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런치 모드

크런치 모드

$12.00
Description
아침달 시집 56으로 게임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삶의 균열을 새로운 지도로 그려내는 시인 이자연의 첫 시집 『크런치 모드』가 출간되었다. 소프트웨어, 게임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하는 ‘크런치 모드’는 이번 시집에서 제목이 되어 한 사람에게 누적된 피로나 고단함을 넘어 인간의 가장 유약한 기질인 말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적 차원의 전환으로 이루어진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방식과 독특한 언어 다루기를 통해 지금껏 등장한 적 없었던 새로운 화자의 출현과 목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성적인 언어가 한 권에 담겨 있다.
“강한 덕후력으로 현실과 게임 판타지가 엮인 ‘이야기하기’를 질주하는 시”(큐레이터 정한아, 박소란)라는 호평을 얻으며 그 개성의 탄생에 큰 기대를 모았던 시인 이자연은, 이번 시집에서 아름다운 오류를 마구 일으키며 언어의 임계점을 가뿐히 넘어선다. 현실에 굴하지 않는 인물의 의지는 그간 한국 시단에서 많이 표출되어 왔지만, 시라는 장르를 통해 게임적 상상력으로 자신과 주변인을 일으켜 세우고는 호탕하게 모험을 떠나는 이 화자를 이번 시집으로 특별히 주목하였으면 한다. 굴하지 않는 마음, 오류투성이의 세계를 흥미로운 지도로 재설계하는 시인의 모험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저자

이자연

1995년부산에서태어나,한일월드컵무렵제주에서청소년기를보냈다.지금은게임만드는일을하고있다.

목차

1부
내가유일하게믿은살인자

하는수없이그대로버리고온것들
없는집
기도를파는수도사

설경
한사람이그림을찢고들어왔다
끝까지몰아보기
천재와여관
초월자
전쟁영화

2부
부서지지말고기다리기

단명
물의천재
관광
널믿는다내가
모두가순서에집착하지하지만난순서가싫다
충전이멈춘날

흠향
괴성
영매

3부
우린안개의지식을나눠주죠

신을살리기
신이난다
뿌듯하다
사랑의게임
웃는나무도있다
방화
어떻게그릴것인가
전투
우리가웃잖아…

4부
이게정말주인님이원한모습입니까

절대로울지마!
아름다운컴퓨터
이게정말주인님이원한모습입니까
시계공
크런치모드
경기도안산의강아지처럼
Thx
이야기를잃은빛
네가이것저것물어보는게좋았다

5부
너를찾고있거든?

