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밤의 달리기

노란 밤의 달리기

$16.80
Description
“우리만의 우주가 필요하다. 약하디약한 우리는.”

을지로 세운상가에 터 잡은 청년 예술가들
상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젊음의 빛에 관하여
청춘에 관한 소설은 많고 많지만,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는 작품은 귀하다. 《노란 밤의 달리기》는 ‘하루키적 경묘함’을 갖췄다는 찬사를 받으며 데뷔한 소설가 ‘이지’의 신작 장편소설로, 을지로 세운상가에 터 잡은 청년 예술가들의 일상을 그린다. 시각예술가 ‘휴일’은 작업실 임대료가 치솟을 때마다 거처를 옮긴 끝에 세운상가에 자리 잡는다. 주변 사람들과의 하루하루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남편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 집을 나간 엄마, 커피 유통업을 하겠다며 해외로 떠난 아빠, 예술을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거나 카페를 개업한 동료들, 훌쩍 연상의 애인 ‘엘’……. 소중한 사람들이 곁을 떠나거나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노란 밤의 달리기》는 비극적 사건에 함몰되기보다 환상적인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형태를 바꾸는 세상, 늘 재개발이 진행중인 세운상가에 한 꼬집의 환상성이 흩뿌려져 작가 특유의 예측 불허한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

이지

저자:이지
서울에서태어났다.2015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얼룩,주머니,수염〉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담배를든루스》로제7회중앙장편문학상을수상,소설집으로《나이트러닝》이있다.고양이토란,살구와함께서울에거주하고있다.

출판사 서평

상처받은사람들을위한몽환적인세계
세운상가에자리잡은청년예술가들의하루

이지작가는단편소설〈얼룩,주머니,수염〉으로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등단한뒤,이듬해장편소설《담배를든루스》로중앙장편문학상을연이어수상하며작가로서입지를다졌다.등단하는순간부터‘캐릭터를만드는능력이놀라울정도’이며‘독보적스타일을보여준다’는극찬을받고,독자들에게는‘밑줄긋고싶은문장의향연’이라는애정어린수식어를받은작가.오랜잡지기자생활을비롯하여각종직업을거친끝에소설가로데뷔한만큼이지작가는삶의한부분을떼어온듯선연한소설을쓴다.살아숨쉬는캐릭터들은각자의솔직한욕구에따라행동한다.선하게살고자하면서도서로상처를주고받고,그럼에도꿋꿋이하루하루를살아간다.경쾌한리듬의소설속무심하게등장하는공감가는문장들은이작가가세상의냉정함에대해누구보다잘안다는믿음을준다.

‘한줄메시지로요약할수없는소설을쓰고싶다’는작가의등단포부처럼《노란밤의달리기》는쉬이예측되지않는다.소설은갓서른살이된젊은예술가가을지로세운상가작업실에서지내며시작하지만,예술에대한낭만화된이야기로진행되진않는다.생활에발붙이고주변사람들과살아가는이야기가병렬적구성으로드러난다.어렸을적주인공을옷장에둔채엄마는집을나갔고,한때가수였던아빠는젊은날의유명세를잊지못하고무모한도전을반복한다.예술을하는친구들은국가지원금에목을매거나아예다른직업을찾아하나둘떠난다.카페를개업한선배,공연도중에사고를쳐서은둔하게된인디밴드동네형,잘아는것같지만도통속을들여다볼수없는연상의애인‘엘’…….상처받고속이배배꼬인인물이잔뜩등장하지만,작가는그들모두를어루만지며뭉근히따뜻한세계를만들어간다.

“우리는눈과진흙처럼서로에게스며든다.”
마음대로되는건없지만,그래도꿋꿋한삶에관하여

《노란밤의달리기》속인물들의일상은여느청춘이그러하듯원하는대로흘러가지만은않는다.하고싶은작업이있지만생활은빠듯하고,상을받아명예를얻고싶지만뜻대로되지않는다.‘엘’과의연애는순탄한것같지만어느순간관계에균열이가기시작하며,누구보다가까운사람에게서의외의서늘한면모를발견한다.늙어가는가족들과의관계는늘초침을바라보듯초조하기만하다.이야기는가까운사람의황망한죽음을맞아전환점을맞지만《노란밤의달리기》는슬픔이나우울에잠식되지도침잠하지도않는다.비극적사건에도굴하지않고일상을이어가는인물들의초상은그게삶의본모습임을냉정하게보여주는듯하기도하고,현실의독자들을위한위로같기도하다.

《노란밤의달리기》가그리는세계는종종현실의경계를무너뜨린다.분명어릴적여자아이였던주인공은엄마가집을떠나자남자가된다.그리고자신이‘엄마들이그토록사랑하는아들이었다면’엄마가곁에남진않았을지궁금해한다.한편,어느동물원에서는사람이몸에색을칠하고스스로우리에들어간다.동물들은사람처럼표정을보이고행동한다.논리나이성으로따지면불가능한일이지만,현실성은소설에서더는중요치않다.청춘과상실이라는보편적주제를독특한필치로그려내는솜씨에독자는《노란밤의달리기》의세계에서기꺼이길을잃는다.이같은소설의분위기는작중배경인세운상가와절묘하게어우러진다.늘재개발이진행되거나돌연취소되는곳,무언가철거되고또새로지어지는곳,금세사라질것으로가득한곳.《노란밤의달리기》에서세운상가는현실이지만현실이아닌,소설로써만만들수있는세계가되어오늘의청춘들을감싸안는다.