 이은규, 장이지, 정다연, 조해주, 한연희)이 각자의 방식으로 통과해온 뜨겁고도 투명한 계절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시집에서 만난 기존의 맥락을 덜어내 오직 여름으로만 흐르도록 구성되었다. 독자들은 계절이 흐르는 감각을 오롯이 느끼고 자신이 품었던 여름의 한 장면을 겹쳐 읽는 특별한 문학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김영미 시인의 시 구절에서 포착한 제목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처럼, 이번 책은 만물이 생동하는 여름 뒤편에 헐거워지는 사랑이 있음을 발견한다. 순환하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기꺼이 내어주었던 품과 견뎌낸 사랑을 거듭 살아보게 하는 책이다.

문학에서 여름을 자주 호출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 번쯤 찬란했던 시절을 살아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서 진심을 다한 마음들이 결국 그 어떤 슬픔으로도 막을 수 없는 시간이었음을 계절로 증명하는 일. 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총량이 많은 빛을 투영해 다시 한번 사랑을 비추어보는 시간이다. 여름이 나오는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힘이 되어주고 각자 연약한 부분들을 발견해 시의 문장으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아침달편집부

일상을아름답게가꾸는책을만들고있다.

목차

1부너와나는세상으로작은열매를날랐다

파수
자립
수박이아닌것들에게
너머의여름
초록나무당신
주황소년
청귤
토마토빙수
히치하이커
수박향,은어
나의소년들
랑헨에서
여름
파랑
여름으로부터

2부우리를예상치못한캐노피아래로

바깥산책
장미의방식
익선동
밤산책
유월오후의우유
유월
증발하는세계
산책하는사람
비의공습

나의차례
유기묘
아열대사랑
작고멀쩡한여름

3부그말들은깊은여름에도부식되지않는다고

파우더
난간이허리춤에오는나이
양산굿즈
여름에온마트료시카
섬망
오로라를보러간사람
빛헤엄
얼굴
다른방식
나는오늘혼자바다에갈수있어요
세계의끝


기획의말
일부를품고도전부를덮어주는여름안에서


여름을함께한시인들
색인

출판사 서평

“이여름이좋다고너는말한다”
우리들의찬란한계절을다시한번엮어
다채로운온도로건네는아침달여름의시

뜨겁고도투명한계절을함께다시한번건너는여름의시『포옹이풀어지는계절』이아침달에서출간되었다.이번책은그동안다채로운개성과시적성취를이룬아침달시집1번에서55번중,총22권의시집에서여름의정취가풍부하고선연하게담긴시들을엄선해새로운배열로재수록했다.책속에는스무명의시인(김소연,김언,김영미,김은지,민구,숙희,심보선,연정모,오은,유계영,유희경,육호수,윤초롬,이새해,이영주,이은규,장이지,정다연,조해주,한연희)이여름풍경을여러갈래의길로펼쳤다.여름을주제로새로운시를수록하는기존의앤솔러지형태와다르게,이책은아침달편집부가그동안독자와함께호흡하며쌓아온시적세계를여름이라는하나의계절속으로다시불러모았다는점에서특별하고기념비적인‘계절선집’이다.
특히이번책은독자가계절이흐르는감각을오롯이시자체로만느끼고자신이품었던여름의한장면을겹쳐읽을수있도록본문에시전문만수록했다.시집에서먼저만났던시들이여름햇빛아래에서다른시들과우연히만나이전의맥락은덜어내고오직여름으로만모여총천연색으로빛날수있도록구성한것이다.책을모두읽고나면‘여름을함께한시인들’과‘색인’페이지를통해시의출처를확인할수있다.오랜만에만나거나새로마주하는시인들의이름을나직이불러보면서자신의취향에맞는시의영역을넓혀가는재미를선사한다.
책의제목인‘포옹이풀어지는계절’은김영미시인의시「장미의방식」첫구절에서가져왔다.만물이생동하는여름의시들이주로넘치도록들끓는사랑을다룬다는점을상기해보면다소거리감이드는제목일수있다.문학에서‘포옹’은줄곧사랑을증명하는행위이자곧타자와의완벽한합일을의미해왔기때문이다.그러나이번책이여름을‘포옹이풀어지는계절’이라명명하는순간,우리는사랑의양면성을동시에확인하게된다.사랑을말할수밖에없는계절속에서우리는언제나사랑하는대상과하나가되기를갈망하지만,그뜨거운갈망은역설적으로우리가명백히다른존재임을인식하는계기가되기도한다.서로의취약한윤곽을드러내면서한존재의품을기꺼이다른존재에게내어주는일.그것은문학이궁극적으로추구해온사랑의모양일것이다.
『포옹이풀어지는계절』은우리가여름속에서견디고지켜낸사랑들을거듭해살아보는책이다.‘여름의시’라는이름은이책이단순한시모음집으로읽히기보다,시인들이통과해온각각의시가모두같은시절의여름으로읽히기를,각자의품속에서잃어버렸던소중한풍경을또한번불러올수있기를바라는마음을담았다.그리하여“이여름이좋다고너는말”할수있기를,이책은바라고또바란다.