맡은바최선을다한민형
불의발걸음
한사람이그림밖으로굴러나갔다
뼈이야기
동급생
주름
물과풀
결함
행복하세요~

산문
미친사람

출판사 서평

“의사소통은가장예쁜조약돌을주워
서로의머리에찍는일”
아름다운오류를일으키는게임적상상력
언어의임계점을넘어서는시적루프

게임적상상력을시적언어로가동하며,게임등소프트웨어개발업계에서마감을앞두고자신의시간을희생하며장시간업무를지속하는것을의미하는‘크런치모드’를인간의새로운차원으로그려낸시집.이자연의첫번째시집『크런치모드』가아침달시집56으로출간되었다.
“독특한언어감과예상불가능한전개과정이만드는파편적흐름이흥미”(큐레이터박소란)롭다는평과“강한덕후력으로현실과게임판타지가엮인‘이야기하기'를질주하는시”(큐레이터정한아)라는평을받으며독창적인시세계를단단한원고로구현해낸시집이기도하다.총5부로구성된이번시집은게임적요소를적극동원하는시,신과종교를이웃삼아대결하는시,인간에게누적되는피로와상처를유머로변장시키며끝없이돌파하는시들로엮여있다.단순히게임적상상력에기대어있는것이아니라,체화된테마로서한인간의실패한로그(log)기록,한세계가간직한크랙(crack)의발견.그리하여시인은마침내‘크런치모드’라는인간의임계점으로부터출발해비로소시집『크런치모드』라는아름다운오류로도착한다.
이자연의시는행과행을밀착해시적논리를만들어내는방식이아니라,행과행,연과연이라는시안에서의연결점을서로밀어내게만들며언어가일구는저항으로부터상상력을자극시킨다.이예측불가능한전개가우리세계에놓인균열을읽어보게하는기회이며,동시에과열된삶이스스로를정돈하지못하고파열하는과정을은유적으로드러내기도한다.그러나이모든작동방식은언어를파편적으로나열하는문법에만의존하지않고나아가지극히인간적인기질,인간의연약한말과마음의영역에도닿아우리가머물러있는맵(map)을새로운각도로투시하게만든다.언뜻오류처럼보였으나시라는형식으로오류를마음에체류하게만든다음,새로운지도를구성해다쳤던마음을복원하고생기를불어넣는데성공한다.산문형식의시없이행간의낙차를적극활용한시에는끼어들여지가많아있는그대로풍성하다.또한,이번시집에서다층적으로나타나는‘불’의이미지는세계에대한각오처럼다양한지점에서지펴지는소재중하나다.‘크런치모드’로불타오른뒤남은재가되어살아가는듯보이지만,이불씨는사람의마음에옮겨지거나자신스스로일으킨불꽃이되어시집전반을이끄는상상력이되기도한다.가령“왜내마음이불타오를까요”(「없는집」)“불이나다타버린산사”(「살」)“불꽃의마을에서세를받던영주”(「단명」)“된장을불에볶으면더고소해진다”(「괴성」)“처음본사람에게불도빌릴수있고반말도할수있다”(「사랑의게임」)처럼다양한곳에번져새로운국면을만드는방식으로삶의곳곳에적용된다.소진된형상으로서의불이아닌,또다른시작으로서의불을밝히며시집은더깊은지도(map)를향해간다.



“이름은왜필요할까?난너를알아볼수있는데”
NPC동료들에게말걸기,친구하기
종료되지않는게임을영원히실행하기

이자연의시에는무수히많은주변인물들이등장한다.귀신,동굴이라는이름의동물,수도사,스님,양철나무꾼,허수아비,부장님,도로시,여관주인장,생쥐,사형집행자,여우,수녀……무수한캐릭터들은삶에서존재했으나배경처럼놓여있던존재혹은플레이어가직접조종할수없는캐릭터(NPC)이기도하다.이자연의시는NPC를동료삼아말을걸고우정을나누고불화하기도한다.한편에서서동료가되고그들의말에귀를기울이기도한다.NPC에게발언권을부여하면서갖게되는새롭고신선한장면들은시적울림을만들며다가온다.이들가운데‘이자연’이라는캐릭터는발화하는주체인자신이자,누군가의NPC처럼움직인다.“바람꽃이라는집단”(「불의발걸음」)이되어있었다다시사라지는,그홀연한등장과퇴장을의연하게그리며많은캐릭터를시에등장시키는것은그의게임적상상력이돋보이는부분이자시의새로운활력이된다.“너는길을잃은자구나?/나는너처럼길을잃은자가좋아”함께길을잃었다는절망이아니라함께모험을시작할수도있다는가능성으로치환하는것또한시인이시를통해발견한절체절명순간의처세술이다.
“어디선가본단어를쓰고/어디선가겪은무너짐을반복하”(「이게정말주인님이원한모습입니까」)는삶의굴레속에서시인은자기삶에서벌어진일들을토대로완성되지않을게임을만든다.특히,부록으로수록된산문「미친사람」은게임시나리오같은독특한전개를앞세워소설같은분위기를연출하지만,등장하는인물과대화,상황설정은어쩐지한번쯤겪어보았을법한삶의장면들을드리우게한다.
“당신눈에드리웠던먹구름은어디갔어요?/나는그거좋았는데”(「불의발걸음」)누군가의눈에드리운먹구름을발견하고함께우거진어둠속을나아가려는시인의시적루프에있는힘껏빠져들고싶어진다.어떤오류도세상을새롭게읽어낼방법처럼느껴진다.시인이인간의마음이나말과같이가장약점으로꼽을만한연약한장소를게임과시라는레이어를축적시켜가장무모해도좋을,자유도를발산할수있는새로운세계로탄생시킨다는점.『크런치모드』를읽는동안우리는이시들을우리삶에능동적으로우리자신을새롭게등장시키는모드로적용하여지금까지누벼본적없는시의지도를걸어볼수있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