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미래 연구회

뜻밖의 미래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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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분한 음색 속에서 전해지는 인간적이고 재기발랄함. 무엇보다 재미있고 가장 큰 장점은 아무튼, 사랑이 느껴진다는 것”(큐레이터 정한아, 박소란)이라는 평을 받으며 출간이 결정되었던 시인 김세희의 첫 시집 『뜻밖의 미래 연구회』가 아침달 시집 54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시인 김세희의 시는 요즘 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경향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을 구체적으로 세공하며 생활의 벌거벗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 지독한 리얼리티 속에는 언젠가 삶에 견주었던 절박함, 간절함이 꾸밈없이 이따금 유머와 미소처럼 번져 흐른다. 그렇게 재구성된 장면들 속에는 무수히 자신을 이루는 ‘나’와 타자를 연결하며 ‘작은 공동체’라는 새로운 호명으로 다다른다. 아침밥 먹는 모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보기 위한 워크숍, 요가라이프, 돌봄이 필요한 관계 등 풍경에 잠깐 깃들어 있는 존재들과의 조우를 구체적으로 호명하며 살아가는 일의 근원을 품는다. 그리하여 이것은 ‘뜻밖의 미래 연구회’에 모여 도착하지 않는 삶의 여정을 도모한다.
사랑스럽다는 말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면, 시인 김세희의 시집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질퍽하고 스산하기만 했던 학교 교정과 구포역, 태화고무 앞의 풍경을 지나 추석의 아시안게임을 무료하게 보고 있던 엄마와의 대화로 번져 나간다. 그리고 기울어지는 쪽에 전부를 거는 현재로 도착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시인이 쓴 시 구절처럼 “가던 길을 똑같이 되돌아오는 길”(「우엉 우엉」)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부터는 변주, 시인 김세희가 휘젓는 새로운 리듬으로 미래를 읽어볼 차례.
저자

김세희

한곳에잘앉아있었다.시집『뜻밖의미래연구회』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기울어지는쪽에전부를걸고있어요

사생대회
호렵도
눈이보이지않는사람과보기위한워크숍
와플또와플
아침밥먹는모임
요가라이프
공은어디로갔을까
낮은처우,과도한업무량
황룡사지
정물화
조지손더스
만정낚시터
사지
학교입지조건
제2외국어
나일론
경야
한지에만남

2부
죽기살기로떠다니는발들에게

mothermachine
동북방향
무릉
공은어디로갔을까
김용대한의원
못난세계
빙산의일각
눈사람안경원
우엉우엉
그날,쑥
앉은뱅이전쟁
구면
피가났던자리에는왜딱지가앉을까?
추석의아시안게임
구경만하는집
공은어디로갔을까
근시
목맨사람의집
얼음장수
습도
이복

발문
영원히경유하는마음-김준현

출판사 서평

“기울어지는쪽에전부를걸고있어요”
찡그린과거에게한줄의미소짓기
도착없는자유를누비는명랑한보폭의시

나자신과거리를두며걷기.그리하여양손에과거와미래를쥐고현재를질주하기.삶에난갈림길을솔직하고경쾌한걸음으로쉼없이나서는시인김세희의첫번째시집『뜻밖의미래연구회』가출간되었다.정한아,박소란큐레이터로부터“차분한음색속에서전해지는인간적이고재기발랄함이느껴지는시.무엇보다시가재미있고가장큰장점은아무튼,사랑이느껴진다는것”이라는호평을받으며출간이결정된이번시집은요즘시경향에서보기드문독법의재미와사랑이구현된다.시인김세희는삶으로부터절박했던날들에미소하나를그려넣으며자기만의보법으로미래를향해나아간다.과거의상처에너무매몰되지않고,미래를섣부르게예감하지않는다.차분하고단정함속에서구현하는위트와사실적으로그려내는방식은삶을그리는획이되어시를더욱선명하게만든다.
요즘시에서보기드문,징그러울정도로선명하고구체적인풍경과정황들은시인이지니게된삶에대한간절함을잘보여주는대목이다.이때의간절함은타자와이루는삶에서더뚜렷해진다.과거친구들과선생님이머물러있던학교풍경,그속에서저질러졌던상처깊은일화들은어릴때시선으로희뿌옇게전개되지만과거의생생함속에서현재로재구성된다.화자들은무기력하거나과거에쉽게침범당하지않고오히려삶을솔선수범살아내는능동적인태도로변화한다.이때발생하는재기발랄함은미래를일구는중요한재료가된다.아침밥먹는모임,눈이보이지않는사람과보기위한워크숍,요가라이프,소개팅등일순간자신을혼자로만들지않으며혼자인존재와어울리게된다.작은공동체를만들어분열된세계마다간직하고있던소분된마음을하나씩꺼내와돌보기도한다.시인의시는과거의상처를복원하기위해무언가를쉽게흉내내지않고,미래를들여다보기위해섣불리말하지않는다.그차분한어조속에서자기만의리듬을만들어내는재기발랄함은,김세희시만이간직하고있는‘사랑스러움’이기도하다.