고조되는시간에따라
어긋나는방식으로채워지는여름풍경들

이책은3부로구성되어계절의흐름이자연스럽게순환될수있도록시를배치했다.각기다른여름의순간을살았던시들은저마다의자리에놓여모두하나의여름속을흐르는방향이되어준다.
첫시「파수」에서“운동화를적시며여름이오고있었다”고나직이읊조리며다가오는올여름에도우리가지킬것과어길것이많아지리라는예감을던진다.지키는것과잃는것은여름을지내는사람들의다양한얼굴을통해드러난다.“여름이오기전에”“이사할것이”라는그를보며지금부터혼자를견뎌야할사람(「자립」),“봄부터차오른푸를청푸를청청귤”마저사라져소실될기억과사랑을알면서도마음을포기하지않는사람(「청귤」),“물놀이를하러”해변에와“벗고뛰노는몸들”(「랑헨에서」)등,“내가잠시다른것이었던/여름”(「파랑」)속에서각자의방식으로살아가는사람들을통해여름이곧하나의삶의양식임을몸소배운다.
여름이시작되는순간부터계절의끝을감지하는시인들의기질은책속에서선행적으로흐르는여름을읽을수록강렬한색채적이미지와활달한움직임으로전개된다.“당신이잠든사이몰래밖으로나가/공원벤치에한참을앉았다돌아”(「밤산책」)오듯,여름밤을떠도는발걸음들은우리가계절속에놓이면서빠져드는상념들을불러세운다.여름이지닌풍성한색감은고유의계절감이나물성으로충분히감각된다.장미,능소화,코스모스,체리,수박,보리수열매등여름을상징하는식물과과일들이모여끝말잇기를하듯초여름부터한여름,그리고늦여름까지한계절이지나가는흐름을이어간다.“햇빛의아가리가풀밭을집어삼”(「바깥산책」)키듯눈부신날씨가이어지다가도,장마구간을지나면서“비의공습”(「비의공습」)을겪기도한다.그리고마침내“모든슬픔에서반드시기어나왔다는사실”(「얼굴」)에도달하는이모든여름의순간은우리가펼친사랑이홀로서기에이르는여정을향해성실히나아간다.풍부한표정들로가득했던여름은이제“사랑의끝”이자“세계의끝”(「세계의끝」)에놓여“어제보다헐거워지는포옹”(「장미의방식」)을맞이한다.빛이가득한사랑과빛이희미한사랑사이에서,우리는비로소진정한사랑의의미를얻으며“가지않은길을가볼수있”을것이다.
여름에짓는손깍지는함께한것일수도,홀로한것일수도있다.분명한사실은손가락이서로어긋나야만비어있던간격을채워주며손깍지라는모양을완성할수있다는점이다.오직여름만을말하는시,여름이주인공인시,여름속에서만만나고헤어지는시들로가득한이번책『포옹이풀어지는계절』은한계절에대한무한한찬사이자어긋남으로써사랑이온전히붉어지는모양을적극적으로발견하는또다른색깔의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