“웃다가도재빨리우는거
조금만닿아도따듯하게느껴지게하는거
내가전문이거든요”

소속없는존재가발명하는작은공동체

엄마를돌보는보호자이자,슬픔에빠진기계에게우는일을대신해주는사람,태화고무앞에서있는사진속아빠를보는사람,여학생팔뚝을주무르고다니는선생님을보는사람…….시인이본것들은한번더말해져야할것들이많다.말하지못했던것들이기도하다.스스로삼키며지나온과거로돌아가그절박함에미소하나를그려넣으며,다시읽힐수있도록시적으로전환하는안간힘은시인만의삶을사랑하는방식처럼다가오기도한다.
시인김세희의진가는가령이런곳에묻어있다.샌드위치를반으로갈라건네는언니의배고픔과,먹는입만있다고자조하는나의배고픔을한테이블위에두는것.엄마가먹다흘린포도즙을닦았던티슈로자신의눈물을닦는일,시체자세를하고선살아가는유연성을배우는요가시간,태화고무앞다른마음으로같이서서찍은사진을응시하는어떤용기.“주스병을물병으로쓴다거나색바랜순면60수티를베갯잇으로쓰”(「공은어디로갔을까」)는일.전혀어울리지않는것으로대체되었던가짜같은삶의자리에진실을돌려놓는다.그작업에서가장중요한것은시인이발명하는‘작은공동체’들이다.서로다르거나어긋난마음을한장면에유착시켜바야흐로작은공동체로작동하게하는일은,시인이그동안존재를어떻게헤아려왔는지알수있는장면이자이장면은미래라는입체를빚는데중요한순서가된다.삶은언제나역설적으로과거와현재를끈끈하게잇는다.시인은그것의이어진매듭으로부터출발하며시를쓴다.미래란그매듭을푸는일이아니라,매듭을꼭쥔채로떨어지지않는것.시인은기꺼이과거를단절하거나유실시키지않고현재에꼭필요한것으로뒤바꾼다.
시인이자문학평론가김준현의발문에따르면시인은“고통을감수하면서,자신조차도자신의행방을알수없도록시공간개념을무화시키는여행자”이다.행방을묘연하게만드는것은어디로튈지모르는시인만의리듬,독특한보법,변주를일으키는시선에서오는것이지만,이것은함께길잃기의제안.자기만의과거를생생하게마주하는우연을제공하는것.
“어디에도속할수없게만드는세상과어디에도속하지않으려는시인의마음이충돌/합일하는순간마다시인의시는삶에선행하지않을까.시는무한한우주로향하는동력으로시인자신보다먼저미래에도착하지않을까.”발문에서말하듯이시인은시를먼저미래에보낸다음시를동력삼아다음으로나아간다.
‘뜻밖의미래연구회’는시를읽는마음과기분의조율속에서우연히만날수있는사이를뜻하기도한다.이시집은도착하지않은사람들만이나눌수있는잠깐의미래,이것은“멀리있는줄은알지만보이지않는것을보고싶”(「근시」)어하는오늘의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